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악마 - 1부 9장

부하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민수의 무력에 굴복한 녀석들은 제대로 읽어볼 생각도 못하고 계약서에 줄줄이 사인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항이나 거부표시를 하는 녀석들도 다수 있었지만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주는 것으로 쉽게 해결했다. 뭐 결국 사람이라는 것은 폭력 앞에 굴복하기에 마련이니까.



나는 녀석들에게 받은 능력을 다시 녀석들에게 주는 식으로 계약을 최대한 나와 상관없게 하려고 했다. 어떤 녀석에게 받은 능력을 다른 녀석에게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 결과 나는 꽤 괜찮은 능력들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인을 뛰어 넘는 체력은 물론이고 지능을 포함한 기타 능력까지도 말이다. 그것은 민수의 부하들의 숫자가 증가할 수록 늘어난다. 하지만 처음의 몇 개를 빼면 나에게서 사라지는 것은 없다. 그들끼리 돌리니까. 쉽게 설명하면 피라미드 구조의 사업과 비슷한 것이다.



"뭐 이 정도면……비굴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겠군."



이런 능력이라면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결코 지지 않는 남자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기분이 느껴진다. 도취감일까, 승리감일까.



"이 정도면 대강 준비는 된 것 같군."



난 민지에게 울궈낸 돈을 지갑에 두둑히 채우며 업 되어 있는 기분을 한껏 뽐냈다. 비싼 옷을 사고 비싼 차를 사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며 말이다. 물론 민지의 돈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뻔했기 때문에 항상 잔고에 주의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계약서를 운용한 부작용인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예전과는 뭔가 달랐다. 우선 먹는 식사의 양이 대폭 늘어났다. 마치 내 몸에 쌓여있는 능력들을 위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 하지만 살이 찌는 기색은 없었다. 거기다 틈만 나면 여자를 안고 싶어졌다. 행위 자체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과격해졌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뭔가 있어."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감. 애초에 발단은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시작이었다. 그러니까 엔딩 역시 그렇지 안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뭔가 대비책이 필요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내 모든 리스크를 떠 안는 녀석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나는 빠져나올 수 있다.



"그래 그렇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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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복수에 나서기로 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선은 그 집안을 공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선은 적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겠지……."



그 집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 정도는 흥신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물론 돈은 민지의 돈이다. 민지는 슬슬 잔고가 떨어지고 있다며 투덜거렸지만 내가 원하는 한 계속 돈을 가져다 줄 것이다. 돈이 떨어지게 되면 다른 "먹이"를 만들면 된다.



그들의 가족은 문제의 원수, 그리고 그와 10살 정도 차이나는 젊은 처, 거기다 딸이 셋. 아들은 하나다. 그 아들이라고 하는 녀석이 내 친구였다. 그러고 보면 난 그 집에 딸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아주 이상적이다. 마누라와 딸들은 농락하고 다시 딸들은 사창가에 팔아 넘긴다. 그리고 녀석으로 하여금 그 고통을 모두 맛보게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녀석의 재산은 내가 먹는다. 자아, 과연 그럼 어떤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할까.



우선은 녀석은 내 얼굴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아들 역시 나를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대로 접근을 하게 된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 하지만 목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그들과 긴밀한 접촉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성형수술이었다. 이런 것은 계약서를 쓸 수 있는 지 없는지도 모르고 뭔가 부작용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의사에게 맞기는 것이 낫다. 아직 내 대신 할 녀석을 찾지 못했으니까…….



얼굴을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딱히 잘생긴 얼굴을 원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특징을 바꾸는 정도에서 마무리짓는 걸로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입막음을 위해 의사를 묻어버렸지만 그런 것들은 어차피 나와 계약을 하게 된 녀석들이 뒤집어쓰게 될 테니까 상관없다,.



우선은 녀석의 집을 정찰하러 가기로 했다. 부하들을 써도 되겠지만, 지금은 혼자 움직이는 편이 좋다. 녀석들은 나한테 이런 저런 능력을 빼앗겨서 한군데 씩 부족하게 되어버렸으니까.



