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57부

-57부-



“자, 여기 보이는 땅이야. 제법 넓지.”



“와...... 이걸 전부 다 사들인다고요?”



“지금 조건이 좋아요. 이럴 때 일단 다 사들이고서 우리가 필요한 땅에는 합작공장과 물류기지를 세우고 그 나머지는 다시 팔아 버려도 차익을 엄청나게 볼 수 있는 땅이라는 거지. 뭐, 사업하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 부동산 빼고서야 논할 수 없는 일이지.”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돈 걱정은 하지 말아요. 시세가 한 백억 정도 나가던데...... 우선 주식대금 회수하고 부족한 뒷돈은 내가 의왕에서 끌어 올 거니까......”



강주는 마리코를 앞세워 일본의 의류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바람을 잡아두었다. 부동산 업자를 통해 보아두었던 용인 개발 예정지를 소개하기 위해 유미와 강원장을 불러내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유미와 강원장은 차에서 내려 벌판을 바라본다. 강원장은 나름대로 전문경영인을 심어 두었으니 안심을 하고 있고 유미는 처음 마음과 달리 어느새 강주에게 빠져들어 행복에 젖은 표정이다. 두 사람 모두 별 투자도 없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강주에게 감사하는 입장이니 이미 심복처럼 좌우에 도열해 강주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우선 우리가 부지를 매입하면 저쪽에서 기계설비하고 기술이전을 해 오기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 박차를 가해야지요. 자, 일단 올라갑시다. 나는 부동산업자도 만나봐야 하니까 두 분은 그렇게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올라가세요.”



“아유, 이거 이사님께 너무 죄송해서......”



“뭘...... 그런 생각을 해요? 강원장도 빨리 일어서야지요. 유미도 그렇고...... 하여튼 기밀유지가 생명이니까 절대 소문내면 안 됩니다. 여기도 안 데리고 오려다가 적어도 두 사람은 공동경영자로 올라 있으니까 보여 드리는 겁니다. 자, 이만 갑시다.”



강주는 두 사람에게 최대한 생색을 낸다. 그래야만 돈을 끌어오기에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원장이 심어 둔 직원이 두 사람을 대신해 모든 행정의 마무리 단계를 처리하고 있으니 비록 장선배를 통해 허위작성 된 서류를 결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을 통해서 역으로 지시를 내리면 그를 움직이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 그럼......”



“오빠, 그럼 나중에 전화 할게요.”



두 사람을 앞서 보내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무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오! 최이사?......”



“아! 전무님 아니십니까?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으응......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있어?”



“네?...... 뭐가요?”



“자네 의왕 매장 말이야. 어떻게 알았는지 원...... 관계를 끊으라는 압력이 들어오는데...... 곤란하게 됐어.”



“아, 아...... 그렇습니까? 어느 쪽에서 들어 온 얘기던가요?”



“그...... 왜...... 내가 전에도 말 했잖은가? 정치하는 인간들 한 번 씩 치사한 소리 한다고...... 고영준 의원이라고...... 아마 영진 회장이라는 여자가 무슨 소스를 넣었겠지. 그 여자...... 그 매장을 무척 탐을 내는 모양인데......”



“아! 그러세요? 그럼 전무님 입장도 있으시니까 일단은 출고를 멈추지요.”



“그럼 자네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네...... 제가 지금 추진하는 일이 하나 있긴 있는데 그럼 이 기회에 터뜨려야지요. 자세한 말씀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럼 알았네. 일단 출고는 멈추는 걸로 하지.”



이미 주식가격은 강주의 농간으로 연일 상종가를 기록해 더 두고 보아도 차익을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해 일을 치르기로 작정한다. 아직도 회장이 저러는 것을 보면 강주가 모르는 모종의 일을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선수를 치기로 한다. 전무와의 통화를 끝내고 연이어 박부장에게 전화를 걸며 인호에게 지시를 한다.



“인호야. 서울로 돌려라. 도림동으로 가자.”



“네, 알았습니다.”



“아! 처남...... 접니다.”



“네, 매부......”



“애들 좀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지금 용인에 갔다가 올라가는 길인데 내친 김에 오늘 작업을 해 버립시다. 애들 좀 대기시키세요.”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저쪽 의류회사에다가는 일본하고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부지 대금을 준비하라고 시킬 테니까 우리 애들 준비 시켜서 은행에서 나온 뒤에 따 버리세요. 영등포에 있는 우리 주거래은행 알지요? 거기서 도림동으로 오는 길에 골목이 많으니까 적당한 곳에서 차로 추돌사고를 내거나 하면 차에서 내릴 거 아닙니까?....... 그 친구가 혼자 가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혹시라도 우리 식구들 얼굴 팔리지 않도록 조심 시키고......”



