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이야기... 어느 유부녀의 ... - 3부 2장

***************************** 현주 이야기 외전 또 다른 사랑 ********************************************

이번 이야기는 현주의 남편인 정훈의 이야기 입니다. 그의 숨겨진 사랑이야기 입니다.



현주가 입사하기 전 해 여름



푸근한 면 재질의 셔츠와 반바지의 냄새는 참 편안한 느낌을 준다. 노란색의 티와 비슷한 계열의 반바지. 그리고 군청색 모자 까지 정훈은 아내인 현주에게 그 모습을 선보였다. "어때 멋있지?" 정훈은 허리에 손을 잡고 당당하게 선보였다. "멋져 최고야" 현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꼭 허벅지살 빼야해 알았지?" 학부모 몇집과 여름 휴가 삼아 온천에 다녀온 이후 수선이 심했다. 다른집 남자에 비해 체력도 떨어지고 몸에 군살이 많았다면서 한탄이 심해졌다. 그래서 오늘 부터 아파트 근처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할 생각으로 큰 맘 먹고 운동할때 입을 옷 몇벌을 샀다. "아빠 나도 같이 가" 아이가 방에서 나왔다. "너 오늘 학원에서 배운거 다했어?" 현주가 앙칼지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다시 울상이 되서 방으로 들어갔다. "이따 구미호 외전 하기 전까지 다 해야해 그래야 TV 본다" 현주는 아이가 닫은 문을 향해 말했다. "나 다녀올께" 남편은 아파트 장터에서 샀다는 만원짜리 짝퉁 운동화까지 신고 걸어 나갔다.



처음에 뛸때는 좀 귀찮았다. 살이 출렁거렸고 그래서 자세가 안나왔다. 첫날이라 그렇겠지 하면서 정훈은 천천히 느린 속도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반대였다. 무슨 힘이 그렇게 넘치는 건지 정훈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헉 헉" 정훈은 운동장을 세바퀴 뛸때쯤 옆구리가 고통스럽게 결려왔다. 그리고 코스에서 벗어나서 허리를 숙인 다음 헉헉 거리면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옆 벤치에서 이온음료를 마시며 한담하는 사람들이 한심해 보였다. "석달만 두고보자 후회할꺼다" 집까지 오는데 욕심이 뻗쳤다. 8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자 생각으로 걸어올라갔다. 3층 4층 올라가면 갈수록 숨이찼다. 6층이 되자 계단에 엉덩이를 붙이고 쉬면서 올라가기까지 했다.

"한다고 했으면 해야지..." 정훈은 다시 일어나서 계단 난간을 잡고 걸어올라가 간신히 8층까지 올라간 다음 집 현관에 큰 대자로 뻗어버렸다. 과일을 꺼내 오던 현주가 기겁을 하고 뛰어왔다.



운동복은 땀냄새가 조금 났다. 정훈은 다시 퇴근하자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갔다. 뭐라도 마시고 가라는 현주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걸어나갔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자 옆구리가 결리는 것도 덜해지고 몸이 조금씩 가벼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뛰면서 동네 사람들 한테 인사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렇게 한 20일이 지났을까? 정훈은 유난히 후덥지근한 날씨때문에 달리고 나서 시원한 물이 간절했다. "이 학교엔 공동 수도나 그런거 없을까?" 물론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디선가 뻗치는 열기를 좀 식힐수 있다면... 정훈은 학교 본관을 지나 가다가 사람들이 몇몇 모여서 있는 것을 보았다. 다들 수도에 입을 대고 물을 먹기 바빳다.



정훈은 물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얼마전 서점에서 구입한 "미래를 위해 달린다"라는 책에서 운동을 마친 직후에 마신 물은 곧 살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도를 틀고 머리에 물을 뿌려댔다. 차가운 물이 머리에 전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머리에 물기를 닦았다는 생각도 안한채 고개를 번쩍 들었다.



