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모 - 25부



남자친구와 데이트 도중 재석의 전화를 받았다. 그 후부터 마음은 재석이를 향해 달려갔고, 몸만 남자친구 옆에 머문다.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슬기에게 했던 말을 자신에게 그대로 해본다.



‘16살 어린애를 상대로 뭐하는 짓이야..정신 차려..’



남자가 주는 쾌락은 원하면서 남자 자체는 아주 싫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첫 번째 남자는 내가 흘린 붉은 피에 감동해 했었다. 그러나 그건 나에 대한 애정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나는 숫자에 불과했다. 자신이 먹은 첫 번째 처녀. 몇 번째 여자. 몇 번을 먹은 여자. 그런 의미였다.



다음에 사귄 남자는 피가 나오지 않자 경멸했다. 걸레 같은 년이라는 욕까지 먹었다. 사랑한다고 수십 번은 속삭였던 그 입으로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났다. 세 번째 남자는 두 번째 남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만을 확인시켜 주고 떠났다.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고 남자다. 남자의 이기주의와 독점욕에 환멸을 느꼈다. 남자는 여자를 두 종류, 먹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로만 보는 듯 했다. 자신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은 로맨스이고 여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남자에게 인생을 거느니 나의 꿈을 쫒기로 했다. 준비가 되는 데로 유학을 가려는 계획도 있다.



‘왜 전화했을까? 내가 보고 싶어서?’



또다. 가까스로 다른 생각을 했는데 너무 쉽게 다시 재석이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남자친구가 어디 아프냐고 묻는 말에 간단히 생리라고 했다. 남자친구라고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단순히 친구일 뿐이다. 그나마 좀 솔직한 것이 장점인 친구였다. 실망하는 남자친구에게 실망하고 집으로 향했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전화를 건다. 결국은 만났다.



“아침 먹고 가..”



“괜찮은데...”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음식을 하는 손이 즐겁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한 몸은 피곤하면서 나른했다. 아침에 받은 정액이 슬금슬금 새어나오는 것이 계속 짜릿했다. 밥 한 공기를 더 먹는 모습도 흐뭇하다.



“어제 재석이랑 같이 있었니?”



“...응...”



“그랬구나...너 행복해 보인다..”



재석이를 보내고 슬기의 표정이 어둡다. 슬기 성격을 생각하면 비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찔렸다. 슬기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잠도 못 잔데다 아침을 먹고 따듯한 곳에 앉아 있으니 저절로 눈이 감겼다. 복잡한 마음에 여러 가지 꿈을 꾸었다. 재석이와 결혼해 신혼을 보내는 장면도 있었고, 신혼의 행복 뒤에 아줌마로 늙어가는 자신도 보고, 첫사랑의 이별도 재연됐다.



‘이대로는 안 돼..’



남자를 믿지도 않고 혐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있었다. 그런 상대를 만나면 한번만 더 속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까지 걸레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기도 했다.



재석이가 편하게 다가오고 끌리는 이유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해준다는 것이다. 처녀가 아닌 것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았고, 자신이 동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생각해 준다. 동정이 아닌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수치스러워 하지도 않는 것이 좋았다.



가장 특별한 것은 관계를 갖기 전이나 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여자가 되었다고 오만을 떨지도 않았다. 작은 변화라면 좀 더 다정해진 정도였고 그게 좋았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스타일의 남자였다. 매력이 있었다.



‘그래도..싫어..’



걸레소리 들어본 여자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테지만 남자에게 의지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후에 이종사촌언니를 찾아갔다. 어려서부터 똑똑해서 집안의 자랑이었고 내 인생의 모델 같은 언니였다. 그 언니처럼 되고 싶어 많은 노력을 했었다.



“어서와..오랜만이네..”



“응. 잘 있었어? 형부는?”



“모임 있다고 나갔어..”



직장생활과 결혼생활 모두 빈틈없이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 언니답다. 아직 애기가 없는 것이 어른들의 걱정거리지만 젊은데 뭐가 걱정이랴 싶다.



“갑자기 어쩐 일이야?”



“으응..그냥..”



“호호. 얼굴에 고민 있다고 쓰여 있는데?”



“...그게...”



