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銀髮) - 단편

-은발(銀髮)-

한낮의 공원 산책로는 요즈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려는 젊은 것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바퀴 달린 신발에, 땅깡아지 대가리 처럼 생긴 모자에, 게다가 온몸에 무슨 장비는 그리도 많이 끼워 찼는지, 꼭 저러고도 그걸 타고 싶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나, 내심 나 자신도 그런 부류에 속해보고 싶은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무리에 끼워지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자괴감이 더욱 서글프게 나 자신을 만드는 지도….
그 날은 오랜만의 월차휴가 여서 아침 산책 겸, 운동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있던 날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진 기운과 한낮의 번잡스러움이 없는 새벽의 공원산책로는 그 나름대로의 고즈넉함이 있었다. 나는 신문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끔 힐끔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의 앞에 와서 서있는 바람에 얼굴을 들어 보았다.

‘젊은 양반, 여기 좀 같이 앉아도 되겠소?’

나는 살다 살다 그런 모습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머리는 백발 같은 은발 이었는데, 여느 할아버지 같지 않게, 무슨 영화배우나 패션모델 같이, 머리를 곱게 뒤로 모아 묶은 모습이 정말 기이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영화배우 엔디 가르시아가 연상되었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것 같은 팽팽한 얼굴 피부하며, 할아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건장한 체격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휴 , 어르신, 그러시지요. 제가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었나 보네요. 허허…’

‘내 부탁하나만 더 하지. 자네 보는 신문이 스포츠 신문인가 본데, 오늘의 운세란 좀 볼 수 있겠나?’

나는 신문을 건네면서도 속으로,

“으이그, 영감탱이, 그 나이에 특별할 운세를 뭘 기대하시나? 그저 숨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사시지. 쯧쯧…..”

‘왜? 인생 종 친것 같은 늙은이가 어째, 새벽 댓바람 부터 운세 타령 이냐구? 자네 얼굴에 그렇게 씌여 있네 그랴. 이 나이에도 피할 것은 피하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할 것이 있는 벱이야.’

나는 신문을 건네면서 내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계면쩍기 이를 데 없었다.

‘아니, 제가 언제?’

‘괜찮네. 나도 젊었을 때는 나보다 늙은 사람들을 보고 더한 소리도 했었으니까. 정말 물불 모르고 까불던 시절이었지.’

‘어르신, 그런데, 어찌 그렇게 정정하신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머리결만 빼면 40대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자네, 이 머리가 언제적부터 이랬는지 아나?’

‘머리야 나이 먹으면 세는거 아닙니까? 저도 요즈음 흰머린지, 세치인지 자꾸 삐지고 나와서 집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족집게로 뽑고 있는데….’

‘허어 그런 거 말고….’

나는 그 노인의 입을 통해 세상에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구나 라는 감탄을 해가며, 그 벤치에서 오후가 다 되도록 노인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오는 꿈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 부분의 십분의 일도 안되지만 말이다. 그 노인의 이름은 아직까지 모른다. 그러나, 그 노인은 은발의 노신사 라고 불리워지는 자신을 그 바닥에서 알만한 사람은 전설 속의 영웅처럼 모두 기억한다고 했었다. 맨 처음에 그는 자신의 나이와 신분을 속이기 위해 머리를 박박 깎고 탈속한 스님처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워낙 동안인 데다가 머리까지 깎아 놓으면 영판 동자승을 닮은 애띤 얼굴이라 여자들은 그 노인과 섹스를 하면서 그 맨질한 머리를 핥아 먹기도 하고, 어떤 년은 그 까칠하게 자란 밤송이 같은 머리를 보지에 문질러 달라기도 했단다. 그 노인은 자신의 나이가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있는 관계로 그 노인을 만나 여자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부풀려진 나이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웃으면서 즐겼다고 하는데,

‘자네,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아나?’

‘세상이 좁다뇨?’

‘한 가랭이 건너면 눈에 익은 보지, 한 보지 건너가면 어제 먹은 보지, 그게 인생 이더라니깐.’

노인의 말에 의하면 삶의 무게에 짓눌린 여자들 말고, 그나마 섹스를 즐길 위치에 있는 여자들은 그 부류가 일정하게 노출되어 있다시피 해서 자신이 좇을 한번 내밀자 마자, 그 바닥에서는 말간 물에 잉크 풀듯이, 일파만파로 소문이 번져가는 것을 실제로 목도 했다 한다. 게다가 나이도 불분명하고, 어디 사는지도 불투명 하지만, 섹스 하나만은 언제나 기절초풍할 정도로 끝내주게 마무리하는 매너의 신사라는 이미지는 아직 접해보지도 못한 여편네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고 보지물을 질질 흘리게 했다 한다.

