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 - 단편

-사진관-

‘어서 오세요, 또 오셨네요?’

‘여기 갖고 왔는데요. 너무 오래 된 거라 될지 모르겠네….’

‘괜찮습니다. 어유, 잘 나왔네. 사진은 이 정도면 됐구여, 누굴 찍으실 건지….’

‘마누라죠, 누구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어제 드렸던 그 종이에 필요한 건, 잘 적어 오셨죠?’

‘그럼요. 어디 한 두 번 해 보나요?’

‘총 몇 장이나 나올까 모르겠네.’

‘되는대로 해 주세요.’

‘금액이 워낙 부담 되잖아요?’

‘허긴…..얼마정도…..?’

‘스물 네방 짜리로 찍으면 27만원 입니다.’

구석에서 셀프 현상기에 메모리 칩을 넣고 화면을 이리저리 조작하고 있던 여자가 놀란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와 손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를 리 없었다. 대화를 나누던 손님이 나가고, 계산대에 놓여 있는 내 컴퓨터의 액정화면에는 셀프로 처리한 손님의 출력결과가 표시 되어 지고, 돈을 내려고 카운터로 그 놀란 여자 손님이 다가섰다.

‘만 삼천원 입니다. 저번보다 조금 많이 찍으셨네요. 화질은 마음에 드세요?’

‘디카로 찍다 보니, 출력 질이야 예전만 못한 거 같아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바로 남의 눈, 거치질 않고 제 손으로 뽑으니 좋긴 한데, 특징이 없어서 그게…..’

‘잘 찍으시는 것 같은데요. 여자 분이 기계 조작하시는 게 별로 서툴러 뵈지도 않고….’

‘뭘요, 처음에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죠… 그런데…. 아까 그 손님은 사진 현상 비용으로 그렇게나 돈을 쓰는 것 같던데… 무슨 전문 작가 신가 보죠?’

‘아뇨. 그냥 우리 집, 단골 이세요. 이젠 필름을 맡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요? 그나마 현상액 냄새가 건강에 않 좋다고 하면서 전부 외주로 돌리다 보니 기간도 오래 걸리고, 손님처럼 디카에 익숙한 젊은 분들이야, 이렇게 밖에 나와서 기계를 건드리는 것조차 싫어서 아예 출력용 프린터를 사서 뽑거나 CD로 저장하시잖아요? 이 장사도 점점 어려워져요. 누가 알아 주는 건 아니지만, 사진을 찍으러 오는 분들도 단체 가족 사진이나 특별히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 아니면 출장을 부탁하는 분들도 없구요.’

‘보통 사진 현상비가 그 분처럼 그렇게 비싼가요?’

‘아뇨. 조금… 특수하긴 하죠…. 그건 그렇고…. 그 사진, 들고 가시면 젖을 수도 있는데 봉투에 넣어 드릴까요? 이리 줘 보세요.’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리는 바깥의 풍광을 의식 했음인지, 그 여자 손님은 나에게 사진을 건네 주면서, 봉투도 아예 봉해 달라고 했다.

‘다음 번에는 그 비싼 현상법 으로 저도 해볼까요?’

‘글쎄요… 될까 모르겠네. 워낙 필요한 것들이 많은 방법이라…..’

‘비용 때문에 그러세요?’

‘아뇨, 단골들이 아니면 힘들어요. 그냥 저 기계로 하세요. 제가 보니, 별로 가릴 만한 장면은 찍질 않으시는 것 같던데….’

‘암튼… 궁금하긴 하네. 다음에 올께요.’

