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에서 생긴일 - 상편

# 통성명?


“금일 입소한 우리 예비군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즘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국가 안보와 국가의 자주보호를 위한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고로.....”

애당초 대머리가 벗겨진 중대장인지 뭔지 하는 사람의 말따윈 관심조차 없다. 어차피 이야기의 요는, 여러분의 주적은 ‘북한’이고 그 중에서도 뚱땡이 ‘김정은’이요, 그러니까 3일동안 개고생 하면서 국가 안보를 위한 훈련해 매진해 주시오, 뭐 이런 얘기를 최대한 ‘격식’을 갖춰 위엄있는 척 애를 쓰며 토해내고 있을 뿐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나는 수시로 고개를 돌려가며 ‘내 동료’들의 표정을 살피고 또 살폈다. 어차피 서로가 어색한건 마찬가지라서, 아직은 별다른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일장연설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뒤로 모래밭 운동장을 몇걸음 걸었다가 멈췄다가, 그리고 소총을 들었다가 땅 아래로 내려 놓았다가를 반복한 후에야 ‘입소식’이 끝났다. 참 대~단한 입소식 나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의미한 짓거리다.

한시간 남짓한 입소식을 마치고 내무실로 복귀했다. 냉랭한 내무실로 돌아와 관물함에 바싹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혜영’이한테 전화라도 할 까 하는 맘에 바지춤에 손을 뻗다가 아차 싶은 생각에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기랄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문자라도 넣어주는건데. 괜한 오해를 살 생각에 괜히 먹먹해졌다.

“에이 씨발 귀찮네!!”

혜영이 생각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에서 큰 소리가 들리기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내 옆자리에 있던 덩치 녀석이 헬멧을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벌러덩 또 누워버렸다. 덩치가 좋은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키도 크다. 게다가 자세히 얼굴을 뜯어보니, 정말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인상이다. 게다가 아까보니, 이 녀석 군바리도 아닌데 머리도 완전 짧게 잘랐던데. 아. 누가 뭐라해도, 경계대상 1호다. 위험인물이야. 이자식. 범상치가 않아. 나는 곁눈질로 녀석을 훔쳐보다가 담배라도 한 대 필 요량으로 생활관을 빠져 나갔다.

담배를 한 대 피고 돌아왔는데, 그제야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또다른 녀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검고 굵은 안경테를 쓰고 있는, 이를테면 ‘샌님’같은 느낌의 녀석인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하나같이 느낌이 안좋은건 어쩔 수 없다.

사람의 입은 밥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다. 다분히 얘기를 하고, 숨을 쉬며, 크게 소리를 지르라고 존재하는 법이다. 헌데, 어느샌가 점심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의 입이란 고작 밥을 먹기위해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실로 오랜만에 ‘밥만 먹었다’. 그것도 꾸역꾸역. 배식을 받고, 자리를 잡고, 그리고 분명 내 옆자리에 누군가가 있는것 같긴 한데, 고작 하는건 기계적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움직이며 ‘꼬슬밥’과 반찬을 차례대로 입에 구겨 넣는것 뿐이었다. 아. 미치겠다.

점심을 다 먹고, 식판을 깨끗하게 씻어낸뒤 양치를 할 겨를도 없이 안보 교육을 받으러 강당으로 갔다. 정말이지, 혹시라도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안보교육을 꼭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좋은 수면제는 세상 천지에 또 없으리라. 전쟁영화를 방불캐하는 스팩터클한 영상의 향연. 그러면서도 어린시절 나의 우상이나 진배없었던 HOT ‘토니‘의 어색한 ’화이팅‘소리에는 어쩐지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이 무상한 세월이여.

꽤나 오랜 시간을 강당에서 있었다. 기억에 남는거라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며, 돼지 뚱땡이 김정은과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자. 뭐 대략 이런 내용 뿐이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다시금 생활관으로 이동했다. 그 쯤되니 다시금 불안감이 샘솟았다. 얼음장이나 다름없는 저 생활관으로 들어가야 하다니, 차라리 강당에서 비디오나 몇 편 더 보는게 나을 것 같다.



‘아 씨발 진짜... 미춰 버리겠네.’

내무실에 그대로 있노라니, 여전히 정적만이 가득했다. 누군가가 나서서 이 빌어먹을 정적으로 깨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지만, 그 누구도 그 고귀한 총대를 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멀뚱멀뚱 관물대 앞에 기대어 있노라니, 동원 3년차의 친구 녀석이 했던 말이 슬쩍 떠올랐다.

‘동원 예비군 가면 졸라 심심하니까, 책이라도 몇 편 가져가. 아. 여북하면 단어암기장이라도 챙겨가던가. 근데 솔직히, 다른건 다 그렇다 쳐도, 제일 중요한건 ’방뽑긴‘데. 생활관 잘못 뽑으면 정말 2박3일이 지옥처럼 느껴질거야. 건투를 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나 지금 참지옥을 맛보고 있어. 빌어먹을,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시간이라도 죽일텐데, 말할 상대가 없다는게 이렇게나 고역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행정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부터 호명하시는 예비군 여러분은 신속히 행정실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1 생활관......]

손톱을 뜯으면서 주위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스피커로 안내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그래, 저렇게라도 이 빌어먹을 정적을 깨줘.
안내 메시지가 끝날 때 쯔음, 내 왼쪽편에 앉아있던 ‘안경테‘ 녀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아마도 호명된 이름중에 한 사람 이리라. 나는 생활관을 빠져 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감았다.



