향기(香氣) - Renewal - 9부

선생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자 거실은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하기만 했다. 누나는 어디 나갔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발장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신발이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아 나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벌써 자나?? 자기엔 아직 이른데.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늦었다면 늦은 시간이지만 항상 일에 파묻혀 사는 우리 한 여사한테는 야행 올빼미의 밤처럼 낮이나 다름없는 시간이다.

일하고 있나?? 오늘도 회사 다녀 온 거 보니까 요즘 꽤 바빠 보였고.. 한번 들여다 볼까하고 생각했지만 일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은 생각에 이내 맘을 접어갔다. 일할 때 신경 쓰이게 하는 거 그 아줌마 완전 싫어하지.. 저번에 뭐 물어보러 들어갔다가 귀찮게 한다고 던진 물건에 맞아 코피까지 흘린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래 놓고 미안하단 말한 마디 없이 못 피한다고 핀잔 준 거 까지..적반하장이란 사자성어를 한시도 잊어 먹지 않게 하는 여자다.

그보다 나갔다 왔더니 목마르다...이리저리 차를 타고 돌아다녀서 였는지 아까부터 느껴지는 갈증에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나는 시원한 냉수 한잔을 따라 들이켜 갔다. 손수 결명자를 끓여서 만든 물이 고소한 맛을 내며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이루 말 할 수 없는 시원함이 몸 가득 느껴진다.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물이 제일 맛있다. 자다 일어나 졸릴 때 먹는 정신을 깨워주는 물도 밥 먹고 나서 입에 남은 약간의 음식물과 함께 넘어가는 물도 그리고 이렇게 타는 듯 한 갈증을 해결해 주는 물도 정말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맛있다.

그렇게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물에 대해 새삼스런 대단함을 느끼며 아쉬운 마음에 한잔을 더 따라 마셔가고 있을 때였다. 달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나가 방에서 나왔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는지 일 할 때 자주 쓰는 빨간 뿔테 안경을 쓰고 있다. 일반 평범한 안경일 뿐인데 어딘가 모르게 연예인들의 패션안경 같은 포스가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저 아줌마가 가진 얼굴의 힘일 것이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이쁘긴 진짜 이쁘다..

누나는 길게 내려온 머리가 거추장스러웠는지 위로 말아 올려 길고 하얀 목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드러나는 갸름한 턱 선이 살아나서 가뜩이나 잘나서 주체 못하는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평소에는 바로 채찍이라도 휘두를 듯 도도하면서 매서워 보이는 누나였지만 가끔씩 보는 이런 모습은 알고 있던 거완 다르게 꽤나 지적이고 차분해 보이는 게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모습만 그렇다는 거다. 성격은 그대로야.. 변한 거 없어... 사람이 안경만 쓴다고 성격이 변한다면 나는 저 여자에게 안경점을 사다 바쳤을 거다.

근데 이 여자 얼굴은 누가 만든거야?? 내 얼굴도 좀 이런 식으로 만들어주지..같은 핏줄에 같은 유전잔데 편애가 너무 심하다. 부모님이 심히 원망스럽다.

<왔냐??>
<어...방금...누난?? 일하고 있는 중??>
<어....회사일이 좀 남아서...죽겠다..아주...>

피곤한 듯 물이라도 고일 것 같은 깊은 쇄골 뼈가 훤희 드러난 어깨를 돌리며 누나가 이리저리 몸을 풀어간다. 군살 없이 잘 빠진 몸이 이리저리 유연하게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유려한 곡선들이 춤을 추듯 아름답게 빛난다. 평범한 나시 티에 역시 평범하기 그지없는 반바지를 입고도 무슨 모델 마냥 간지가 흐르는 거 보면 몸매는 정말 타고 난 것 같다. 당신은 정말 부모님한테 감사해야 돼.. 난 이 나이에 조금씩 배도 나오고 있는데...

<물 한잔 줄까??>
<됐어...커피 마셨더니 생각 없다...>

됐다는 듯 손을 저은 누나는 거실에 있는 쇼파로 걸음을 옮겨갔다. 나 역시도 남은 물을 마저 마시고는 누나가 앉아있는 자리 옆에 몸을 기대어 갔다. 어제 오늘 힘(??)쓸 일이 많아서였는지 온 몸이 오징어마냥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이거 안하던 짓을 이틀 연짱으로 하니 몸이 화를 내나보다. 좀만 더하면 쓰러져서 파업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야..

<근데...왜 이렇게 늦었어??>
<어...선생님 배웅 좀 하느라고...>
<무슨 배웅을 인천공항으로 갔다 왔냐?? 몇 시간 씩 걸리게??>

오바 한다..겨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는데.. 이 여자는 시간의 개념이 잘못 돼있는 것 같다..

<댁까지 좀 모셔다 드리느라고...>
<댁?? 집까지?? 왜??>
<왜긴 왜야..밤길 위험 하니까 그렇지..>
<위험하긴 밤길 환한데....그리고 선생님이 애도 아니고...다 큰 어른이 뭐가 위험해..>

당신이야 안 위험하지.. 아니 오히려 당신이란 존재가 더 위험하지... 저 여자 건드는 깡패들은 그 흔하디 흔한 표현인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을 만큼 정말 재수 없는 놈들 일 꺼다.. 이미 그런 놈들도 몇 명 있었고..

옛날 언젠가 누나한테 길거리에서 잘못 추근덕 대다가 두들겨 맞아서 바로 병원으로 직행한 불량배 놈들이 있었는데 참 불쌍했었다.. 여자한테 열라 얻어 맞은 것도 창피한 일인데 그것도 모자라서 정당방위라고 치료비 못 받고 쌩돈 까지 날렸지..나쁜 놈들이지만 어찌나 불쌍하던지.. 그 뒤로 깨달은 바가 많았는지 개과천선하고 나중에 감사인사차 누나한테 왔었는데 정작 때린 당사자는 기억도 못하더라...하도 때려눕힌 불량배가 많아서..무서운 여자다..

<요즘에 여자 혼자 다니면 얼마나 위험한데..뉴스에서도 나오잖아...>
<그런가??>
<당연히 그렇지..그러니까!! 남자인 내가 같이 가줘야지...>
<남자도 남자 나름이지....>
<뭐??>
<응?? 아냐...별말 안했어...>

무심한 표정으로 티브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져어 온다. 왠지 지금 굉장히 기분 나쁜 말을 들은 것 같은데...잘못 들었나??