몸 안으로 물이 밀려내려왔다. 시원했다. 정훈은 내일은 수건 하나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머리를 대충 다듬은 다음 집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웠는데 현주가 정훈의 다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댔다. "뭐야" 정훈은 피곤해서 짜증나는 말투였다. "당신 운동 열심히 하나 보네.. 다리가 좀 탄탄해진거 같아" 현주는 어린아이 처럼 쿡쿡 대고 웃었다. 정훈은 애써 다리에 힘을 줬다. "내가 운동좀 했잖아 당신 알지?" 자랑 스러웠다.



다음날... 운동을 마치고 정훈은 그날도 수돗가에서 물을 머리에 끼얹고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좀 생각하세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옆엔 어떤 여자가 가지런히 세수를 하고 있었다. 보라색 티셔츠에 아담한 핫팬티 그리고 뽀얀 목덜미.... 참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전 그만..." 그때 그녀가 정훈의 수건을 집어서 머리에 씌우고 털어댔다.



"머리부터 닦으세요 그리고 여름은데 시원하게 깎아보세요. 그러면 젊어보이실꺼 같은데" 바디 샴푸 향일까? 은은한 향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아찔하게 젖무덤이 보였다. 그녀는 정훈 머리에 수건을 얹어놓은 채로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천천히 수돗가를 벗어났다. 그렇지만 정훈은 그 뒷모습이 웬지 마음에 크게 들어왔다.



다음날 정훈은 짧게 쳤다. 그리고 스포츠 용품점에서 프랑스 대표팀의 유니폼 디자인을 따온 티와 바지 한벌씩을 더 사왔다. 그리고 냄새가 난다는 핑계로 같이 사온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 그 모습으로 운동장이 보이자 정훈은 웬지 가슴이 뛰었다. 그녀가 와서 칭찬을 해줄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곳엔 그녀가 없었다. 천천히 뛰면서 아무리 둘러봐도 어디에서건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정훈은 운동할 맛이 안났다. 그냥 대충 몇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이틀 정도 지나고 기억이 안날 무렵 정훈은 달리다가 눈에 띄는 엉덩이를 발견했다. 갸름한 어깨선 그리고 날씬한 허리선... 그녀였다. 정훈은 조금 서둘러 뛰었다. 일직선정도 까지 되자 정훈은 모자를 벗으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외쳤다. 그녀는 그냥 살짝 웃었다. "자기 때문에 머리까지 깎았는데..." 정훈은 그냥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 앞질러 달려갔다. 그러면서도 미련이 남아 그녀가 수돗가로 가지 5분만에 그리로 갔다. 어짜피 운동량은 채웠다. "안녕 하세요" 정훈은 그녀에게 얼굴도 향하지 않은채로 인사를 했다. 그녀는 얼굴을 닦고 "머리 깎으니까 젊어 보여요"라고 말했다. 정훈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나를 알고 있었구나" 가슴이 설레왔다. 얼굴선은 갸름한 편이었다. 피부가 고와 앳되 보이는 얼굴... 참 해보였다.



"이 근처 사시나봐요" 그녀가 정훈에게 수건을 건네 줬다. "네 그쪽도" 정훈은 머리에서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대답했다. "네.. 여기 이런 운동장이 있는게 보기 좋아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조용히 목례를 하고 걸어갔다. "따라가야해 따라가야해" 정훈은 보는 눈이 있을꺼란 생각도 안한채 그녀뒤를 따라갔다.



"저 집이 어디신지 에스코트라도 해드리면 안될까요" 정훈은 의아했다.