“아! 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네, 일단 제가 건너가서 상황 보고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세간에 알려지기 전에 즉시 주식을 팔아 버리라고 하십시오.”



“전부 다요?”



“그럼요. 갖고 있으면 전부 다 휴지조각 되는 건데...... 차익은 처남이 쓰고 원금만 통장으로 송금하면 됩니다. 아쉬운 대로 몇 억은 우선 쓸 수 있을 겁니다.”



마리코의 도움으로 여러 차례 의류시장을 방문해 바람을 잡은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주식가격이 거의 배 가까이 오르고 있어 바람을 잡기 위해 던진 투자금액에서도 오억 정도 차익을 볼 수 있었다.

강주는 연이어 마리코에게 전화를 해 의류회사로 불러들인다.



“마리코?......”



“네, 오빠...... 마리코예요.”



“지금 좀 도림동으로 올래? 너 어디 있니?”



“네...... 지금 저도 서울인데요. 무슨 일 있어요?”



“오늘 작업을 해 버릴까 생각 중인데, 우리가 회사에 있어야 일처리가 부드러울 것 같아서...... 그래야 나중에라도 괜한 의심을 피할 수 있지 않겠어?”



“알았어요. 그리고 저녁에는 나랑 시간 보낼 수 있지요? 남편한테 오빠 얘기 했거든요.”



“으응, 그래...... 나도 그 친구 만나보고 싶다.”



강원장이 파견시킨 사람은 이미 마리코가 일본 합작회사 측의 인물로 알고 있으니 마리코가 있어야 일의 진행이 부드러울 것이고 강주가 뒷돈을 대고 있는 것도 알고 있으니 돈을 찾아오라고 지시하는 일에 달리 이유를 댈 일은 없으나 그 돈을 중간에 가로채기 위해서는 박부장 측의 인물이 개입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도림동에 거의 도착할 즈음 불여튼튼 강원장에게 전화를 한다.



“아! 강원장이요? 납니다. 최이사......”



“네, 강원장입니다.”



“음...... 마침 업자하고 얘기가 잘 돼서 지금 토지 매수 작업 들어 갈 겁니다. 어떻게...... 같이 가 볼 수 있어요?”



“아이고...... 저는 벌써 도착해서 지금 진료 중인데......”



“아! 그럼 회사로 전화나 한 통화 넣어줘요. 내가 곧 들어갈 테니까 자리 비우지 말고 대기하고 있으라고......”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당연히 오지 못할 것을 알고 한 전화였으니 아무 것도 모르는 강원장은 스스로 자기 발목에 걸게 될 족쇄를 준비하는 셈이다.

의류회사 사무실은 예전에 없던 분위기로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어 강주의 출현에 모두들 반가워한다. 직원들도 이미 강주를 알고 있어 곳곳에서 인사를 해 온다. 이 직원들도 함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최소한의 금액을 남겨 인건비에 갈음할 수 있도록 해줄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일이다. 사무실에서 장선배에게 별도로 그 일을 지시한다.



“지금 내 돈 말고는 다른 빚이 전혀 없는 상태지요?”



“그렇지. 원자재도 지금은 전부 현찰로 거래하고 있으니까......”



“그럼 세금하고 직원들 퇴직금 등 인건비 나갈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 자금 전부 끌어들일 거니까 자료 좀 뽑아서 인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보세요.”



“으응, 알았어.”



자리를 옮겨 강원장이 파견한 직원에게 다다가 말을 붙인다. 이미 강원장에게 들은 말이 있으니 출금자료를 준비하며 일을 하다가 강주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지금 법인인감이 어디 있지요?”



“네, 금고에 있습니다.”



“아, 그럼 잠시 후에 장부장이 자료 뽑는 대로 가서 전부 인출해 오세요. 아! 그리고 땅 장사 하는 그 사람들 수표는 자료가 남는다고 안 좋아하니까 무기명채권으로 받아 오세요. 뭐, 종류는 알아서 하시고......”



“네, 알았습니다. 그러지요.”



강주는 슬그머니 마리코를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박부장에게 전화를 한다.



“지금 어디십니까?”



“아! 지금 매부가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아! 그래요? 잠시 후에 여기 직원이 나갈 건데 잘 좀 처리하세요. 절대 눈에 뜨이면 안 됩니다. 공연히 멀쩡한 친구 해쳐서도 안 되니까......”



