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산행 - 7부

"내 차례군." 사내가 생각을 하는지 귓볼을 만지작 거리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의 시선엔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교미의 기회를 노리는 수컷 이상의 눈빛,즉 사내의 눈빛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그녀에게 어떤 요구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녀를 탐색하고 기회를 엿보고 그녀의 의지를 꺾고 싶어하며 자신의 정복욕에 동참할 것을 열망하는 요구. 그녀는 그의 시선을 잠시라도 온전히 받아내기가 힘들었다.

"네 보지말야..거기서 제일 민감한 데가 공알인가? 응? 보통 음핵이라고 부르는 곳 말야. 너두 거기가 제일 민감해?"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얼굴이 새빨개질만큼 피가 머리로 쏠렸다.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야,이 나쁜 놈아." 사내가 자신의 특유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왜 이래,이 년아. 문제는 아직 나가지도 않았는데. 네가 하자고 해서 하는거 아냐.그만 할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내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사내가 두꺼비같은 입을 벌렸다. "그만 둘 생각은 없는 모양이네. 계속 할까?" 사내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공알은 말야, 사내들의 자지랑 다를 바가 없어. 애초에 수정을 했을 땐 전부 똑같단 말씀이지. 달라지는 건 사내 놈들의 배아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나올 때부터야." 그녀가 약한 충격을 먹었다. 그녀는 어느새 집채만큼 커진 두꺼비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사내가 단지 무식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눈치챘지만 어쩌면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지적인 인간인지도 몰랐다. 그가 지적이라는 사실이 그녀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아직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그 호르몬 때문이야.응? 테스토스테론 말야. 그게 나오면 자지로 분화되는 것이고 그게 안나오면 보지가 되는거지. 이런 점에서도 보지는 수동적인 거야. 알아, 이 년아? 넌 부족해서 여자가 된 거라구." 그녀가 사내의 공세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래요? 그렇게 부족한 점이 많은 여자한테 뭘 그리 많은 걸 바라시길래 붙잡아 놓고 내기까지 하시나요?" "시끄러,이 년아." 사내가 얼러댔다. "부족한게 많으니까 내가 채워줄라고 그러는거 아냐. 응? 그럼 이 년아,고맙게 받을 일이지 싸가지 없게 앙탈이나 부리고. 하여튼 네 년은 말야,혼 나야 돼. 내 좆으로 좆나 혼나야 된다구." 더러운 말로는 이 사내를 당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입을 닫았다. "문제는 이거야. 배아의 어떤 기관이 자라서 네 보지의 공알이 되는걸까?" 더럽고 치사하기가 마치 두꺼비의 독처럼 매우 쓰라린 문제였다. "몰라요. 뭔데요?"

"게니털 튜버클..흠..글쎄다, 우리나라 말로 뭐라고 해야되나. 생식결절 정도." 사내의 득의만면한 웃음이 이어졌다.



지 스팟 오르가즘에 관한 수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독일의 학자인 에른스트 그뢰펜베르크에 의해 발견된 이 기관은 위치와 기능은 물론,실제 그것이 존재하느냐의 여부까지 포함해서 모든게 베일에 싸여있었다. 지 스팟은 분리된 하나의 점이 아니다. 이 곳은 치골의 뒷편 쪽,그리고 요도의 주위를 포함해 질벽의 윗쪽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한때 지 스팟은 신경말단이 모여있는 하나의 번들이라고 생각됐으나 유레스럴 스펀지라고 불리는 요로 주변에 퍼져있는 해면조직의 일부라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이 곳이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일부 여성들이 지 스팟을 자극받음으로써 얻는 센세이셔널한 오르가즘 때문일 것이다.

왜 어떤 여자들은 지 스팟 오르가즘을 느끼고 또 다른 여자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할까. 이것의 비밀은 알렉산더 스켄에 의해 발견된 스켄선이라는 기관의 존재로써 밝혀졌다. 이 기관은 유레스럴 스펀지 안에서 해부학적으로 발견되는 기관인데 매우 가변적인 기관이라 어떤 여성들에겐 있지만 또다른 여성들에 있어서는 완전히 소실되어 찾아볼 수 없는 기관이기도 하다. 또한 스켄선은 남성의 전립선과 상동기관으로,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낄 때 흔히 말하는 여성사정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 비밀은 이렇다. 스켄선이 있는 여성은 유레스럴 스펀지 조직이 자극을 받았을 때 쾌감을 느끼며 사정이 가능했던 것이고 이것이 소실된 여성은 그런 자극에 쾌감과 사정이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성욕아래 모든 교양. 621쪽.위르겐 슈바인슈타이거 지음. 편두석 역.-



사내의 마초적인 성격에서 그녀가 나치즘을 떠올린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다음 문제를 그것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절이나 점집에 가면 불교의 만자를 붉은 색으로 그린 깃발을 걸어놓곤 하죠. 꺾여진 십자가 말예요. 그걸 범어로는 스바스티카라고 해요. 서양에서는 스와스티카라고도 부르는데 오랜 옛날부터 부와 행운의 상징이었죠. 근데요,이게 참 이상한 문자예요.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은 문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거든요. 초기 기독교에도 있었고 라틴아메리카의 마야문명에서도 발견되구요,인디언 부족인 나바호족들도 이것을 썼어요. 그리고 다들 잘 알듯이 나치일당들도 이것을 사용했죠." 그녀는 슬쩍 사내를 보았다. 이상하게도 사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까 같으면 말이 많네,어쩌네 하면서 투덜댔을 인간이 말이다. 뭐,그러거나 말거나..그녀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물론 그 십자가는 일반적인 스와스티카를 거꾸로 사용했지만요. 이번엔 이게 문제예요. 한때 독일의 국기로도 쓰였던 이 십자가의 이름이 뭐지요." 사내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불안감이 살갗을 타고 올라왔다. 처음엔 몰랐으나 점차로 그녀는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섬찟섬찟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확신이었다. 이럴 수가..그녀의 친구들은 단 한번도 맞히지 못했던 이 문제, 독일인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거라고 장담했던 이 문제의 해답을 이 사내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내의 얼굴에서 번지는 느물거리는 미소를 보았다.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켄크로이츠를 말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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