정훈은 집안의 장손이었다. 할아버지는 군인이었고 아버지는 공대를 나온후 사업을 시작했다. 어릴적 부터 그가 익힌 것은 질서와 규율이었다. 사람들에겐 각자의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서 조화를 이뤄야 국가가 이뤄진다는 것. 그 자리에 벗어나는 행동은 자신 뿐 아니라 주변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므로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나이에 걸맞는 언어로 배웠다. 그래서 현주랑 연애시절 별명이 "국민윤리 교과서"라고 불렸을 정도였다. 차는 잘 안타고 다니고 허튼데 돈 한푼 안쓰고 살았다. 한번도 그런 마음의 소리에서 어긋나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마음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저 차 갖고 왔는데요" 여자는 깔깔 대며 웃었다. 정훈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제가 차로 모셔드릴께요. 댁이 어디세요?" 정훈은 행선지를 말한후 차에 탔다. 차 안은 은은한 향수가 있었다. 그리고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달리는 차안에서 느낌이 묘하단 생각이 들었다. "전 자연의 바람이 좋아요" 그녀는 차창을 열었다. 그리고 차를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그곳은 백제 유적지가 있는 쪽이어서 숲이 제법 조성된 곳이었다.



"그쪽분은 성함이..." 정훈은 아차란 생각이 들었다. "송희진이에요" 안심이었다. "전 정훈입니다" 인사를 했다. 빙글 차를 돌아서 아파트 근처에 왔다. "내일도 차 갖고 오실껀가요?" 정훈은 물었다. 희진은 고개를 돌렸다. "제가 남한테 받으면 그거 갚아야 편합니다. 내일은 제가 모실께요" 희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아침까지 정훈은 잠자리에서 현주에게 댈 핑계꺼리를 생각해냈다. 어떻게 차를 가져가야 할까 어떻게 바로 운동장으로 갈까? 어떤 핑계를 대야 의심안받을까? 새벽 2시쯤 되자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다 잠으로 이어져버렸다.



정훈은 테헤란로로 가는 길에서 허무하단 생각을 했다. 현주는 차 열쇠 줘 하니까 아무말 없이 핸드백에서 열쇠를 꺼내 줬다. "나 운동 하고 바로 올께" 하니까 그러라고 했다. 이렇게 쉬운걸 왜 새벽 2시까지 고민한건지... 그 시간에 책이라도 봤으면 봤을껀데.. 정훈은 그러면서 한편으로 희진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들떳다.



희진은 생각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정훈이 한참 달리는데 옆에서 예의 익은 냄새가 났다. 희진이었다. 저 어때요? 희진은 고글을 쓰고 왔다. "멋져요" 정훈은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희진도 살짝 웃더니 앞질러 갔다. 그리고 그날 희진은 약속대로 차를 갖고 오지 않았다. 정훈이 오늘 그 코스를 주파해볼 생각이었다. 십분 넘게 가다가 정훈은 길을 잃어버렸다. "희진씨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죠?" 정훈은 자존심을 접고 물었다. 희진도 "저도 잘 몰라요 어쩌다 한번 온 길이라" 정훈은 차에서 나와 앞뒤를 보았다. 차는 뒤로 빠지기 힘든듯 싶었다. "어떻게 하죠?" 정훈은 좀 난감했다. "앞으로 쭉 가죠" 정훈은 그냥 차를 앞으로 몰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낯선 풍경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둘은 한강 둔치까지 와버린 것이다. 정훈은 좀 난감했다. 희진은 어딘지 파악 하더니 웃었다. "참 짖궂은 사람이군요 당신이란 사람.. 이렇게 된거 데이트좀 하다 갈까요?" 희진은 노루처럼 폴짝 거리면서 매점으로 달려갔고 맥주와 포카리를 사왔다. "운전하는 사람 음주 시키면 안되니까" 둘은 건배를 하고 마셨다. 눈앞에 보이는 한강이 색달랐다. 정훈은 오늘 사온 CD를 틀었다. 음반 매장에서 최고의 무드음악이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엘라 핏 제럴드" 뚱뚱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이 감미로웠다. "Blue Moon"이라면서 탁한듯 하면서 깊이있는 목소리가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다.

"재즈 좋아하세요?" 희진은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더니 말을 꺼냈다. 사실 정훈은 대학시절 조지 마이클이후로 음악을 안들었다. 가끔 가요 몇곡 듣는데 난데 없이 재즈라니...



