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경.희. - 9부

"전화를 받지 않사오니 잠시후에...." 기계적인 안내음성에 신경질이 밀려왔다. 도대체 뭔가? 그 적극적이던 손짓 몸짓의 의미가 무엇이었단 말인지 혼란스러웠다. 숙모와의 일을 치룬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녀의 모습은커녕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허구헌날 그녀를 불러서 부리던 우리 모친조차 별다른 일건수가 없어 보이는듯 했고, 이모들에게도 요즘 방배동 삼촌뭐해? 라는 질문에 귀가 솔깃한 대답이 없었다. 집에 찾아가보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삼촌에게 술이나 한잔 사라 접근하기도 탐탁찮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날밤의 기억이 꿈인듯 여겨져 가는 게속은 타들어갈 일이었다. 심호흡 크게 하고 숙모의 핸드폰을 울리게 해봐도 그녀는 반응이 없었고 낮시간을 이용해 집에 전화를 걸면 꼭 미나와 승준이가 받았다. 숙모가 나와 통화가 이뤄졌다해서 특별히 할 말도 딱히 없었다.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안겨 나에게 키스하고 다시 다리를 별려줄 가능성이 점점 전무하다는 것으로 굳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래도 알고 싶었다. 그 순간 기분이 어땠는지, 왜 날 받아드렸는지, 그리고 그걸 지금 진실로 후회하는지. 다시 생각이 생각을 낳는동안 숙모가 미워졌다, 그리웠다, 두려웠다를 거듭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 기억에 수시로 뜨거워지는 내 몸뚱아리를 달래려 이불 속에 혼자서, 또는 내게 여러 일을 부탁하는 숙모 닮은 후배 여사원의 젖꼭지를 핥으며, 또는 당시 사귀던 귀찮아 죽을 것 같았던 여친의 질과 엉덩이를 빌어 숙모를 탐했고 그리워했다. 더 그리웠고 더 절망스러웠다. 지난 십수년간 애가 탔던 그 몸을 가져 본 행운을 누려놓고 이젠 한술더떠 여느 이야기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후로도 그들은 낮마다 뒹굴며 연인이 되었다"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던 내가 한심했다. 그렇게 몇 주일이 지난 것 같았다.



그후 어느 토요일이라 기억한다. 아침부터 우리집 두 노인네의 설전을 들으며 잠을 깼다. "손님들을 접대하려면 밖에서 할 것이지 왜 집으로 몰고 들어오느냐"가 아버지의 집구석에서 자신 위치라도 찾아보겠다는 처량한 큰소리였고, "박사장하고 그 회사 사람들이 나에게 얼마나 잘했냐, 당신 그러면 안된다"가 니가 나한테 해준거 뭐냐식의 우리 거구모친의 조롱의 목소리였다. 매일같은 듣는 말싸움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왠지 귀가 번쩍 틔였다. 우리집에서 큰 접대가 있을 모양이다. 박사장은 어머니의 거래처 중 큰 덩치라 듣고 있었고, 지난번 회갑연에서도 뭐가 그리 우리 모친이 좋은지 술이 거나해서 끌어안고 춤도 추고 했던 인물로 기억했다. 두 이모들과 숙모, 다른 아주머니들이 모여 일하던 부엌으로 괜히 들어가서는 온갖 개썰렁한 농이나 건네던 놈이었는데, 그 사람이 우리 집안 잔치 분위기를 너무나 좋아해 한번더 불러달라고 노래를 불렀다했다. 그 놈도 부엌에서 숙모를 보고 다시한번 보고싶다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러다 삼촌에게 독한 폭탄주를 건네며 친해지려 노력했던 것이었겠지. 내 유추가 사실이건 아니건 그 사람의 다가감은 역겨움과 의혹을 유발하기에 틀립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숙모를 다시보게 될지 모를 기회를 안겨주게 되어 고마운 생각도 없진 않았다. 숙모네가 오기전 집을 빠져 나왔다. 왠지 심호흡이 필요했고 전날 먹은 술냄새도 없애고 싶었다. 아니, 그녀가 나를 기다리게 하고 싶었다. 내가 그녀를 기다리게 하는데에 몇주일을 준만큼, 나도 그녀에게 내 존재를 의식해야 하고 부담을 가져야 할 몇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사우나에서 돈을 받던 아가씨가 잔돈을 내어 줄때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술을 빨고 팬티 속을 손으로 해집느다면 좋아할까 하는 생뚱감 다분한 상상도 했었다.