“선배님들! 여기. 바늘하고 실 가져왔습니다. 관물함 보시면 선배님들 성함이 적힌 스티커가 있는데, 그거 가슴이랑 헬멧이랑 소총에 각각 한매씩 붙이시겠습니다.”

한참을 얼음장같은 생활관에 앉아있는데, 딱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조교가 헐레벌떡 들어와 이것저것 설명하고 나섰다. 참. 이쯤되면 애꿎은 조교한테 한마디 할법도 한데, 여기 앉아있는 녀석들은 그마저도 귀찮은건지 그냥 주섬주섬 하나둘씩 일어나는게 고작이다. 이거야 원. 정말 제대로 된 생활관에 배정받은 느낌이다.

머리를 한 손으로 털어내고 관물함에서 내 이름이 적힌 퍼런 스티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늘과 실을 가지러 자리를 이동하는데, 내 옆에 누워있던 ‘경계대상 1호’ 녀석이 어느샌가 쏜살같이 일어나서 자신의 가슴팍에 스티커를 붙이고 오바로크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조.... 존나 빠른 새끼...’

감탄이 절로 나왔다. 괜한 경쟁심에 나도 서둘러 바늘을 잡아들고 촘촘히 바느질을 해 나갔다. 그러면서도 곁눈질로 녀석의 바느질 솜씨를 훔쳐봤다. 의... 의외로 세.. 세밀하고 섬세한 손놀림이다. 아 젠장. 내가 지금 무슨 감탄을 하고 앉아있는거야. 나도 서둘러 바느질을 했다.

“아!!! 다 했다!!! 아 씨발 귀찮아!!!”

생활관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떠드는 통에 화들짝 놀라버렸다. 이 새끼가 아까부터 사람을 놀래킨다. 슬쩍 노려보니, ‘경계대상 1호’ 녀석이 자신의 군복 상의를 손에 들고 만족한 듯 쳐다보고 있는게 보였다. 그제야 녀석의 이름이 ‘최남구’ 인걸 알 수 있었다.

‘최남구... 최남구.... 최남구....’

쓸데없이 녀석의 이름을 되뇌였다. 남구... 남구.... 남구...

10분정도를 열심히 바느질을 했더니, 나도 그냥 저냥 이름표를 여기저기 붙일 수 있게 되었다. 후우. 역시나 귀찮은것 투성이구나. 바늘과 실을 나란히 내려놓고 상의를 주섬주섬 챙겨 입는데, 생활관으로 ‘안경테’ 녀석이 조금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는 얼굴을 하고선 들어왔다.

“왜 불렀어요?”

내 바로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걸쭉한 목소리에 ‘안경테’ 녀석과 나뿐만 아니라, 생활관 안에 앉아있는 나머지 녀석들 모두 최남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남구 녀석은 머슥해졌는지, 슬쩍 얼굴을 붉히는가 싶더니 다시 ‘안경테’를 향해 대답을 강요했다. 솔직히 나도 조금 궁금해져서 최남구를 따라 ‘안경테’ 녀석을 바라봤다.

“그.. 그.. 저.. 제가 나이가 좀 많아서요...”
-그래서 불렀어요?

이번엔 내가 참지 못하고 ‘안경테’ 녀석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푸웃’하는 소리가 들렸다. 본의 아니게 사람을 웃긴건가? 괜시리 뿌듯했다.

“아... 아니요. 그럴리가요. 그. 제가 나이가 많아서, 분대장... 을 하라네요. 큭. 작년에 왔을땐 그래도 저보다 나이 많으신 형님들이 대신 해 주셨었는데. 올해는 제가...”
-그러니까, 왜 부른건데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정말이지 답답한 말투로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던 ‘안경테’를 향해 최남구가 조금 무미건조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슬쩍 최남구를 바라봤다. 이자식. 의외로 괜찮은 놈인가? 은근히 순간적으로 나랑 통했어 방금.

“그. 불침번을 서야 한데요. 이번에 모인 예비군이 100명 남짓한데, 분대별로 돌아가면서 한번씩 불침번을 서야 하나봐요. 그런데, 정해진 불침번보다 예비군이 많아서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되는 분대도 더러 있구. 그래서.... 가위 바위 보를 했고.. 또”
-아 놔. 그러니까 우리도 불침번을 섭니까?

옳거니! 다시금 최남구 녀석이 답답한 내 속마음을 대신 긁어줬다. 이 '안경테‘ 녀석은 정말이지 ... 말을 더럽게 못한다. 무엇보다 혼잣말을 하듯 웅얼웅얼 거리는 통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쯤되니 나 뿐만 아니라 생활관에 앉아있는 나머지 녀석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그게 의식이 됐는지, ’안경테‘가 당황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게, 처음에는 제가 막 이겼는데, 마지막에 지는 바람에.... 그... 내일... 밤에 불침번을 스셔야 하게 됐어요. 소.. 송구스럽네요”

도대체 이 양반은 몇 살일까? 미안합니다, 하다못해 죄송합니다도 아닌. ‘송구스럽네요’라니. 벙찐사람처럼 ‘안경테’를 바라보고 넋이 나가버렸다. 뭐 이런...

“졌어요? 아씨. 그럼 불침번 서야 합니까?”

한참을 ‘안경테’를 바라보고 있는데, 최남구가 안경테를 향해 말을 던졌다. 헌데 그 목소리 톤이 어딘가 경직되어 있고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안좋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최남구의 표정을 살폈다.