"네 제가 제일 아끼는 노래죠" 정훈은 그래도 꿀리기 싫었다. "전 블루스 좋아해요. 혹시 블루스 곡 없나요?" 희진은 정훈이 음악을 좋아하는 감성남이라고 오판해버렸다. "큰일났네" 정훈은 음악 질문할까봐 조마조마 했다.



"그런데 늦으신 시간 아닌가요? 집에서 걱정할텐데" 밤 9시가 넘었다. "신경 안쓰셔도 되요.. 뭐 지금 까진 안전하니까요"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차 천장을 바라봤다. "이 시간이면 별이 뜨겠지" 정훈은 차에 썬루프를 달자는 현주의 말을 무시한게 후회됐다. "오픈 카였으면 좋았을텐데" 희진도 비슷한 생각을 한거 같았다. "정훈씨는 무슨일 하세요?" 희진이 맥주를 반캔 정도 마시자 말을 다시 걸어왔다. "전 인터넷 솔루션 회사 다닙니다. 주로 사내 전산망을 판매해요" 희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개발쪽이신가요?" 희진이 말을 걸었다. "아닙니다. 전 판매죠. 마케팅 부서쪽 희진씨는요?" 희진도 결코 집에서 놀 여자같진 않아보였다. "Yap 이라는 만화잡지 아세요? 거기 편집장이에요" 희진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줬다. "주간 Yap 편집장 송희진" 이라는 명함이 눈에 띄었다.

명함을 차 안에 있는 명함 주머니에 넣고 희진을 바라봤다. 어스름한 조명에서 그녀의 눈은 참 반짝 거리고 빛났다. 그리고 그 반짝 거리는 눈빛은 정훈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희진씨...." 정훈은 열에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정훈.. 씨 우리 이러면" 입술이 더 빨랐다. 정훈의 입술이 혀가 희진에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희진의 숨이 가빠졌다. 희진도 정훈의 몸을 더듬었고 정훈도 희진의 몸을 끌어안았다. 아.. 이렇게 시간이 영원했으면... 그러나 그렇진 못했다 한 몇분 정도? 희진과 정훈은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차를 몰아 갔다. "댁이 어디신지..." 희진은 "성내역에서 세워주세요" 라고 작게 말했다. 희진이 떠나는 것을 본 정훈은 정신이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저 사람한테 내가 뭘 한거지" 혼자서 정훈은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워놓고 혼자 담배를 피웠다. 자신은 자신의 평화아 가정의 평화를 깬 짓을 저지른 것이다. "입술에 립스틱이 묻진 않았을까? 몸에 남은 향수 냄새는? 혹시 그 여자 꽃뱀이 아닐까?" 정훈은 혼란 스러웠다. 그때 "똑똑" 차에 창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현주였다.

"뭐해 여기서?" 현주는 조금 전에 희진이 앉았던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으.. 응... 음악 듣다가" "음악이고 뭐고 지금 몇신줄 알아? 10시가 넘었어 어서 와서 씻어 어휴 땀냄새" 현주는 차에서 내렸다 정훈은 현실에 발을 디뎠다.



한 이틀 희진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비온거 까지 합치면 사흘째... 정훈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잡지가 만화잡지 가운데 제법 괜찮은 회사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 방에는 Yap이란 잡지가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정훈은 그 잡지 중에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맨 뒤 편집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에디 머피가 재혼한후 딸을 소재로 아이리스는 울어댄다는 노래를 불러서 화제가 된적 있었다. 나는 에디 머피의 마음을 이해한다. 아무리 느긋하게 미리 미리를 외치지만 늘 결과는 똑같다. 나는 늘 소리를 질러야 하고 작가들은 마지막 까지 굼뜨게 작품을 가져온다. 사식 시간은 아무리 서둘러도 길기만 하다. 늘 스탭들은 울어댄다" 어린이 만화잡지 치고는 참 현학적인 문장이었다.



