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길들이기 - 8부

추릅- 추릅- 춥춥-



이건 재혁의 혀가 예지의 갈라진 틈 바구니를 비집는 소리.



쩔꺽- 쩔꺽- 쩔꺽- 쩔그럭-



이건 재혁의 손가락이 예지의 동굴을 후비는 소리였다.



"흐아...하...아....나..몰라...이상해...흐으....."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재혁의 머리를 붙잡은 예지는 가뿐 숨만을 토해냈다. 자신의 아래쪽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몸 전체에 퍼지는 느낌은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 감촉은 그녀를 들뜨게 하고 그녀를 달아오르게 했으며 그녀를 자꾸 어딘가로 내몰았다. 그 장소의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흐아...하....하악.....흐으..재혁아...하아...."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다 보니 예지는 의자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그러자 재혁은 그녀의 몸을 들고 아예 침대에 눕힌다. M자로 다리를 벌린 채 누운 예지는 자신의 몸이 이동했다는 것도 늦게 깨달았다. 지금 그녀의 온 신경은 재혁의 혀와 손가락이 가져다 주는 쾌감에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흑...흐으....흑...난 몰라... 이상해...흐흑...."



울음 비슷한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렁거림이 그녀에게 익숙할 리 없다. 그것은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두렵게 다가오는 일종의 공포도 섞여 있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그녀에게 다가오고 떨어지고, 쑤셔지고 후벼지는 감촉이 그런 공포를 점점 잠식하고 커져간다.



"하아...하아하으...."



예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들어와...."



재혁이 동작을 딱 멈춘다.



"들어오라니..."

"내 안에... 들어오라고... 너 말야..."



말을 마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리를 한걸까. 그런 생각이 예지 머리 속에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재혁은 곧바로 다음 시퀀스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를 내려다 보며 가만히 있었다.



"왜.... 왜 그래?"

"너, 나 좋아해?"

"뭐라고?"

"그렇잖아... 정말... 날 좋아해서 날 허락하는 거야? 그냥 몸이 흥분되어서... 그래서 날...."



그러자 예지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이 재혁의 얼굴에 닿았다. 부드러운 손끝으로 재혁의 얼굴을 쓰다듬던 그녀는 이내 그의 코를 세게 잡아버렸다.



"아얏!!!"

"이 바보야!!"



예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당연한 거잖아.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러진... 않는다고..."

"그런거야?"

"그래...아니, 나야말로 너에게 물어볼거야. 넌, 날 좋아해?"

"좋아하지 않는 여자애를 방에 들어오게 하지 않아."



예지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지만 더 명확한 표현을 원했다. 알기 쉽고, 듣기에도 좋은 말로.



"그렇게 말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표현해줘."

"나...그런 말은 한적이 없는데... "

"지금 하면 되잖아."



재혁은 부끄러워했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말하고 만다. 자신의 본심을 말이다.



"사...사랑해, 예지야."



이번에는 예지의 얼굴이 달아오를 차례였다.



"바..바보야! 그냥 좋아한다고만 하면 되지, 무슨 사...사...까지.."



그러나 예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다. 재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흐읍..."



예지의 첫 키스는 그렇게 농염하고 짙은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저 입술을 꾹 닫고 입술만 대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재혁의 혀는 그녀의 입 안을 부드럽게 농락했다. 물고 빨고 핥고.... 처음에는 그의 혀에 이끌리듯 끌려나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예지의 혀도 재혁의 혀를 원한다. 두 혀는 그렇게 춤을 추었다.



"흐읍...흡...."



입을 맞추고 있는 동안 재혁은 바지를 벗었다. 고무줄로 되어 있는 츄리닝 바지를 벗는 건 간단했다. 살짝 스판끼가 있는 속옷은 안쪽에서 치밀어 오르는 기둥에 걸려 벗을 때 조금 허둥거렸다.



"뭐...뭐해?"



간신히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 예지는 재혁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슬쩍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거기에는 만화책에서 보던 것이 현실에 튀어나와 있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려고?"

"응? 안 돼?"

"지...지금?"

"그럼 나중에 하게?"

"나..나는...."



예지는 그걸 보고서야 겁이 덜컥 났다. 그녀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꾸준하게 읽어온 소설 중에서 첫 경험의 아픔에 대해 서술한 것들도 꽤 보아온 터다.



"안 아프게 해줄게."



그녀의 불안을 눈치챈 모양이다. 예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재혁은 부드럽게 말한다. 그로서는 예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었지만, 어딘가 능숙함이 배어나오는 그의 태도가 예지로 하여금 도리어 화가 나게 했다.