“죄..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
-그럴수도 있죠!

‘안경테’녀석이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마냥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선 웅엉웅얼 거리기에, 어쩐지 화딱지가 나서 나도 모르게 최남구를 향해 쏘아붙였다. 그리곤 바로... 후회했다. 아 씨발 항상 이런식이지.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을걸, 왜 씨발 나서서는... 날 노려보는 최남구의 표정이 좋지 않다. 동시에 식은땀이 흐르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나머지 생활관의 예비군들이 숨을 죽이고 쳐다봤다.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 혹은 ‘진전’시켜야 할 것 같아서 다시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옆에 계신 이 분이 내기나, 별도의 대단한 시합을 해서 진 것도 아니고, 그저 확률게임에 불과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것 뿐인데, 필요 이상의 욕을 먹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3분의 1의 확률. 당연히 질 수도 있는거고, 그 게임이란게 다분히 지는게 이상하지 않은 게임이란 말입니다.”

아 씨발, 그냥 가만히 있을걸.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최남구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고 있었다. 내일자 신문의 헤드라인은 무엇으로 장식될까? 예비군 훈련에 참여중이던 강남에 살고 있는 ‘모’씨가 훈련중 의문사 했다... 뭐 이런... 아 젠장. 꿀꺽. 침이 절로 목구멍 뒤로 넘어간다.

다행히 최남구는 별다른 말 없이 생활관을 빠져 나갔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귀찮게 되어버렸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안경테’ 녀석은 그래도 양심이라는 게 있었는지, 내게 슬며시 다가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건냈다. 나는 맘에도 없는 미소를 띄워보냈고, ‘안경테’ 녀석은 바늘과 실을 가져와 천천히 ‘오버로크’를 하기 시작했다. 아 씨발. 뭐가 이렇게 꼬이냐?


# Broken ice.


저녁을 먹고, 담배를 피고, 그리고 그렇게 밤이 왔다. 시계를 보니 9시다. 별다른 점오는 하지 않는다는데, 차라리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혜영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잔득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옆자리의 최남구는 아까 이후론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에이 씨펄! 그게 더 신경이 쓰인다.

자리를 깔고 관물함 앞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손에는 애꿎은 ‘토익’ 기본서가 들려 있었다. 주위가 산만해서 슬쩍 생활관 안을 훑었더니, 여기 저기서 조금씩 대화가 오가고 있는게 보였다. 3일동안 모두 꿀먹은 벙어리마냥 있다가 퇴소할 줄 알았는데, 지들도 어지간히 답답하긴 했나보다. 하긴 그도 그럴게, 모두 같은 강남지역 사람들이다 보니 공통적인 화제가 분명 존재할 터다. 그러고 보니 조금 부러워진다. 곁눈질로 안경테와 최남구를 번갈아가며 눈치를 살폈다. 아 씨발 자리라도 바꿔주던가.

책을 보는척하며 곁눈질로 ‘안경테’와 최남구를 살폈다. 모르긴 몰라도 ‘안경테’ 녀석은 생각보다 더럽게 소심한 인간인 듯 보였다. 아까부터 줄곧 말이없고 표정조차 너무 어두웠다. 아무래도 -넘겨짚긴했지만- 불침번일을 계속해서 신경쓰고 있는듯 보였다. 에휴. 답답한 인간. 미간을 찌푸리며 최남구를 바라봤다. 녀석은 정신없이 ‘휴대폰 게임’에 빠져있다. 음. 음? 휴대폰??

“어!! 휴대폰 안뺐겼어요?”

말을 내뱉고 보니, 뒤늦게 아차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신 야구게임을 하고 있던 최남구는 물론이요, 여기저기서 웅성대며 지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던, 나머지 예비군들이 하나같이 나를 쳐다봤다. 후우. 담배가 땡긴다. 그냥 나는 멀뚱멀뚱 최남구를 바라봤다.

“예.. 뭐. 그냥 뭐... 내기 싫어서.”

참으로 간단하고 유쾌한 한마디다. 이런 제길. 뭐야 이거. 아까 그 빌어먹을 중년군인은 분명 이 세상 모든 스마트폰을 거두어 들일 것 처럼 얘기하더니.
기도 차지 않아서 벙찐 표정으로 녀석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는데, 다시금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 사실은 저도...”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맞은편에 앉아있는 녀석들이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나는 왜 이리도 세상을 순진하게 살고 있단 말인가! 아 통재로다. 머릿속에 내 스마트폰과 혜영이의 얼굴이 번갈아가며 떠올랐다. 아.. 이 무슨..

“그나저나, 몇 살 이에요?”

눈을 감고 잔득 비통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던 내게, 최남구가 스마트폰 화면을 끄는가 싶더니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말투와 억양이 다분히 시비조였다. ‘아까’ 생각이 떠올라서 내 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됐다.

‘싸.. 싸움을 거는건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 후우 어쩐다? 여기서 얕잡아 보일 수는 없는데. 뭔가 쎈 멘트가 필요해.’

나는 찰나의 순간에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최남구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몇 살 같아 보여요?”

얼쑤. 결국 입밖으로 튀어나온게 저따위 한 마디다. 콱 죽어 버릴까? 최남구의 표정이 여간 좋지 않은게 아니다. 입술이 씰룩거리고 눈썹이 위 아래로 흔들린다. 하. 여지없이 난 여기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건가?

“한 스물 셋?”

