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惡緣) - 프롤로그

악연(惡緣)



제 1장 새로운 시작





"철컹!! 끼이익~!!"



"야! 정태수 앞으로 여기는 얼씬도 하지마라.!"



육중한 철문의 한쪽이 열리며 앳되어 보이는 소년 한명이 작은 가방하나를 어깨에 걸치고서 철문 사이로 걸어 나오고 있었고 경비로 보이는 남자가 나오는 소년의 등에다가 대고 한마디 해주었지만 소년은 들은 체도 않고 묵묵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유난히 새하얀 얼굴을 들어 봄의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 2년간 이곳 소년원에서 보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폭행치사죄(暴行致死罪)



175정도의 키에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무술을 연마했던 태수. 태수는 무술이 아니더라도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상대방의 주먹이나 발차기는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피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태수가 어려서부터 무술을 연마를 했으니 같은 또래는 물론이요 웬만한 어른도 태수와의 싸움은 힘이 들 정도였다.



태수가 같은 또래끼리 와의 벌인 싸움에서 우발적인 살인사건 터졌고 태수는 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결국 이곳 소년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 15세였고 당시 사건에 대하여 정상 참작이되 2년이라는 가벼운 형량(刑量)을 받고 이곳에서 2년간 생활하게 되었다.



"태수야!"



어느 정도 길을 따라 걸어 나오자 앞쪽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가오며 태수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큰아버지."



"그래! 그동안 고생 많았지."



"아닙니다!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이고! 우리 태수 얼굴좀 보자!"



"큰, 큰어머니."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울음을 터트리는 큰어머니를 보며 태수는 마음이 찡해지는걸. 느꼈고 그런 큰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자신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아 고개를 슬며시 돌리며 눈을 피하였다.



"자! 자! 여기서 이렇지 말고 어서 갑시다. 태수 녀석도 배가 고플 테니 빨리 가서 맛있는 고기라도 사 먹입니다."



"아이고 내 정신좀바 그래요. 태수 배 많이 고프지?"



두 사람이 태수를 차에 태우고서 차를 몰아 시내로 향하였다.



"태수야. 부모님 기일(忌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큰아버지."



운전을 하시던 큰아버지가 룸미러로 잠시 뒤를 보시고는 태수에게 부모님 기일에 관하여 말하고서 다시금 운전을 하였다.



불쌍한 녀석.



태수의 부모님은 한마디로 무술에 미처 사는 사람들이였다. 태수의 큰아버지가 여러 번 찾아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사업체를 같이 해보자고 말을 해보았지만 태수의 부모님은 완강히 거절하며 강원도 시골 산골에 작은 도장을 차리고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며 공기 좋은 산에 올라 수련을 하고 있었고 어린 태수도 그런 아버지를 따라 같이 수련 아닌 수련을 하게 되었다.



"아참! 이것 보거라!"



운전을 하시던 큰아버지가 무엇인가 생각이 나신듯 양복주머니 안쪽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어 태수에게 건네주었다.



"어? 이, 이건 큰아버지!"



"그래! 호적등본이다. 그동안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 널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네 큰엄마와 상의해서 널 내 호적에 입적시켰다."



봉투 속에서 나온 건 큰아버지의 호적등본 이였다. 거기에는 태수가 아들로 입적이 돼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아들이 없다. 그러니 동생의 자식도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널 내 아들로 입적시켰다. 그러니 너도 앞으로는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거라. 알았지?"



"네?….네."



큰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물론 외동딸이 있기는 했지만 큰 아버지는 과거에도 아들이 없는 게 늘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 이였는데 이번에 조카인 태수를 양자로 입양할 모양 이였다. 태수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차안 분위기는 조금 어색하기만 했다. 당장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로 보였다.



"여기가 좋겠다."



차가 시내의 대형음식점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종업원이 달려 나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차문을 열어주며 식당 안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여기 소고기갈비 3인분 주세요!"