<근데 왜 온거야??>
<응??>
<갑자기 우리 집엔 왜 온 거냐고...>

별 뜻 없는 듯 한 평범한 물음. 하지만 그 평범한 물음이 죄 많은 인간인 나에겐 화살처럼 꽂혀와 뜨끔하고 가슴을 찔러 온다.

<아..아까 말했잖아....가정 방문 이라고..>
<정말....그게 다야??>
<그..그럼 그게 다지..뭐...>

난 연기자 체질은 아닌가 보다. 내가 생각해도 한없이 어색하고 이상한 반응이 나오는걸 보니.. 아까 선생님은 잘만 하더만...난 안된다.. 재능의 문제인가??

누나 역시 내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는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봐왔다. 빨간 안경 너머의 검은 눈동자가 후레쉬 라도 터지는지 빛이 번쩍하는 느낌까지 풍기면서 날카롭게 빛난다. 얼굴까지 따가워 지는 것 같은 그 시선에 나는 그저 몰래 침을 삼켜갔다. 뭐야...저 뭔가 미심쩍다는 시선은... 뭔가 눈치 챈 건가??

<왜..왜...그렇게 쳐다봐??>
<너..혹시...>
<혹시 뭐??>
<학교에서 돈 놀이 했냐??>

뭔...놀이?? 공놀이를 잘 못 말한 건가??

<학교에서 일수 놨냐고..애들한테 돈 빌려주고..그러다 걸린 거 아냐??>

내가 러쉬앤 캐쉬냐!!

<무...무슨 소리야...그게!!>
<왜...너 동네 아줌마들한테 일수 놓고 다니잫아...매달 마다 수금하러 다니고...>
<그..그거야!! 그냥 아줌마들 필요할 때 조금 빌려 준거고...!!>
<조금?? 조금 이라고 부르기엔 좀 많지 않아?? 너 저번에 그 수금한 돈으로 밥통 바꿨잖아...>

어떻게 알았지?? 내 사랑 쿠쿠의 출생 비밀을?? 그냥 경품으로 탔다고 말했는데..

<어...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영수증 보고 알지...>

영수증... 나중에 가계부 정산할 때 확인 하려고 모아둔 영수증을 봤나보다....알면 놀릴 까봐 말 안했는데...젠장...내 불찰이다. 나의 치부를 적에게 노출시키다니..

<그...그건...그냥...>
<됐어...니 취미 생활까지 간섭할 생각 없으니까...설명 안해도 돼...>

취미생활은 무슨!! 당신이 생활비를 쥐꼬리만큼 주니까 그런 거잖아!! 물가 오른지가 언젠데 아직도 생활비가 작년 말이랑 똑같냔 말이다!!

<암튼..그건 됐고...정말 돈 놀이 안했어??>
<안했어!!>

생각은 해봤지만....애들 코 묻은 돈은 수금도 잘 안되고 액수도 적어 그냥 포기 했다.

<그럼..왜 와??올 이유가 없잖아..>
<난들 알아?? 가정방문이래잖아...가정방문...>
<그래??>

나 지금까지 누구랑 얘기 한거냐.. 아무래도 지금까지 내 얘기는 아예 듣고 있지 않았나 보다. 망할여자.. 지친다...예상치 못한 일수 공격이 날 이렇게 지치게 할 줄이야..

<대단하네...그 선생님... 요즘 그렇게 학생 챙기는 교사 드문데..>

드물죠.. 암..드물죠 학생을 위해 그렇게 온몸을 던지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교사는 전국 어디를 찾아봐도 없을 겁니다.. 혹시 뭐 일본에는 찾아보면 있을 수도.. 그쪽은 워낙에 특수한 나라라서.. 찾아보면 온 몸을 던져 봉사하는 어머니도 있다던데..

<원래 그 선생님이 좀 그래...학생들한테 편하게 잘 대해주고 교사라고 억지로 위엄 차리고나 권위의식 같은 것도 없고..>
<그래 보이긴 하더라...잠깐 얘기 해보니까 말하는 것도 붙임성 있고 사람 편하게 해주는 것 같고...>
<그리고 인기도 장난 아냐...학교에 팬클럽 까지 있다니까...>

나도 오늘 아침까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오늘 겪어 보니 이해가 되겠더군..그런 사랑스러운 여자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그 팬클럽이라는데 가입해볼까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팬클럽?? 하긴... 남자애들이 좋아하게 생기긴 했더라...귀엽게 생긴게..>
<그지?? 누나가 보기에도 이쁘지??>
<뭐...좀....이쁘긴 하더라..>

인정했다, 저 천하의 한여사가!! 저 여자가 인정하면 진짜 이쁜거다. 연예인을 보고도 자기보다 못생겼다고 욕하는 여자니까..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 실재로 왠만한 연예인 못지 않은 미모와 포스를 갖고 있으니까.. 옛날 학교 다닐 때도 길가다가 받아온 명함만도 모아 보면 책상 서랍들을 모두 채울 정도 였고 유명 연예인 기획사에서 캐스팅 제의도 여러 번 있었고.. 누나가 그런 쪽에 워낙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긴 했지만...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정도면 좀이 아니지...눈 크지 얼굴 뽀얗지 웃는 것도 귀엽지...완전 이쁜 거지..>
<뭐... 그래도 키는 좀 작더라.....>
<키야 뭐 여자니까 그렇게 크게 상관없지...그리고 키도 누나가 큰 거지 그 정도면 보통이고...그리고 대신 가슴이 크잖아...흐흐..>

그냥 크다는 말론 부족하다. 그건 병기였다. 남자를 유혹하는 신체병기..남자라면 누구도 그 가슴 앞에선 무릎 꿇으며 경배를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같은 그런 병기.

<뭐...그렇게 크지도 않더만....>
<누나보다 크던데 뭐..>

순간 누나의 움직임에 살짝 브레이크가 걸린 듯 멈춘다. 반응한다..뭔가 민감하게 반응했어..

<니..니가 봤냐?? 나보다 큰지 안 큰지 니가 봤냐고??>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 봐야 아나.. 그냥 봐도 크던데 뭐...>

내 눈 시력이 양쪽 다 2.0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의 시각으로 비추어 볼때 볼륨이나 크기를 비교해보면 재볼 필요도 없이 선생님의 월등한 압승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마 누나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저렇게 아무 말도 못하고 묘하게 분한 듯 입술을 깨무는 거 보면..

