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 4부

" 내리세요. "

" ......... "

" 아가씨, 종점이예요. 내려요. "

" ......... "

" 종점이라니깐, 안 내려요. "

화들짝 놀란 난 정신을 차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종점이다.

머리가 무거웠다. 온 몸에 힘이 없었다.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때문에

고개를 떨구어 본 옷샘플 가방을 보고서야 난 공장에 옷샘플을 가져다 주려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 이딴 것이 문제가 아니다. 머리속은 욕실에서의

그 황당한 풍경으로 가득 차 있다. 맥없이 종점을 빠져나와 무작정 걸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형님이 아니 그 여편네가 꼬신 걸까? 이젠 형님도 아니다.

아니, 왜 욕실에 있었던 것일까?

평소 그 여편넨 푼수끼가 있긴 해도 음담패설만 나오면 입에 거품 무는 그런

여편네다. 분명해. 그 여편네가...

성기는 이제 중2다. 사춘기라 성적 호기심은 많은 나일진 몰라도 성기가 절대...

그래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아,정말 미치겠다.



내가 알기론 성기도 음란책이나 사진을 보고 자위도 한다. 아버지가 없는 관계로

그런 부분까지 더욱 신경이 쓰여서 성기 방을 뒤지곤 했다. 처음엔 음란잡지나 보지

자위는 하지 않는 줄 알았다. 휴지통을 뒤져도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욕실 청소를 하다 흔적을 발견했었다. 하구수 뚜껑에 걸려 있는

하얀 점액을 발견한 것이다. 가랜 줄 알았다. 하지만 가래 치고는 너무 하얀색이라

유심히 살펴보고 냄새를 맡으니 밤꽃 냄새가 났다. 솔직히 기뻤다. 엄마로서.



그 여편네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잘못했다간 성기가 다친다. 시장이란 곳이 비밀이 없다. 그리고 엄청 부풀려지는 곳이란

난 너무 잘 알고 있다. 함부로 그 여편네를 몰아칠 순 없다.

그럼 성기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 하나?

아님, 죽도록 혼을 내야 하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몇 년전 죽은 남편이 갑자기 원망스럽다. 이 문젤 상의할 상대가 없다.



해는 아까 넘어 갔다. 무작정 걷다보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날라리 같은 학생들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 혹시 아까 일로 가출한 것 아닐까? "

급히 택시를 잡아서 집으로 향했다.





욕실 바닥에 흩어진 내 흔적들을 물로 씻어냈다. 몸에 남은 말라버린 비누끼도 씻어냈다.

자지에 묻은 흔적들도 함께. 어떻게 한다? 집을 나가버릴까?

엄마의 등장으로 모든 상황이 엉망이 되었다. 도대체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좀 있으면 엄마가 공장에서 돌아오리란 생각에 불안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엄만 좀처럼 오지 않았다. 아까의 흥분된 사정과 지금까지 머리를 굴리느라

피곤이 한순간에 몰려들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뛰었다. 주위는 깜깜해졌다. 대문을 여니 집안에 켜진 불이 없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현관문을 열고 현관 조명을 켰다. 성기 운동화가 있다. 안도의 한 숨이 나왔다.

까치발을 하고 성기방으로 향했다. 문에 귀를 대고 방안의 소리에 집중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조금 열어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방안이 깜깜해서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며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팬티다.

성기가 팬티만 입고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깨워서 혼을 내야 하나? 아니다. 아직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될 지 모르겠다.

방문을 소리없이 닫고 내 방으로 왔다. 불은 켜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 깜깜한 방의 맞은편을

응시한 채 생각했다. 어떻게 한다? 역시 모르겠다. 아,너무 피곤하다.

온 몸이 끈적끈적하다. 샤워를 해야 하는데 욕실에 가고 싶지가 않다. 부엌에서 수건에 물을 적셔

방안으로 왔다. 물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 샤워를 대신했다.



갑자기 눈을 떴다. 깜깜하다. 밤인가 보다. 방금 잠결에 소릴 듣고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현관문 여는 소리 같았다. 엄만가? 심장이 급격히 방망이질을 시작한다.

모든 신경이 귀에 쏠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가서 확인할까? 만약 엄마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방문 열리는 조그만 소리와 함께 희미한 불빛이 열린 방문 사이로

들어온다. 뜨고 있던 실눈을 감았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뜨고 싶지만

눈 앞에 엄마가 있을 것만 같아 뜨질 못 하겠다. 겨우 가늘게 실눈을 뜨고 방문쪽을 보니

문이 닫히고 있었다. 마루 바닥을 걷는 소리가 들리고 문 여닫는 소리도 들린다.

왜, 엄마는 날 깨우고 때리지 않을까? 더욱 불안했다. 차라리 죽을 만큼 맞는 것이 맘 편할

것 같다. 한참후 문 여는 소리후 물소리가 났다. 샤워하나? 아니다. 부엌에서 나는 소리다.

싱크대로 떨어지는 물소리다. 다시 방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후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화들짝 놀라 침대 옆에 있는 자명종을 껐다. 언제 잠이 들었지? 창문 밖은 여명으로 날이

밝기 시작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30분 정도 선잠을 잔 것 같다. 엄청 피곤이 몰려들었다.

생각을 하고 또 했지만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

성기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살짝 열어 안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 문을 다시 닫았다.

잠시 생각하니 그건 성기가 몸을 돌려 눕는 것이었다. 난 성기가 일어나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당당히 꾸짖어야 하는데. 내가 피하면 안 되는데.

하지만 대책도 없이 꾸짖기만 해선 될 일이 아닌 듯 싶었다.



무슨 소리에 잠을 깼다. 꿈을 꾼 것 같다. 어제 일이 꿈이었으면. 문소리가 들리고 삐걱거리는

마루바닥 소리가 들린다. 다시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올 것이 오는가 보다.

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차 싶었다. 아랫도리가 부풀어 텐트를 친 상태다.

급히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내 방 문 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다시 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지? 불안하기도 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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