“네,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득이하면 일단 전기로 지지던지 정신을 잃게 해서 용인으로 끌고 가겠습니다.”



“그래요. 소란 피우느니 그게 좋을 수도 있겠네요. 그 친구 눈은 꼭 가려 두시고 일단 일 마무리 되는대로 연락 주십시오.”



“네, 알았습니다.”



강주는 큰일을 앞두고서 안심이 되질 않는지 재차 당부를 하며 전화를 끊고는 마리코에게 말을 건넨다.



“마리코는 공장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눈도장이나 찍고 있어. 직원들 눈에 많이 뜨이도록......”



“네, 오빠...... 호호호...... 재미있어라. 그럼 갈 때 되면 전화해요.”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니 장선배가 대기 중에 있다가 서류를 내민다.



“지금 총 팔십억은 인출해도 되겠는데......”



“음...... 그럼 의왕에서 이십억을 끌어와야 한다는 얘기네요.”



강주는 강원장이 심어 둔 직원에게 들으라는 듯 말을 흘리며 말을 던진다.



“자, 그럼 장선배는 나하고 상의를 좀 하고 그동안 어서 은행에 다녀오세요.”



“아! 저 혼자 가도 되겠습니까?”



“왜요? 액수가 커서 겁이라도 납니까? 아니면...... 들고 어디 도망 갈 곳이라도 있어요? 하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얼른 다녀오세요. 한 식구끼리 뭐 그런 걸...... 영 안심이 안 되시면 직원들 몇 명 데리고 가시던지......”



“아, 알았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가는 직원 등을 바라보며 박부장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슬그머니 사무실을 벗어나 차에 오르는 직원을 바라보며 박부장과 통화를 한다.



“지금 나간 사람 봤지요?”



“네, 따라 붙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인호를 뒤에 보낼 테니까 회수하게 되면 인호를 통해 보내세요.”



“네, 네......”



이젠 모든 일이 손을 떠났다.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니 강주가 할 일은 이제 더 이상은 없는 셈이다. 인호는 강주의 통화내용을 듣고는 바쁘게 사무실을 나서고 강주는 소파에 몸을 묻으며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회장의 얼굴과 전소장의 얼굴이 겹쳐 떠오른다.

강주를 통해서 일어나는 소리 없는 전쟁과도 같은 일이다. 누군가 손해 보는 만큼의 이익이 발생할 것이니 대적하는 입장에 그 힘의 차이는 두 배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자, 일단 기다려 봅시다. 장선배도 그간 애 많이 썼어요.”



“아, 나야 최소장이 하라는 대로만 했는데 뭐......”



속이 타는 만큼 재떨이의 담배꽁초도 그 수를 더해간다. 사무실의 공기가 연기로 자욱해질 무렵 커피를 타오는 여직원이 결국은 창문을 연다.



“어머! 아유...... 이사님...... 콜록 콜록......”



“어! 어...... 그래. 아...... 연기가 어느새 이렇게 많이 찼나? 하하......”



시간이 한 시간 남짓 흐른 뒤 인호가 들어선다. 강주는 소파에서 일어나 인호의 손에 들린 보따리로 시선을 보낸다.



“어떻게 됐어?”



인호는 주위를 둘러보며 봉투를 강주에게 내민다. 두툼한 보따리 안에는 증서들이 띠로 묶인 채 서류봉투에 담겨 고개를 내민다.



“그 친구는?......”



“용인으로 일단 끌고 갔습니다.”



“본 사람은 없고?......”



“네,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차도 일단 용인으로 끌고 갔고......”



“자, 그럼 이제 강원장에게 전화를 할 시간이로군.”



사무실 전화를 끌어 당겨 강원장에게 전화를 넣는다.



“네, 여보세요......”



“아! 강원장? 납니다. 최이사......”



“아! 네, 네......”



“어떻게 된 겁니까? 강원장이 심어 둔 그 친구...... 은행에 돈 찾으러 간지가 한참 됐는데 나타나지도 않고 전화도 안 되는데?...... 이거 사고 나 거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그 사람 신원 확실한 사람입니다. 제가 한 번 알아보지요.”



“신원이 확실이나 마나 지금 돈이 팔십억이란 말이요. 그 사람이 잠수해 버리면 내 돈도 내 돈이지만 당신이야말로 큰 일 나는 거란 말이야. 유미도 그렇고......”