<가...가슴만 무식하게 크면 뭐하냐?? 균형이 맞아야지...적당한 체구에 적당하게 어울리는 가슴이어야지 크기만 크다고 이쁘냐?? 하여튼 사내자식들이란...아주 가슴만 크면 사죽을 못써...젖먹이 애들도 아니고...그럴 거면 왜 여자를 만나...아주 젖소를 좋아하지!!>

특정취향 대상자들 이른바 거유 연합을 향해 따지듯 외치는 누나는 약간 흥분한 듯 어깨를 들썩여 갔다. 솔직히 자기 가슴도 작은 편은 아닌데.. 선생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거지.. 그래도 역시 존심은 있어서 한마디도 안질라고 한다.. 그런 지기 싫어하는 어린애 같은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작은 것 보단 좀 큰 게 났지...>
<너는?? 너도 큰 게...좋냐??>
<응?? 뭐...나도 큰 게 좋지...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에도 그렇고 만지기에도 그렇고...흐흐>

아까 봤던 선생님의 멋진 가슴이 떠오른다. 정말 귀여운 얼굴과는 다르게 침이 넘어갈 정도로 글래머러스하고 탄력이 넘쳤던 선생님의 어마어마한 젖가슴. 거기에 보드라운 살결과 푹신한 살집들은 어떤가? 마치 온몸에 묵직한 솜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보드라운 기분이었다. 아직도 손바닥에 내 몸에 그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근데....이 여자는 왜 그렇게 쳐다 보시나?? 내 얼굴에 벌레라도 묻었나?? 뭔가 벌레를 보는 듯 경멸하는 듯 한 눈초리 같은데...

<뭐야....왜 그렇게 쳐다봐...>
<변태 같은 놈....>
<뭐??내...내가 왜!!>
<몰라서 묻냐?? 이 여자 가슴만 밝히는 변태성욕자야....>

아냐!! 난 골고루 밝힌다!! 하지만 이 말을 하면 내가 변태라는 누나의 저 주장에 내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는 꼴이니 말하지는 않았다.

<내..내가 언제 그랬어!! 그리고 그게 동생한테 할 소리냐!!>
<지금 그랬잖아...표정도 아주 음침~~~하게..>
<그...그건....>

당신이 물어 봤잖아!! 근데 뭐라 할 말이 없긴 하다. 이상한 생각한건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지....>

마지막 여자친구 어택에 가녀린 마음이 산산히 유리처럼 부서진다. 큭...그 얘기는 왜 하냐.. 사람 맘 아프게...이 망할 아줌마...못됐어...정말...

<니 성적인 취향이야 나랑 상관없고...밥이나 줘..배고프다...>

내 여린 맘을 난도질 시켜놓고는 태연하게 밥을 달라고 하다니...거지 한테 돈 꿔달라고 할 무서운 여자다..

<밥... 안 먹었어??>
<안 먹었으니까 달라 그러지.. 빨리 밥이나 줘...>

당신은 먹고 와도 달라고 그러잖아...이 먹보녀.. 그나저나... 밥이....

<없는데...>
<뭐??>
<밥 없어....안했어...>
<뭐야...아침에 밥 안했어??>
<하기야 했지...근데 다 먹었어..>
<뭐?? 다 먹어?? 너 혼자??>
<아니...선생님이랑...>

아주 싹싹 긁어 먹었지..농사짓는 아저씨들이 보면 칭찬할 만큼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나는 우리 한 여사 이후로 그렇게 밥 잘 먹는 여자 처음이었다. 잘 먹는 모습이 더 이쁘긴 했지만..

<뭐??>

뭐지?? 이 이어 없음과 신경질 난 표정이 믹스된 듯 한 미묘한 얼굴은..

<밥도...먹었어??그것도 집에서??>
<어...배고프다고 해서...닭도리 탕 해드렸는데...>
<닭도리 탕??그런 것 까지 했어??>

또 한 번 누나의 얼굴이 살짝 굳어져 간다.

<어...좋아 하신다고 해서....>
<어~~그래...벌써 음식 취향까지 알아 내셨네..대단하네..>

왠지 비꼬는 말투와 묘하게 흘겨보는 눈빛. 회사에서 꽈배기를 먹었나...왜 저래??

<그런거야 나랑 상관 없는 일이고...밥이나 줘...>
<그러니까 지금 밥이 없다고...>
<해...그럼...>
<응??>
<밥하라고...조.현미,잡곡 듬뿍 넣어서...따끈따끈하게...닭도리탕이랑 같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 입을 여는 누나.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가시가 돋힌 건 마냥 날카로운 건 나만의 착각이고 저 웃음에 상당한 악의가 느껴지는 건 나만의 오해일까?? 근데 지금 이 시간에 어떻게 밥을 하라는 거야 그것도 닭도리탕이랑 같이...

<누나..저 있잖아....지금 시간도 너무 늦었고...그래서 말인데...그냥...라면 끓이면 안될까??지금 밥하기도 좀 그렇고...>
<그래도 해...>
<누나...저기...>
<강혁아..>
<응??>
<맞고 할래??...그냥 할래??>

살며시 주먹을 말아 쥐며 웃어 보이시는 우리 누님.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할게...하하...해야지....>

힘없는 놈이 죄지...





히틀러의 독재 만큼이나 강제적인 누나의 협박에 못 이긴 나는 결국 늦은 시각 식사준비에 들어갔다. 빠르게 쌀을 씻어 올려놓은 시간 10분. 닭도리탕을 끓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닭을 사러 나갔다가 모든 가게 문이 닫혀 결국 명수 아저씨네 치킨 집에서 닭을 공수 해온 시간 30분. 그리고 음식을 준비한 시간 20분.

거의 모든 일을 한시간만에 처리하고 중간 남는 시간에 샤워까지 하는 여유를 부리며 완벽한 밥상을 차려낸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눈앞의 식탁을 바라보았다. 따끈하게 김이 오르는 잡곡밥. 물감으로 물들인 듯 맛깔스러워 보이는 붉은 색의 닭도리 탕 그리고 갖가지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반찬들...정말 내가 차린 거지만 정말 완벽하다. 이것들을 한시간만에 모두 해내다니...내 가상의 라이벌인 요리 왕 비룡이 와도 이 정도는 못할거다.. 역시 폭력(??)의 힘은 대단하다는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근데 그건 그렇고...