"흠.……."



한참을 기다렸다. 누군가 지나다니기를. 일단 아무나 걸리기만 하면 된다. 그 때 나온 것은 그 집안의 아들, 그러니까 나와 친구였던 녀석이었다.



나는 녀석을 미행하다가 전화를 걸어 부하들을 불러냈다. 부하들에게는 조용히 미행하다 녀석이 혼자가 되면 납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녀석들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그럴싸한 정장을 갖추고는 아지트로 향했다. 아지트는 부하들 중 한 명의 부모에게서 뜯어낸 망해서 가동을 중지한 작은 봉제인형 공장이었다.



"뭐야……대체 왜 이러는 거야."



녀석은 당황하는 듯했다. 당연하겠지. 이런 식으로 납치 당하게 되면 누구라도 당황한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잘 지냈냐?"

"너는……설마……."



목소리는 바꾸지 않았으니 알아들었을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몰라서 묻냐?"



녀석의 뺨을 갈겼다. 물론 녀석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냥 화가 난 것이다.



"제발 이러지마……우린 친구잖아."

"친구니까 이러는 거야. 너는 이용 가치가 있거든……."

"설마 나를 미끼로 아버지를 협박하려는 거야?"



하지만 그래 봐야 안 통할 것이다. 녀석은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니까.



"아니……미끼는 아냐, 이용하는 것은 맞지만."

"무슨 뜻이지?"

"너……여자 좋아하냐?"

"뭐?"



난 미리 준비 해둔 컵에 든 액체를 녀석의 입에 들이 붙기 시작했다. 녀석은 쿨럭 거리며 뱉어내려 했지만 부하들이 녀석을 잡고 있는 통에 억지로 그 액체를 삼켜야만 했다. 이 액체가 뭐냐고? 초 강력한 "최음제" 다. 약효는 곧 나타나게 될 것이다.



"으……으윽."



녀석의 하반신이 부풀어올랐다. 약 기운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난 미리 준비해뒀던 여자들을 불러 녀석을 자극하도록 시켰다.



"후우……잘생겼는데?"

"우리가 즐겁게 해줄게."



녀석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자극은 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계약서를 내밀기만 하면 된다. 그럼 발정이 날 대로 난 녀석은 거기에 사인을 해 버릴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작용했다.



"필요 없어! 저리가!"



녀석이 그 독한 약을 먹었는데도, 여자들을 거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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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 난 사내가 여자를 거부하는 경우, 이런 가능성이 있다.



"뭐야, 이 녀석 대체. 혹시 게이 아냐?"

"시끄러워! 그런 거 아냐!"



하지만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발정한 상태인 대도 여자를 보고 무시하다니, 보통의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아마 어떤 인간이라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내 생각은 그렇다. 역시 시험을 해봐야겠다.



"야, 저 녀석 바지 벗겨봐."

"에?"

"빨리!"



녀석에게 주기 위해 데려온 여자에게 그것을 시켰다. 여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녀석의 바지를 끌러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에 걸린 것인지 잘 벗겨지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뭔가는 당연히 남자의 그것이다.



"뭐야, 잘 서 있네."



발기불능이나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난 그것을 발로 툭 건들며 말했다.



"뭐야, 정상이구만. 그런데 대체 왜 여자가 싫다는 거냐?"



모두가 숨을 멈춘 가운데 녀석의 대답을 기다린다. 다른 녀석들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 중에 여자들은 녀석의 당장이라도 싸버릴 것 같은 그것이 우스운 건지 부끄러운 것인지 킥킥거리며 웃는 애들도 있었다. 녀석은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것인 치욕스러웠던 것인지 크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물었지만 결국은 입을 열었다.



"나는 섹스를 할 수 없어."

"무슨 뜻이지?"

"하고는 싶단 말야. 하지만 할 수 없어."

"왜? 물건도 이렇게 번듯하게 잘 서있고, 성욕도 있는 것 같고, 대체 뭐가 문제야?"