‘그땐 정말 무서울 게 없었어.’

‘아니, 그 당시에는 불륜을 내놓고 할 수 없던 시절, 아니었는지요?’

‘그게 웃기는 짬뽕 같은 얘기라 이거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이다 뭐다 해서 내놓고 그 짓거리를 하면서 세상의 섹스문화는 자기들이 모두 열어 놓은 것처럼 떠들고 다니지만, 사실 그때도 지금처럼 전달 매체가 없었다 뿐이지, 즐기는 놈들은 극을 달렸다니깐.’

‘그래요?’

‘자네 8미리 촬영기가 무언지나 아나?’

‘알죠’

대학 다닐 때 동아리에서 다루던 8미리 촬영기를 나는 기억도 새롭게 끄집어 냈다.

‘자네 8미리 촬영기로 어두운 곳에서 촬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었는지 기억나나?’

‘암요. 누군가 옆에서 조명을 들고 있어 줘야 하거든요. 얼마나 뜨겁고, 진저리 나게 무거운 데요.’

‘내가 소장하고 있는 그때 찍어 놓은 영화들이 있는데 모두 조명발이 끝내 주는 장면들이지. 언제 시간 나면 보여줌세. 자 그건 그렇고, 그 당시에 그런 촬영을 하면서도 여자들은 요즈음 처럼 얼굴을 가린다든지, 머리카락을 귀신영화처럼 수북히 앞으로 쏟아 내리게 치장한다든지 하는 여자들은 없었지. 그리고, 섹스를 하는 나를 비롯해서 찍사는 물론 조명까지 들고 있는 와중에 그처럼 섹스를 할 수 있었던 시절의 얘기가 믿어지나?’

그렇다면 그 장면을 찍는 방에는 여자를 제외하고 적어도 남자가 노인을 포함해서 세 명이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자네 상상에는 3명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틀렸어, 그런 방에는 적어도 다른 커플들을 포함해서 7,8명은 되었으니까. 어떤가? 이른바 떼씹 말이야!’

나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요즈음도 인터넷에는 삼섬 사진만 올라와도 탄성에, 리플 홍수에, 대박이 자동 이었는데, 그런 옛날에도 떼씹이 있었고, 그걸 찍어 즐기는 부류가 있었다니…

‘우리 때에는 초빙이라는 것이 있었지. 점잖게 생긴 부부들이 모여 비밀 회합을 만든 뒤에 자신들의 떼씹 이나 부부교환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나 같은 선수를 초대하는 행사를 일컫는 말이야. 요즈음 관전과는 좀 다르지. 왜냐하면 거기 모여있는 사람들 중에서 참석한 여자들의 보지를 몽조리 쑤셔대 버리는 난장 개막식이 그것 이었거던.’

‘난장개막식 이라뇨?’

‘둘러선 남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차례로 자신의 아내나 애인들이 나의 좇대가리에 뻑이 가는 것을 목도 하는 거야. 나의 단련된 체력과 테크닉들로 여자들은 멀티를 느끼고 나자빠 지면, 그 여자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둘러선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나를 거쳐간 여자들의 보지며, 똥구녕 이며 할 것 없이 마구 들쑤셔 대는 거지. 내가 개막 테이프를 끊어 여자들의 수치심을 없애줌과 동시에 방안에는 기가 막힌 떼씹의 향연이 펼쳐지는 거지.’

나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잠시동안 벌떡 이다가 수그러 들고, 벌떡 이다가 수그러 드는 노인의 대대한 좇대의 치켜듬이, 그가 입고 잇는 츄리닝을 순식간에 들어 올린다는 것을 쉽사리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초빙에 참석 했기는 했어도 그 안에서 쑤셔본 여자는 나중에 연락이 닿아도 다시는 만나지 않는 것이 나의 불문률 이었지. 그래서 내 명성은 더욱 자자 했구….’

‘그럼 어떻게 그렇게 섹스를 잘하시게 되었습니까? 타고난 건가요?’

‘우선 물건은 타고 난다고 봐야 돼. 기선 제압이라는 거 있지? 우선 바지를 턱 하니 벗겨 놓으면 여자들은 의례 입이 쩍 벌어지면서 어머머, 어머머 이런 좇대가리는 처음 봐 하면서 기가 팍 질리게 되거던. 그렇지만 물건만 큰 것은 절대 자랑할 것이 못돼. 훈련 없이는 좇대가리 세워 놓고 수건 한 장 걸쳐 놓질 못하게 되거든. 그런 것들이 못된 짓을 좇대가리에 하는 거야.’