장사를 하면서 다음에 오겠다는 손님은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척 하니 가게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행색만 봐도 나는 저 치가 나를 고롭힐 인물인가 아니면, 내 스타일로 휘감길 손님인가 대번에 구분이 가곤 했으니까. 왜냐하면 나만의 현상법을 이용해서 출력물을 전해주고 나면 그 반응이 제각각 이었기 때문 이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화인더를 통해 자신이 어떤 장면을 찍었다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나올까 하고 기둘리는 유치한 버릇을 갖고 있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나를 사로 잡는 그 셔터의 금속음과 더불어 내 망막에 남겨진 그 장면의 신선함을 항상 기억하는데 비해, 손님들은 그렇질 못했다. 속성 인화기를 사용할 때에도 사람들은 기계 속에 필름이 그냥 들어가 자동으로 인화되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필름에 남겨진 영상에서 핀트가 맞추어지지 않을 정도로 흐리거나 초점이 부정확한 필름이 기계 속에서 멈추어 있을 때는, 수동 모드로 전환해서 기어이 인화를 시키곤 하는데, 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담겨 있기는 해도 손님들의 사진을 본의 아니게 접하는 경우가 허다 했다. 게다가 작업이 종료되어 개개인의 포장에 담기어 지는 사진의 묶음을 대할 때마다, 그 필름을 갖고 온 손님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도대체 어떤 사진을 찍었는가 궁금해서 몰래 살펴보는 일도 많았다. 사람들도 인화를 하려면 내용을 볼 테니, 그쯤이야 라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면도 없진 않지만, 자신의 사생활이라든가, 사진의 내용이 누군가에 의해서 보여진다는 부분에 대해서 무관심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은 나로 하여금, 찜질방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할 때도 많았다. 저마다 찜질방에서 지급하는 찜질복을 입고는 있어도 남녀가 뒤섞인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의 신체를 쳐다보면서 이루어 지는 은밀한 상상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공공연한 장소에서 팔다리를 모두 드러내 놓고, 일부분 옷으로 가려 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금 주의를 기울이면 각선미며, 반바지 가랭이 사이로 거뭇하게 보이는 씹털 등을 감안해서 그 전체적인 나체를 충분히 조감할 수 있는 분위기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다룬다는 것은 그 사람이 준비해 온 필름만을 다룬 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을 일부분이나마 다루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가끔 못된 심리가 발동해서 사진의 내용을 훔쳐보는 예가 허다했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 셀프 인화기에는 고객들이 상상하는 대로 메모리칩 리더기와 텃취 스크린, 그리고, 컴퓨터, 고속인화용 출력 프린터가 들어가 있는 것이 대부분 이다. 손님이 직접 조작할 수 있고, 누구의 손을 빌리질 않는 다는 보장성이 강점이었지만, 사진을 다루는 전문가의 리텃취가 결여된 뭉뚱한 기계임에는 틀림 없었다. 나는 그 기계를 들여 놓으면서 간단한 지식을 활용해서 나만의 부속품을 부착하기도 했다. 손님들이 집어넣는 메모리칩을 읽어 내려면 일단 프로그램 상에서 메모리로 띄워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기에 나는 시스템이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작동만을 담당하는 컴퓨터에 나만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달았다. 그 이유는 간혹 손님들 중에서 갖고 온 메모리 칩을 그대로 꽂아둔 채, 돌아간 경우, 당삼 다음 사용자가 슬그머니 그 메모리를 착복하거나 버려 버리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기술 요건상 메모리 칩을 기계에서 빼기 전에는 계산이 되질 않도록 되어 있기도 했지만 어떤 손님들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메모리 칩만 덜렁 맡기고 얼마 후에 찾으러 오겠다고 부탁을 하고, 사라지는 예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 나는 기계를 이용하는 다른 고객의 기다리는 고충을 피하기 위해, 따로 작업실 내에 마련되어 있는 내 컴퓨터에 메모리 칩을 넣고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밖의 기계로 출력을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메모리의 분실이 있을 수도 있었고, 손님들과의 분쟁도 여러 차례 있어 왔다. 다행히 사진이 남았고, 그다지 부끄러운 장면도 아닐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메모리만 달랑 들고 와서 자신의 시스템에 백업을 못 남겨 낭패라고 툴툴 댈때는 나도 난감하기가 여러 번 이었다. 그래서 손님 자신은 모르겠지만, 한번이라도 메모리 칩을 꽂고 촬영 내역을 브라우즈 시키면 동시에 내 하드 디스크에는 그 내용이 몽조리 백업되었다. 비상시에 그 것이 톡톡히 제구실을 하기도 했고, 아까 얘기한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에는 갖고 왔다던 메모리 칩과 동일한 모델에다가, 눈물을 머금고, 내가 백업 받은 해당 사진을 도로 내려 받아 돌려주고, 싸움이 될 뻔한 소지를 무마시키는 작업도 꽤 있어왔다. 사진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진 기억의 소산이라는 점과 개개인의 사생활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 장면이 디지털화 되어 출력이 되어지고 나면, 유달리 애착을 갖고 있었기에, 나는 그들의 그런 변화추이 조차도 신경 써야만 했다. 내가 선호하는 고객들의 이름은 셀 수도 없다. 한 곳에서 오래 영업을 하다 보니, 나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는 고객들이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저… 뭘 좀 물어도 될까요?’

이렇게 접근하는 고객은 대개 사진기의 조작 미숙으로 메모리 칩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경우, 아니면, 사진을 찍기는 찍었는데, 필름을 뺄 줄 모른다던가, 자신이 집어 넣은 필름을 도대체 찍기는 다 찍었는가 의문스러울 때 던지는 질문의 초두였다.

‘말씀 하세요.’

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끄는 고객들은 당연히 주위의 사람들을 물려 달라는 얘기와 같았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웃음과 함께 눈짓을 조금 해주면, 열나 친절하게도 자신의 뒤에 서있는 고객들에게 일부러 자기 순서를 내어주고, 그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빈둥빈둥 주변을 구경하거나, 하릴없이 순서를 뒤바꾸며,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감추려고, 뺑끼를 치는 것이 그러했다. 실내에 사람들이 사라지면, 나는 당연히 입구 문에 걸려 있는 영업중 이라는 표식을 준비중 으로 바꾸고 손님을 내실로 모신다. 차를 대접하면서 커튼으로 굳게 가려진 실내에서 안온한 감을 습득한 고객은 그때부터 과감한 태클을 걸어온다.

‘저 아까는 사람들이 많아서리…..’

‘괜찮습니다. 다 그렇죠 뭐. 사진이란 게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아니겠습니까? 뭘 도와 드릴까요? 뭐 특별하게 안전한 현상법을 찾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럴 때는 손님에게 메뉴를 고를 필요 없이 입 속의 혀가 돌아가듯이 입맛대로 응대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네, 그거요…아휴 잘도 아시네. 역시 소문 듣고 오길 잘했네.’