재석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지금 내 심정도 이야기 했다. 언니를 찾아 온 것은 조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다만 소식도 없다가 아쉬울 때만 찾아오는 것 같아 민망했을 뿐이었다.



“음...그럼..넌 그 애와 어떤 관계로 있고 싶은 건데?”



“그게..그게 나도 잘...하지만 그 애에게 내 인생을 걸고 싶지는 않아. 아니 그 누구에게도 그러고 싶지 않아..내 꿈을 이루며 살고 싶어..유학도 가고 싶고..언니도 알지? 나 영화 제작이 꿈이야..그거 꼭 이루고 싶어..”



“그런데 그 애와 같이 있으면 꿈을 포기하고 싶어져?”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럼 넌 걔와 섹스만 하고 싶은 거야?”



“...응...내 마음에 딱 선을 긋고 더 이상 그 애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음...그건 그 애가 너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싫다는 뜻이겠네?”



“응..”



“이야기는 해 봤어?”



“나 그 애 말고 남자친구 따로 있잖아..그 애도 알고..그 애 보다 내 마음이 문제야..”



“그 애가 좋아진 이유가 지금 남자친구보다 섹스를 잘하기 때문이야?”



“그런 것도 있지만..아니. 그것 때문인 거 같아..”



“너도 네 마음을 잘 모르는 거구나..”



“............”



“어렵네.. 헤어지게 되도 좋아?”



“...만약..헤어지게 된다면 그걸로 인연이 없는 거겠지..”



“그래..그럼 스와핑을 해봐..”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안다니까..”



“아니.. 그거와는 또 틀려..스와핑을 해서 무너지는 커플 많이 봤어..그리고 잘 되면 사랑보다는 쾌락에 치중하게 되지...네가 원하는 것이 그거라면...스와핑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



“..........”



“하지만 이건 알아둬..스와핑은 양날의 칼과 같아..상대도 베지만 자신도 베어버려..”



“상대는 어떻게 구해?”



“음..형부 어때?”



“형부?”



“응..사실 우리도 작년부터 하고 있어..형부도 전부터 너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거 같은데..”



“........생각해볼게..”



언니를 다시 봤다. 전에 호기심에 물었을 때 언니는 형부에게 만족하고 있다고 했었다. 쓸 때 없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언니니 그건 사실일 것이다. 그럼 언니에게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내 상대가 될 형부에 대해 생각했다. 특별히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다. 나는 원래 프리섹스주의였다.



고민은 길게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3일 과외수업을 하면서 재석이를 보고 두근거리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토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재석이가 토요일 밖에 시간이 없고, 그날은 외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재석이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에 만나 같이 언니네 집으로 갔다.



“어서들 오세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재석이에게는 스와핑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 나대신 언니와 형부가 차근히 설명을 한다. 나 역시 잘 몰랐기에 같이 들었다.



“여기 우리 집사람이랑 학생이, 나와 처..상미가 파트너가 되는 거예요. 오늘만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서 지내는 거죠.”



“..........”



“학생은 안방을 쓰세요. 나와 상미는 건넌방을 쓸 테니까..”



“.....네...”



“오늘이 첫날이니까...우선 10시까지 새로운 파트너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모이는 걸로 하자..그 후에 새로운 파트너와 더 있을지, 원래 파트너와 시간을 보낼지 결정하고 그 때 결정된 파트너와 내일 아침까지 있는 걸로 하자..알았지?”



“네..”



재석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재석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알고 싶지 않다.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고, 싫어한다면 그것도 보기 괴롭다. 아무 말 없이 건넌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형부가 이어서 들어온다.



“처제..오늘..예뻐..”



“.....잠깐...있다가 해요.....”



“응? 그래..우선 좀 앉지..하하. 원래는 술이라도 마시면서 좀 대화를 나눈 다음에 하는데, 나도 집사람도 처제를 다 알고 있다 보니..생략한 것들이 많아..”



“..............”



형부 딴에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 마음이 받아 주지 못했다. 언니와 들어가 있는 그 애가 신경 쓰였다. 가슴 한쪽이 아렸다. 처음 이별을 했던 순간처럼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아니라 뾰족한 못으로 긁는 것처럼 느껴졌다.



“...........”