<뭐야...이거...>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자고...있잖아...이거...그랬다...누나는 자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각 밥 차리라고 부탁도 아닌 협박을 한 여자가 아주 곤히.. 그런 소리 한적 없다는 것 마냥 아주 편하게 쇼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망할 아줌마...기껏 상 다 차려 놨더니 쳐 자고 있네.... 확 뒤집어 버려?? 됐다.. 자는 거 깨우기도 뭐하니까 놔두자.. 놔두면 배고파서 깰 것도 같고....

많이 피곤 했나보다...배고프면 잠도 못자는 여자가 밥 달라고 하고 잠까지 든 거 보니까..깜박 잠들었는지 안경도 안 빼고 자고 있다. 그러고보니 요새 몇 일 회식에다 잔업에다 오늘도 회사까지 다녀왔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다.. 이 여자가 아무리 철인이라고 불려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인 이상 피로도는 쌓일테니까..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 자고 있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처럼 뽀송뽀송한 느낌은 아니지만 물에 젖은 듯 매끄럽고 촉촉하기 그지없는 고운 피부와 조각이라도 한 듯 어디하나 빠지는 것 없는 뚜렷한 이목구비. 힘든 일 때문인지 약간 수척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 빛나는 미모가 가려지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 아무리 봐도 그 거지같은 성격엔 너무나도 아까운 얼굴이다..

순간 어제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달콤하기 그지 없었던 키스. 부드럽고 따뜻했던 누나의 육체. 그리고 온몸이 녹아 내릴 것 같았던 뜨거운 섹스의 감촉. 머릿속은 꿈인 것 처럼 멍한 기분이었지만 몸은 방금 있었던 일인양 감각을 일깨우며 급박하게 나의 가슴을 두드려 왔다. 그리고 그 심장은 눈앞에서 곤히 자고 있는 누나의 모습에 더욱 크게 반응하며 한계를 모르고 뛰어대고 있었다.

눈이 라도 내리면 바로 앉아 쌓일 것 같은 긴 속눈썹도.. 높은 미끄럼틀처럼 오똑한 코끝의 콧망울도 살짝 벌어진 분홍빛 입술도... 어제 밤 바로 이곳에서 실컷 보고 만지고 느꼈던 얼굴이지만 다시 봐도 이쁘다...

키스...해볼까?? 어제도 했으니...오늘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누나도 어제 내가 좋다고 했고...동생이 아니라 남자로...

분명히 그랬다. 나를 좋아한다고..아니 사랑한다고...너무나 갑작스러워 실감이 나질 않고 내가 분위기 탓에 잘못 들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기억하는 누나의 얼굴만은 진심이었다. 너무나 누나답지 않은 너무나도 진지하고 사랑스러운 얼굴..

그 얼굴을 떠올리며 살며시 손을 올려 누나의 얼굴을 만져 갔다. 맨질 맨질한 자기를 쓰다듬 는 듯한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 온다. 어제 그렇고 만지고 부벼 댔던 살결인데 다시 또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 강하게 올라오는 건 이 여자가 가진 마력일 것이다. 한번 맛을 들여서 그런가.. 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또 이런다...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심장은 어느덧 자발적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주장이라도 하듯 나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생명체처럼 벌떡벌떡 움직인다.

<뭘 그렇게 쳐다봐..>
<어..어??>
<뭘 그렇게 쳐 다보냐고..>

언제 깨어났는지 눈을 뜬 누나가 나를 올려다보는 자세로 살짝 몸을 돌리며 시선을 던져오고 있다. 놀래라.. 무슨 공포영화 찍냐?? 눈도 안 뜨고 갑자기...

아직 졸음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안경너머로 보이는 살짝 흐린 눈빛이 가슴이 떨려올 정도로 고혹적인 느낌을 풍겨온다. 거기에 하얀 나시를 밀어 올리며 봉긋 솟아오른 가슴이 쇄골과 하얀 목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굴곡이 입을 대고 느껴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다.

<안자고 있었어??>
<너 때문에 깼잖아..하도 뚫어져라 쳐다봐서...>
<쳐...쳐다보긴 누가 봤다고...>
<안보긴.. 얼굴에 구멍 나는 줄 알았다...>

내가 무슨 눈에서 레이져라도 쏘냐?? 뚫어지게...

<그...그냥 자는 모습이 하두 이상해서 본거야.. 입 벌리고 헤~ 하는 게 웃겨서..>

물론 거짓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왠지 바보 같잖아.. 아무도 쉽게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도도한 까만 눈동자가 밑에서 나를 응시해 오자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멋모르는 초딩이 봐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동작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동작에 누나의 얼굴에 악의 없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띄워져간다.

<이 누님이 그렇게 이쁘냐??>
<이...이쁘긴 개뿔...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밥 차려 놨으니까 밥이나 먹어..>

솔직히 이쁘지...근데 왠지 내입으로 그런 말 하기는 자존심 상한다..이쁘다고 하면 더 잘난체 하는 게 이 여자라서 말이지.. 쉽게 띄워 주면 안된다.. 띄워주면 저 멀리 날아가 버리거든.. 이대로 가다간 어딘가 누나에게 말려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황급히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내 손목을 잡아오는 누나의 손길에 몸을 멈춰야 했다.

<왜??>
<그냥...잠깐 이러고 있어봐...>

잡은 내 손을 잡아 끌은 누나는 자신의 볼로 투박한 내 손을 문지르 듯 뺨을 비벼갔다. 손길을 느끼듯 매력적인 쌍커풀이 보이는 눈이 감기며 내 손으로 얼굴을 감싸간다. 얼굴이 작은 건지 내 손이 큰 건지 고운 뺨의 대부분은 물론 날렵한 턱선 까지 하나하나 내 손 안에 가득 느껴져 온다.