집 현관에 신발들이 어지러웠다. 내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신발은 그전에도 가끔 보았던 진감청색 하이힐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분명히 살색 스타킹을 신고 무릎께에 겨우 내려오는 치마차림으로 집에 도착해 골방에서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나와 부엌에서 일을 하겠지. "주혁이형!" 승준이 목소리가 났다. 나이가 스무두살이나 어린 놈의 시키가 내게 반말이나 찍찍 해대는 게 못내 기분나빴었지만 지네 애비는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건지. 지네 엄마는 하나도 안닮아 밉상 그 자체였다. 내 입에서 그 녀석에게 받아친 되물음이 가관이었다.



"엄마는?"



내가 승준이에게 숙모의 방문 여부를 물었다. 현관 옆 거실에 부모 이모들 이모부들 삼촌 그리고 숙모까지 다 모여 앉아 있었다. "니가 니 숙모를 왜 찾어?"라는 도저히 궁금한 거 못 참는 삼촌으로 날라온 질문에 내 얼굴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하하하 안녕들 하신거죠?"라 쩌렁쩌렁 인사를 던지고 부엌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저놈 장가 안가?" "너 문제 있는거 아니냐?" "그 아가씨는 어찌 됐니" "너 그러다 마흔된다" 내 뒤통수에 쏟아지는 노인네들의 온갖 질문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내 귀는 내가 그리도 찾아 헤맸던 목소리의 음색 하나만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물을 따라 마시며 뒤로 돌아 노인네들의 대화 광경을 몰래 지켜 보았다. 역시 주로 개거품을 물며 대화를 이끄는 이들은 어머니와 큰 이모, 삼촌이었고 아버지와 이모부들은 웃음만 지으며 그저 허허거릴 뿐이었고,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어울리지 못해 TV나 창밖을 주시하고 있던 그 두 사람, 숙모와 작은 이모였다.



시간이 되어 손님들이 집에 들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박사장과 어머니와 삼촌은 뭐 그리 심각한 얘기들이 있는지 서로 귀에 대고 숙떡거리지 일쑤였고, 이모부들과 아버지는 살짝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게 보였으며, 박사장의 부하직원들은 지들끼리 노래하고 음담패설하고 담배피우고 잘들 놀고들 있었다. 숙모는 이모들과 아주머니들 사이에 숨어 절대 부엌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놀아달라는 미나 얼굴을 바라보면서 숙모의 모습를 찾아내고 있었다. 승준이가 방으로 들어오며 "아빠가 엄마 괴롭혀"라 했다. 벌떡 일어나 나가 보았다. 혀가 벌써 꼬부라진 삼촌이 얼굴 벌개져 싫다는 숙모 등을 박사장에게 밀며 부루스 한판 땡기시라 권유하고 있었고, 능구렁이같은 박사장은 허허허 연신 남편에게 내몰려 밀쳐지는 숙모를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 그래, 뭐 어때. 신랑도 옆에 있는데.."라 삼촌의 마누라 잠시 대여를 부추기고 있었고 이모들 누구하나 말려주지 않았다. 그녀가 박사장 품에 안겼다. 박사장 부하들은 괴성을 질러대며 "찐하게" "찐하게"를 연호하기 시작했고, 살아오는 동안 약 오천번도 더 들어봤을 것 같은 삼촌의 밤비내리는 영동교의 반주가 노래방기계에서 나오기 시작했으며, 박사장의 툭 튀어나온 배로 인해 숙모는 히프가 약간 뒤로 빠져 안겨 있었다. 쑥스러워하며 허허허허를 계속하던 박사장의 웃음이 멈추고 숙모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대기 시작한 건 삼촌의 두번째 노래 네박자가 나오고 바로 후였다. 박사장은 음미하는 표정을 짓고 숙모는 표정이 없었으며 삼촌과 모친은 노래와 분위기에 빠져 미쳐만 갔다. 내가 나설 자리도 아니었고 이유도 없었다. 부엌의 이모들과 아주머니들이 고개를 내밀어 즐거워하며 구경했다. 단지, 뭔가 불만이 많은듯 작은 이모의 찡그린 미간이 마음에 남았다. 삼촌의 노래가 내 곡으로 끝나고, 박사장 부하가 마이크를 이어잡자 박사장이 아쉬운듯 표정을 지으며 숙모에게 "어이쿠 미인과 춤춰서 영광입니다." 인사했다. 얼굴이 벌개진게 술인지 꼴려선지.. 내가 언제 저 개새끼를 대가리를 갈라놔야지 생각이 들었다. 박사장은 삼촌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연신 폭탄주를 만들어 주었고 삼촌과 대화를 하면서도 부엌의 숙모를 쳐다보는 눈빛이 쉽게 내게 감지되었다. 삼촌이 원하는 것은 법률수주였고 박사장이 원하는 것은 삼촌과은 보다 친밀해지는 것이겠지. 그것의 다리역할을 해준 모친에게 다가가 귀를 깨물어 뜯어 먹어버리고 싶었다.