‘못된 짓 이라뇨?’

‘다마 박는 거지, 뭐긴 뭐겠어? 그거야, 정력도 고갈되고, 크기에 자신은 좇도 없고, 테크닉은 열나 부족한 허접한 새끼들이 하는 짓거리지, 이런 바닥에서 그런 짓거리 하는 것들은 선수 축에도 못 끼지. 요새 오락실에서 젊은 것들이 하는 스탄가 뭔가 하는 게임에서 치트키 써서 하는 새끼들, 축에나 끼워 주는 거 봤어? 그런 거와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되지.’

노친네가 아는 것도 많았다.

‘나 이래 뵈도 유명했던 사람 이라구. 서울 장안에 내노라 하는 제비족들 치고 내 수하에서 한수 배우고 가지 않은 녀석들이 없었지. 돈도 엄청 만졌었어. 돈을 싸 짊어지고 와서는 어떻게 하면 여자들을 한방에 뻑 가게 할 수 있냐고 통사정을 하는 사장족들이 줄을 섰었다고 하면 믿겠나? 요즈음이야 비아그란가 뭔가 하는 약 때문에 그런대로 남자들이 기 펴고 사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 서도…’

요즈음이라도 만일 내가 그런 위치에 있었다면 당장에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을 것은 뻔한 이치였다고 믿어질 정도로 그 노인의 지나온 세월은 화려하고 신기할 따름 이었다.

‘제일로 궁금한 건요, 어떻게 하시다가 그 길로 들어서게 되셨느냐 하는 거죠.’

‘글쎄,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보니, 중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 허드렛 일이나 막노동 밖에는… 그러다, 어느 쌀가게에 점원으로 일을 하게 된 것이 시초였지. 그 집에서 나는 인생의 전환점을 발견한 거야.’

‘아니, 쌀가게가 무신…’

‘그 쌀가게의 주인이 과부였거든. 대강 스토리가 짐작이 가질 않나? 쌀가마니를 그 어린 나이에 번쩍번쩍 치켜들고, 자전거에 실어서는 그 딴딴한 장딴지로 못 올라가는 언덕이 없이 배달을 다니는 나를, 그 여편네는 찬찬히 살펴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던 게지. 쌀가게에서 먹고 자던 나를 그 과부댁이 어느 날, 작정을 하고 덮쳤던 게야. 그때까지 여자 경험이 없던 나에게 그녀는 마구잡이로 버둥대는 나를 찬찬히 달래가며, 온갖 기교를 가르쳤지. 사정을 절제하면서 섹스 하는 법에서부터, 여자의 어디를 애무해 주면 좋아한다든가 하는 자질구레한 지식에서부터, 쑤실 때에 어떤 각도가 여자를 미치게 하는가 에서 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서 나의 섹스기교를 모두 다루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편네가 내 생애에 있어서 제일 끝내주었던 여자 였던 것 같아. 그런데 나는 나 나름대로 나의 스승이자, 나의 첫 섹스 파트너에게 기가 막힌 선물을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 그 욕심이 화를 부르긴 했지만 서도….’

‘화를 부르다뇨?’

‘나는 밤이면 밤마다 그녀를 위한 회심의 일격을 위해서 밤이 새도록 온 몸을 연마했어. 물건만 잘 생겼다고 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일찍 간파한 나는 D데이를 정해 놓고 그녀를 뻑가게 하려고, 나만의 특수훈련으로 밤을 새웠지.’

‘그게 어떤 훈련 인데요?’

‘밤이 새도록 무한정으로 복근 운동과 허리 등배근의 운동을 해댄 거지. 자네, 항상 정력 얘기만 나오면 하단전 이라는 말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것을 알고 있을 게야. 뱃살이 자네처럼 그득하면 있는 정력도 달아난다는 것 모르나? 자고로 섹스의 끝을 달리려면 복근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롭히고 단련해야 된다는 사실을 자네는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나는 모른다고 하자, 슬며시 자신의 츄리닝을 들어 보이는데 나는 무슨 이십대의 몸짱을 보는 줄 알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복근의 우람함과 아울러 새겨진 王자의 선명함은 그 그늘이 말해 주듯이 하루 아침에 생긴 근육의 모듬이 아니었다.