<아빠 생각 난다...>
<응??>
<옛날에 아빠가 가끔씩 이렇게 볼을 쓰다듬어주신 적이 있거든.. 까칠까칠 하고 거친 손이었는데도 너무 편하고 따뜻했어.. 마치 한 겨울에 따뜻한 열주머니처럼... 화난일도 힘든 일도 다 없어 질 것 처럼...>

눈을 감고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듯 누나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나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언젠가 내가 자고 있을 때 내 머리맡에 오셔서 내 볼을 쓰다듬던 그 투박한 손길이.. 일 때문인지 장갑을 낀 것 처럼 손바닥 가득 굳은살이 박히고 두꺼워진 손이었지만 언제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던 아버지의 손은 세상어느 누구보다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나 그렇게 아빠가 내 볼 쓰다듬어 줄때마다 무슨 생각한줄 아냐??>
<뭐??>
<아~ 난 크면 꼭 아빠한테 시집가야지~>

마치 그때의 바람을 표현이라도 하는 듯 장난스레 귀여운 목소리로 연기하듯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 역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언제나 자신감 과할 정도로 도도하고 성격 있어 보이는 누나와는 안 어울릴 법한 말이었지만 말하고 있는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사랑스러워 따져 묻진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까지 그러다가 선생님이 아빠랑은 결혼 못한다고 말해줘서 완전 깨져 버리긴 했지만..크크.. 그때 아마 엄청 울었지.. 아빠한테 가서 결혼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때 아빠가 나 달래느라고 어찌나 고생했는지.. 그래도 기분은 좋았는지 아주 귀에 입이 걸리는데...나는 울고 있고 아빠는 좋으면서 우는 내 앞에서 안 웃을라고 애쓰고 있고.. 엄마가 그거 보고 또 볼만하다며 웃고 있고....>

나는 모르는 누나와 부모님만의 추억. 살짝 아쉬움과 서운함이 들었지만 눈앞에서 평소와는 다른 순수한 소녀 같은 웃음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사라져 버린다.

<지금 생각하면 웃겨... 천하의 한지연이 그런 과거가 있었다니...크크..>

지금 얘기 듣고 있는 나도 상상이 안 간다.. 왠만한 남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 멋에 당당하게 사는 누나. 똘똘 뭉친 자존심과 그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 그리고 그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넘치는 포스까지 우리 누나지만 정말 멋지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그런 드세고 당찬 누나가 저런 1급 청정수 같은 순수한 기억이 있다니.. 왠지 누나의 의외의 면모를 발견한 기분에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하아...기분 좋다...아빠 같아..>
<그야...뭐 아빠 아들이니까..>
<그런가?? 헤헤>

뭐가 웃긴지 내 손을 살며시 잡으며 누나가 실실 미소를 지어간다. 예쁘다.. 추억이라는 바다에 흠뻑 젖은 눈망울도 평소에는 보기 힘든 저 순수하고 맑은 웃음도.. 가슴이 떨려 올 정도로 순수하고 예뻐 보인다. 꼭 안고 입을 맞춰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워만 보인다.

그 사랑스러움에 홀린 것 처럼 고개를 숙여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춰갔다. 내 움직임을 알았던 걸까?? 누나 역시 다가오는 나를 거부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으며 내 입술을 받아간다. 어제 수없이 겹쳐 봤던 입술이건만 처음인 것 마냥 신선한 감촉이 입술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부드러운 키스에 누나 역시 들뜨는지 볼을 감싸고 있는 손에서 따뜻한 열기가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그렇게 서로의 호흡이 두어 번은 더 섞인 짧지만은 않은 키스가 끝나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누워있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엷은 두볼 에 머물러있는 저녁노을과 내가 전해준 투명한 타액에 젖어있는 입술 그리고 아까 순수하기만 해 보였던 눈빛과는 전혀 다른 몽롱함으로 젖은 눈빛이 가슴으로 파고 들어온다.

바보같이 또 저질러 버렸다... 약간의 후회를 동반한 참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그로 인해 밀려 들어오는 민망한 기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순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뭐하냐....뻘쭘하게...무슨 말이라도 해라...>
<어?? 그게...저....미안....>
<뭐??>
<어...그러니까...미안....해..>
<뭐가?? 뭐가 미안한데??>

엷은 웃음을 흘리고 있던 누나의 입가 반대로 휘어지며 어딘가 기분 나쁜 듯 안경 대 위쪽의 좁은 미간이 눈에 띄게 찌푸려 져간다. 되물어 오는 누나의 목소리가 송곳이 숨어있는 듯 날카롭게 느껴진다.

<어?? 저..그러니까 지금 방금 키스...한거...>
<미안해?? 지금 키스 한게??>
<어....>

나의 대답에 누나의 얼굴 가득 뿜어져 불쾌하다는 듯한 오라가 거침없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내 옆통수에 작렬하는 통쾌한 타격음과 그의 뒤를 따르듯 전해져 오는 격한 통증에 나는 곧바로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나가 뒤져라!! 이 멍청한 놈아!!>

누운 채로 나에게 훅을 날려온 누나는 언제 일어났는지 몸을 일으켜 화난 듯 찌릿찌릿 독수리처럼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본다. 누나의 그 모습에 오뉴얼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온다. 뭐야.. 왜 저렇게 무섭게 쳐다봐.. 눈으로 사람 죽이겠다..

<뭐..뭐야!! 왜..왜 때려??>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지..!!>
<키스한 거?? 미안하다고 했잖아..그래서..!!>

머리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갑작스레 이유도 모르고 맞았다는 분한 마음에 살짝 반항하듯 누나에게 소리쳐갔다. 그러나 소용 없었는지 다시 한번 나의 나약한 반항을 응징하듯 누나의 매서운 손이 다시 나의 옆통수를 가격해 왔다. 맞은데 또 맞았다. 이놈의 머리통은 맨날 맞는 데도 익숙해 지질 않는다. 맷집 이라고는 전혀 없나 보다.

<또!! 또 그 소리!! 이 멍청한 자식아 니가 나한테 싫다는데 억지로 키스했냐??>
<그건....아니..지....>
<근데 니가 뭐가 미안해?? 뭐가!!>

듣고 보니 그렇다...내가 미안해 할 이유는 없다...그냥 그러면 안 되는 이유는 있어도.. 많이 화가 난 듯 높아진 억양으로 나를 꾸짖어 오는 누나의 박력 넘치는 모습에 나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몸을 움츠려갔다. 나 보고 나약하다 비웃지마라.. 이 아줌마 이럴 때 잘못 건드리면 오지게 맞는다. 내 다년간의 경험상 그래... 몸 사리 자..

<그게..저...>
<바보 같은 것도 정도가 있지.. 기분 잡치게 기껏 기분 좋게 키스하고 난 다음에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이 멍청아!!>

무섭다..그만큼 나를 향해 앙칼지게 소리치는 누나의 모습은 말도 않고 때릴 때 보다 더 무서운 느낌이었다. 오금이 저린다는 말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두고 쓰는 말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일단 화라도 풀리게 다시 한 번 사과라도 하자..