내가 스스로 입방아를 찧고 다닌 일도 없는데, 사람들은 어디서 줏어 들었네 하는 말들을 입버릇 처럼 토해 놓았다. 사실 말이지,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면, 요즈음 이런 손님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모든 사진 현상이 필름이던 시절의 얘기다. 그들은 어디에선가 용기백배 하여, 어떤 부위나 장면에 사진기를 들이댔고, 그것을 현상해서는, 소유하고, 비밀리에 은밀히 보면서, 즐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좀 밝히기 껄끄러운 사진들이라, 어디 내놓고 말씀 드리기도 그렇고….’

‘괜찮습니다. 이거 한번 보실래요?’

하면서 나는 몰래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그런 류의 사진 뭉태기를 손님 앞에 내 놓았다. 그들은 그 사진을 훑어 보면서 자신의 비밀스런 사진도 나의 수집목록에 올라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엉뚱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지가 쇠고랑 차기 싫으면 스스로 알아서 단도리질 하겠지, 나야 원하는 사진만 빼서 튀면 그만 아닌가 하고, 외면해 버리는 그 무관심을, 나는 교묘히 파고 들어, 나의 수집목록을 빵빵하게 채우곤 했다.

‘와, 이거 이발소 집, 김씨 같은데…’

‘맞아요! 만나시더라도 내색하지는 마시구요. 그 분이 일요일 날, 문 걸어 잠그고 다른 이발사 아저씨 들이랑 면도하는 아기씨 덮쳐 먹는 사진인데, 정말 생동감 나죠? 가게를 갖고 계셔서 그런지, 그런 사진을 집에다 갖고 가기는 그렇고, 일하시다가 몰래 몰래 꺼내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부탁하신 거죠.’

손님은 눈이 휘둥그레 져서 이름과 주소만 대면 훤히 알 것 같은 주변의 색정광들이 찍어댄 희한한 사진들을 침을 질질 흘려가며 감상했다. 이쯤이면 미끼에 대번 걸리면서 입질이 온다.

‘그럼 비용은?....’

‘조금 비싸죠. 필요하시면 현상 시에 같이 계시면서, 안전하게 필름이랑 사진을 저에게서 직접 가져 가셔도 되는데…… 비용이 두뱁니다. 왜냐하면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일반 손님들에게 기다림 이란 피해를 부득이 하게 안겨 드려야 하기 때문이죠.’

‘이를 말 입니까? 당연히 많이 지불 해야죠. 아무튼 잘만 뽑아 주십시요.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구요…’