"안 돼, 몸은 제대로 반응하지만, 할 수 없어. 아니, 해 봐야 소용없다고."



아무래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지 않겠나?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물론 계약서를 이용해서 말이다. 녀석은 주위의 분위기를 보더니 내가 고분고분하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순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계약을 했어. 어떤 남자하고."



뜻밖의 말을 들었다.



"뭐? 무슨 계약이지?"

"내 성적인 능력을 모두 주는 대신, 난 녀석한테 돈을 받기로 했던 거야."

"병신."



성욕이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영원히 포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근시안적 사고 방식으로 얼간이 같이 그런 계약을 해 버리다니.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아니, 그 전에. 그 남자라는 게 누구지?"

"나도 몰라……아무튼 굉장한 부자였어, 우리 집은 상대도 안 되 정도로. 그리고 나에게 접근해서 이상한 계약서를 내밀었어, 물론 나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 장난이었다고……그런데 정말로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거야, 덕분에 나는 섹스를 해도 성적인 쾌감을 얻을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어. 사정도 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이런 건 소용 없어."



계약서를 가진 다른 남자라…….



"그럼 다른 질문, 대체 왜 너희 집에서 돈을 필요로 한 거지? 부자잖아."



고리대금업자의 집안. 사정을 보지 않는 더러운 족속. 그러니까 돈이 없을 리가 없다.



"우리 집은……사실 빚더미에 있거든."



녀석은 점점 성욕을 참을 수 없게 되어 가는 건지 숨을 할딱거리며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기 시작했다.



"빚이라니……?"

"아버지가 거액의 빚을 졌거든……."

"무슨 뜻이냐?"

"나도 몰라. 얼핏 듣기로는 무슨 정치가한테 사기를 당했다나 어쨌다나 하는데,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구, 아버지는 그런 이야기는 잘 안 하니까. 하여튼 우리 집에는 돈이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나를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려 해도 소용없다고."



아무래도 약간의 계획변경이 필요할 듯 싶다. 그 전에 이 녀석의 처리를 신중하게 생각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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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우연히 손에 넣은 기묘한 계약서, 그것 하나에 의지해 집을 나온 지 언 반 년째, 여자 혼자라고는 하지만 계약서를 이용해 남자를 잘 낚아서 놀고 먹고 사는 것에는 지장은 없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고스란히 돈을 바치는 남자도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 계약서라는 물건을 손에 넣은 계기는 "괴물" 을 만난 것이었다. 그 괴물 말로는 자기는 원래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계약서를 너무 많이 사용해 악마가 되어버렸고, 새로운 먹이를 찾기 위해 세상에 내려왔다고 한다. 쉽게 말해 또 다른 희생양을 찾는 것이라나. 그래야만 자신이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녀석이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녀석을 속여 역으로 내 부하로 만들어 계약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온갖 주의 사항을 들었다. 우선 이 세계에는 이와 같은 계약서가 적어도 만 명 이상의 인간의 손에 들려 있다고 한다.



뭐 좋다. 어차피 그들과는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것은 많다. 그리고 듣자 하니 만 명이나 되는 그 계약자들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면서 서로 싸우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싸움이 싫다. 그러니까. 녀석들과 얽히는 것은 사양이다. 어쨌든 나에게 이 모든 것을 전수해준 계약서의 주인, 즉 악마는 룰 위반이라는 죄목에 걸려 강제송환당했다. 아마 처형당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아……지루해."



어쩌다 만나 섹스를 해주면 돈을 척척 내주는 남자. 그 남자가 내 옆에서 만족한 듯한 얼굴로 자고 있다. 이 집도 이 남자가 사준 거다. 하지만 모처럼 얻은 기적의 힘을 이런 곳에만 쓰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커다란 일을 벌리자니 만명이나 있다는 "계약중계자" 들과 조우할 확률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반드시 살아남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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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링 관계로......두번 분량이 한번에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문득 접속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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