<난...그냥.. 갑자기 누나한테 그래서 미안해...>

미안 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마치 머리 내민 두더쥐를 쥐어박 듯 신속한 움직임으로 내 머리를 누나의 주먹이 퍽하고 다시 강타해 왔다. 그니까...때린 덴 또 때리지 말라고!! 혹이 3층으로 난단 말이다!!

<아!! 또 왜 때려!!>
<이 멍청한 자식..너 무슨 머멘토 찍냐?? 5초도 안돼서 또 그 소리하게?? 이건 뭐 눈치가 없는 건지 머리가 없는 건지..아님 지금까지 연애 못해본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아니 못해도 그 정돈 알고 있지 않냐?? 키스 후에 여자에게 해선 안 될 말 베스트5. 뭐 이런 거 많잖아.. 그 정도는 상식 아냐??>

그런 상식은 내18년 인생에서 처음 들어봅니다.. 여자랑 키스해 본 적이 요 이틀 빼곤 전무 해서리.. 비꼬듯 말하는 누나의 말이었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텔레비전에서 하는 연애시대라도 좀 보는 건데...불륜 드라마만 보지 말고..

<하긴 너한테 그런 상식이 있을 리가 없지...쓸데없는 요리 상식이나 살림 지식으로 꽉차있으니..>

그게 왜 쓸데없냐!! 얼마나 유용하고 소중한 생활의 지식인데!! 슬슬 누나의 말에 열이 받혀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쳐 맞은 것도 억울한데 나의 소중한 지식까지 비난해오다니...

<처...처음이라 그런다!! 이런게 처음이라!! 모..모를수도 있는거지!! 누군 태어날 때부터 알고 태어나나!!누군 처음부터 잘해??>
<너 태어난지 18년 됐어.. 충분히 알고도 넘칠 나이다..아니 넘쳐서 흐를 나이다. 요즘 애들은 10년도 안되서 다 알더라..이 애보다 못한 놈..>

매섭게 반박해오는 누나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틀린 소리가 아니다. 요즘 애들이 워낙 빨라야지..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다 애인 만들고 그러던데.. 이게 다 무분별하게 발달 된 방송매체의 폐혜다. 나 어릴 땐 안 그랬는데.. 근데 꼭 이 여자는 애들이랑 비교하더라...기분 나쁘게..

<나..난 순수해서 그래!! 순수해서!! 티 없이 맑고 깨끗해서!!>
<니가 무슨 클린 앤 클리어냐!! 맑고 깨끗하게?? 그냥 바보 같은 거지!! 그리고 순수는 무슨 놈의 순수..그런 놈이 컴퓨터에 야동만 10기가가 넘냐??>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다..옆으로 날라 오는 훅을 막으려다가 생뚱맞게 날라 온 어퍼컷에 맞은 느낌이다. 그건 또 언제 봤데.. 비번까지 걸어놨는데..

<그..그건 그냥...>
<그냥 뭐?? 너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가상의 애인이냐?? 그 가슴 크고 하얀 속살만 보이는 그 애들이??>

할 말이 없다. 대놓고 나의 치부를 비난이라는 창으로 쑤시듯 찔러오는 누나의 거침없는 야동공격에 나는 점점 무너져 내려갔다. 말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비수를 찌르는 듯 한 말에 점점 말할 의지도 기운도 사라져 간다. 그리고 그 의지를 따라 고개 역시 점점 아래로 끝없이 추락해 간다. 그거 까지 들킨 마당에 더 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이미 나의 에너지 게이지는 빨간색이다. 여기서 주먹으로 톡치면 KO 될 것 같아..

<잘 못 했어 안했어??>
<잘... 못했어...>
<담부터 그럴꺼야 안 그럴꺼야??>
<안...그럴게...>

이불에 오줌 싼 것 마냥 치욕스럽고 창피한 기분이다. 마음의 고개는 이미 저 천길낭떠러지 끝으로 떨어져 보이지도 않는다.

<고개 들어...>

당신 같으면 고개를 들 수 있겠소?? 야동까지 들켰는데...

<죽을 죄라도 지었냐?? 고개도 못 들게..얼른 들어..>

죽을 죄는 아니지만 지금 죽고 싶은 기분이다.. 쪽팔려서..

<맞고 들래..그냥 들래??>

누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치켜 올라간다. 이젠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얼마나 폭력에 길들여졌으면..이 슬픈 현실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야...한강혁..>

아까보단 화가 많이 풀렸는지 구겨져 있던 미간이 제자리를 찾고 예쁘게 자리 잡혀 있다. 다행이다 적어도 또 맞진 않겠구나..

<으...응??>
<담에 또 너 이런 걸로 미안하다고 하면 그땐 정말 2박3일 풀타임으로 맞을 줄알아...알아들어??>

듣기 싫어도 들린다.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서운 말이라서.. 내 인생의 지구 종말 같은 그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네...>
<대답이 작다!! 확실히!!>
<네!!>

마치 군대 신병이 라도 되는 것 마냥 짧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는 나의 모습에 누나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려온다.

<무슨 휴가 나온 신병이냐??다른 사람들 다 놀라서 깨겠다...>

자기가 시켰으면서...근데 웃기긴 웃긴다. 누나의 그 엷은 웃음에 나 역시 우스운 마음이 들어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그러자 바로 누나가 웃음을 지우며 날카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다.

<웃지마. 뭘 잘했다고 웃어.>
<네.>

웃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하는 구나...급히 표정을 지우는 내 모습에 누나는 다시 웃음을 지으며 미소를 띄운다.

<뭐..그건 됐고...잘 못 했으니까 댓가는 치러야지...>
<댓가?? 무슨 댓가??>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게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지만 손가락을 꺽어 가는 등 이리저리 손을 푸는 누나의 모습은 나의 그런 바램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었다.

<다 알면서 뭘 묻냐.. 아마추어 같이..>

알면서도 아니길 바라는 내 맘은 아는 거냐?? 젠장...정말 때릴 생각인가 보다. 이제 누나는 어깨까지 돌리며 본격적으로 몸을 풀어가고 있었다.

<누..누나..!!.그게... 잘못했다고 했는데...꼭 그래야 겠어??>
<당연하지!! 잘못한 게 있으면 확실히 조져놓고 가야지 다음에 안 그러거든...나도 솔직히 이러고 싶진 않지만 너의 미래를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이 한주먹 널 위해 써주마...>

조진다는 표현은 참...그리고 당신의 얼굴 어디에 눈물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간 게 기대감마저 어린 표정이 나를 더욱더 공포로 몰아넣어 올뿐이었다. 그냥... 도망갈까??