방음이 잘 되어 있는 듯 건넌방에서는 기척도 없다. 괜히 귀만 쫑긋 세우고 그들의 소리를 들어 보려고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형부가 다시 집적된다. 짜증이 솟았다. 그러나 오늘 언니와 형부에게 신세를 지는 입장이라 내버려 두었다.



“처제..키스 할게..”



어차피 할 일이었다. 침대 위로 눕혀졌다. 옷이 하나 둘 벗겨졌다. 형부가 가슴을 만진다. 그리고 애무가 시작됐다.



“아..아름다워..”



“................”



언니 말처럼 형부는 여자의 몸을 잘 알고 있다. 여기 저기 건드리는 곳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다. 그러나 형부는 여자의 마음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느끼고 싶은데 못 느낄 때도 있고, 느끼기 싫은데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느끼고 싶어져야 느끼게 된다. 보통 때라면 형부의 애무가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형부에게 보답을 했을 것이다.



“쭙..쭙...”



“............”



만약 내가 형부 입장이었다면 더 기다렸다. 내 마음의 불안이 포기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정한 위로를 해 주고, 안심시켜준 후에 시작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보통 때보다 더 타올랐을지 모른다. 나는 오늘 스와핑이 하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는 마음을 끊으려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



“넣을게..”



“............”



이번 주는 남자친구를 매일 받아들였었다. 그 애는 형부보다 기교가 없다. 성기의 크기도 형부가 큰 느낌이다. 언니 말처럼 자신을 가질만했다. 어쩌면 이렇게 안기지 않았다면 좋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교도 없고 크기도 작은 남자친구보다 별로였다.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



“헉..헉...처제..너무..좋다..꽉 조여..”



“............”



평소처럼 물도 나오고 스스로 조이기도 한다. 기능에 이상은 없었다. 형부의 그것이 꽉 찬 느낌도 제대로 감지됐다. 그러나 형부는 지금 내 마음이, 귀가 방 너머에 있다는 것을 알까? 한참을 용두질을 하면서 이리 저리 자세를 바꾸는 형부가 귀찮아 질 쯤 거친 숨을 토하며 막바지에 이르렀다.



“안에..싸도 돼지?”



“네..좋을 대로 하세요..”



“헉..싼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저녁에 뭐를 먹었는지 몰라도 폐 깊은 곳에서 나오는 숨결이 역겨웠고, 그런 형부를 받아주고 있는 나도 불결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스스로 걸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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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나를 따르는 동생이었는데, 방으로 들어가는 표정이 너무 비장해서 내가 잘못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조언만 해 줄 수 있을 뿐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도 들어갈까요?”



“네..”



이제 16살이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침착했다. 혹시나 이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170센티 정도의 키에 날렵한 체격, 잘생긴 외모에 어딘지 샤프해 보이는 인상이다. 방으로 들어가 침대로 가지 않고 화장대 앞 의자에 앉는다. 의아했다.



“왜요?”



“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괜찮죠?”



“아..그러네요..미안해요..원래 좀 대화를 했어야 하는데..”



“네...”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할 바에는 돈 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 나도 남편도 꽤 흥분했던가 보다. 남편이 흥분한 이유야 상미 때문인데, 자신은 왜 그랬나 모르겠다. 혹시 나도 이 애를 보고 자극을 받았던 걸까?



“스와핑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해요?”



“음..똑같은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할거에요..저도 잘은 몰라요..”



“스와핑을 하고 다들 좋아졌나요?”



“.......그건...사람 따라 달랐어요..전에 텔레비전을 보니 어떤 사건에 대해 70%의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과 30%의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1%의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는 프로그램을 봤었어요..”



“네..저도 본거 같아요..”



“스와핑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의 부인에게 더 이상 애정이 없는 사람들과 소수의 질투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1%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네요..”



“.........”



“전 스와핑이 질투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내 안의, 그리고 배우자의 질투를 깨워 잊었던 애정을 찾기도 하고 그 질투 자체를 즐기기도 하죠..”



“...그런..인위적인 자극이 오래 가나요? 금방 무감각해질 거 같은데요?”