음? 최남구의 말에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했다. 뭐지, 이 상황은? 나는 이 분위기가 끊기면 안될것 같다는 느낌에 다시 최남구의 말을 받기로 했다.

“땡. 스물 여덟이지롱!”

이걸로 게임 끝이다. 아니 내 인생이 끝난건가?! 뭣보다 스물 여덟이지롱! 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말투다. 최남구의 표정이 여전히 좋지 않다. 아.. 이렇게.. 끝인가? 입술을 씰룩거리는 최남구가 무슨말을 하려고 했다. 어쩌지? 조교를 부를까? 도움을 청해?


“아. 나보다 형님이시구나~ 오 동안이시네. 형님보다 네 살 어려요. 말씀놓으세요 흐흐”

그러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긴 하네.




# 남자가 모이면 결국 남는건 여자 이야기다. 그것이 진리!


남구는 의외로 싹싹한 녀석이었다. 말끝마다 내게 형님 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생글생글 웃었다. 나는 내심 다행이지 싶으면서도, 최남구의 얼굴 표정을 살피고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나름 분주했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지금은 그냥저냥 각종 알바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최남구는 연신 신나서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냈다. 어지간하면 말많은 사람을 싫어하는데, 나도 하루종일 말이 고프긴 고팠나 보다. 그냥 신이나서 최남구와 말을 주고 받았다. 강남 어디에 사느냐? 무슨 학교를 졸업했느냐? 여자친구는 있느냐? 따위의 소소한 주제가 고작이었지만, 어쩐지 대화가 너무 재밌었다. 그러면서도 괜시리 ‘안경테’ 녀석이 거슬려서 ‘예의상’ ‘안경테’ 녀석도 대화에 끼어 주었다. 그제야 ‘안경테’ 녀석의 이름이 서태용 이라는 것과, 나이는 서른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달리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구태여 본인이 말하는 통에 지금은 무슨무슨 회사 영업파트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함께. 그러면서도 속으론 ‘정말 안어울리는 직장에서 일하고 계시는군요’ 라는 말이 수도없이 맴돌았다.

한참을 셋이서 정신없이 떠들었다. 물론 ‘주’는 나와 최남구였지만. 그러면서도 ‘눈치껏’ 남구에게 휴대폰을 빌려 혜영이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어, 혜영아.”
-어 오빠? 왜 하루종일 전화가 없었누? 걱정했구만.
“아.. 그게 설명하긴 좀 긴데, 사정이 좀 있었어. 그러니까, 입소할 때 휴대폰을 다 뺏어가더라고.”
-에? 뭐 그런 나쁜 군대가 다 있누?

여자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나쁜 군대’라는 표현에 입꼬리가 살짜 올라갔다. 그러자 옆에 앉아서 내 눈치를 살피고 있던 최남구의 표정이 슬쩍 바뀌었다. 아주 느끼하게. 애써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살짝 자세를 틀어 여자친구와 통화를 계속했다.

“혜영이는 오늘 별일 없었지?”
-그렇지 뭐, 별일 있을게 뭐에 있누? 친구들 만나고 학교가서 공부하고 그랬지 뭐.
“흐흐. 알써. 이거 내 전화기가 아니라서 길게 통화하기가 좀 그래. 오빠가 간간히 문자라도 좀 보낼게. 늦었으니까 슬슬 잘 준비하고.”
-오키뿡! 오빠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세욤!!

그럴려고. 정말이지 그럴 생각이야.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마치고 최남구에게 전화기를 돌려줬다.

“여자친군가 봐요?”
-응? 으 응.

비릿하게 웃어보이던 최남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화라도 엿들은건가? 슬쩍 기분이 그래져서 태연한척 하며 자세를 고치려는데, 틈을 주지않고 남구가 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몇 살인데요? 아까 슬쩍 듣기로는 목소리가 아주 어려뵈던데?”
-어. 뭐. 어리지 흐흐.
“몇 살?”
-스물.. 스물 두 살?
“우와! 형님 완전 능력자시네요!!”

최남구 녀석이 나로 하여금 대답을 강요하는 통에, 못이기는 척 하며 여자친구의 나이를 사실대로 고했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후우. 잠시 긴장감을 놓고 있었다. 다시 정신 바짝 차리자!

“우와. 어디서 만났어요? 학교?”
-응. 뭐. 대학은 다른데, 나랑 같은 대학 다니는 후배가 소개해 줬거든.
“으아. 역시 학교는 좋은데 나오고 봐야대! 나같은 놈은 곧죽어도...”
-그러는 남구씨는 여자친구 없어?
“큭. 남구씨라니요. 흐흐 말 놓으세요 형님.

미안. 그럴수는 없어. 별로 친하지도 않은 녀석에게 말을 놓는건, 일단 내쪽에서 거부감이 장난 아니거든. 녀석의 ‘신세한탄’이 계속될 것 같아, 나는 서둘러 녀석의 말을 끊었다.

“여자친구 없죠. 대신 그냥 친구들은 많아요”
-에이~ 은근슬쩍 돌려말하기는. 흐흐
“에? 참 나. 이거 보실래요?”

그냥 분위기상 슬쩍 흘려 말한것 뿐인데, 남구는 웬일인지 정색을 하고선 나에게 자신의 스마트폰 액정을 들이밀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냥 멀뚱멀뚱 녀석의 스마프폰 액정을 쳐다보곤 나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헤에~~~ 처... 천칠명?”
-흐흐. 말씀드렸잖아요. 친구는 많다고
“이게.. 이게 다 친구야?”
-예 뭐. 그런 샘이죠?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연락처는 처음 봤다. 내 휴대폰엔 고작해서 2백명 남짓한 사람들의 연락처만이 저장되어 있을 뿐인데,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녀석은 나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후우. 처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이놈 정체가 뭐야?