"아니 애 만화책은 왜 뒤져봐" 현주였다. "아니 그냥... 진석이 무슨 생각하고 사나 해서" 정훈은 빙긋 웃었다. "어서 밥 먹어 국 식겠다" 그리고 현주는 정훈이 집어들었던 만화책을 들고 만화를 하나 하나 펴나갔다. 정훈은 묘한 친밀감이 생겼다. 무언가 연결된 끈이 있는거 같다는.... 진석이 방에선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집어든 현주의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그친 날이었다. 정훈은 집에 들렀다 운동장에 가다가 눈에 띈 차를 발견했다. 코발트색 SM5 희진의 차였다. 정훈은 초입부터 열심히 뛰어댔다. 어디에 있나? 두리번 거리면서...



희진은 쉽게 찾아졌다. 나이가 20대 초반쯤 되는 남자와 함께... 정훈은 좀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애써 피하면서 달리는데 희진이 정훈을 발견하더니 그 남자를 먼저 보내고 옆으로 다가왔다. "새로온 기자에요. 학벌이 괜찮아서 친구 부탁으로 뽑았는데... 한달째 헤매네요.." 희진은 별일 아니란 것 처럼 스스럼 없이 말했다.



"한동안 안보이시던데" 정훈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 네 이번에 단행본 출판이 겹쳐서 밤좀 새웠어요" "참 정훈씨 아이 있으시죠?" 희진이 말을 했다. "제가 이번에 나온 만화 한질 가져왔어요 이따 드릴께요. 이세나이크론 전기라는 건데" 정훈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렸다.



둘은 오늘도 고수부지로 차를 몰았다. 오늘은 정훈이 맥주를 들었다. "피곤하지 않아요?" 정훈은 자신이라면 피곤해서 집에서 이불 뒤집어 쓸텐데... "전 운동으로 피로를 풀어요... 전에 스쿼시를 했는데 별로 안좋은 일이 있어서 그만 뒀죠" 운동으로 피로를 푼다 정훈으로선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산을 다니면서 공기도 마시고 바람도 쏘이고 좋잖아요.. 언제 북한산 갈까요?" 정훈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맥주를 마셧다. 순간 불현듯 무언가 느낌이 들었다. 정훈은 맥주를 입에 머금은 채로 희진에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희진의 입에 맥주를 넣었다. 물론 어느정도 새고... "맥주맛이 새로와요" 맥주가 넘어간 이후로 희진은 정훈의 입술을 빨아대면서 한참 이고 시간을 보냈다. 정훈의 가슴에서 무언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희진의 거친 숨결만 느껴졌다. 정훈은 희진의 등쪽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희진은 "안되는데 우린 너무 빠른데" 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정훈의 손은 가슴쪽으로 가서 유방을 만졌다. 말캉 거리는 그 가슴이 더 흥분을 부채질 했다. 그리고 목을 타고 내려온 입은 희진의 가슴을 손은 핫팬티 단추를 풀고 벗기는데 열을 올렸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희진은 숨죽여서 외치고 있었다. 정훈은 그럴수 없었다. 희진은 운전석 의자를 뒤로 물리고 완전히 제껴버렸다. 좀 자세가 나왔다. 어스름한 가로등에 비친 희진의 몸은 아름다웠다. 가지런히 마치 잔디 다듬듯 다듬어진 음모 하며 잘록한 허리선 동그란 엉덩이까지 정훈은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정훈은 희진의 몸을 천천히 더듬어서 내려와 클리토리스를 빨고 보지안에 혀를 넣어서 G-Spot에 혀를 갖다 댔다.



희진은 그게 느껴지는지 심하게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정훈의 머리채를 끌어당겨 그의 바지를 끌어내린 다음 자지를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비틀었다. 옆으로 누우란 소리였다. 정훈은 누웠다. 희진이 정훈의 자지를 빨아댔다. 기교는 없는거 같았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희진이 올라왔다. 땀으로 범벅된 두 살과 살이 맞부딪혔다. 소리와 함께 희진의 신음이 거칠어졌다. 정훈도 더 못참을것 같았다. 정훈이 성급했다. 정액이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희진도 절정을 느꼈는지 한순간에 넘어졌다... 한참을 둘은 말없이 살을 비벼댔다.



