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자들만의 이야기 - 3부

마티즈와 소나타



윤 설 아





♣우리 여자들만의 이야기♣





제 3 부





마티즈는 내가 학교에서 교사로 있을 때에 타고 다니던 차인데

마티즈를 처음 사서 타고 다닐 때는 무척이나 차를 아꼈다.

세차도 정성껏 하고 차안 청소도 깨끗이 하여 차를 타고 다닐 때 마다

마치 내가 입는 옷같이 느끼고는 했다.

지금은 남편이 나와 결혼을 하자마자

마티즈를 중고차 매매 시장에 내 놓아 팔아 버렸다.

가끔 가다가 내가 타던 그 마티즈 차를 누가 타고 다닐까

하고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하다.

때로는 마티즈를 타고 학교를 출근하던 그 옛날이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이 지금 타고 다니는 새 차를 사주는 바람에

차츰차츰 마티즈를 잊어가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 만남을 통해 차츰 차츰 잊어가고 있던 마티즈를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 생겼다.

그 뜻밖의 사건이란 바로 강지혜 선생을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나고 나서 부터였다.

강지혜 선생은 옛날에 내가 근무하던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교사였다.

항상 대중교통만 이용하다가 모처럼 크게 맘을 먹고 내가 마티즈 차를 사서

처음으로 운전하여 출근하던 그 날!

우연에 일치인지 무슨 인연인지는 몰라도 강지혜 선생도 새 차를 뽑아 가지고

학교에 왔다.

뿐만 아니라 하필이면 내 마티즈 차를 주차한 바로 옆에 자기 차를 주차했다.

나도 새 차,

강지혜 선생도 새 차,

운동장 가에 주차 해 놓은 두 대의 새 차는 학교의 애들과 선생님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머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말이다 마티즈와 소나타는 차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자동차 회사도 달랐다.

소나타의 멋진 모습에 비하여 내 차 마티즈는 얼핏 보아도 초라해 보였다.

나는 이런 우연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그 날의 이런 사건을 통하여

종일 기분이 우울 하였다.

음악실에서 애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시간에도 마음이 찹찹하여

피아노를 쳐도 음색이 무거웠다.

눈치 빠른 애들은 이런 내 모습에 저희들끼리 수군수군 하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를 더욱 기분 나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오후의 학교 수업을 마치고 마티즈를 타고 퇴근을 하는 길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티즈를 운전하여 막 학교의 운동장을 지나서 교문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 차를 추월하여 휑하니 내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차가 있었다.

바로 강지혜 선생의 소나타였다.

그 날!

나는 어찌하여 시청에서 공무원을 하시는 아버지를 만나 근검절약을 해야만

하는지 내 운명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내 어머니 또한 집에서 쉬셔도 되는 형편인데도 쉬는 것을 마다하시고

치과 의사를 계속하시는 그 열성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장 마음 같으면 지금이라도 마티즈를 팔아 버리고

붓고 있는 적금을 해약하여 나도 소나타를 사서 타고 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소나타를 사는 그 순간에 나는 아버지로부터 몇 달 동안

여자애가 벌써부터 낭비가 심해서 어떻게 하겠느냐?

밥 먹듯이 잔소리에 시달리기가 겁이 났다.

나의 아버지는 청렴결백에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헌신 봉사를 최고로

아시는 분이시라 낭비는 국가의 발전에 크나큰 적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시는 분이셨다.

그리하여 지금은 진품 명품에나 나올까 말까 하는 무쏘를 10년이나 훨씬

넘게 타고 다니신다.

또한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런 처사에 아주 만족해하시며

이구동성으로 의견일치 하시는 분이라 내가 하는 일에는

도움이 안 되는 분이셨다.

「윤선생 너무나 오랜 만이네」

내가 미용실에 들어서자,

깜작 놀라며 강지혜 선생이 말을 걸었다.

「어머나! 강선생님 정말 오랜 만에 뵙네요.」

나도 놀라며 말을 꺼냈다.

「윤선생은 결혼을 하고나서 그 동안 얼굴도 안 뵈더니

뜻밖에 여기서 보네 」

「응, 여기가 나 단골이거든요............ 」

내가 이렇게 말하자,

강지혜 선생은 또다시 옛날처럼 내 속을 뒤집는 말을

망설임 없이 말했다.

「나는 누가 오피러스를 휑하니 타고 이리로 들어서는 가 했더니

뜻밖에도 윤선생이네, 마티즈가 오피러스로 바뀌었네.............. 」

「어머나, 사모님!