"넌 많이 해본 모양이다?"

"어? 어...그게....뭐...."



예지는 몸을 비틀어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팬티를 주워입는다.



"왜 그래?"

"나 갈꺼야."

"뭐?"

"왠지 기분 나빠."



황당한 표정의 재혁을 뒤로 하고 그녀는 서둘러 치마까지 입어버렸다. 반쯤은 붉게 물들어버렸지만 이제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일은 무효야! 알았어? 난 이제 너네 집에 오지도 않을 꺼고 추천이고 뭐고! 그냥 다 포기할테니까 니는 니 마음대로 해!"



예지는 가방을 집어들고 그대로 방을 나와버렸다. 재혁이 낑낑거리며 바지를 꿰어입고 그녀를 따라나섰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집에 도착한 예지는 옷을 전부 벗어버리고 욕조로 들어가 물을 틀어놓고 울었다. 실연을 당한 것도 아니고 험한 짓을 당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무척 슬퍼졌다. 자신이 왜 슬픈지 알 수 없었다.



알몸에 와닿는 샤워기의 물줄기를 보며 생각했다. 재혁의 손은 이보다 더 부드러웠는데. 피부에 와닿는 미지근한 물의 온도를 느끼며 생각했다. 재혁의 혀는 이보다 더 뜨거웠는데. 눈을 감아도 재혁이가 보이는 것 같고 귀를 막아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아도 마치 재혁이가 그녀를 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지는 울었다.



이틀 후, 떼꾼한 눈을 한 예지는 담임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재혁이는... 도무지 제가 어떻게 못 하겠습니다. 그냥 저 추천 포기할래요."



담임은 난감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그래? 혹시 싸웠어?"

"아뇨. 싸웠다기 보단... 녀석하고 전 아무래도 안 맞는 거 같아요."

"요새 퍽 좋아진게 다 반장 덕분 아니었어? 오늘만 해도 멀쩡하게 잘 있드만."

"그거야... 녀석의 변덕이에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경 써주셨는데, 죄송해요."



예지는 허리까지 굽혀 담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몸을 돌렸다. 지난 토요일 그렇게 돌아와 버린 이후로, 일요일 내내 재혁에게 전화도 오고 문자도 왔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 문자는 보지도 않고 지워버렸다. 아침에 학교에서 마주친 재혁은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일부런 싸늘한 표정을 하곤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쉬는 시간에는 애써 교실에 있지 않으려고 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예지는 급식도 먹지 않고 문예부실로 들어가 혼자 있었다. 지난 주말 동안 내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던 질문을 또 해본다.



"재혁에게 왜 화가 난 걸까."



자신에게 좋아한다고도 아닌, 사랑한다고까지 말한 재혁이었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랍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녀의 몸과 마음은 그 말이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녀를 품기 전까지 재혁의 몸을 겪었을 다른 여자들을 생각해보니 결코 기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똑-똑-똑-



문예부실의 눈을 누군가 두드리고 있다. 어차피 잠겨 있어서 들어올 수는 없다.



"누구세요?"

"나야. 재혁이."



예지는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릴 뻔 했다.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는다.



"왜 왔어?"

"니가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다 씹으니까 그러지."



예지와 재혁의 대화는 그렇게 만 이틀만에, 문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다.



"할 이야기 없어."

"정말로?"

"그래."

"이 문만 좀 열어봐."



문고리를 잡고 있는 예지의 손이 떨렸다. 그녀의 몸은 이 문을 열고 싶었다. 문을 열고 재혁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집스러운 자아가 그걸 거부하고 있었다.



"그냥 거기서 말해."

"복도에 서서 문에 대고 말하는 게 웃겨."

"난 안 웃기니까... 괜찮아."

"진짜 나 계속 안 볼거야?"



어차피 같은 반이니 안 볼 수는 없다. 재혁이 말하는 "본다"라는 의미는 아마도 둘이 서로 마주 보는 것을 말하겠지. 둘만 있는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말이다. 예지가 답이 없자 재혁이가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진짜 나 너만 있으면 다른 여자애들 다 없어도 돼. 여태까지 그랬던 건 전부 니가 없어서 그런 거니까 말야. 응? 예지야.... 내 얼굴 좀 봐."



절절한 재혁의 말투에 예지는 하마터면 문을 열 뻔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만다.



"여긴 문예부원만 들어올 수 있어. 부외자는 돌아가."



답은 바로 들여오지 않았다. 재혁은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겨우 말한다.



"알았어."