자리를 잡고 앉자 큰아버지는 종업원이 가져다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주문을 하였고 큰어머니는 화장실로 향하는 게 태수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태수야!"



"네, 네?"



잠시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큰아버지가 태수를 부르자 엉겁결에 대답하는 모습이 큰아버지의 눈에는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태수 부모님의 기일이 지나고 나면 학교에 갈 준비를 해라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지금 입학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다. 그러니까 너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해라 내가 모든 수속은 끝내놨으니까 너는 가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네? 하, 학교요? 하. 하지만 전 아직……."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시는 큰아버지를 보며 태수는 우물쭈물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하고 있었는데 큰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서는 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라…….소년원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은 모두 이수했으니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기는 하겠지…….



태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큰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돌아오셨고 큰아버지는 종업원이 가져다준 고기를 불판위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태수는 아직도 운동하니?"



고기를 드시던 큰어머니가 방금 익은 고깃점을 태수그릇에 올려주시며 태수가 어릴 적부터 하던 운동이 생각나서 물어보았다.



"네! 그게…….습관이 되다시피 해서 하루라도 안하면 온몸이 근질근질 하거든요."



"그래.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거라."



"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들 큰아버지 댁으로 향하였다.



“어서와 환영한다! 태수야.”



“아, 안녕하세요!”



큰아버지 댁에 도착하여 거실에 들어서자 하얀색 민소매와 짧은 핫팬츠차림의 지영누나가 태수를 반갑게 맞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걸어오는 지영누나를 보며 태수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는걸 느끼고 있었는데 지난 2년간 소년원에서 독수공방 아닌 독수공방을 하다 보니 그다지 야하지 않은 지영누나의 모습에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옷차림이 그게 뭐니 남부끄럽게 어서 올라가서 갈아입지 못해!"



"엄마는 참! 이게 뭐 어때서?"



"어서 안 갈아입어!!"



"몰라!!!"



지영이 엄마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하고서는 2층으로 올라가 버렸고 그런 지영의 모습을 본 큰엄마는 고개를 절래 흔들더니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허허.... 태수야 많이 놀랐지. 우리 사는 게 늘 이렇단다."



차를 주차하고 언제 들어 오셨는지 큰아버지가 거실에 서있는 태수의 어깨에 손을 집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보 여기 과일좀 내오구려."



"네~!"



"태수는 여기 앉아라."



"네."



태수가 소파에 앉자 큰아버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태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후~!”

2층 지영의 방에서 창문을 통해 뿌연 담배연기가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고 지영의 입에서는 담배연기가 시원하게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경아 년은 뭐하고 있으려나?"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우던 지영이 문득 오늘 소개팅에 나간 친구 경아가 생각이나 피우던 담배를 창틀에 올려놓고 책상위에 놓아둔 휴대폰을 들어 경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아니? 오늘 소개팅 어땠어?"



창틀에 놓아둔 담배를 다시금 입에 물고 침대에 누워서 친구 경아와 전화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는 지영이였다.



똑! 똑! 똑!



"!!!!"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지영이 깜짝 놀라 허둥대다가 그만 담뱃재를 침대 이불위에 떨어뜨렸고 그걸 치우느라 허둥지둥 대고 있었다.



똑! 똑! 똑!



"아씨!! 잠깐만 기다려!!!"



자신이 실수로 떨어트린 담뱃재로 인하여 치울수록 검게 변하는 이불을 보며 지영이 짜증났고 자신의 기분과는 아랑곳없이 울려대는 노크소리에 짜증스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구야!"



자신의 방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히며 말을 하였는데 뜻밖에도 태수가 문밖에 서있었다. 그로 인해 문안해지는 건 지영이 자신이었다.



"무슨 일이야?"



"저기. 큰엄마가 잠시 내려오시래요."



"응! 알았어. 먼저 내려가."



"네."



태수의 대답을 끝으로 휑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지영이었다.