“어떻게 사귄거야? 천명이 넘는 사람이 전부 학교 친구일리는 없을거구”
-당연하죠!! 학교친구는 얼마 안되요. 거의 거리 지나다니다가 번호 따구, 번호 따이구, 그렇게 3년동안 하니까, 이만큼 저장되더라구요. 흐흐흐흐.

의문이 풀리니 어쩐지 맥이 빠졌다. 결국 헌팅인가? 후우. 한심하다면 한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녀석의 ‘번죽’이랄까? ‘수완’이 꽤나 부럽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아까 들어보니까 여자친구 목소리 아주 예쁘시던데, 섹스는 당연히 해 보셨죠?”

남구가 음흉한 미소로 나에게 말을 건내오는데,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섹스라니. 정말 친한 친구 녀석과도 왠만하면 하지 않는 이야기다.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남구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쩐지 주위에 앉아있는 나머지 녀석들도 남구와 내 쪽으로 시선을 꽂아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후우. 남자란 정말 어쩔 수 없는 종족이구나.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대답을 회피하며 남구에게 되물었다.

“그러는 넌? 그 헌팅했다는 수많은 여자들이랑 모두 한번씩 자봤냐?”
-음.. 다는 아니구~ 한 절반정도는?

최남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뱉는 ‘절반정도는?’ 이라는 말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천명의 절반이래야 오백명이나 된다. 아니지. 이것저것 가지치기 하고 전화에 저장된 여자가 500명이라고 쳐도, 절반인 250명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짱깨식’ 계산이 성립한다. 이거 뭐지? 미친놈인가?

최남구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자는 자신감이라는 둥, 자신감을 증진시키는데는 헌팅만한게 없다는 둥, 전화기를 손에 쥐고 이름을 보여주며, 누가 누가 맛있었다는 둥, 누가 들어도 ‘허풍’에 가까운 이야기를 잘도 떠들어 댔다. 헌데, 어쩐지 이야기가 꽤나 재밌었다.

‘이자식, 의외로 말을 잘하네?’

그게 솔직한 나의 감상평이었다. 왼쪽에 앉아있는 서태용이 말만 많을뿐 별로 영양가가 없는 타입이라면, 오른편에 앉아있는 최남구는 말이 많지만 어쩐지 흡입력이 있어 자꾸 듣게되는 타입이었다.

“비결이 뭘까?”
-에? 큭. 글쎄요. 제 자랑 같기는 하지만, 제가 키가 크잖아요. 수트나 정장같은거 입으면 그래도 나름 그림이 되거든요. 그 상태로 전화번호 달라고 하면 거의 주던데요?

제기랄, 역시 남자는 키였어. 중학교때 우유를 하루종일 입에 달고 살았어야 하는건데.



# 오렌지. 그리고 써니.


“형. 그나저나 강남 근처에 빡촌이나 안마방 같은데 가본적 있어요?”

한동안 ‘자기 자랑’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던 최남구가, 제풀에 지쳤는지 금새 화제를 바꾸고 나섰다. 괜시리 놀라서는 최남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사실이다. 최남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빡촌’이나 ‘안마방’같은 성매매 업소에는 발을 들여 본 경험이 없다. 일단 그런 곳은 내쪽에서 거부감이 있다면 있어서.

“후우 왠지 그럴 줄 알았어요. 생긴대로 말끔한 형님이시네~ 흐흐”

가만히 최남구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이게 과연 칭찬인지 아니면 비꼬는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냥 어색하게 웃어보이는데 최남구가 내 팔을 잡고 다시 신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형님 어디 사신다고 했죠?”
-거기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오 잘됐네요!! 음.. 그럼 나중에 거기 한번 가 보세요! 선릉역 근처에 ‘오렌지‘라고 있어요. 거기 애들 죽여줘요!!”

오렌지고 낑깡이고 나발이고 간에, 난 그런 쪽에 관심이 없거든? 애써 무시하고 토익책을 집어 들려는데, 내 왼쪽에 있던 서태용이 넌지시 흘리듯 내뱉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오렌지.. 좋지..”

생활관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물론이고 최남구와 나머지 녀석들이 모두 서태용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쩐지 다들 머릿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싶었다. 서태용은 자신의 한 손가락으로 어색하게 자신의 안경테를 슬쩍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친구가 가봤다는데 흐흐. 아주 좋다고...”

어련하실까? 거짓말도 결국 해본 사람이 할 줄 아는 법이다. 이런 어~ㅤㄹㅞㄴ지.. 새삼 ‘성욕’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절대 불변의 진리가 떠올랐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암튼, 거기 가시면 ‘써니’라고 있어요!”
-써니? 재미교포야?
“아놔, 이 형님.. 가명이죠 가명. 업소에서 어떤 미친년이 지 실명을 써요?”

서태용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최남구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같지도 않은 나의 질문에, 졸지에 나는 그렇게 바보가 되어 버렸다.

“암튼, 나중에 꼭 오렌지 찾아가 보세요. 저도 정말이지 업소같은건 취미에 안맞아서 별로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어련하실까?’ 솔직히 이런말 해서 미안한데, 너 뭐랄까. 그냥 겉모습만 보면, 완전 발정난 숫캐같아. 미... 미안.