재혁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간다. 이 문에서 등을 돌리고 걸어가고 있겠지. 예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물을 계속 흘렸다. 5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가까스로 눈물을 멈추고 교실로 돌아갔지만 벌개진 눈가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 여자애들이 예지에게 몰려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며 소란을 피웠지만 예지는 별 일 아니라며 자리로 갔다. 자리로 가던 중 재혁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지만 서로는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그대로 지나쳤다.



방과 후, 예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시 문예부실에 들어간 그녀는 책을 펴놓고도 멍해 있었다. 지금 그녀가 앉아있는 딱딱한 나무의자가 아닌, 재혁의 방에 놓여있던 인체공학적 설계의 학습용 의자를 생각한다.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해만 지면 싸늘하기 그지 없는 이 문예부실이 아니라 포근하고 안온한 느낌의 재혁이 방을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재혁이가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의 냉전은 이어졌다. 교실에서 서로 본체만체 하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예지는 수업에 열중하고 반장 일에 충실했다. 재혁이 얌전해졌다며 담임이 은근히 이야기를 꺼내고 그냥 그러냐고 대답하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



드디어 축제 날인 토요일이 되었다. 이 날은 하루 종일 수업이 없다. 아침부터 학교 이곳저곳에서 각종 행사와 이벤트로 인해 떠들썩하다. 예지는 문예부실에 혼자 앉아 책을 펴놓고 있었다. 축제를 맞이하여 문예부에서도 뭔가를 준비할까 싶었지만 부원이라고는 그녀 혼자 뿐이기에 그런 건 그저 꿈만 꿀 뿐이다. 책을 펴놓고 앉아있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라도 할까 하다가 또 문득, 재혁이의 방이 생각나 버렸다.



"아, 몰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물을 끓이기 위해 전기포트로 가까이 갔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멈칫했지만 이내 침착한 목소리로 묻는다.



"누구...세요?"

"나야."



재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예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노크 소리가 들려왔을 때부터 재혁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왜 .... 왔어?"



문가에 다가간 예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재혁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문틈으로 뭔가가 쑥 들어온다.



"뭐야, 이게?"

"봐봐."



반으로 접힌 A4용지. 펴보니 상단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활동부서 가입신청서]. 목적부서는 문예부였고 신청자는 이재혁이었다.



"이게 뭐냐고...."

"너 한글도 못 읽어? 보면 몰라? 가입신청서잖아. 여긴 부실이라서 부원만 들어오게 해주겠다면서? 신청서 냈으니까... 나도 이젠 들어가게 해줘."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그 종이를 자기 가슴에 묻었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떨린다. 그것을 벗겨낸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재혁이 나타난다. 예지는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이 바보야! 겨우... 겨우 여기 들어오려고 이런 걸...."

"부장이 승인하는 거지?"

"승인...하고 말고..."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누가 그랬던가. 지난 시간동안 예지의 마음은 급격하게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있었다. 어쩔때는 재혁을 원망하다가도 또 어쩔때는 자기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다 또 어느 순간에는 여기에 오지 않는 재혁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랬던 예지에게 이재혁 이름 세 글자가 박힌 가입 신청서는 마지막 흔들림에 쐐기를 박는 종이가 되고 말았다.



"음...."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진다. 이미 한번 맛보았던 서로의 입술은 다시 또 겹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엉겨 붙은 채로 부실 가운데로 나아간다. 거의 5분 넘게 입술을 부비고 또 부빈다. 혀를 섞는다. 간신히 입술이 떨어져 나갔을 때는 예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후다. 예지의 손이 자신의 벨트에 와 닿는 것을 보고 재혁이 오히려 놀랐다.



"여...여기서?"



그러자 예지가 살짝 원망 섞인 목소리로 물어본다.



"싫어?"



재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재혁의 벨트를 푸르고 바지를 바닥으로 내린다. 예지가 그의 앞에 살짝 다리를 굽혀 앉고 허리를 세운다. 예지의 의도를 알아챈 재혁의 얼굴이 벌개졌다. 예지의 떨리는 손이 재혁의 팬티에 와닿는다.



"버..벗길게."

"응."



이미 팬티는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팽창해있었다. 예지가 그것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자 잔뜩 발기된 살덩이가 단숨에 튀어오른다. 예지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 그것의 아랫둥이를 쥐었다.



"이게...이게 들어온다는 거지?"

"응. 그래."

"나... 책은 많이 봤는데, 이거 입으로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 그렇지만 얘한테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뽀뽀만 해줄게."

"으응."



예지의 작은 입술이 벌려지더니 그것에 살짝 입을 맞춘다. 쪽쪽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재혁은 온 몸의 피가 한층 더 거기에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속으로 애국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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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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