다들 그랬다. 비용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사진의 내용에만 충실하게 매달려 달라는 그 뻔뻔 스러움. 손님이 돌아가고, 작업에 들어가는 시각이면 나는 내실에서 옷을 모두 벗고 작업에 임했다. 왜냐하면 딸딸이 라도 치질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진 내용의 음란함에 빠져들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필름을 갖고 온 그 남자는 자신의 애인이 다른 남자들과 어떻게 놀아나는지를 기록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 인물의 출중함과 색스러움,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 같으면서도 과감하게 섹스를 벌이는 사진 속의 주인공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기도 했다. 전문가의 솜씨로 잡아낸 그 여자의 몸매는 가히 예술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의심의 끝을 달리던 약혼녀에 대한 불신은, 급기야, 흥신소 사람들을 개입 시켰고, 그 와중에 그녀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난잡한 섹스 행각과 외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 이었다. 당연히 캠이란 것도 없이, 필름만 달랑 흥신소를 통해 넘어 왔기에, 그 손님 또한, 출력된 내용만을 갖고 그 약혼녀를 다구쳐야 했기에, 결과물을 눈이 빠지게 기다려야 할 실정이었고, 비밀보장은 기본 조건 이었다. 그는 그 사진을 보면서, 과연 그녀와의 결혼을 진행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선에서 접어야 하는가를 숙고하겠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디카는 사진을 찍을 시의 주변 음향과 더불어 동영상도 저장이 가능했지만, 그 당시의 사진은 그렇질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사진을 대하면서, 그 안에 담긴 그녀의 신음과 비명, 철푸덕 대는 씹질과 쑤셔 박아대는 좇질의 음향효과를, 모두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한 장면 때문에, 넋이 나갔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길거리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된 도촬은 그 순서까지도 명확하게 나열되어 있었고, 멀리서 혹은 근접한 장소에서도, 무리 없이 찍은 것을 보면, 그녀의 섹스외도는 정기적으로, 그 일정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빈번 했으며, 실내의 섹스 장면을 가감 없이 잡아낼 정도로, 그녀의 행각은 이미 예견된 순서대로, 매번 이루어 졌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흥신소 사람들이야, 그녀가 드나드는 여관이나 모텔의 쪼바들을 매수하는 것은 기본 이었을 테고, 아무 생각 없이 건네주는 방의 열쇠는, 다름 아닌, 흥신소 사람들이 장치해 놓은, 사진기가 숨겨져 있는 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상의 비밀은 언젠가 밝혀 질 수도 있다는 이론을 절대 믿지 않는 것처럼, 당당히 보지를 덜렁대며, 자신의 피난처인 것 마냥, 은밀한 장소에 성공적으로 숨어 들었다고 자신을 자랑하며, 애인 몰래 섹스에 탐닉해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숨겨진 카메라의 각도가 고정되어 있고, 불이 켜 있다고는 하지만, 어둠 침침한 실내로 인해, 색감은 형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흥신소 사람들은 기가 막힌 장면들을 박아내어 왔다. 일부러 방의 조명을 고장 내서 불을 켜고 섹스 할 수 밖에 없게 했다든가, 실내의 자연 채광을 끌어 들이기 위해, 커튼 레일을 고장 내 트려, 교묘하게 침대 부분에만 채광이 이루어 지도록 한다든가 하는 그들만의 비법으로 인해, 사진은 더욱 역동감이 살아 있었다. 각도의 편이성 으로 말미암아, 그녀의 고통과 쾌락에 일그러진 얼굴은 교묘히 사진의 구도에 안전하게 자리 잡혀 있었고, 한 놈도 아닌, 여러 명과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떼씹 으로 인해 허연 엉덩이가 벌겋게 홍조를 띈 것조차,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나의 초기 예상으로는 어떻게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는가에 맨 처음 머물러 있었으며,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이지만, 남자 약혼자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일부러 약혼녀에게 알려, 이중으로 돈을 뜯어내고, 그것도 모자라, 몰래 찍은 것처럼, 음탕한 영상을 자랑하면서, 교묘하게 남자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도록 조작한, 섹스 사진과 더불어, 그 약혼녀와 흥신소 사람간에 범죄 행위에 가까운 떼씹을 벌인 현장을, 증거 자료로, 남자 측에서 챙기고 있었다는 것은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둘 사이에는 무지막지한 상속과 돈이 연루되어 있었고, 돈 많은 쪽이 가난한 쪽을 차버리기 위한 일환으로 만든, 조작된 섹스 영상 이었지만, 역으로 그것을 유도하여, 껌딱지 같이 그나마 붙어서 살아가려 하는 가련한 영혼의 불법적인 몸부림이, 바로 그 사진이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 나의 수집 명부는 철이 지날수록 두껍게 변해 갔고, 그 안에서 보여주는 음란한 섹스의 정지된 화상은 그 도를 징하게 넘겨오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세월은 언제든지 가게 마련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비밀스럽게 접근해 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자신만의 비법들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고, 비밀은 비밀로 남겨져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하는 말들 처럼, 불륜과 외도에 물들어가는 남녀의 색정군상들도 초유의 기법과 도망질로서 이제까지 해오던 짭짤한 추격을 보기 좋게 물리치고 있었다. 게다가 불어오는 섹스의 개화 바람 때문이런가?,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이 될 것도, 가려져 있어야 할 은밀한 소재로도 인정받질 못하는 외도의 현장증거들과 불륜적 섹스의 소재들은 인화라는 출력체제가 뿌리 채, 흔들리는 와중에 동반하락이라는 길로 편승해 가고 있었다.

‘또 오셨네요?’

방금 전, 사진을 인화하고 갔던 그 여자 손님이 다시 가게로 돌아온 것이었다.

‘무얼 잃어 버리셨어요?’

‘아뇨, 그게 아니고, 그 특수한 방법이란 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 지요.’

‘뭐 별로 특출난 것도 아닌데…. 평범한 것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을 위한 저의 영업 품목중의 하나지만, 그리 쉽사리 접근하실 수 있는 품목이 아니라서…..’

‘그게 어떤 건데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당찬 그 여자의 질문을 어떤 식으로든 우회할 방법이 없었다. 단골 이었고, 번번히 그런 류의 특수 고객과 나와의 밀거래 같은 대화를 들어 왔던 그녀로서는 궁금하기도 했을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떠세요?’

‘저야 좋죠. 뭔데요?’

‘지금 그런 류의 현상을 부탁하신 고객 분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오늘 저녁에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정 궁금하시면, 와서 직접 보고 결정하시는 것도 늦지 않을 것 같기에 드리는 말씀입지요.’

‘그래요?’

얼굴에 화색까지 돈다.

‘그럼 저녁에 올께요. 몇시 까지 오면 되죠?’

‘결혼 하신 걸로 아는데, 밤 12시까지 오셔야 되는데…… 그러실 수 있겠어요?’

‘음….. 좀 생각해 보구요. 남편은 어떻게든 곯아 떨어지게, 심신을 곤하게 해서리, 잠을 일찍 재우면 되겠는데, 애들은 말을 들어야지요, 아시죠? 날밤 깔 때도 있거든요. 사는 게 영 신통찮아서 제가 밤에 일을 나갈 때도 많은데……암튼 저녁 먹고 전화 드릴께요.’

‘결혼 하시고서도 밤일을 부려먹는 회사도 있어요?’

‘그게 쫌 그래요….동기간에 둘만 살다가 저만 이렇게 결혼을 하다 보니, 동생 건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네요. 남편 눈치도 보이고, 목구녕이 포도청 이다 보니, 일일이 돈으로 해결 할 수도 없고…암튼 이따가 전화 드릴께요.’