"평소에도 아내한테 이렇게 해줘?" 희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니...." 정훈은 좀 무뚝뚝해졌다. "왜?" 희진은 의아했다. "우리 집 사람 좀 차갑다 싶을때가 있어. 나는 가끔 뭔가 색다른걸 하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 실망해할까봐 도전도 못했어. 재미 없어" 희진은 깔깔대고 웃었다. "몇십억짜리 계약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소심하긴.." 정훈에게 아내는 사랑하지만 함부로 못할 여자였다. 직장 다닐때 입사시절부터 업무 평가에서 1등을 놓친적이 없었다. 뭘 해도 야무졌다. 언제나 철저하고 성실했다. 어떤때는 그녀가 참 어렵단 생각도 들고 어떤때는 그녀앞에서 제대로 숨도 못쉴것 같은 카리스마에 휘둘리기도 했다.



"근데 자긴 신랑 뭐하길래.." 희진은 키스를 했다. "나 별거중이야.." 무덤덤하게 말했다. "정훈씨는?" 희진은 귀에 키스를 했다. "응 나도 이혼했어" 정훈은 얼떨결에 말을 했다. "우리 가끔 만나서 서로 의지 되자" 희진은 키스를 했다. "저 여자 꽃뱀 아닐까?" 아파트 근처에 내려주고 가는 그녀를 바라봤다.



저쪽에 현주가 아파트 근처 벤치에 앉아있었다. "현주야" 정훈이 어깨를 잡았다. "도대체 뭐하다 온거야? 집에 있는 나는 뭐 허수아비야? 가정부야? 종이야? 도대체 뭐하는 거야 요즘 왜그래?" 현주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댔다.

"저.. 저기 그게 아니라..." 정훈은 난처했다. "이건 뭐야" 현주는 정훈의 손에 든 꾸러미가 보였다. "아... 우리 아들 선물.." 현주는 책을 보더니 화가 풀린거 같았다. "이거 사오느라 늦었어?" 현주는 책을 훑어봤다.



"으.. 응... " 정훈은 숨을 돌렸다. "그렇다고 이꼴로 가? 잘 입고 가지" 현주는 눈물을 질금 거리면서 웃었다. 정훈은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다. "모기많이 물었겠다" 현주는 팔을 들이댔다. 모기한테 물린 자국이 제법 됐다. "희진이란 여자 멀리해야지..." 정훈은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다짐했다.



그러다 작심 삼일이었다. 아침이 되고 출근하는 전철을 타면서 정훈은 희진이 생각났다. 회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남의 이목 안타는 곳에 가자 희진의 핸드폰으로 전화했다. "네 송희진입니다"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하얀 셔츠에 회색 바지 정도 입음 좋을텐데. 정훈은 희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정훈입니다. 책 잘 받았어요" 희진이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녀 역시 자리를 옮기는지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자기 잘 들어갔어?"



"응" "난 어제 자기랑 하고 나서 설레서 잠 못잤어" 희진은 설레였는거 같았다. "난 이제 나갈꺼야. 오늘 시스템 프리젠테이션 있거든" 정훈은 이제 천천히 걸어서 내려갔다. "어딘데?" 희진이 물었다. "용산.. 한남동" 정훈은 1층까지 걸어내려왔다. "끝나고 전화해 알았지?" 희진이 통화 말미에 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훈은 진짜 처럼 느낌이 전해졌다.



프리젠 테이션은 성황이었다. 클라이언트들은 변호사를 소개해주면서 계약서 작성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했다. 정훈은 희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희진도 재빨리 보냈다. 둘은 이태원 크라운 호텔로 갔다.



