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그 곳 : 몬트 ... - 1부 1장

다시 가고 싶은 그 곳 : 몬트리올 - 2



그렇게 미국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나는 한국에서 그 동안의 생활에 관해 보상을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맨 처음 한국에 오면 하고 싶었던 것이 어머님이 끓여주신 된장국을 먹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에도 한국음식점이 있지만, 집에서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된장국만 할까? 이 부분은 유학생들이시라면 다 공감하실 꺼라고 봅니다.



아무튼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 어머님을 붙잡고 된장국을 끓여달라고 했죠. 어머님은 밥 때 도 아닌데, 무슨 된장국이냐고 일침을 놓으시더군요.



하긴, 우리 집은 밥 때 아니면 밥 먹기 힘듭니다. 행여라도 식사시간에 늦으면 남아있는 건 음식찌꺼기 뿐이죠... 그런 반찬에 밥을 먹을 때의 심정이란...





그렇게 집에서 뒹굴뒹굴 방바닥청소(?)를 하고 있는데...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네, ○○아파트입니다."

"내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고1때 앙케이트팅-정말 추억속의 미팅방법이었습니다.-으로 만난 지현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올해 대학교졸업반이었다.



"어, 이게 누구야~~ 지현이잖아."

"치, 용케 내 목소리는 안 잊었네."

"그럼, 내가 누군데..."

"니는 귀국했으면 귀국했다고 보고를 해야 할 것 아냐!"



갑자기 지현이가 소리를 치더군요. 내 여자친구도 아니면서..ㅡ.ㅡ;;



"귀국했다고 그렇게 꼭 보고를 해야하냐?"

"이것봐라, 우리가 보통 친구야? 벌써 올해까지 7년친구아냐? 그런데 니가 그렇게 나올 수 있어?"

"오~, 미안미안.. 그건 그렇다 치고 갑자기 니가 왠 일이냐?"

"며칠전에 너희 집에 전화했더니 어머님께서 3월 8일날 귀국한다고 하셔서 오늘 전화걸었다. 왜 떫냐?"

"떫긴,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겠냐?"

-가스나야 그래 떫다...퉤퉤퉤-

"아부는... 그나저나 오늘 뭐 할꺼야?"

"오늘...?"

지현이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집에서만 놀았지, 스케줄이 전혀 없었다.

"나야 언제나 프리지, 뭐."

"그래, 그럼 나와. 내가 니 제대기념이고 하니 한 잔 쏠께."

"진짜?"

"지금까지 속고만 살았나? 왜 사람말을 못 믿냐?"

"아냐아냐 믿어. ㅋㅋㅋ"

"그럼 6시에 ◇◇상가앞에서 보자."

"그래"



난 전화를 끊고 갑자기 오늘 왜 술을 사준다는 것인지 이상했다. 지금까지 7년간 알고지냈지만,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즘 용돈 좀 받는갑지? 아무튼 공술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업된 나는 어머님께서 아침에 식탁위에 올려놓고 나가신 2만원을 집어들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갑자기 왠 목욕탕이냐고? 어허 이 사람아, 비록 애인은 아닐지라도 숙녀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는데... 목욕재계는 해야될 것 아닌가~~



오래간만에 목욕탕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나니 몸이 날아갈 듯이 개운했다. 목욕탕을 빠져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을 한 시간남겨두고 있었다.

"어, 한 시간 밖에 안남았어?"

비록 약속장소와 집이 가깝다고는 하나 원래 성격상 약속장소에 10분정도 일찍나가야 성에 차기에 난 급히 집으로 향했다.



옷장에서-그래봐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입던 옷들이 대부분이지만-새 옷같이 보이는 옷을 꺼내들고 외출준비를 마쳤다. 가는 길에 은행에서 돈 좀 찾고, 또 걸어가다 보니 6시 10분 전이었다.



상가앞 벤취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땡겼다. 보통 한 개비 피는 데 5분이니 5분정도는 걍 보내면 되겠지 그럼 심정으로 한 모금을 빨아당겼다.



담배가 반 정도 타 들어갔을까? 휴대폰이 울렸다.

"네."

"내다. 너 지금 어디야?"

"상가 앞 벤취."

"어 보인다. 기다려."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보니 정장을 입은 지현이가 보였다. 난 피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는 그녀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

"미안 내가 좀 늦었지?"

"아니, 아직 6시도 안됐는데."

"어, 그러고보니 그렇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늦게 나올껄."

"뭐~~?!"

"농담~"

내가 무서운 인상을 지어보이자 지현이는 혀를 쏙 내밀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늘 술을 다 사준다는 거냐?"

"왜긴? 제대기념이라니깐."

"ㅡ.ㅡ;;"

역시 그녀의 대답 속에 왠지모를 이상한 뉘앙스가 풍겼다. 그래도 사주는 술이니 받아먹으면 그만이지. ㅋㅋ



역시 한국을 떠나 있던 나보다 그녀가 지리에 강했다.

"어, 예전에 이런 게 없었는데..."

"이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벌써 5년이나 지났잖어."

"그런가? 아무튼 너 가자는 대로 갈테니 알아서 해라."

"그래."



얼굴에 싱글벙글 미소를 띈 지현이는 팔짱을 꼈다.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도 했지만, 왼팔에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이 정말 기분 좋았다.



얼마를 걸었을까? 지현이는 한 건물에 걸린 간판을 가리키며

"예전에 저기 가봤는데 분위기 좋더라, 우리 저기 가자."

"나야 아무 곳이나 상관 없는 데, 갑자기 안그러던 니가 분위기 찾고 하니깐 이상하다~"

"아얏!"

나의 빈정대느 말에 지현이는 내 왼팔을 꼬집어 버렸다.

"아프다. 가스나, 손 하나는 맵네."

"계속 그럴래?"

"알겠다. 들어가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가게안으로 들어가니 종업원들이 인사로 우리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요."



그 중 한 여종업원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두 분 이십니까?"

"네. 안쪽으로 주세요."

"이 쪽으로 오십시요."

우리는 그 종업원을 안내해주는 자리로 갔다. 그 자리는 다른 자리와는 다르게 벽으로 인해 다른 자리와 막혀있었다. 약간 음침스러운 분위기도 나는 자리였다.



종업원은 우리가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주고는 자리를 비켰다.

"야, 근데 왜 안쪽으로 달라고 했냐?"

"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약간 분위기가 음침하다."

"음침? 난 어두우면서도 조명으로 인해 좋기만 한데."

"뭐, 지현이 니가 좋다면 나도 뭐라고 할 순 없지."

"그나저나 너 뭐 마실래?"

"맥주밖에 더 있겠나? 양주도 팔겠지만, 비싸서 안될꺼고."

"양주는 좀 힘들겠다. 작은 병 정도는 사줄 수 있는데.."

"야, 니가 보기엔 내가 작은 병 가지고 속이 찰 거라 생각하냐?"

"당연히 안차지. ㅋㅋㅋ 우리 미르가 보통 술꾼이 아니잖어."

"하긴.."



지현이는 종업원을 불러서 맥주3000cc와 안주 2개를 시켰다. 이윽고 술과 안주가 도착했고,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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