그녀는 이 곳에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였다고 했고, 사는 건 그저 그런 부류로 기억 되었다. 밤일이라고 해봐야, 저런 멀쩡하고, 반반한 얼굴과 야시시한 몸매로는 보지나 지천으로 내두르는 노래방 도우미 아니면 과부촌 과수댁이 제격이라는 생각만이 들었고…아무튼 저녁을 가게에서 피짜로 떼우는 도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흑흑….. 헉헉….. 사장님 이세요?..... 네… 아까 연락 했던 사람 인데요….헉헉…. 흑흑….. 곧 있다가…… 약속 시간에…… 가 뵐께요….윽윽윽윽….. 그러니까…… 그러니까…..헉헉 12시에….악악…윽윽… 감사합니다……안녕히 계세요……’

이상시런 전화. 아마도 남편을 일찍 재우기 위한 초저녁 날섹스를 때리는 와중에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별로 마음에 두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색쓰는 음성은 정확하게 전화기를 건너오지는 못했어도, 귓가에 뱅뱅 맴돌면서 내 귓가를 어지럽혔다.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 손님을 내보내고 가게 카운터와 쇼윈도우의 불을 내렸다. 커튼을 내리고, 대강 청소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시계를 올려다 보니 11시 40분 이었다. 지금 쯤이면, 닫혀진 가게의 문으로 인해 사람들은 24시간 현상소로 발 길을 돌릴 시간 이었고, 나는 또 속으로 욕이 새어 나왔다.

‘대기업 씨부랄 쇄끼들, 이것 저것 안 잡아 먹는 것들이 없다니깐. 사진 현상하는 코 묻은 돈도 빼끌어 가서, 어느 보지 구녕에 쑤셔 박을려고 하는지, 원….’

나는 되도 않는 욕을 해대면서 실내를 치웠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땀이 솟고, 나는 내실로 들어가 12시가 되기 전에 샤워를 마쳐야 되겠다면서 부리나케 서둘렀다. 샤워를 마치고, 내실에서 알몸에 수건만 두른 채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저에요. 아까 전화 드렸던….’

씩씩대는 음성으로 전화를 넣었던 바로 그 여자 였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우산도 없이 비를 홈빡 맞고 오돌오돌 떨면서, 서 있는 것이 비 맞은 새앙쥐 꼴이었다.

‘들어오세요. 왠 겨울비 야?’

나는 그녀를 가게 안으로 들이면서, 걷었던 커튼을 다시 치고는 불을 또 껐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괜시리 밖에 불이 켜 있으면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서리….’

‘저 수건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아까 집에서 나올 때는 안 그랬는데, 갑자기 쏟아져서…’

나는 아랫도리를 감고 있던 수건을 바로 풀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 수건을 받아 드는 손끝으로 물기가 뚝뚝 떨어진다.

‘놀라실 거 없어요. 어차피 작업 할 때는 옷에 몸을 걸칠 수가 없어서 그런 거니, 달리 궤념치 마세요. 들어가죠. 날씨도 추운데…..’

내실은 스튜디오 촬영을 겸하는 곳이었고, 나만의 시스템으로 디지털 인화를 하는 곳이기도 했다. 바깥과 달리, 너무나 조용하고, 실내 온도조차 따스하기 이를 데 없어, 옷을 홀랑 벗고 있는 나에게 적합한 실온 이었으니, 아마도 옷을 껴 입고 있는 그 여자에게는, 다소 후덥지근 했을 수도 있었다.

‘자 그럼, 시작 할께요. 설명이 완전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제가 손을 내 치지 않는 한은 질문에 답할 께요. 손을 흔들 때는 제가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니까, 궁금한 것이 있으셔도 조금 참으시구요.’

그녀는 내 옆에 앉아 머리와 몸에서 물기를 닦아내느라,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실내의 궤종시계가 12시 타종을 때리고,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사전에 이해가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사진이란 매체로 남기고 싶어하는 것에서 기술은 시작되었다고 봐요. 그 과정은 오로지 인간의 망막구조와 그를 통해 인식되는 형태적, 구조적, 색상적인 입체형상을 2차원의 형태로 인식하게 해주는, 인간이라는 모델을 지극히 모방한 것이구요. 그러다 보니 보통의 사진기란 것이, 사진기가 허용하는 오차의 범위 내의 영상만 잡을 수 있는 한계란 것이 있어 왔어요.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를 왜 하냐 하면, 제 작업의 특이성을 이해 시켜 드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어요. 계속하세요. 이젠 너무 더운데 저도 벗으면 안될까요? 젖은 옷을 체온으로 말리기도 좀 그렇고….’

‘그렇게 하세요. 벗은 옷은 저 쪽에 보이는, 옷걸이에 걸어 놓으면, 제일 확실하게, 빨리 말라요. 이따가 조명이 들어오면, 그곳이 제일 덥거든요.’