‘나는 나날이 하단전에 꽉 차는 듯한 생력의 차오름을 몸소 느끼고 있었지.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 나는 차일피일 과부댁의 손길을 저어 했었고, 급기야 달구어 질대로 달구어진 과부댁의 보지가 터지기 일보직전에 나는 귀뜸을 했었어. 오늘 밤에 방으로 오라고…. 나는 그녀가 방으로 오기 전에 딸딸이를 쳤지. 그것도 그녀가 가르켜 준 방법의 하나였으니까. 단번에 처음 만난 여자를 뻑이 가게 하려면 사전에 정액을 빼고 섹스에 임하면 장시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라는 것이었어. 처음 만나는 여자와는 왠지 기분이 평소보다 고조 되어서 기대치 보다 일찍 사정할 수 있다는 그녀의 경험담 때문 이었구. 나는 자신이 있었지. 사정을 한 이후에 나는 방안을 들어서는 그녀를 향해 번쩍 솟구친 내 좇을 기냥 들이 밀었어. 사흘 굶어 도둑질 않 하는 놈 없다고? 글쎄, 불난 보지, 3주간 굶겨 놨더니 아주 눈깔이 돌아가 버리더구만. 나는 절대 싸지 않고 버티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 바로 삽입도 하질 않고, 혀와 손가락으로 그녀가 가르쳐 준대로 자신의 비밀스런 포인트를 가차없이 짓누르면서 급기야 흰자위가 삑하니 드러나는 찰나에 나는 끝장을 봐주겠다고 그녀의 가랭이를 좌악 벌려 버렸어. 가뜩이나 커다란 내 좇대가 3주간의 혹독한 지옥훈련으로 양기가 뿌리까지 거세게 굳어진 이 마당에 거칠 것은 없었어. 그녀의 보지가 찢어지든가 말든가, 악을 쓰든가 말든가 나는 아랑곳 하질 않고서 그녀의 보지 깊숙이까지 좇몽둥이를 줄기차게 박아대기 시작했던 거야. 바닥에 이부자리도 펴질 않고, 맨 바닥에 누운 채로 나의 전신을 내던지는 좇질에 그녀는 앙탈도 못 부리고 꺽꺽 넘어가기 시작했지. 마주치는 내 좇과 그녀의 씹살 사이에서는 뿌지작 대는 소음과 함께 철벅대는 씹물이 바닥에 흘러내렸고, 그녀는 이미 눈자위가 풀린 채로, 끝이 없이 쑤셔대는 내 좇의 리듬에 그냥 상체만 들썩이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지. 그때 관두었어야 했는데…’

‘왜요?’

‘왜요는 일본요고, 나는 난생 처음 지독한 오르가즘으로 인해 정신이 돌아버린 다는 현상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 거야. 이미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지. 온 몸은 불덩어리 처럼 달구어 져서 땀은 비오듯이 흘러내리고, 내 손은 그녀의 젖퉁이를 쥐다 못해 쥐어 짜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거의 느끼질 못하고 있었어. 기절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신도 바로 되지 못한 너무 긴 여운의 오르가즘…..그녀는 호흡도 제대로 안 되는지, 꺽꺽 거렸고, 저녁에 먹은 음식까지 모두 토하기 까질 했었는데, 나는 그 당시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야 저 년이 정말 뻑이 가는구나 싶어서 가일층 좇질을 해댄 거야. 나는 개선 장군의 심정으로 들이대는 나의 허릿 짓으로 인해 이미 아랫도리가 벌게진 그녀의 보지에 죽어라 하는 것처럼 좇대가리를 더욱 힘차게 박아댔지. 급기야. 그녀의 보지 안에 나는 3주간 그렇게 고대했던 회심의 일격을 가한거야. 주-욱 싸댔지…..’

‘그런데요?’

‘그 다음이 문제였어. 그녀가 일어나질 않는 거였어. 코 끝에 귀를 대보긴 했는데, 약하게 숨만 쉴 뿐, 뺨을 때려도, 몸을 흔들어도 일어나지를 않는 거야. 나는 좇됐다 싶은 생각에 짐을 싸기 시작했지. 그 길로 나는 그 집을 나와 줄행랑을 치고 말았어. 그리고 나서 바로 군에 지원 입대를 했고…’

‘그 과부댁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죽었답니까?’

‘죽었으면 내가 이렇게 살아 있나? 나중에 몰래 알아본 바로는 실성했다고 하대. 사람들은 나를 연모하다가 그게 뜻대로 안되서 그렇게 되었다고 좋은 쪽으로 해석들을 했지만 실상을 아는 나는 죄스럽기 그지 없었지. 그래서 옛말에 과하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 게야.’