“하긴 그럴거 같아. 아까 전화번호만 봐도, ‘자체적’으로 조달할 능력이 충분해 보이는데.”
-에이, 뭘요. 과찬이십니다 흐흐

정말이지, 나는 영업체질인가 보다. 기어이 최남구에게 맘에도 없는 말들을 보기좋게 쏟아냈다.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지면 어쩔까 싶어 쉬지않고 최남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오렌지? 거기는 뭐하러 간거야? 그렇게 싫다면서.”
-아. 그. 그게, 군대 제대하고 나서, 아는 형님을 ㅤㅂㅚㅆ거든요. 근데 그 형님이랑 강남역에서 술 진탕 마시고, 그 형님이 저랑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다면서 ‘좋은데’ 가자고 ‘오렌지’로 끌고 가더라구요. 뭐, 그런데는 경험이 없어서 가격이 얼마인지도 몰랐는데, 어차피 아는 형님이 전부 계산해 주신다고 하니, 저도 아쉬울게 없어서 ㅤㅉㅗㅈ아갔죠 뭐.
“하긴. 그런데 궁금한게 있는데, 그런데는 얼마나 받아?”
-음, 제 기억으로는 ‘두당‘ 20만원씩 받았던거 같아요.

이런 제기랄, 더럽게 비싸네. 잠깐의 쾌락을 위해 지불하는 돈이 김밥 200줄에, 농심 튀김우동 200개라니. 모든걸 먹는걸로 수치화 하는 내 자신이 안쓰러웠지만, 찰나의 섹스로 지불되는 돈 치곤 어쩐지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게 그렇게 좋았어?”
-뭐, 들어가니까, 아는 형님이 슬쩍 인사하고 먼저 방으로 들어가데요? 저도 술에 취해있고 정신이 헤롱헤롱한 상태라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 실장인가 뭔가가 몇 번 방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들어갔죠. 그런덴 처음이라 되게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아요. 취기가 올라와서 옷을 턱 벗어놓고 쇼판가 뭔가에 터억하고 앉았는데, 조금 있다가 문이 열리면서 ‘여자’가 들어오더라구요.
“그게 ‘써니’였어?”
-예! 근데요. 우와. 진짜 순간 술이 깨버리더라구요. 우와. 뭐가.. 뭐가 저렇게 예쁘지? 내가 지금 술에 취해서 그런가? 그래서 일부러 뺨도 때려보고 꼬집어 보고 별 쑈를 다했죠. 그런 제 모습이 재밌어 보였는지, 눈 앞의 ‘여자’가 연신 웃는거에요. 우와 근데, 웃으니까 더 난리가 나더라구요. 흐흐.

녀석이 침을 튀기며 말하는 통에, 그 ‘써니’라는 여자에 대해 솔직히 조금 궁금해지긴 했다. 솔직히 나는 흔히 말하는 ‘업소’라는 곳에 가본 경험이 없기에, 최남구가 지금 내뱉는 말들이 피부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진짜,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냅다 눈 앞의 여자한테 달려갔죠. 그러니까 여자가 저를 슬쩍 밀어내더라구요. 그러면서 일단 옷부터 벗으라고. 흐흐. 맘같아선 냅다 눕히고 한 상 거하게 따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일단 여자가 시키는대로 했죠. 저도 그쪽으론 경험이 없었으니까. 진짜, 자대 배치받고서 짐이랑 옷가지를 벗을 때 마냥, 정신없이 옷을 벗었어요. 물건이 하늘높이 발기한 채로 여자를 향해 돌아서니까, 여자가 제 ‘물건’을 보고선 그냥 서 있더라구요. 솔직히 제 물건이 조금 크거든요. 흐흐”
-그거는 좀 부럽구나.
[낄낄]

아뿔싸 나도 모르게 나의 솔직한 속내를 토해내고 말았다. 덕분에 주위에서 침을 죽이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머지 녀석들에게 비웃음 아닌 비웃음을 사버렸다. 이런 제기랄.

“흐흐. 뭐 암튼, 술에 취해 있어도 그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 생각해 보세요. 완전 쌔끈한 기집애가 내 발기한 물건을 쳐다보고는 완전 ‘감탄한채’ 서 있는 꼴이라니. 침을 낼름낼름 거리고 있는데, 여자애가 제 손을 잡더니 어딘가에 그대로 눕히더라구요.”
-하긴 뭐, 안마방이니까.. 안마라도 해줄 요량으로.
“에이~ 형님 순진하시긴. 흐흐. 안마방이라고 안마를 해주면 그게 어디. 흐흐. 암튼, 완전 벌거벗은 채로 따뜻한 침댄가 뭔가에 그냥 스르륵 누웠죠. 엉덩이 쪽에 수건같은게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제 등쪽에서 여자의 따뜻한 피부감촉이 느껴지더라구요. 무슨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려는데, 여자애가 제 귀를 머금고 빨아대는 통에 ‘물건’이 저릿해 오더라구요. 그냥 옴짝달싹 못해서는 한동안 여자애가 해주는 ‘애무’를 정신없이 받았죠.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방안의 불이 조금 어둑어둑해 지더라구요. 그리고 등 뒤에선 뭘 하는건지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됐구요. 궁금해 죽을 지경인데, 이놈의 물건은 또 쉽사리 가라앉을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그냥 묵묵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한 1분쯤 지났을까, 엉덩이 쪽에 걸쳐져 있는 수건이 걷혀 올라가는 느낌이 들대요? 그제야 여자애가 제 귀에 대고, ”오빠, 이제 돌아 누워봐“ 하더라구요. 그냥 어린아이처럼 여자애가 시키는대로 돌아누우려니까, 말못할 따뜻한 감촉이 제 물건 쪽에서 전해져 오더라구요. 우와 그 느낌이 정말...”