그 여자는 내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질 않은 것처럼, 자신도 옷을 훌훌 벗어 재꼈다. 역시 내가 짐작한 대로 옷을 벗는 그녀의 젖꼭지는 누군가 방금 전에 심하게 빨았던 것처럼, 이빨 자욱 까지 있었고, 가슴 주변과 배, 넓적다리 할 것 없이 온통 키스마크의 붉그르죽죽한 색상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돌아서서 옷걸이에 옷을 걸기 위해, 돌아선 그녀의 뒤는 더 가관 이었다. 남자의 손 크기로 보이는 말아 쥔 손가락의 멍자욱도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고, 아마도 그녀의 두 팔을 누군가 양쪽에서 잡아 들고, 두 다리마저 가랭이를 벌리게 하여 억센 손으로 잡아 챈 뒤에, 보지를 한없이 벌리게 한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래도 그녀는 그런 것을 가리고 자시고 하는, 내숭은 보이질 않았다. 그 길고 하얀 두 다리와 쭉 뻗은 각선미, 무릎조차 없이 매끈 했다. 그 위로 달랑 올려 붙어 있는, 손자죽이 나기는 했어도 하얗고, 토실한 둔부, 그리고, 무성한 털로 뒤덮여 있는 그녀의 삼각주는 가히 시선을 고정 시키기에 부담이 없었다.

‘오로라 사진기라고 들어 보셨어요?’

‘네. 사람의 주위에서 발휘 된다는 오로라를 찍을 수 있는 특수 사진기를 말씀 하시는 거죠?

이쁜 년이 아는 것도 많았다.

‘제가 하는 작업은 이렇게 특수한 상황을 찍어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아니, 아까는 상품이라고 하셨잖아요? 다른, 무슨 사진기나 현상기기 같은 게 아니었나요?’

‘잘 들어 보세요. 사진이라고 하는 형태는, 화학물질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주입되는 빛의 크기를 잡아 챈 상태 그대로, 필름이라는 물체의 표면에 감광이라는 자욱을 남기는 겁니다. 그 원리는 세상의 어떤 물질도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물질은 없다는 것에서 시작되는, 가정 때문 이지요. 저마다 다른 색감과 위치에서 반사되는 빛의 크기를, 가감 없이 조리개를 통해 받아들여, 필름을 그 허상 앞에 발가벗겨 노출시키는 거죠. 여기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그 사진이 찍히던 시간적 상황과 뷰 화인더 이외에서 벌어지는 공간적 왜곡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잡아내는 거죠. 당사자는 그 자리에 있었기에, 사진 이외에, 렌즈에 잡히질 않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설사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필름이 갖고 있는 역동적인 사실과 스토리는 허상이나마, 필름과 인화된 사진 속에 남아 있게 되는 겁니다. 저는 그것을 잡아내서, 새롭게 사진을 찍는 것처럼 허상이긴 마찬가지 이지만, 새로운 필름에 다른 시간대의 기록에 의지해서,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이해가 되세요?’

‘한번 이해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그럼, 좀 보여 주세요.’

‘자, 여기 고객이 의뢰하신 준비물들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보이시죠?’

‘네.’

‘그 중에서 그 분이 가져오신 본인의 사진을 먼저 보도록 하죠.’

‘보다뇨?’

‘이미 제 마음 속에는 의뢰하신 고객의 신상정보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 정보에 집중하면서, 요청하신 결혼 생활을 중심으로, 정신을 집중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눈을 감고 작업에 들어가니, 곁에서 잘 보세요. 그리고 제가 가리키는 것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제 손에 들려 주십시오. 보통 때에는 제가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하지만, 어차피 도우미 격으로 앉아 계시니, 도와 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나는 그녀의 정면에 앉아, 의자에 편한 자세로 기대 앉아, 사진을 손에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머리 속이 복작 거리면서, 나만의 연상 작업은, 고객의 얼굴과 겹쳐 지면서, 다채로운, 그러나, 정리되지 않은 영상들을, 혼합적으로 나의 머릿속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 머리 속에 고객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음…… 고객 분이 원했던 사진은, 자신이 집을 비웠던 이틀간 있었던 일인데,……아내 되시는 분은 아직 얼굴이 또렷하질 않네요. 이런 상태로는 셔터를 누를 수가 없지요. 탁자에 있는 그 사진 뭉태기를 좀 주세요…. 됐어요….자, 이제부터 그 이틀 사이에 아내 되시는 분이 찍었다고 하는 사진을 살펴 볼 차례입니다. 총 8장 인데요. 뭐 평범한 길거리와 건물, 그 사이로 걸어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누군가 찍은 사진인데요…..별로 특별한 것은 보이질……아참…. 잠깐 만요…. 영상이 점차 움직이네요. 무언가 있어요!’