노인의 표정은 씁쓰름 그 자체였다.

‘군에서 나오니 할 게 더 없었지. 몸은 규칙적인 생활 덕에 더 건장해 졌고, 나는 그때부터 머리를 박박 밀고 그 길로 나선 거야. 섹스의 바다로 출가를 한 셈이지.’

얼씨구? 출가 씩이나? 나는 내심 이 노인이 혹시 실성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 마저도 들었다. 그러나, 그 정신 똑바른 거 하며, 젊은 사람 뺨치는 근골을 볼 때, 쉽사리 실성할 인물처럼 보이진 않았다.

‘나는 일단 첫번째 고기를 보기 좋게 물어 잡수는 것이 급했지. 그 당시 제비족이 판을 치던 시절, 군에서 알게 된 초짜 제비족 동기에게 연락을 넣어서 우선 급한 대로 여잘 섭외해 달라고 했는데, 운명이 그럴려고 그랬는지 그야말로 대어가 걸린 거 였어.’

‘대어 라뇨?’

‘그 당시 깜찍하기로 소문난 모델이 걸려든 거야.’

‘아니 모델이 하고 많은 남자 중에 어르신 같은 분을, 그것도 제비족에 버금가는 인물을….’

나는 뱉어 놓고도 아차 싶었지만 이미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꿀꺽 삼켜 버렸다.

‘그 모델은 섹스를 좋아하고 즐겼지만, 보통 사람들이 범접하질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 그녀는 바로 안채에 불려가서 술을 따르고 섹스파티를 해주는 그런 여자 였거던.’

‘안채라뇨?’

‘거 높으신 양반의 눈에 들어 안채에 불려가서는 그렇고 그런 싸비스를 하고 돌아오는 지명타자라 이 말 이었거던. 그러니 누가 좇 되려고 그 여자를 건드리겠어? 나 같은 무식한 놈이 건드리지 않고는 노상 보던 좇만 봐야 했을 텐데 그 고통이 어떠했겠느냐 말이야. 그런데, 그녀가 나를 만나고 나에게 고만 보지에 불똥이 튀어버린 거야. 지명대타를 거부해 버린 거지. 윗선 에서는 그녀를 얼르고, 윽박지르고, 야단법석이 났는데, 어느 날인가 나에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찾아오더니만 남산으로 놀러 가자고 하대.’

‘남산은 왜요?’

‘왜요는 일본요고, 말해 무엇해? 척하면 삼천리요, 쿵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고, 푹 하면 좇 박는 소린지 알아, 몰라? 기냥 끌려가서 좇나게 터지고 왔지.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만난 일도 없고, 본적도 없으니 그렇게 알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는 풀려났지. 그 당시는 그런 세상 이었어. 나 참, 그렇게 끌려가서 내가 태어나서 내가 한 일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네. 4절 시험지로 열 댓장은 넘게시리 내 자서전을 썼다니깐 글쎄.’

‘그 모델은요?’

‘실종됐지. 아마 아직도 의문의 실종으로 남아 있을 걸?’

‘그래서요, 그럼 그 길로 그 바닥과는 빠이빠이 였습니까?’

‘이미 모델업계에 파다하게 퍼진 내 소문을 막을 도리는 없었지. 까까머리 신사네, 스님창남, 민대머리 왕불알…정말 나를 지칭하는 무수한 별명들이 돌아다녔어. 나는 어느새 부자들도 타기 힘들다던 외제 승용차를 그 당시부터 몰고 다니기 시작했고, 일류가 아니면 옷을 사입지도 않았어. 언제나 양복은 명동의 GQ라는 곳에서 맞춤양복만 해 입었었고…그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단련의 결과지. 내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섹스의 왕자 위치를 고수하기 위한 발버둥 이랄까? 지금 생각하면 헛지랄에 불과한 것이지만….’

‘헛지랄 이라뇨?’

‘그녀를 만난 것이 그러니까 지금부터 15년 전의 일이었지. 그 일이 있고 나서 내 별명은 은발의 노신사가 되었고, 그 바닥에서 나를 영영 찾을 수 없게 된 거야.’

‘왜요?’

‘왜요는 일본이불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내가 그녀를 만나고, 그 바닥에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거야. 이렇게 생을 마감해서는 안된다는 결심 같은 거 말일세.’

‘그녀가 누군지?’

‘그녀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연예인이지.’