“아유, 그럴 리 없습니다. 일단 제가 알아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나 이거야 원...... 강원장 혹시 지금 나를 상대로 장난치는 거 아니요?”



“아,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알았습니다.”



강주는 매우 화가 난 듯 큰소리로 통화를 마무리하고는 장선배를 바라본다.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고 장선배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허허...... 뭐 못 볼 거 본 사람처럼 표정이 왜 그래요?”



“하하...... 난 엄두도 안 나는 일이 그렇게 쉽게 마무리 되는 걸 보니 기가 막혀서 그런다. 참 나......”



“자, 그럼 나는 내일 날 밝는 대로 두 사람을 고소할 테니까 일이 벌어지더라도 장선배는 자리 떠나지 말고 회사 마무리 절차를 밟아줘야 합니다. 우리 계산은 모두 끝난 뒤에 합시다.”



“으응, 알았어. 내가 전화할게.”



“자, 가자. 인호야.”



“네, 이사님...... 자, 장부장님...... 수고하십시오.”



“아, 네, 네......”



강주는 계단을 내려가며 마리코에게 전화를 한다.



“마리코, 끝났다. 이만 가자.”



“네, 알았어요. 지금 나갈게요.”



“인호는 증서 보따리를 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운전석에 오른다. 강주는 마리코와 함께 뒷좌석에 오르고 긴장이 풀리는지 크게 기지개를 펴며 하품을 한다.



“하하...... 이사님,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아유...... 그러게...... 이제 긴장이 풀리니까 몸이 나른하네. 이 짓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하하...... 아닙니다. 이사님 일사천리로 진행하시는 거 보면 그야말로 꿈도 못 꿀 일이던데요.”



“글쎄다...... 이 일로 모두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용인에 잡아간 친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적당할 때 풀어주고 말지요. 결국 그 사람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니...... 그 사람도 당한 일이긴 하지만 금액이 워낙 커서 모르면 몰라도 자기가 알아서 숨어 다니지 않겠습니까? 신고한다고 해도 대책도 없을 거고......”



“음......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 하지?”



“네,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가면 돼요.”



“뭐, 의원들 만나려면 여의도가 편할 텐데...... 왜 그 쪽으로......”



“대사관이 그 근처라서...... 뭐 의원들은 안 만나도 비서관끼리 하니까......”



“음...... 그렇구나. 자, 그럼 나는 좀 잘 테니까 나중에 깨워라.”



피곤했던 강주는 마리코의 다리를 베고 잠을 청하고 향긋한 그녀의 체향과 함께 그 감촉을 즐긴다. 마리코는 팔을 돌려 강주의 얼굴을 보듬어 쓰다듬고 다정한 시선으로 강주를 내려다본다. 한참 후 차는 시청을 지나 한 호텔로 들어선다.



“오빠, 다 왔어요. 일어나세요.”



마리코의 남편은 강주를 무척이나 환대를 해 준다. 결혼 전부터 그렇게 찾아 헤매던 오빠를 만났으니 그 반가움을 이루 말할 수 없음을 알아주는 듯이 처남에게 친절을 베푼다.



“야, 마리코...... 내가 말이 안 통해서 잘 모르지만, 네 남편이 무척 자상한 모양인데...... 그런데도 가는 곳마다 여자가 따로 있다는 거야?”



“아! 그거요? 제가 그러라고 했어요. 그래야 저도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고...... 그리고 저 어려서부터 일본 아빠도 그렇게 사셔서 그런지 별로 거부감도 없어요.”



“허허...... 참...... 의부가 뭐 하시는 분인데?......나하고 닮은 구석이 있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오빠하곤 많이 닮았네요. 우리 아빠도 젊을 땐 사업도 하시고 지역도 맡고 계셨어요.”



“지역?...... 그러면 혹시 야쿠자라는 거?......”



“푸훗...... 뭐, 비슷한 거예요. 정답은 아니고......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구역을 나눠서 관리하다 보면...... 일종의 카르텔 같은 거지요. 그러다 보니 정치하는 사람들하고 연계도 되고 그래서 저도 저 이랑 결혼하게 된 거예요.”



“으응...... 그렇구나...... 아빠가 무슨 사업을 하셨는데?......”



“곡물 창고를 하셨어요. 하나만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연합회장 정도 되면 그 힘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치인도 연결이 되고...... 야쿠자도 연결이 되고 그런 모양이지요.”



“그럼 지금도 하시나?”



“아니요. 지금은 안 하지만 일본은 전관예우라는 게 무척 강한 사회예요.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계시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봐야지요.”