옛날에 마티즈 타고 다니셨나 보네요,

사모님이 마티즈를 타고 다녔다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네요」

미용실 원장이 강지혜 선생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 나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겨우 이성을 되찾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도 마티즈가 좋은데 우리 남편이 마티즈를 팔고

오피러스를 사 주는 바람에 그냥 타고 다니는데

그래도 마티즈가 편하고 좋았는데...............」

그러나 억지로 참고 있자니 속에서 부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여자는 옛날부터 무슨 인연인지 완전히 나 하고는

절대적인 라이벌 관계였다.

학교에 교사로 근무할 때에도 언제나 자기가 가르치는 가정 요리 실습 시간에

여학생들에게 공공연히 내 이야기를 들먹이고는 했다.

「너희들은 윤설아 선생 닮으면 안 된다.

여자가 되어 가지고 밥도 못 하는 여자가 바로 윤설아 선생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윤설아 선생처럼 되지 말고 지금부터 부지런히 요리도 배우고

가정 예법도 배워서 요조숙녀가 되어야지」

「그래도 선생님,

윤설아 선생님은 피아노도 잘 치고요,

목소리도 고와서 노래도 잘 부르고 얼굴도 예쁘잖아요.」

민지라는 애가 이렇게 말하자,

순간, 강지혜 선생은 심술이 많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애 두, 참 얼굴만 예쁘면 무엇해,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은 노처녀 인데,

그리고 윤설아 선생처럼 음악 선생이면 누구든지 다 그렇게 하는 거다 뭐,

애는 별것도 아닌 것 을 가지고는 대단한 것처럼 보고 그래,」

이런 강지혜 선생의 말을 듣고는 민지는 쪼르르 나에게 찾아와서 이실직고 하였다.

그 순간 나는 당장 강지혜 선생을 찾아가 머리칼을 ‘와더덕’ 잡아 뜯고 싶었지만

어린 민지 앞이라 겨우 울분을 참았다.

-감히 나를 어떻게 보고 애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해! 바보 같은 년!

강지혜 네가 어떤 여자인줄 확 불어버리면 너는 그 부끄러운 망신 어떻게 할라고........

나는 네가 어떤 짓을 해서 남편에게 이혼을 당하고 혼자서 살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데

너는 모르지 바보 같은 년-

나는 혼자서 속으로 강지혜 선생을 향해 소리쳤다.

강지혜 선생은 외간 남자와 자기 집 안방에서 바람을 피우다가 아이들에게 들켜서

이혼을 당했다.

학생들과 다른 선생님들은 잘 모르지만 그 사실을 몇몇 선생님들만 알고는 쉬쉬 하고

있는 처지였다.

나는 언젠가 국어 선생님인 진명옥 선생님으로부터 그 비밀스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명옥 선생님은 몇 번이나 나에게 비밀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강지혜 선생의 비밀을 이야기 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학교로 부임해 오기 전의 일이다.

강지혜 선생은 요리 학원에 열심히 다니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같이 요리를 배우려 온

어떤 남자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

처음에는 몇 번 비밀스럽게 모텔을 드나들며 그 남자와 관계를 맺었는데

차츰 차츰 대범하여져서 하루는 강지혜 선생의 아파트에서 그 남자와 그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날은 일요일 오후였다.

남편은 회사에 숙직으로 집을 비우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 시간 밖으로 놀러 나가고 없었다.

그리하여 외간 남자를 끌어들여 한참 방안에서 강지혜 선생은 방사에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간, 밖으로 놀러 나갔던 강지혜 선생의 딸과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아무리 현관 벨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평소에 지니고 다니던 비상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들이 막 현관을 지나 안방 문 앞에 섰을 때, 방 안에서

자기 엄마의 흐느끼는 신음소리를 들었다.

「아이구! 나 좀! 아이구! 못 참겠어!」

자기 엄마의 이런 신음 소리에 놀라 아이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원 세상에 자기 엄마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발가벗은 몸으로 어떤 남자와 한 덩어리로

붙어 가지고 ‘헐떡’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한참 그 짓에 정신이 쏠려 있던 강지혜 선생과 그 외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놀라 방문 연 채로 그대로 서서 자기 엄마와 외간 남자의 그 짓을 보고 있었다.

외간 남자는 벌거벗은 채로 자기 엄마의 배 위에 올라타고서는 열심히 자기의 큰 좆을 자기 엄마의

보지에 넣고서 쑤셔대고 있었다.

그러자 자기 엄마는 두 다리를 공중에 치켜 올려 벌리고는 마구 흐느끼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현관 벨이 계속 울려 댈 때는 외판원이 벨을 누른다고 그냥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자기 엄마가 외간 남자와 벌거벗은 채로

뒹굴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 하였다.