‘000요?’

‘어디 그런 것들의 이름을 그 여자한테 들이대나 들이대길? 아무튼 나는 그런 생활을 해오던 중에 나이를 먹어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야. 날이 갈수록 나를 불러주는 여자들의 나이는 젊어져 가는데, 나는 하루가 다르게 노쇠하여 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운동으로 단련하는 시간을 늘려도 생각만큼의 정력이 분출되지 않고, 앙금이 남는 것처럼 찝찝한 뒷맛이 영 떨떠름 해 오던 때였지. 내 앞에는 언제나 디리 까져서 개거품을 물고 나자빠진 여자들 뿐이었지만, 나는 밝힐 수는 없어도 스스로의 노화현상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거지. 그러다, 내가 처음 여자를 소개 받았던 그 제비족 군대 동기녀석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지. 나는 그 놈의 장례식에 가서 그 놈을 비명에 가게 한 연유를 알게 되었어.’

‘그게 뭔데요?’

‘바로 그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누구의 입에선가 나온 거야. 그녀의 절륜에 몸이 상하지 않은 남자가 없다고… 아마도 그건 섹스가 아니라, 죽기위해 스며들 수 밖에 없는 사르갓소의 바다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이야.’

‘사르갓소는 또 뭐래요?’

‘이거 젊은 사람이 배만 뽈록 나왔지, 좇도 아는 게 없구만. 사르갓소는 바닷사람들, 즉 어부들끼리 통하는 전설 속의 장소지. 배가 바다를 주인 없이 떠돌다가 언젠가 그곳에 자동적으로 모여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는,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죽음의 해류로 둘러싸인 배의 묘지를 말하는 게야. 그래서 난 결심했지. 그녀를 찾아가겠노라고…..’

노인의 눈빛이 파르라니 번뜩였다.

‘나는 그날부터 빡빡 밀었던 머리를 길렀지, 지금처럼 묶을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그 좋다던 널린 보지도 마다한 채, 초심의 집념으로 체력을 연마해 나가기 시작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온 몸을 단련하기에 이르렀던 거야. 온몸의 피부도 그 감각을 둔화 시키기 위해서 시간만 나면 회초리로 온 살에 피멍이 들도록 후두려 패 가면서 말이야. 불알은 주기적으로 고무줄로 칭칭 감았다가 풀어서 혈액순환을 저지시키기도 했고, 좇대가리는 풀잎을 세워, 수도 없이 좇대의 표피를 베게 해서는 아예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좇껍질을 홀랑 벗겨내기까지 했지. 한 팔로 하는 팔굽혀 펴기도 모자라서 바닥을 짚은 손바닥의 손가락 개수를 점점 줄여가면서 강도를 높여, 결국에는 엄지 손가락 하나만으로 버티면서 팔굽혀 펴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냈어. 근 6개월을 혹독한 지옥훈련을 거친 후에 나는 그녀에게 인편으로 초대장을 보냈지. 한번 만나자고 말이야.’

‘순순히 만나 주던가요?’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고, 사람들 눈을 피해서 호텔 방에서 마주 앉았는데, 당황하는 기색도 없고, 당당하게 이 호텔은 방음장치가 좇 같으니까 자기가 시골의 별장을 하나 빌릴 테니 그 별장에서 둘이 만나자고 떡 하니 대들더구만. 역시나 했다니깐.’

그녀의 이름이 궁금했지만 노인장은 끝끝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녀를 만나는 날, 나는 아침에 찬물로 목욕재개를 하고, 그 별장에 먼저 가서 처음 만난 과부댁을 조져 놓았을 적 처럼, 나는 딸딸이를 치고서 좇물을 뺐지.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도착하고 그녀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벗고, 섹스에 뛰어 들었지. 서로가 서로를 탐색한다는 것은 벌써 의미가 없는 싸움 이었어. 그녀는 훌륭한 몸매와 분위기, 향기로 나를 공략했고, 나는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꺼질줄 모르는 좇대가리, 그리고, 그 동안 갈고 닦았던 나만의 테크닉이 전부였지. 애무를 통해 상대를 요절낸다는 것은 초짜를 상대할 때나 하는 얘기지, 그녀는 처음부터 무언가 달랐다니깐!’

‘무어가요?’