지영이 1층 거실로 내려오자 큰아버지는 태수가 앞으로 사용할 방이며 기타 여러 가지 문제를 상의 하기 위해 오랜만에 가족회의를 열었고 별다른 문제없이 끝 나가는 듯 했지만 태수가 2층 방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영이 조금은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2층 화장실과 샤워실을 혼자 사용하다 이제 와서 남자와 같이 사용하려니 조금 불편한 모양이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하는 지영이었다.



"아휴! 짜증나!"



이 말을 남기고 2층으로 사라지는 지영이었다.



"계집애 성격하고는."



그런 딸을 보며 엄마는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기일을 넘기고서 태수는 본격적으로 고등학교에 다닐 준비를 하였다. 지금이 4월 달이라 이미 새 학기 입학식은 끝이 났지만 태수의 큰아버지가 태수 장래를 위해 상당한 기부금을 납부하고 전학 형식으로 태수를 강서구에 위치한 덕천 고등학교에 입학을 시킨 것이었다. 덕천 고등학교는 사립학교에서는 상당히 높은 클래스의 학교였는데 웬만한 학생은 입학을 못할 정도로 그래서 학생들의 콧대도 상당히 높은 편이였고 학생들 중에는 배경도 뛰어난 아이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였다.



"휴~! 얼마 만에 와보는 학교냐."



첫 등교라 자가용으로 대려다 준다는 걸 굳이 마다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아침 일찍 학교에 왔지만 자신보다 먼저 등교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고 중학교를 다녀본 이후로 학교는 처음인지라 나름 감회가 새롭기만 하였다.





"훗! 학교 시설은 소년원과 별반 다르지 않네."



아침 일찍 인지라 교문에 나와 있는 학생주임 교사나 학생부 소속 학생도 없었기에 태수도 느긋하게 교무실까지 걸어가며 앞으로 자신이 다닐 학교의 교내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꺄악!"



"어!"



태수가 1학년 교실이 있는 1층 복도를 천천히 걸어 갈 때 갑자기 교실 뒷문이 열리며 뛰어나온 여학생과 그만 부딪치고 말았고 그 충격에 여자아이가 그만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태수라 해도 이렇듯 갑자기 벌어지는 상황은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짝!!"



명쾌한 소리와 함께 태수의 고개가 순간적으로 돌아가며 날카로운 여자음성이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아이 씨발! 눈깔을 어디다 달고 다니는 거야!!"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 태수도 얼떨떨한 나머지 그저 자신의 볼만 만지고 있는데 태수의 따귀를 때린 여학생이 한마디를 남기고서 횅하니 사라지고 있었다.



"앞으로 똑바로 보고 다녀 이병신아!"



멀어져가는 여학생을 바라보며 태수는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이 입은 상당히 거칠었고 등교 첫날부터 따귀에 욕까지 먹은 태수는 어이없는 듯 고개를 한번 흔들고는 교무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하하. 호호호"



부산함 학생들의 등교가 어느 정도 이뤄지자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학교 전체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교사들은 교무실에 모여 교무회의를 준비하는 듯 학생들의 소란스러움을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었다.



"자자~! 조용!!"



교무회의를 끝마친 교직원들이 각자 자신이 맡고 있는 교실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들어왔음에도 여전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고 조금은 화가 난 담임선생님이 출석부로 교탁을 내리치며 주위를 한번 환기시키고는 태수를 잠깐 쳐다보고는 반 아이들에게 태수를 소개하였다.



"앞으로 너희들과 함께 지낼 정태수에요. 태수는 몸이 좋지 않아 여러분보다 조금 늦게 입학했어요. 그러니 서로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세요! 알겠죠?"



"네~에!!"



담임선생님의 이야기에 태수는 잠깐 담임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큰아버지가 자신이 아파서 학교에 늦게 입학하는 걸로 이야기를 맞춘 듯 보였다.