그러니까 이놈은 정말인지 ‘달변가’임에 틀림없다. 고작 몇 마디로 -녀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물건’이 이렇게 삽시간에 팽창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나저나, 계.. 계속 듣고 싶어진다.

“느낌이 정말?”
-죽여주더라구요.
“손으로 물건을 잡은거야?”
-음.. 처음엔 손이었는데요. 나중에는 흐흐흐. 아이. 그걸 어떻게 제 입으로.. 흐흐

닥치고 빨리 말해. 손말고 뭐?

“흐흐. 암튼, 물건을 발기해 있는데, 동시에 그곳이 너무 따뜻해서 죽을 지경이더라구요. 여자와 나 밖에 없는 어둑어둑한 방안에는 ‘쪽쪽’ 거리는 소리와 제가 흘려대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인데, 우와. 진짜 싸겠더라구요. 고추도 저릿하고. 이도저도 못하고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는데, 순간 머릿속으로 혹시라도 지금 싸버리면 ‘넣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끝나는건가? 싶어서 서둘러 몸을 일으켰죠. 촉촉이 젖어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니까, 제 물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여자애도 그제야 제 물건에서 입을 떼어 내더라구요. 물건이 발기해서는 연신 정신없이 까딱거리는데, 으아 정말 죽겠더라구요. 태어나서 그런 ‘사까시’는 받아본 경험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에 바로?
“예 뭐, 그 쯤되니 미치겠더라구요. 여자애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이고 목이고 할 거 없이 정신없이 핥아댔죠. 그제야 여자애 가슴이 제법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봤을때 조금 슬림해 보인다 싶었는데, 가슴은 또 제법 크더라구요. 완전 이상적인 몸매죠.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고추가 너무 아파서, 그대로 침댄지 뭔지 위에 여자애를 눕히고 가랑이를 활짝 벌려버렸어요. 그랬더니 여자애가 저를 막아서더라구요.”
-왜? 강제로 하는건 안된대?
“에이~ 형님도. 강제라니요? 다 그런거까지 생각하고 20만원이나 쥐어준건데요. 촉촉하게 젖어있는 제 물건을 잡아들고 여자의 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여자애가 ‘오빠!! 오빠!!!’ 그러면서 저를 막아서더라구요. 저도 나름 다급해 져서, 왜? 왜? 하니깐, 여자애가 ‘콘돔은 껴야해!!!’ 라고 하대요? 나참, 기도 안차서 화가 나려 하는데, 기어이 여자애가 ‘콘돔 안끼면 밖에 실장님 부를거야’ 하면서 저를 협박하대요? 나참, 기분이 더러웠는데, 그렇다고 안하기도 그러니까 물러서서 여자애가 건내주는 콘돔을 받아들었죠. 진짜 헛기침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흐흐. 그래도 뭐. 콘돔을 끼고서라도 이렇게 예쁜 여자애를 안을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겠다 싶어서 서둘러 콘돔을 깠죠.”

차라리 한편의 대하드라마와도 같은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잔득 발기한 나의 물건 때문에 그곳이 저릿저릿했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자세를 고쳐 앉는데, 옆자리의 서태용은 물론이고 나머지 녀석들도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듯 최남구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후우. 새삼. 남자들이란. 흐흐

“콘돔을 제 물건에 씌우는데, 술은 술대로 취했고 또 사이즈는 사이즈대로 제 물건에 맞지 않아서 한동안 낑낑댔어요. 우와 정말 짜증이 지대로 나더라구요. 사실, 그 때부터 지갑에 제 물건 사이즈에 맞는 ‘오카모토’를 가지고 다녀요 흐흐. 암튼, 한동안을 씩씩거리면서 있는데, 보다못한 여자애가 슬쩍 일어나더니 지 손으로 제 물건에 콘돔을 슬금슬금 밀어넣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제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며, ‘오빠.. 크다..’ 이러는데, 우와 미치겠더라구요. 그래서 뭐 바로 자리에 눕히고는 가랑이를 활짝 벌려버렸죠.”
-기분 좋았어?
“딱딱해진 제 고추가, 활짝 벌어진 ‘여자’의 그곳에 쑤욱하고 들어가는데, 와 진짜 죽여주대요? 솔직히 저는 업소년들은 모두 ‘허벌창’이겠지 하는 그 뭐냐? 그.. 그...”
-뭐, 이를테면 선입견? 같은..
“그래요. 그거. 역시 배운 형님이라 틀리시네. 흐흐.”

미안한데... 그냥 네가 못배운거야..