이 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스와핑의 문제를 간단하게 지적했다. 자극은 반복될수록 둔해진다. 나도 시작은 이렇게 다른 방에서 했었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같은 방에서 배우자를 보면서 하게 되고, 또 익숙해지면 두 커플 혹은 세 커플을 같이 만나게 된다. 어쩌다가 남자나 여자만 만나 3s도 한다. 더 큰 자극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요..그 자극으로 애정을 회복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극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은 배우자에게 애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계속 스와핑으로 다른 상대를 찾아요. 그래서 다수의 70%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요..”



“배우자에게 애정을 잃었다면 왜 헤어지지 않고 계속 스와핑을 해요? 차라리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이 좋을 거 같은데..”



“그건 학생이 아직 젊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부부라는 것은요..사랑. 경제력. 아이의 결합체 같은 거예요..사랑을 잃었다고 해서 바로 무너지지 않죠..남편은 사랑하지 않지만 아이 때문에 사는 사람도 많고, 혼자 살아갈 능력이 안돼서 참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



아이는 혼자 생각에 빠져 들었다. 사색에 빠져 있는 모습이 제법 어른처럼 보였다. 아이에게 스와핑을 설명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왜 스와핑을 하는 걸까? 처음 시작은 서로에게 무감각, 무감동해지면서였다. 무감각한 생활보다 질투는 강렬했고 짜릿했다. 생활의 활력도 다시 돌아온 듯 했다. 그런 것들이 한번, 두 번 반복되면서 이제는 당연시 되어 질투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파트너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 가장 맛없는 여자가 부인이고, 가장 맛있는 여자가 남의 부인이라고 새로운 파트너는 놀라울 정도로 정열적이다. 남편 역시 다른 여자에게는 그런 열정을 보였다. 그런 쾌감에 익숙해져갔다. 아이의 질문에 일반적인 이야기로 답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아이도 없고, 경제력도 있다. 그럼 아직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상미누나는..왜 스와핑을 할까요?”



“네?”



“상미누나가 스와핑을 하려는 이유요..누나가 말해준 걸로는 상미누나의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요..”



“..........상미는...저도..잘...아마 1%의 특별한 사람에 속하겠죠..”



“............”



다시 생각에 잠겼다. 10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이제 거실에서 상미와 남편을 만나고 새로운 파트너를 결정하게 된다. 스와핑 초기에는 두 번째 파트너는 남편이었다. 그 때의 남편은 어느 때보다 정열적으로 자신을 탐했다. 질투심과 새로운 파트너보다 지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그런 남편이 좋았다. 언제부턴가 남편은 두 번째 파트너로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그런 남편에게 복수하듯 새로운 남자와 타올랐다. 그건 또 새로운 쾌락이었다. 오늘도 남편은 상미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못했다고 해도 결국은 이 애와 하게 될 것이다.



“저..학생..시간 다 됐는데..나갈까요?”



“아..그러네요..죄송해요..제가..”



“괜찮아요..”



“저..누나..나가서요..혹시..상미누나가 묻거든..했었다고 해주세요..”



“왜요?”



“..그냥요..”



어색한 미소를 보인다. 샤프해 보였던 것은 착각이었다. 이 애, 꽤 부드러운 인상이다. 불현듯 상미가 왜 이 애에게 빠지는지 이해가 될 거 같다.



“그럴게요..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고마워요..”



거실로 나가자 남편과 상미가 이미 나와 있다. 남편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것이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이었다.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 것이 남자이고, 내가 봐도 매력적인 상미이고 보니 이해는 한다. 그러나 아내를 앞에 두고 너무 티를 내는 것이 꼴사나웠다. 오늘은 파트너와 관계를 갖지 않고 나왔기 때문에 그런 남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남편에 비해 이애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침착했고, 상미에 비해 빠진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신을 두고 담담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상미를 배려했다. 갑자기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저 남자가 내가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애의 말처럼 스와핑과 남편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은 어땠어? 좋았어?”



“네..아직 경험이 적어 금방 끝났지만..젊어서 바로 사랑해주던걸요..아주 좋았어요..”



“그랬군..하하. 뭐 나이가 나이니만치..그건 어쩔 수 없겠지..”



“..........”



“자..이제 어쩐다..나는 상미랑 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데..”



“네? 이제 끝난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 아직 밤은 많이 남았다고..”



“왜? 이 사람 별로였어?”