그러나 잠시 후,

오히려 강지혜 선생은 아이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외간 남자와 그 짓을 하니 너무나

자극적이 흥분의 쾌감이 넘쳐났다.

외간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이리하여 강지혜 선생은 외간 남자와 하나로 합쳐진 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난생 처음 느끼는

새로운 쾌감으로 온 방안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렀다.

「에구구! 에구구! 에구구! 에구구! 에구구! …………… 」

외간 남자도 흥분이 고조되어 소리쳤다.

「아흠, 너무 좋고 흥분이 돼, 당신도 그렇지....... 」

이렇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강지혜 선생은 외간 남자와 절정의 오르가즘을 맛 본 후,

비로소 제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지나간 택시 부르며 손 흔들기였다.

외간 남자는 강지혜 선생의 아이들에게 푸른 색 만 원짜리 돈으로 아이들의 입을 막았지만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라는 것은 없었다.

우연히 아이들의 입에서 강지혜 선생의 바람난 행실이 탄로가 났고 이리하여 아이들은

남편이 데려가 키우기로 하고 합의이혼 서류에 강지혜 선생은

도장을‘콱’찍어주고 말았던 것이다.

-꿈에도 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그 바보 같은 년이

가사 시간에 나에게 대한 온갖 소리를 다하고 있어-

나는 속으로 강지혜 선생에 대해 못 마땅해 하며 소리쳤다.

그런데 어떤 철없는 애들은 이런 강지혜 선생의 말을 듣고는 음악실에 올 때마다 넌지시

내 얼굴 표정을 살피며 내게 물었다.

「저어!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밥을 지을 줄 아세요?」

「응, 갑자기 음악 시간에 밥은 ........... 」

처음에는 그저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강지혜 선생 찾아가서 따졌다,

「강 선생님! 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애들 앞에서 밥도 못 짓는 여자라고 매도를 하고........

강 선생님!

요즘은 전기밥솥이 밥을 하는 시대인줄 모르세요.

밥 짓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애들 앞에서 그래요.」

이런 내 모습에 강지혜 선생은 눈도 깜짝 안하고 태연히 말했다.

「윤선생! 윤선생은 그 나이에 아직도 밥도 못 짓는다고 민섭 선생이 그러더라,

식사 때에 제대로 된 반찬 한 가지도 못 만드는 그런 여자라고 말이야,

그러니 따지려면 민섭 선생에게 가서 따져, 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 아닌가.........」

「민섭 선생하고는 우리 헤어졌는데 누가 좋아하는 사이라고 그래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잉, 헤어져,

민섭 선생은 아직도 윤선생을 너무나 좋아하고 있던데,

무슨 말이야, 얼마 전에도 내가 물어봤다,

윤선생을 좋아 하느냐고,

그랬더니 민섭 선생이 분명이 그랬다.

윤선생을 좋아한다고 말이야」

그 순간 나는 할 말을 잊고 잠시 혼란에 빠졌다.

「윤선생!

윤선생은 마치 자기가 공주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발 이제 제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네,

윤선생!

나이가 벌써 서른 살이 넘었는데 아직도 소녀적인 감상에 빠져서

자기 본연의 자세를 잃고 있으면 안 되지?

안 그래?」

마치 훈계라도 하는 양,

날카롭게 지껄이는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로

그냥 말없이 서 있었다.

도대체 민섭씨는 심정애 선생은 어떻게 하고 강지혜 선생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하고 다닌다 말인가?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갑자기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이런 내 모습에 강지혜 선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선생! 이제라도 윤선생 생각을 사실대로 민섭 선생에게 말해 봐!」

그날은 앙칼진 강지혜 선생의 말 앞에 꼼작 없이 당하고만 돌아왔다.

강지혜 선생과 헤어져 돌아오는 내 마음은 무척이나 기분이 안 좋았다.

-그냥 확 그년 머리카락을 무우 밭에서 무우 뽑듯이 뽑아 버릴 것을 그랬나.

바보 같은 년! 입만 살아가지고 잘도 지껄인다니까.........

그나저나 민섭씨는 그년과 무슨 관계가 있어서 온갖 소리를 그년에게 다하고 다닐까?

참 못 믿을 것이 남자의 마음이라더니.........

그런데 심정애 선생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바보같이 민섭씨를 하늘같이 믿고 있겠지-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나는 강지혜 선생이 왜 나에게 그렇게 라이벌 감정으로 적대시 하는지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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