나는 계속해서 눈을 감은 채 였고, 여덟 장의 평범한 사진을 건네 받아, 한 장, 한 장, 머릿속으로 읽어 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눈을 감는 이유는, 나의 특별한 능력을 깨닫고부터, 생긴 습관 이었다. 인간이 가장 속아 넘어가기 쉬운 감각이 색각 이라고 했던가? 눈을 뜨고 보이는 사물의 형태와 색은, 언제나 나의 그런 능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힘을 잃었었고, 눈을 감으면, 고요한 정적 속에 빠지면서, 내 앞에는 집중하는 것에만 독특한 시각적 확실성을 부여했다. 주변의 부가적인 함정을 거치지 않고, 진실만을 목도할 수 있는 나만의 기술 이었다. 나는 20여분간, 머릿속으로 보여지는 다채로운 파노라마에 넋을 잃고 있었다. 이미 내 좇은 그 영상의 초입부터 발기되기 시작해서, 식을 줄을 몰랐고, 그 여자가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아랑곳 하질 않은 채, 사진을 통해 집중을 하는 도중에도, 연신 좇대를 껄떡이면서 자위를 해댔다. 그 여자에게는 말하질 않았지만 아마도 나의 행위가 보기에 그리 달갑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 겠는가? 그 황홀한 섹스의 향연은, 두번 다시 보지 못할 광경이 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 속의 여자는 거리를 가로질러,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 길가와 떨어져 있는 모텔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머릿속에서 보는 영상은, 완벽한 전체구도는 아니고, 가방 속에 숨겨져, 흔들리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몰래 카메라 같은 영상으로 대변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정확하질 않은 장면은, 상을 찡그려 가면서 까지,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중간에 그 여자로부터 마지막 도구를 넘겨 받았고, 머릿속의 영상은 계속 되었다. 그 부인의 무릎 즈음에 고정된, 나의 화인더…나는 그래도 그녀의 뒤를 따라잡고 있었다. 수없이 눌러지는 찰칵….찰칵……찰칵 소리……

‘뭐가 보여요?’

‘지금 그 여자를 따라가고 있어요. 상반신이 보이질 않고는 있는데, 사진에 나와 있는, 그 부인이 틀림 없어요…..지금 모텔로 들어가,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그 여자의 다리가 보이고 있어요. 정말 미끈하죠…그런데 팬티를 입지 않은 가 보죠? 가랭이 사이로 보짓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게 보여요. 어디서 섹스를 하고 왔는 모양이에요.’

방으로 들어선 부인은 가방을 탁자에 놓고, 영상에는 보이질 않았지만, 옷을 벗고 있었다. 침대로 고정된 시각. 두 남자가 벌거벗고, 흉측하게 생긴 좇대를 사정없이 주무르면서, 그 여자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침대에 왕대짜로 누워 있는 남자의 위로, 언제 옷을 벗었는지 그 여자가 나의 시선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좇에 걸터 앉고 있었고, 애무고 자시고가 없었지만, 남자가 지분거리는 소리는 겨우 들을 수 있었다.

‘남편 좇물 땜시, 미끈 거리는 게 죽여, 죽이는 구만.’

그녀는 방금 남편과 섹스를 하고 좇물 치레도 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섹스의 환락을 쫓아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쩍쩍대며, 보지를 가르면서, 사정없이 허리를 내두르는 부인….밑에서, 그녀의 젖을 말아 쥐고, 쥐어 트는 그 폼새는 한 두 번 쑤셔본 솜씨가 아닌 듯 했고…. 나머지 한 녀석은 여자의 주위를 맴돌면서,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입안에 좇을 쑤셔 넣는가 하면, 욕지기가 터져 나오는 여자도 무시해 가며, 좇대가 박힌 채로 꿀쩍 대는 보지에 동시패션으로 좇대를 또 담그기도 했고, 히히덕 대는 목소리로, 좇대에 기름칠을 한 채로 욕을 하든가 말든가, 똥꾸녕에 쑤셔 박기도 했다. 밑에 누워 있는 녀석은 위에서 올라탄 채로 똥꾸녕에 좇을 꾸겨 넣는 녀석을 도울 심산 인지, 여자를 난짝 껴 안아, 엉덩이가 뒤로 확 들리게끔 상체를 거머 쥐기도 했다. 여자는 보이질 앉고, 탁자 쪽에서 바라다 본, 침대에는 무슨 구렁이 진흙구덩이에 구녕 뚫듯이, 위아래로 미끈덩 거리면서 쑤셔대는 좇대의 향연만이 보여지고 있었다. 여자의 비명, 남자들의 환호성… 뒤이어 꿀럭 대는 좇대의 경련이 일어 나면서, 위 아래로 박혀 있는 좇대가 스르륵 힘을 잃으면서, 여자의 몸에서 빠져 나오자, 뒤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허연 좇물의 홍수…….여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만 두 남자를 침대에 눕게 한 뒤에 자신의 항문과 보지에서 흘러 나오는 좇물을 모두 받아 마시게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세 사람의 섹스는, 또다시 똥 찌그래기와 씹좇물이 흥건한 두 놈의 좇을, 씻어 내듯이 빨아먹어 세워 버리는, 그 여자의 당찬 뒷풀이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두 놈은 꺼지지도 않는 좇대를 이용해서, 쩍쩍대는 소리를 벗삼아, 그 부인의 보지를 갈갈이 찢어 놓고 있었고, 온 몸에 시퍼런 멍자국과 키스마크를 만장으로 저지르고 있었다. 그 부인은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씨발 놈들, 개쇄끼들, 좇 같은 쇄끼들 하면서, 욕을 쳐대면서도 가랭이를 있는 힘껏 벌리다 못해, 보지와 똥꾸녕에 좇대가 동시에 박혀 지기만 하면, 넋을 놓고 이런 뉘미, 살려줘, 박아줘, 쑤셔줘 하는 탄식을 잊지 않았다. 기어이 정신을 잃은 그녀… 그러나, 그 놈들은 정신을 잃은 그녀를 들어서는 영상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목욕탕에 데려다 놓고 욕조의 물을 틀어 놓은 채로 정신을 깨워, 또다시 섹스를 하는 모양 이었다. 낄낄거리는 웃음과 함께 세 사람의 나신이, 집중해서 노려 보고 있는 나의 시야 앞으로 다가섰다. 두 놈은 아까 처럼 침대로 나 뒹굴었고, 또다시 좇대를 거머쥔 채로, 세워 대고 있었고, 그 부인은 화장이 망가졌다고 하면서,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거울을 찾았다. ……찰……..칵……..딕딕딕딕딕……

‘선생님, 필름 끝났어요. 히히히히!’