<혹시나 튈 생각은 말아라...나중에 더 맞고 싶지 않으면...>

다년간의 나를 구타한 경력이 있어서 인지 나의 생각을 간파하고 협박하듯 말해오는 누나의 말에 나는 마지막 남은 미련마저도 접어 버린 채 포기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잘못했다고 인정 했으니까 남자답게 딱 한 대만 맞자..>

맞는게 남자다운 거냐?? 그럼 나는 사나이중의 사나이구나... 맨날 맞고 사니...

<어금니 꽉 깨물어라...혀 깨물고 싶지 안으면....자...간다!!>

얼마나 세게 때릴라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거냐?? 눈앞에서 어딘가 모르게 희열에 찬 눈동자로 번뜩거리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결국 두 눈을 질끈 감아갔다. 그렇게 닥쳐올 충격에 대비하고 있을 때 순간 입술에 무언가 촉촉한 감촉이 머물러 왔다. 부드럽고 미끌거리는 느낌 에 눈을 떠보니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 들어 왔다. 얇은 입술로 한동안 살며시 내 입술을 빨아들인 누나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 까지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뭐...뭐야...>
<뭐긴 뭐야...때린거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이게 때린거면 나는 365일을 맞아도 얼마든지 맞을 수 있겠다!!

<박치기잖아..입술 박치기 모르냐??>

개그냐 이건?? 어이없어 하는 내가 재밌는지 누나는 여느 때 다름 없는 같은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맘에 안들어?? 그럼 말해... 원하는 대로 때려 줄게...>
<아..아냐!! 됐어!...>

내가 메조도 아니고 일부러 매를 벌고 싶지는 않다. 황급히 거부의 의사를 표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누나가 피식하고 웃음을 흘린다.

<바보 같은 놈..>

네~~ 바보죠... 잘 압니다요..

<둔하고 멍청한 놈...>

예예~~ 그거 오늘 아주 뼈져리게 알았습니다. 내가 아는 두 여자들 덕분에..

<나도 참 바보 같은 년이지..이런 놈이 뭐가 좋다고....>

내가 웬만해선 당신 말에 동조 안하는데 그건 나도 인정 합니다..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둔팅이에다가 여자도 모르고 매너도 모르는 놈이 뭐 가 좋다고...이러는지..참 나도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하고 있지만 그 얼굴은 사랑을 고백하던 어제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진심어린 눈빛.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 그리고 정감 넘치는 저 사랑스러운 표정. 모두 어제의 누나였지만 또 새롭게 내 마음을 울려오고 있었다.

<누나...>

톡. 머리에 노크를 하듯 누나의 주먹이 가볍게 내 머리를 두드린다.

<이 멍청한 놈아.. 이럴 땐 그렇게 부를 게 아니라 그냥 안아주거나 키스 하는거야...>

말과 동시에 몸을 기울이며 나에게로 고운 입술을 겹쳐온다. 포옹하듯 나의 윗 입술을 누나의 부드러운 입술이 포근히 감싸 안아온다. 아까 와는 반대되는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그저 누나의 따뜻한 키스를 받으며 그저 멍청하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이렇게...알겠냐??>

어린애 같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누나가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가슴이 벅찰 만큼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벅참을 표현하듯 누나의 바람대로 입을 맞춰갔다.

나의 움직임을 기다렸다는 듯 누나는 예쁜 입술을 벌리며 내 입술을 맞이해 왔다. 누나의 얇은 입술이 나의 윗입술을 빨아오자 그에 반응해 누나의 아랫입술을 입에 물고 부드럽게 빨아갔다. 서로의 입술이 거칠게 부벼지는 움직임에 이리저리 눌려간다. 혀는 섞지 않았지만 맞닿은 입술의 부드러움과 탄력으로 충분한 만족감이 전해져 온다. 그렇게 입술을 짓누르며 호흡을 맞추듯 서로의 고개가 격렬하게 움직여 가고 거친 숨소리가 서로의 얼굴위로 쏟아져 내렸다. 잠깐 잠깐 누나의 안경이 살짝 부딪혀 왔지만 우리 서로 상관 없다는 듯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데 열중했다.

<흐읍...하아...츄읍.>

어느새 침과 침이 뒤섞여 질척거리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다. 언제 들어 왔는지 내 입안에서는 누나의 혀가 여기저기 구강의 점막을 쓰다듬어오고 있었다. 미꾸라지 같이 미끌거리는 혀가 애무하듯이 내 혀를 쓸어오며 햝아 오르듯 부드럽게 쓸어 올리는가 하면 혀를 휘감고 원을 그리듯 살살 돌려왔다. 그러다가 보면 간간히 밀었다 당기는 등 능숙하게 나의 혀를 가지고 놀 듯 깊은 키스를 이어왔다. 성인 여자다운 능숙한 누나의 키스 때문일까?? 어제도 아까도 느꼈던 입술이지만 아까와는 다른 짜릿한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려 오고 심장이 격렬하게 반응해온다,

그 박동 소리에 반응하듯 마주 닿은 누나의 뭉클한 젖가슴을 타고 누나의 고동소리가 느껴진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군살 하나 없는 가는 허리에 팔을 둘러 꼭 끌어당기며 탄력이 넘치는 봉긋한 젖가슴을 밀어 올려 갔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나의 움직임에 반응하듯 누나 역시 내 목에 여린 팔을 둘러오며 나를 더욱 세게 당겨 왔다. 가슴과 입 모두에서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압박감이 온몸을 타고 들어왔다.

<하아....방으로... 갈까??>

마치 유혹하듯 누나의 촉촉이 젖은 눈길이 나를 똑바로 응시해 온다. 타액의 막을 입은 분홍빛 입술이 눈부신 보석처럼 빛난다.

<방..으로??>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아무리 둔해 빠진 놈이라고 해도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눈빛을 보면 지금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단번에 알수 있었다. 지금..그거...하자는 건가?? 어제처럼??

<왜?? 싫어??>
<아...아니...!!아냐!!>

싫을 리가 없다. 언제나처럼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지만 항상 도도해보이기만 하는 눈을 적시며 나만을 응시해오는 시선과 그 안에 가득 담겨 있는 나를 향한 애정은 상대가 누나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절대 싫을 리가 없다.

<그럼...누나 방으로 가자..>

남자를 유혹하는 요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누나는 내 손을 살포시 잡고 일어나 나를 이끌어 갔다.