“오호라...... 그럼 네 남편도 아직은 장인의 그늘에 있다고 봐야 하겠네?”



“호호...... 그런 셈이지요. 그 유이치 의원도 아빠가 후원해 주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자유롭게 생활하고 좋은 점도 많아요.”



“와....... 이거 내가 대단한 여동생을 두었구먼.”



“호호...... 오빠 처음에 나 욕 보였으면 나한테 혼났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여동생이라고만 하면 화 낼 거예요. 언제 오빠도 한 번 일본에 건너와서 아빠한테 인사해요. 아빠한테도 오빠 찾았다고 전화했거든요.”



“하하...... 그래, 그래야 하겠구나.



“오빠, 우리 나가요. 네?......”



“네 남편은 어쩌고?...... 지금 뭐 하고 있는데?......”



“오빠랑 얘기한다고 방해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 잠깐...... 그러면 네 남편 지금...... 외교관 자격으로 온 거니?”



“아니요. 비서관들이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왜요?”



“으응, 저거 아무리 무기명 채권이지만 한 두 장이 아니라 마음이 쓰여서 외국으로 돌리는 게 안심이 될 것 같거든...... 외교관들은 후리패스라서 안심이 되잖아.”



“으음...... 그럼 대사관에 알아봐 줄까요? 아빠 앞으로 돌리면 금방 바꿔 줄 수도 있을 텐데......”



“하하하...... 아이고...... 이쁜 것 같으니라고...... 지금 당장 알아 봐라. 한화 팔십억이라고 하고......”



“호홋...... 참 오빠도......”



마리코는 전화를 들고 대사관에 누군가 있는지 물어 보더니 전화를 끊고 메모를 시작한다.



“오빠. 그럼 인호씨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요. 그거 일단 보내고 나면 내일 쯤 대사관에서 한화로 바꿔서 입금해 줄 거예요.”



“그래, 알았어.”



강주는 인호를 불러 메모지를 주고 대사관으로 보낸다. 이제 내일이면 저 증서는 현찰로 바뀌고 저 채권은 음지에서 풀려 그 추적이 전혀 불가능해질 것이다.



“오빠, 이제 나가요.”



“야, 여기 이렇게 푹신한 침대가 있는데 가긴 어딜 가?......”



“호호호...... 오빠도 참...... 가만히 있어 봐요. 그럼 저 사람 어디 좀 보내고......”



“아, 아...... 잠깐! 그럼...... 가만 있자......”



강주는 주머니를 뒤져 메모지를 찾아내 뭔가를 읽어 내려간다.



“오! 여기 있네. 고영준 의원...... 이 새끼, 이거 뭐 하는 놈인지 좀 알아보라고 하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한 번 알아보라고 해. 그 인간이 요즘 나를 물 먹이려고 하는 모양이니까......”



“어머!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나한테 전화로 알려 달라고 할게요.”



“그래, 그래......”



마리코의 남편을 보내놓고 침대 방을 점령한다. 이젠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눈앞의 마리코가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다. 서둘러 옷을 벗고 마리코를 끌어안아 침대로 올린다.



“오빠,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괜찮아, 냄새가 좋기만 한데...... 쭈우웁......”



“아흠...... 흐르릅...... 으흠......”



팔을 짚은 채 마리코의 한 다리를 들어 좆을 음문으로 들이민다. 마리코는 강주의 좆을 이끌어 구멍에 맞추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주를 바라본다.



“하아...... 오빠......”



귓불을 물어주며 허리를 움직인다. 귓가의 자극과 함께 몸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불덩이에 마리코의 야윈 몸이 휘청거린다.



“아흑, 아아아학....... 여보......”



“후욱..... 후욱......”



밀려오는 강한 자극에 마리코는 강주의 엉덩이에 다리를 감고 매달린다.



“아흑, 오빠...... 잠깐만...... 천천히......”



“후욱, 후욱.......”



강주 역시 한참의 좆질로 사정감이 올라오니 마리코의 사정을 보아 줄 때가 아니다. 더욱 빨라지는 허리놀림에 마리코는 먼저 물을 터뜨린다.



“하아악...... 푸르륵...... 크윽...... 여보......”



“후욱....... 으으으흑...... 울컥.......”



나란히 절정을 맞은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 몸을 쓰다듬어 후희를 즐긴다. 비록 바싹 마른 몸이지만 마리코의 도독한 아랫배가 강주의 몸놀림에 이리 저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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