‘그녀는 내 좇이 발기된 것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의 가랭이를 벌리면서 쑤셔 넣으라고 하더군. 그야말로 좇박기를 통한 필생결사의 항전만이 살길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지.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그 씹구녕의 쪼임에 아마 좇대가리에 쥐가 나서 그냥 항복 했을걸, 나는 그녀의 보지에 좇을 치밀어 넣는 순간, 이거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하고 느꼈지. 꿈틀대면서 물이 너무 많게도, 적게도 아니게 알맞은 정도의 습윤상태를 유지하면서 보지 안으로 빨아들이는 그 흡입력은 정말 대단했지. 특이했던 것은 보지 속의 경도가 보통 여자들과 다르게 지렁이가 기어가듯이 그 표면이 꿈틀대면서 좇끝에 아리아리한 감각을 전달하는 기술이 대단했던 거야. 그래도 입에서는 신음소리하나 내지 않고서 나를 쳐다보며, 더 박아달라고 등을 손톱으로 후벼 파는데, 나처럼 회초리로 온 사지를 때려가며 훈련하지 않았다면 그 강렬한 통증 마저도 쾌감의 일부로 전환되어서 고냥 싸버리고 말았을 거야.’

‘그 정도 한 섹스 하는 여자들은 많지 않았나요?’

‘왠 걸? 여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세에서 쾌감의 극치가 번져오면 자세를 바꾸기가 어려워 지는 약점이 있는 반면에 그녀는 계속해서 자세를 바꾸는 거야. 그것도 내가 펌핑의 극을 달릴만 하면 자세를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바꾸어 대는데, 기분은 좋았지만 그 안에 그 친구 놈이 죽은 이유가 있더군.’

‘그게 뭔데요?’

‘그렇게 사정을 지연 시키면서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남자의 절정에 해당하는 양기를 쪽쪽 보지로 빨아먹고 있었던 거지. 남자는 자세가 바뀜으로 해서 사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다시금 발기의 극을 달릴 때까지 온몸의 진기를 끌어 올리고, 그게 극상을 이루기 전에 고년은 차오른 양기를 보지 속에서 쪽 빨아 마시고는 다시 자세를 다르게 바꾸어 남자를 애??만드는 거지. 이른바 섹스 고단수의 절정 이라고나 할까?’

대단한 남녀의 섹스비화는 입에 침을 마르게 했다.

‘나라고 질 수는 없었지. 그녀는 후배위며, 승마위, 양놈들이 잘한다는 스푼식까지 벼라별 체위를 이용해서 나를 거꾸러 트리려고 안간힘을 썼어. 내 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리자, 그녀는 안심한 듯이 오판하기 시작하고….아마도 나의 사정이 멀지 않았다고 느꼈던 모양이지. 그런데,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땀이 많은 체질 이거던. 난 그녀의 경계심이 점차 풀어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일부러 상을 찡그러 트리며, 가까스로 참는 듯한 표정을 거짓으로 지어냈지. 나는 자세를 바꾸면서 그녀가 가장 짧은 시간을 유지했던 자세를 기억해 냈어. 그 말은 그녀가 그 자세로 계속했다가는 자신도 자신의 주체를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해서 거꾸러 진다는 말과도 일맥상통 한다고 난 판단 했었으니까. 그녀의 호흡이 점차 가빠 지면서 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해야 한다고 믿었어. 나는 그녀 보고 내 목에 매달리라고 말했어. 얼굴색이 확 변하더군. 올게 온 거지. 나는 그녀의 가랭이를 쫙 벌리게 하고 두 다리를 양 팔에 굳건히 걸머 쥔 다음에 난짝 들어 버렸어. 그리고는 서 있는 내 자세 앞에 벌려져 있는 그 번질 거리는 보지 속으로 내 거물을 보기 좋게 푸욱 박아버렸던 거야. 두 다리는 적당한 크기로 벌린 채, 나는 선 자세 그대로 그녀의 보지 속에서 내 좇대를 보지가 뭉그러져라 휘돌렸어. 그 뿐인가? 양쪽으로 갈라 든 그녀의 다리를 양 팔로 상하좌우, 이리저리 흔들어 대면서 정말 보지 안이 다 헤질 것처럼 휘돌렸구 말이야. 정말이지, 그 꽉꽉 물어대는 보지에서 홍수처럼 참았던 씹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정말 미치겠더구만, 나는 그녀가 오줌을 싼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지금 생각해 보면….그런데……’

‘그런데요?’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 승리감에 도취되어서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야. 나의 실수였지. 갑자기 내 앞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그녀의 벌려진 가랭이가 움직이면서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내 아랫배를 척척 대며 쳐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 나는 살다살다 그 자세에서 허리를 틀어가며, 공중에 뜬 자세로 남자의 아랫배에 그렇듯 강렬한 요분질을 해대는 년을 보덜 못했어. 아랫배로 둔탁하게 전해오는 그녀의 탄력은 급기야 나의 발기력을 급상승 시켰고, 나는 펌핑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는 발광의 수준으로 끌려가고 있었지. 그때, 나는 불현듯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한 생각이 번뜻 뇌리를 스치는 거였어.’