눈을 뜨자, 벌거 벗고 있던 그 여자가 내 눈 앞에 방금 보았던 영상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정면으로 노려 보고 있었다.

‘그럼…. 그 여자가 바로 당신!’

‘기술 하나는 대단하네. 말로만 들었던 염사를 이렇게 눈 앞에서 보다니 말이야. 그래 맞아. 필름이 떨어져서, 더 이상 그 좋았던 섹스 장면을 더 찍을 수는 없어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생각할수록 당신 이란 사람 대단해. 어떻게 정신 집중 하나만으로 이런 고물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내가 몰래 해왔던 떼씹의 장면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찍어댈 수 있는 거지?’

머리 속으로 보아오고 있던 영상 속에서, 중요한 장면은 처음 시작될 당시부터, 그 남자 분에게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는데, 얼결에, 그 부인의 얼굴이 나온다는 생각에 눌렀던 셔터가, 마지막 필름일 줄이야! 내가 갖고 있는 특수한 초능력은 바로 염사 라는 능력이었다. 사진을 피사체에게 굳이 들이대지 않고도,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초월해서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찍어낼 수 있는 기술…. 그게 내 능력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찝찝한 것은 이제 내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거야. 이 사진이 남편의 손에 넘어 갔더라면 더 했겠지….. 언젠가 어떤 미친 새끼의 약혼녀 외도 장면을 뽑아 준 적 있지? 그것도 흥신소의 필름에 더하여, 그 놈의 좇 같은 염사 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말이야. 그게 누군지 알아? 지금 미쳐서 정신병원에서 침대 시트를 말아서, 보지에 줄창 쑤셔 넣고 헐떡거리고 앉아있는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야. 이제야 찾았으니 더 볼 것도 없네. 넌 내 밥이야, 알아?’

갑자기 두 눈이 섬뜩한 느낌으로 따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확 번지는 피의 느낌. 그녀가 바로 방금 전, 내가 찍었던 폴라로이드의 필름을 쪼갠 후, 그 날카로와진 가장자리로 내 두 눈을 확 긁은 것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건 핏속에서 괴기스럽게 웃고 있는 그녀를 올려 보다가 정신을 잃었다.


‘안녕하세요? 사진 맡기시려 구요?’

‘네. 여기는 셀프 인화기는 없어요? 난 메모리만 갖고 왔는데…..’

‘저희는 필름만 취급합니다. 손님, 죄송스럽게 됐네요. 그럼 자리 좀 비켜 주시겠어요? 보시다 시피 손님들이 많이 밀려 있어서…..’

‘아니, 기계는 코빼기도 안 뵈는데, 어디 외부로 보내나요?’

‘그래 가지곤 장사가 되겠어요? 여기 옆에 앉아계시는 이 아저씨께서 작업하시면, 바로 내일 받아 보실 수 있도록, 뒤쪽에 첨단 인화 시설을 갖추어 놓고 있죠. 저희 가게 만의 특징입니다. 다음 번에는 필름에 박아 오세요. 멋지게 뽑아 드릴께요.’

‘장님 기술자 에다가, 이상한 사진관도 다 있네. 참… 요즈음 시대와 거꾸로 가는 상술도 다 있다니….’

사람들은 지긋한 나이의 장님 남편과 젊디 젊은 여자가 카운터를 지키고 줄창 필름만 받았어도 미어터지는 우리 가게를 가리켜, 이상한 사진관 이라고 불렀다. 원래 주인이었던 내가 장님이 되고 나서, 나의 수족처럼 사진관을 지켜오는 아내를 사람들은 천사 같다고 했지만, 아직도 우리 집의 냉장고에는 일년을 먹어도 바닥이 안 보이는 만두가 한까득 이나 있었다.

‘여보, 일 좀 나중에 하고 만두나 먹읍시다.’

아내가 나의 손을 이끌고 뒷채로 들어갔다.

‘만두는 이제 좀 그만 먹으면 안될까?’

‘왜 죽고 싶어? 내가 내 손으로 죽인 애들이랑, 남편 새끼의 쫀득한 살로 빚은 만둔데 왜, 역겨워? 말 만해! 너는 만두로 천천히 먹기도 전에, 피가 질질 흐르는 스테이크로 먹든가, 육회로 자셔줄 테니, 어서 빨리 쳐먹고, 그 놈의 염산가, 씹산가로 사진이나 빨리 뽑아. 디지기 전에….’

정말 이상한 사진관 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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