“암튼, 그런 선입견이 있었는데, 와 그걸 한번에 깨주더라구요. 질 입구부터, 자궁깊은곳까지 쑤욱하고 들어가는데, 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살점? 아니면 돌기? 그런게 제 물건을 감싸고 쉼없이 느껴지는거에요. 진짜 형님, 그런 느낌 아세요? 물건을 흔들지도 않았는데 쌀것 같은 느낌? 우와. 진짜 그날은.. 후우. 정말 술을 마셨길 망정이지, 쌌어도 진즉에 쌌을거에요.”
-그래서?
“그냥 여자애 몸에 물건을 꽂아넣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려니까, 밑에 깔린 여자애가 방안가득 신음소리를 토해내더라구요. 몸을 흔들지도 않았는데. 흐흐. 눕혔는데도 볼륨감이 장난아닌 여자애 가슴을 두손가득 움켜쥐고는 눈을 슬쩍 감았는데, 여자애가 거의 죽을듯이 외치더라구요. ‘너.. 너무 커...’. 켁! 괜히 쓴웃음이 나와서 냅다 허리를 움직였죠. 앞 뒤로 정신없이!! 그러니까 여자애가 ‘실장님!! 악!!! 오빠!!!’ 막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는거에요. 와. 정말 섹스의 매력은 역시 여자애의 질퍽한 신음소리라니까요? 기분이 뭐랄까, 너무 좋은건 둘째치고 정신이 혼미해서 체위를 바꿀 생각도 안하고 그냥 정신없이 여자애 가슴을 움켜쥐곤 허리를 움직였어요. 텅빈 방에 울려퍼지는건, 제 신음소리, 여자애의 울부짖음, 그리고 제 물건과 여자애의 ‘그곳’이 맞닿아 울려퍼지는 ‘퍽 퍽’거리는 소리. 그게 다 였어요. 흐흐."
-조금 아쉬웠겠다. 그렇게 비싼돈 내고 갔으면, 여러 서비스랄까, 하다못해 다양한 체위라도...
“후우. 형님 무슨 말씀을 하세요? 체위는 꼴랑 그거 하나였긴 하지만, 진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쾌감을 느끼고 또 느꼈다니까요? 밑에 깔린 여자애가 진짜 제 피스톤 박자에 맞춰서 허리를 감질맛나게 돌려주는데, 그게 말로 표현을 못해요. 그날 술을 마셨으니 망정이지, 후우. 흐흐. 암튼, 계속해서 섹스를 하는데 10분쯤 지나니까 허리도 뻐근해지고 물건에서 신호도 오더라구요. 그대로 콘돔안에 싸버릴까 생각하다가, 웬지 아쉬워서 여자애의 몸안에서 제 물건을 빼버렸죠. 여자애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는지, 제 물건이 빠져나왔는데도 지 혼자 허리를 흔들어대고 난리가 아니더라구요. 발기한 물건에서 콘돔을 억지로 빼어내고 여자애의 가슴위로 다가가 앉았어요. 그러려니 여자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왜 남자들은 그런 로망같은거 있잖아요? 일본 야동에서 보면 그 뭐지? 그.. 그... 왜...”
-부카케?
“그래요!! 그거 부카케!! 우와 우리 형님 다방면에 박식하시구나!!”

엄한걸로 칭찬하지마.

“암튼 여자애의 물컹거리는 가슴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제 물건을 문지르려니까, 여자애가 ‘뭐하는거냐, 하지말아라’ 하더라구요. 저도 이미 취기에 객기에 뭐 이것저것 할 것없이 정신이 없어져서는, 여자애의 말을 듣는 척도 안하고 계속 물건을 탁탁 내리쳤어요. 그러자 여자애가 ‘실장님 부를거다.’ 뭐 이러면서 또 협박을 하는데, 저도 좀 승질이 나서, 부를거면 불러라 하고 막나갔죠. 그쯤되니 여자애도 다급해졌던지, 제 아래에 깔려서는 연신 곤란한 표정을 짓더라구요. 탁탁 소리와 함께 내리치고 있는 제 물건에서는 슬슬 ‘조짐’이 보이고 있고, 제 표정을 살피던 여자애가 그제야 저를보고 고개를 들며 말하더라구요.”
-뭐... 뭐라고?
“‘차.. 차라리 입으로 받아들일게요’”
[우와!!!]

얼굴보단 입이 나은건가? 도무지 여자의 심리는 알 수가 없다. 내 생각엔 입이든 얼굴이든 그게 그거고, 도낀개낀이다. 것보다 주위에 있는 애새끼들도 흥분하고 있는건 마찬가지인듯 보였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눈을감고 입을 오므리며 제 물건 쪽으로 고개를 쳐 들고 있는 여자애를 보니, 저도 더 이상 못참겠더라구요. 한손으로 물건을 쎄게 비벼대면서 ‘사이즈에 맞게‘ 벌어져 있는 여자애의 입속으로 물건을 밀어넣고는 몇 번 더 세차게 내리치려니까!!!!”
-선배님들, 이제 그만 주무셔야....
[야!! 이!! 미친새끼야!~!!]

손을 동그랗게 말아모으고 신나서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최남구의 이야기가 절정으로 향해갈 무렵, 어리버리해 보이는 조교 하나가 기어이 최남구의 말을 짤라먹으며 생활관에 들어왔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욕설과 탄성이 배어나왔다. 솔직히 나도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었다. 애꿎은 조교 녀석은 영문을 몰라 비지땀을 흘리며 생활관 안에서 쭈뼛쭈뼛 서 있다가, 눈치를 보면서 생활관을 빠져 나갔다. 잔득 김이 새 버려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최남구를 훔쳐보는데, 녀석도 김이 빠지긴 마찬가지였는지 어느새 자리에 눕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나도 헛기침을 한번 내뱉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녀석이 내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암튼, 형님. 나중에 꼭 가보세요. 오렌지!!. 그리고 꼭 ‘써니’를 찾으세요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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