“그런 건.....아니지만...별로 생각이 없어요..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



나도 나지만 남편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열과 성을 다했을 터인데 그러고도 퇴자를 맞는 것은 처음이리라. 같은 여자로서 상미가 남편에게 별 기쁨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남편도 상처가 크겠지만, 나 역시 그렇다. 오늘 여러 가지로 비참해진다.



“하하.....그럼...원래..파트너와..지내는 걸로...하지...”



“죄송해요..”



“...뭐...그럴 수도..있지..”



“저..샤워 좀 할게요..”



상미는 샤워실로 들어가고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묻혔다. 어쩌면 앞으로 스와핑은 끝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미가 촉촉하게 젖은 모습으로 나오자 눈치 없는 남편이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침을 흘린다. 정말 최악의 센스였다.



“저도..씻어도 될까요?”



“그래요..편하게..”



“아니! 넌 그냥 있어.”



“네?”



“언니 방 써도 되지?”



“응? 아직..정리 안 해서..”



“괜찮아. 들어가자..”



“.......샤워부터..”



“알았으니까..일단 들어와..”



두 사람이 안방으로 들어가자 남편이 나를 이끌고 건넌방으로 가려 한다. 정말 미친다. 상미와의 흔적이 남아 있을 텐데, 그곳으로 이끄는 남편의 무심함에 몸이 차갑게 식었다. 잡아끄는 손을 뿌리치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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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재석이가 금방 끝났다고 했다. 둘 중에 하나다. 언니가 그만큼 좋았던가 거짓말을 했던가다. 둘 중 어떤 것이던 확인을 하고 싶었다. 끓어오르는 가슴 때문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재석이가 침대로 날아갔다. 너무 노골적으로 던져 민망한 기분도 들었지만 우선 문부터 잠근다.



“누나..왜 그래요..”



“...............”



침대가 너무 깨끗했다. 재석이 스타일이 아니다. 아니 사람이 누웠던 흔적이 없다. 재석이를 위에서 강제로 누르고 바지를 벗겼다. 뽀송뽀송했다. 재석이가 저항을 했지만 내 의지에 비해 약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너...왜...”



“.....그냥...이야기하다 보니까..”



“.............”



“............”



“난..했다..”



“............”



이상한 기분. 오랜만에 느껴보는 죄의식 같은 것. 재석이가 나를 싫어하고 경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재석이가 다른 여자와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섞였다. 침대 가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나는 뭘 원했던 건지 잊어먹었다.



“스와핑이요..그 누나는..스와핑을 하게 되면..새로운 자극을 받게 된다고 했어요..”



“...............”



‘그걸 원했던 건 아냐..’



침대에 있던 재석이가 바지를 추스르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말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자극을 받다 보면...무감각해진다고 했어요..”



“...............”



“상미누나는...제가..부담스러웠어요?”



“.................”



‘그래..나는 네가 부담스러웠던 거야...’



“말로 이야기 해 줬으면...좋았을 텐데...”



“..............”



‘말 할 수 없었어..너를 사랑하게 될까봐 무섭다고는...’



“미안해요..제가..전화하고..그래서..앞으로 조심할게요..누나..”



‘그게..아닌데..’



그걸로 됐다. 언니 말이 맞았다. 쾌락만을 위한 관계가 되던가 헤어지게 될 거라고 했던 그대로다. 차라리 잘 됐다. 재석이와 섹스파트너가 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가슴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로 된 거다.



“그래..”





마지막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재석이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가끔씩 그건 아니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매달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헤어지는 방법만 생각한다면 참 많은데 그 중에서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결말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섹스파트너로 계속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제석이가 깨어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가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졌다. 나쁜 꿈을 꾸는 듯 살짝 찡그린 얼굴이었다. 그 꿈에는 내가 없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나온다면 이런 모습은 아니기를 바랐다.



‘.............’