<저..근데 누나 밥 먹어야 되지 않아?? 배고프다메...>
<뭐??>

잘못 말한 느낌이다.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누나의 미간이 다시 살짝 찌푸러져 간다. 갑자기 눈치 없게 왜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건 뭐 바보짓 하는 자동 프로그램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아냐...농담이야 농담...>

다급하게 농담이라고 변명 해보지만 발 연기로 유명한 모연예인보다 못한 내 연기력이었기에 누나의 의심을 피 할 수는 없었다.

<아니지..??너 지금 진담이지??>
<아냐...내가 바보냐?? 똑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하게..>

솔직히 바보다.. 바로 지금 했으니까..

<너 바보 맞잖아...얘기한지 5초도 안되서 잊어버리는 바보..>
<이번엔 아냐..정말 농담이야...>

끝까지 뻐팅기자..살아야 해..

<니 말을 어떻게 믿냐?? 니가 하도 바보 같이 굴어서 믿음도...흡>

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나는 증명서에 도장이라도 찍는 듯 누나의 입술에 쪽 하고 짧지 않은 입맞춤을 해갔다.

<이..이럼 믿겠어??>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방법이었다. 기습뽀뽀라니..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또 실수 하면 난 진짜 2박3일 풀타임으로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구 종말보다 더 무서운 그날이 오는 것은 꼭 막아야 했다.

<뭐야....>

다행이 이 어설픈 방법이 먹혔는지 누나가 어이없어 하면서도 싫지 않은 듯 한 미소를 흘린다.

<좀..그런가??>
<많이 그렇다!! 바보 같은 놈...>

장난치듯 내 코를 부여잡고 흔들어 오는 누나에게 창피한 마음이 들어 나는 멋쩍은 웃음을 흘려갔다. 다행이다...종말은 비켜갔다..나는 내 육체를 구한 영웅이야. 종말의 위험을 피했다는 안도감에 속으로 한숨을 흘리고 있던 나의 입가에 순간 누나의 입술이 살며시 겹쳐 왔다. 깊지 않은 입맞춤이었지만 입술의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여실하게 전해져온다.

<가자...방으로...>

도도하게만 느껴지는 입가에 남자라면 누구라도 넋이 빠질만한 매혹적인 미소가 흐른다. 그 미소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누나의 말에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여 갔다.





누나의 요구대로 방으로 자릴 옮긴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다시 또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로의 입술을 빨아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입술이 닿자마자 서로의 혀가 뒤섞이고 끈적거리는 타액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등 자극적이고 음란한 키스가 이어져갔다.

<하아...잠깐..>

정열적으로 부벼 오던 입술을 떼어내며 누나가 입을 열었다. 바짝 붙어온 누나의 입에서 나온 뜨거운 숨결이 나의 얼굴위로 내려앉아 온다.

<왜??>
<잠깐만..있어봐..>

나에게서 떨어진 누나가 이내 나를 뒤로 밀며 침대에 앉혀갔다. 그리고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자리에 서며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야릇한 미소를 보내왔다.

<이거 돈 주고도 못 보는 거다...잘 봐둬...>

가늘고 고운 손으로 나시 티의 밑 끝부분을 잡은 누나가 천천히 위로 당기며 머리끝까지 올려간다. 그러자 아름다운 나비가 허물을 벗듯 자연스레 티에 가려져 있던 매끈한 복근이 드러나고 이어 섹시하기 그지없는 붉은 브레이지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 갔다. 스윽 하는 느낌으로 이내 완전히 벗어버린 작은 티를 누나는 옆으로 툭 하고 천천히 떨어뜨려가자 옷이 벗겨져 드러난 상체위로 방금 봤던 미끄러질 것 처럼 매끈한 복근과 야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빨간색 브레이지어에 감싸인 누나의 볼륨 있는 젖가슴이 창밖의 가로등 불빛 아래 눈부시게 빛난다. 살짝 숨을 들이 쉴 때마다 가볍게 융기 지는 가슴의 볼륨과 머리를 올려 드러난 긴 사슴 같은 목선과 고운 어깨선이 이어지는 모습이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눈이 멀 것 같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자서 침을 삼켜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누나는 입고 있던 짧은 반바지에 손가락을 걸치며 살짝살짝 허리를 비틀며 바지를 내려갔다. 살짝살짝 흔들리듯 허리를 비틀 때마다 유려한 곡선의 허리라인이 춤을 추듯 움직이고 그 움직임에 맞춰 무르익은 누나의 젖가슴이 잔잔한 파도가 치듯 출렁여온다. 동작 하나하나가 남자를 유혹하는 듯 한 관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평소에 언제나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분위기를 풍기던 누나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요염한 모습에 어색하면서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극으로 치달아 올라가 호흡이 가빠져 왔다.

그렇게 이내 짧은 반바지마저 늘씬한 다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땅으로 떨어져가고 이내 은밀한 아랫도리를 가린 새빨간 작은 팬티가 모습을 드러내갔다. 위의 브라와 셋트로 보이는 팬티는 불빛아래서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 처럼 음란하게 빛나왔다.

누나의 저런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봤다면 많이 봤다고 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에도 이일이 있기 전에도 이 일이 있던 어제도.. 하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이렇게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느낌은..

<입 좀 다물어라....이 누님이 그렇게 이쁘냐??>

동생 앞에서 스트립 걸처럼 옷을 벗었다는 게 항상 뻔뻔하기만 했던 누나로서도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당당함이 넘치던 얼굴에는 수줍은 홍조가 엷게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릴 마음은 없었는지 자신 있게 모든 걸 보여주듯 살짝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에 역시 누나답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들어왔다.

<어...이뻐...너무...너무...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신 빠진 놈처럼 솔직한 소감을 말하는 나의 대답에 누나가 피식 웃음을 흘린다.

<바보냐...>

바보라도 좋다. 저렇게 아름 다운 여자를 매일 볼 수 있으면 이렇게 안을 수 있으면 백번이고 바보가 될 수 있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 놓은 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내 앞으로 걸어온다. 묶여 있던 머리를 푸르고 정리하듯 길게 웨이브 진 머리를 매만지며 다가오는 모습이 꿈에서도 본적 없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에게 다가온 누나가 허리를 숙여 침대에 앉아 있는 나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춰 왔다. 오늘만도 몇 번을 섞였을지 모를 입술이 또다시 한번 뒤섞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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