-풋! 몸이 아파서 입학이 늦었다니..누가 지어냈는지 몰라도 그럴싸하네. -



태수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같이 지낼 반 아이들을 한번 둘러보는데 유독 태수의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으니 바로 아침에 자신의 따귀를 때린 여자아이였다. 조금은 괘심한 생각이 드는 아이였다.



"자! 정태수 앞으로 같이 지낼 친구들에게 인사하도록."



"안녕! 이름은 정태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음...태수는 저기 앉으면 되겠다."



"오늘도 수업시간에 허튼짓하지 말고 수업 열심이 듣도록 해요!"



태수가 선생님이 지정해준 자리에 가서 앉자 담임은 늘 상 하는 말을 하고는 교실을 빠져나갔고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 아이들은 다시금 자기들의 이야기에 빠져 소란스럽기만 하였다.



"난 정태수 넌?"



"으...응 나...난 차진원"



가만히 앉아 있기가 뭐했는지 태수가 옆자리 짝꿍에게 말을 걸자 갑작스런 질문에 놀랐는지 진원이 더듬거리며 대답을 해주었다.



"……."



서로 통성명을 하며 이야기는 나눴지만 서먹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다시금 서로 별다른 말이 없었다.



"띵동댕동~♬"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교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고 태수의 학교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잠자는 아이, 떠드는 아이,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교실의 풍경은 딱 지금 이 모습이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국사선생님이 칠판에 빼곡히 글씨를 적으시고 고대 삼국시대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새겨듣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왁자지껄



도시락은 쉬는 시간에 모두 먹어버리고 정작 점심시간에는 매점으로 향하는 게 아이들이였는데 점심시간에 먹는 라면의 맛은 꿀맛이었다. 태수도 지 버릇 남 못준다고 3교시가 끝남과 동시에 도시락을 먹어버리고 점심시간에는 아이들을 따라서 매점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였다.



"웅성웅성"



태수가 학교건물을 빠져나와 매점으로 걸어가자 상당수의 학생들이 태수를 바라보며 웅성대고 있었고 학생들의 반응 대부분이 걸어가는 태수를 보며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뭐지?"



자신을 보며 웅성대는 학생들의 모습이 이상하여 뒤를 돌아보자 수군대던 학생들이 황급히 딴청을 피우는 모습이 더 수상하게 보였고 아침에 교무실에서도 태수의 모습을 본 선생님들이 놀라워하는 모습 이였는데 여기서도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자신을 보고 놀라는 이유를 알 길이 없는 태수로서는 딱히 뭐라 할 만한 게 없어서 그냥 매점으로 들어가 버렸다.



"진짜?"



"진짜야?"



점심시간 매점에 나타난 태수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두 곳에서 반응이 나왔는데 3학년교실과 2학년교실 두 곳에서 서로 다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야! 지훈이 하고 완전 판박이라니까.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더라!"



"서, 설마."



"진짜야! 수정아! 나도 봤다니까."



어머니가 싸주신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서 나른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던 수정은 빵을 사러 매점에 간 반 친구들이 호들갑스럽게 교실로 돌아오더니 매점에서 작년에 자살한 자신의 남동생과 똑같이 생긴 애를 봤다고 하며 설레발을 떨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조금 닮은 아이일거니 했는데 아이들의 말은 그게 아닌 듯싶었다. 쌍둥이다. 판박이다. 하며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 닮기는 닮은 모양이었다.



지훈이랑 닮은 애라…….



수정의 가족은 아들이 없이 딸만 셋이었는데 그런 수정의 가족에 지훈이 태어났고 지훈은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 특히 딸 셋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하나뿐인 남동생을 정말 끔찍이도 사랑해서 지훈이 원하는 것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은 아낌없이 들어주었다. 그게 지훈에게 독이 될 거라고는 모르고 말이다.