희진은 섹스를 해본지 한참인거 같았다. 이건 속일수 없다. 희진은 몸을 흔들고 요동을 쳤다. 정말 미친것 같았다. 정훈은 얼이 빠져버렸다. "자기랑 한번만 더했다간 내가 내명에 못살겠다" 정훈은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 정말 좋았어..." 희진은 정훈옆으로 바짝 붙었다. "해랑사" 희진은 정훈의 귀에 살짝 속삭였다. "해랑사?" 희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해랑사 해랑사 해랑사 사... 랑..... 해?" 희진은 몰라라는 말을 몸으로 표현했다.

가슴에 쏙 들어왔다. 정훈도 역시 희진을 꼭안아줬다. "사랑해 나도"



둘은 꼭 안았다. 9월이 지나고 추석이 올때 까지 둘은 용산으로 테헤란로로 갈일이 있으면 꼭 밀회를 나눴다. 정훈은 정말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이번 주말에 제주도에서 워크샵?" 현주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정훈을 쳐다봤다. "그거 다음달에 대관령에서 하기로 연기 됐다면서?" 현주는 세탁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훈은 덜컥 겁이 났다. "그.. 그게... 갑자기 클라이언트 회의 때문에 연기가....." 정훈은 희진의 보조개 핀 웃음이 떠올랐다.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현주는 한숨을 쉬었다. 정훈은 더 암담했다. "당신 요즘 왜 그래? 전 같지 않아? 꼭 넋이 나간거 같아" 현주 말이 정확했다. "요즘 그건 계약 두건을 연달아 따내서 그렇지 그것도 아주 좋은 유리한 조건에서 말이야" 현주는 피식 웃었다. "속옷하고 면도기 챙겨줄께 잘 다녀와" 현주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나 혼자 있고 싶어 진석이랑 자던지 옷방에서 자던지 맘대로 해" 현주는 화가 났다. 정훈은 조마조마 했다. 그냥 지금은 희진과 현주 둘다 놓치고 싶지 않다. 그냥 옷방에서 정훈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늦게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정훈이 딱 그꼴이었다. 희진을 끊는다고? 담배를 끊는게 더 빠를꺼란 생각이 더 절망적이었다. 정훈은 희진과 밀회를 마친 그 다음주 진석이를 데리고 찜질방을 갔다. 아파트에서 나오는데 정훈은 숨이 멈출꺼 같았다. 희진의 차가 서있었다. 그리고 희진이 있었다. 아들과 손잡고 현주와는 좀 전에 손인사 까지 했는데... 희진이 다 봐 버린 것이다.



정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진석이를 씻기고 끼리 끼리 놀라고 한다음 자러간다고 핑계를 대고 희진에게 전화했다. "네" 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자기야... 나 그런 사람이 아니야" 희진은 울고 있었다.

"알아.... 근데 나 실망스러워" 희진은 울었다. "그냥 여기까지 하자. 우리 이 정도면 많이 온거같아 나 지금 힘들어"

"희진아 나 너 사랑하는거 알잖아" 정훈은 애가 탔다. "알아.. 나도 사랑하고.. 근데 오늘 그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컷어. 그냥 우리 여기서 끝내자. 그리고 하나 부탁 해도되? 혹 아내가 태도가 달라지더라도 용서해줘... 여자는 다시 돌아가...나 어디서도 못찾을꺼야" 희진은 전화를 끊었다. 정훈은 다시 전화를 걸자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그때 진석이가 왔다. "아빠 다 씼었어요" 진석이는 깨끗하게 씻었다.



"우리 여기까지 끝내자" 라는 말이 귓가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훈은 혼자 가을하늘 아래 혼자 마음으로 울었다. 그때 현주가 과일을 들고 왔다. "여보... 나 취직해도 되?" 현주를 봤다. 자신때문에 마음 고생 말도 못하게 했을 여자... 무언가 보상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녀" 정훈은 현주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잘못했다는 말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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