방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천정을 보다가 화가 너무 많이 났다. 연기가 천정을 배회하며 숙모가 박사장에게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뒤치기를 당하는 모습을 그렸다. 구슬을 열개를 집어넣은 박사장의 해바라기같은 주먹크기의 좇대가리에 그녀의 질이 찢어져라 벌어져 그녀가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어 비명을 질러댔고 땀이 주르르륵 흐르는 박사장의 거대한 배가 숙모의 엉덩이 위에서 어설프고 미련스럽게, 그저 자신의 사장만을 위한 움직임을 고집하고 잇었고, 그 뒤에선 나의 모친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숙모의 서방되시는 삼촌의 바지속에 손을 넣어 연신 주무르고 흔들면서 박사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사장, 좋아? 좋아?"를 연발하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쨍그랑 소리가 꽤 컸지만 누구든 내 방을 열고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견딜 수가 없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숙모를 찾았다. 부엌에도 없었다. 거실에도 다른 어느 방에도 없었다. 이 씨.. 박사장을 찾았다. 박사장도 없었다. 삼촌은 술에 꼬부라져 고개를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 씨발.. 박사장 이 개새끼.. 박사장 부하들이 뭔가 아는듯이 키득키득거렸다. 아까부터 나와 눈이 자주 마주쳤던 김과장이라는 여자애에게 다가가, 마즈막히 박사장님 어디 계세요, 어머니가 찾으시는데.. 라 물었다. 어? 아까까지 여깄었는데 라 술냄새를 팍 풍기며 했다. 하마터면 김과장 귀싸대기를 날릴뻔했다.



안방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내가 어머니방에 들어섰을때 들려왔다. 여자가 확실했다. 물소리 나고도 오랜동안 문 열리는 소리가 안 들려서. 숙모 경희는 화장실 문을 나서며 나를 발견하자 흠칫 놀랐다.



"대체 씨.. 나한테 왜그래?"



하루내내 뜬금없는 말만 하고 다닌 나는 이번에도 상대가 그리 빨리 알아들을 것 같지않은 말을 숙모에게 했다. 내가 숙모의 손을 이끌었다. 그녀가 인상을 쓰며 작은 목소리로 "하지마"라 했다. "잠깐만"이라 내가 하자 그녀는 "안돼"라 소리죽여 말했다. "어떻게 하려는거 아냐..."라 내가 말하자, 그녀가 눈을 위로 치켜뜨며 내게 말했다.



"막내 형님이 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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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려 죄송해요. 잘 시간이 안나네요. 이야기가 아직 전개 단계니까 끝나기에 대한 걱정들 너무 마시구요. 살 붙이는 일 없이 있었던 일을 토대로 저의 느낌을 중심으로 잘 이어 나갈테니 성원 바랍니다. 많은 칭찬, 기대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열심히 해볼께요. 요사이는 어느 술자리를 가나 근친, 숙모, 이모, 이런 이야기가 많이 들려 가슴이 뜨끔하기도 합니다. 불행했던 그녀의 마음 정!복!을 위해 온 몸을 던졌던 세월이라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던 때였네요, 돌이켜보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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