지훈이 누나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성격이나 외모가 여성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여성스럽고 유약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 결국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5개월 만에 주변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고 말았는데 그때 수정의 가족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하교길에 한번 만나볼까?"



수정은 동생 지훈과 닮았다는 1학년 학생을 만나볼까 말까 고민하다 한번 만나보기로 결정 하였다.



"진짜?"



"그래! 작년에 자살한 지훈이 하고 완전 판박이라니까!"



수정의 교실과는 다른 2학년 교실에서도 태수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씨발 너 지금 혹시 뻥까는 거 아냐!"



"에이 씨 그럼 쉬는 시간에 한번 가보든가 1학년 애들이 4반이라고 했으니까!"



"좋아! 너 가서 안 닮았으면 뒈질 줄 알아!"



2학년 박 찬주는 지훈이 자살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훈과 1학년 때 같은 반이였는데 어찌나 악랄하게 괴롭혔는지 결국 지훈이 견디질 못하고 자살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죽은 지훈과 똑같이 생긴 녀석이 나타났다고 하니 은근히 신경이 써지는 것이었다.



씨발 그 재수 없는 새끼를 얼마나 닮았기에 재수 없게...



3학년 윤수정과 2학년 박찬주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태수는 봄이 되면 늘상 찾아오면 나른한 식곤증에 꾸벅꾸벅 졸고만 있었다.



정말 지루하네.



원래 공부에 무관심했던 태수에게 수업시간은 정말 참기 힘든 곤욕의 시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수업이 시작했지만 지루하고 따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입학 첫날이라 처음 보는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 보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였다.



"저, 저기."



"허!!"



먼발치서 태수를 보는 순간 찬주의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 않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저건 닮은 정도가 아니라 죽은 지훈이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씨발! 기분 더럽네. 철민이 형한테 가보자!"



찬주의 서둘러 3학년 선배인 최철민에게 향하였다. 최철민은 실질적인 덕천 고등학교의 짱이었고 찬주는 그의 오른팔이나 다름없었다.



"진짜?"



"네~에! 완전 판박이라니까요!"



"음……."



찬주의 이야기를 들은 철민이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뭐 신경 쓸 필요 있겠냐.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면 될 거 같은데."



"그, 그래도 좀 찜찜해서요."



"뭐가 찜찜한데?"



"그게...그러니까...그냥.."



"병신 새끼 지랄하고 있네. 지훈이 새끼 뒈진 게 니탓이라고 생각하냐? 그 딴소리 한번만 더하면 너 나한테 디질줄 알아 알았어?"



"네, 네! 철민이형."



철민의 격한 반응에 찬주는 꼬랑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야! 그만 가봐라! 시작종 울리겠다. 그리고 재식이 학교 끝나고 나 좀 보고 가라고해."



"네. 철민이형."



솔직히 찬주는 죽은 지훈이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냥 재수 없는 놈으로 생각할 뿐 그러나 철민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수정이 지훈이의 누나인걸 알고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철민이의 지시에 의해 찬주가 지훈이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수정이 관심도 가져주지 않는 것에 대한 복수로 말이다.



"씨발년! 어디 두고 보자 니가 언제까지 그렇게 도도한지 말이야!"



수정을 생각하자 다시금 짜증이 나는 철민이였다.



각 반 별로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이 나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고 학교 앞에는 부모들이 보내온 자가용하며 자신들의 학원생들을 태우고 갈 학원버스들이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며 늘어서 있었다.



"마, 말도 안돼!"



수정은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닮았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닮은 정도가 아니라 죽은 동생이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그토록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한 막내 동생 지훈이였다. 그런 지훈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던 수정이 아니었던가.



수정은 자신도 모르게 태수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역시 공부는 내 체질이 아니라니까."



태수는 끔찍했던 오늘 하루를 생각하며 빨리 집에 가서 운동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저기..."



"???"



자신을 부르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태수는 뒤를 돌아봤고 긴 생머리가 유난히 돋보이는 여고생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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