‘그게 뭔데요?’

‘그건 다름 아닌 벽치기 였지. 그래, 벽치기. 그 친구의 주특기 였는데…. 나는 그 친구의 영혼이 나를 도운 것이 아닌가 지금도 감사하고 있어. 나는 선채로 있다가 허리를 연신 들썩이는 그녀를 벽의 모퉁이로 콱 밀어 붙이고서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붙들어 놓고는 두 발꿈치를 발끈 든 채로 그녀의 보지 속을 향해서 속사포 처럼 좇질을 해대기 시작했어. 그야말로 따발총의 난사. 그녀의 비명이 온 방안을 진동 시키고, 나는 좇 끝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도 좇박음을 멈출 수 없었지. 죽어간 친구에 대한 진혼곡처럼….그녀의 보지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내 좇을 물어대고는 내 몸에 축 늘어져 버렸어. 나 또한 천장이 빙 돌면서 그녀의 보지에 좇이 박힌 채로 침대에 쓰러져 몇 시간을 잠에 빠졌는지 알 수도 없었지. 그건 죽음 직전까지 가버린 섹스의 궁극이었지. 더 이상 가서는 안될……’

‘그 다음은요?’

‘깨어보니 그녀는 가고 없더군. 탁자 위에는 내 평생 만질 수도 없을 것 같은 거금이 놓여 있었고…..짧막하게 한 줄의 메모가 있었고….’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이렇게 적혀 있었지. ……복수의 섹스만 아니었어도 좋았을 텐데…..라고 말이야. 그녀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나의 의도를…. 그런데…’

‘또 왜요?’

‘거 젊은 사람이 까마귀고기를 자셨나? 왜요는 일본 이불이라고 그렇게 얘길 해도…. 쯧쯧….암튼…..나는 승리했다는 기쁨보다 처참한 기분이 들었지. 왠지는 모르지만…그리고 샤워를 하려고 목욕탕으로 들어간 순간, 자지러지게 놀란 거야. 검고, 기름졌던 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것이었어. 나는 과학적으로도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 그 현상 때문에 자리에 주저 앉아 몇 시간이고 움직일 수가 없었어. 지금의 내 은발은 그때 변해버린 거라구.’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띠발, 썰을 풀려면 작작 풀어야지. 나이 살이나 쳐먹은 양반이 벌건 대낮에 왠 구라?

‘못 믿겠지, 못 믿을 거야. 나는 지금도 그게 하늘의 조화가 아닌가 싶네. 다시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죽음 문턱까지 다다르는 섹스를 겪게 한 게 아닌가 해서 말이야. 자네 도스또예프스키 라고 알지? 러시아의 대문호 말이야. 그 사람이 무슨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는데, 그 사형장에서 가까스로 구명 받아 살아났다는 얘기, 자네도 알고 있나? 그 날, 벽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는 무자비하게 총살을 당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그의 차례가 점점 다가올수록 그의 심정은 거의 죽음의 직전까지 갔을 것이야. 기적적으로 그 사형장에서 살아난 그가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서 발견한 것은 하루 만에 하얗게 세어버린 그의 머리카락 이었다지 아마? 나는 그런 대문호도 아니고, 막말로 좇도 아닌, 노인에 불과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깨달을 수 있었다네. 섹스는 과해서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비타민 같은 거라는 진실을 말이야.’

나는 의심했던 나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있었다.

‘오늘의 운세는 왜 보셨는데요?’

‘오늘 어떤 젊은 부부가 삼섬에 초대했는데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걱정했거든. 아직까지 은발의 노신사에 대한 전설을 기가 막히게 추적하는 젊은 것들이 있다니깐. 그 노력이 가상해서 관전이라도 가서 해주려고 말이야. 전에 누가 은발의 노신사를 봤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인줄 알고 있으라구.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관전이라도 나가려고 마음먹은 게 그 여배우를 만난 이후, 오늘이 처음이거든……세상 참…..그리고, 내가 그 은발의 노신사 라는 것, 절대 비밀이야, 알았쥐?’

그 노인이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벤치의 나무등걸이 궁딩이에 너무 배기는 통에 바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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