아침을 먹는 자리는 냉랭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언니도 그랬다. 언니 집을 나서서 재석이와 바로 헤어졌다. 돌아서기 전 마지막 미소는 미소가 아니라 비수였다. 3년 전, 나는 한 남자에게 차여서 가슴이 얼었고, 오늘 한 남자를 차면서 얼었던 가슴이 부서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과외도 그만하려고 했다. 과외를 갈 때마다 이번 주까지, 이번 달까지, 이번 방학까지만 하겠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수없이 연습했지만 못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재석이가 사랑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유학을 가려면 아직 2년이나 있어야 했다. 특별한 기회가 없는 한 졸업하고 갈 생각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면 사랑을 시작했다고 해도 10번은 끝이 날수도 있는 시간이다. 사람의 일이란 바로 내일을 모르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재석이 전화를 받고 기뻤던 마음? 하얀 눈을 받으며 업혔을 때 그 따듯함? 오빠라고 부르며 밤새 안겼던 거? 아침을 해주고 싶었고, 그가 먹는 모습에 행복을 느꼈던 거? 꿈? 어쩌면 그런 모든 것들이 나를 불안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가장 큰 이유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첫사랑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사랑보다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남자의 부속품 같은 아내란 이름이 아니라 이상미, 내 이름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달려갈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과정은 최악이었지만 결론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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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명절에 아버지를 대신해 누나들과 인천에 있는 암자에 갔다. 새로 산 현주누나의 차로 갔는데 겨울인데도 땀까지 흘리면서 운전하는 누나가 재밌었다. 할아버지 영전 앞에 청자로 만들어진 향로에 백단 두어 개를 꽂고 인사를 했다.



“그만 가자..”



“응...누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나?”



“조금...”



“어땠어?”



“음....일 년에 한번 정도? 서울에 오시던가 아빠랑 같이 부산에 내려갔던 거 같은데..난 할아버지를 무서워했어..”



“왜?”



“초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밥을 먹는데 할아버지가 굉장히 귀한 거라면서 해삼 내장을 주셨어..그게 모양도 징그럽고 맛도 너무 비려서 전부 토해버렸는데..할아버지가 그걸 보고 귀한 음식을 버렸다고 막 혼내셨거든...그 후로 할아버지가 무서웠던 거 같아..”



“.......”



감정은 기억에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에 슬픔도 기쁨도 없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할아버지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분이 누군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어서 타..”



“응..”



“....운전하는데...쳐다보지 마..”



“왜?”



“신경 쓰여서..운전을 못하겠어..”



“그럼 나랑 자리 바꿔..내가 언니 옆자리에 앉을래..”



“싫어..안보면 되잖아..”



보조석에 앉고 싶어 하는 작은 누나를 엉덩이로 밀어내자 똥 침을 놓고는 뒷자리로 가버렸다. 나도 누나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뒷자리에 탔다. 현주누나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그대로 출발했다.



“야! 앞자리 앉지 않을 거면서..못됐어. 흥~”



“나도 누나에게 똥 침 놓을 거야...히히..”



“너~ 그랬단 봐..성희롱으로 고소할거야..”



“흐응~ 누난 괜찮고 난 성희롱이야?”



“.............”



운전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현주누나는 우리를 볼 정신이 없었다. 연주누나와 나는 서로를 찔렀고, 손으로 막았다. 그러는 사이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다. 실수였지만 연주누나 가슴을 찌른 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히히........”



“너...”



찌르기는 간지럼과 섞였고 연주누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누나는 점점 수비로 전환되면서 밑으로 내려갔고, 나는 반대로 공격적이 되면서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서로 겹쳐지게 되었다.



“항복..하지 마..항복...”



“히히..”



운전을 하는 현주누나와는 달리 짧은 치마를 입은 연주누나의 다리가 전부 드러났다. 19살이라는 나이는 막 출고된 누나 차처럼 반짝이면서 흠 하나 없었다.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았다. 충분히 여자의 냄새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웃고는 있었지만 가슴속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난리를 치는 것처럼 뒤흔들렸다. 누나가 항복을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흡!”



“.......내가....하지 말라고 했지....”



누나 냄새에 취해 벌떡 일어난 똘똘이가 꽉 잡혀 버렸다. 누나는 똘똘이를 잡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만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침묵에 잠겼다. 나도 누나도 어떤 말로도 그 상황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



누나는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위축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어디를 잡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만져본다. 탐색하고 있었다. 나는 누나의 손동작에 급격히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살짝 벌어져 꽃망울을 터트릴 것 같은 입술을 훔치고 싶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조용해졌어..불안하게..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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