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데이트 Route F - 2부

"선영 씨. 여기에는 오해가...."



다급히 변명을 해보지만 생으로 씹어 먹을 듯한 기세로 날 다그치는 선영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오해? 지금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데 뭔 놈의 오해야!!!"



물론 다른 사람이 보면 정말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긴 하다. 상반신뿐이라고는 하지만 알몸의 여자와 그것을 마주하고 있는 남자. 야리꾸리한 상황으로 돌입하기 직전인지 그렇지 않으면 돌입하고 난 후 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맹세코 나는 더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 머리 속으로야 어땠는지 몰라도.



"언니! 그게 아니라니까!!"



옷도 채 입지 못한 유진이가 선영에게 달려들어 해명하려고 하였지만 선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틀어쥔 멱살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여자가 대체 뭘 먹고 평소에 단련을 하시기에 이렇게 힘이 좋냐. 선영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소리를 지른다.



"내가 애초에 당신에게 맨 처음 경고했잖아! 그리고 당신은 그런 일 없을 거라고 했고! 그런데 이게 대체!"

"놓고 말해요."



처음에는 당황해서 멍하니 뺨을 맞고 말았지만 생각할 수록 나도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는 참이라 선영의 손을 팽개쳤다. 얼얼한 뺨이 내 정신을 더 열받게 한다. 비록 다짜고짜 맞긴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아니 당신들은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제대로 돌봐주기는 한 겁니까? 애엄마라는 사람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 애를 혼자 두고! 유진이 아낀다고 하는 당신도 애를 혼자 두고! 그래요! 내가 얘 옷 벗으라고 했어요. 땀에 절은 옷 그대로 입고 있으면 열이 더 심해지는데 그럼 그걸 그냥 냅둡니까?"

"그래서 지금 다 큰 여자 애의 알몸을 보고 시시덕거리고 있던 걸 잘 했다고 하는 거에요?"

"누가 시시덕거리고 있었습니까! 닦아주고 있었지!"

"어쨌든 알몸의 애를 더듬고 있었던 건 맞잖아요! 이 변태같은...."

"변태? 대체 누가.... 애초에 그깟 술집 나가는 거 말고 애나 보고 있었으면 이런 일까지 없었을 거 아니에요!"

"그깟 술집?!"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안 그래도 사나운 선영의 눈꼬리가 더 말려 올라간다. 말에는 Ctrl-Z가 없다. 한 번 던진 말은 그대로 시위를 떠난 날아간 화살이 되어 상대를 쏘아 맞출 뿐이다. 내가 쏜 화살은 선영의 자격지심에 제대로 꽂혀버렸고 안 그래도 열 받아 있던 그녀의 신경을 더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버렸다.



"그깟 술집이라니! 그래, 나나 이 애 엄마나 다 술집 여자야! 니 같은 자지 달린 새끼들에게 알랑방구 뀌고 술 팔고 있다고! 근데! 그게 뭐가, 어때서! 그걸 돈 벌어서 살고 있는 게! 죄야? 죄냐구!"



악을 쓰듯 외치는 그녀의 말에는 이미 물기가 섞여 있었다. 내심 미안했지만 대화의 기세는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거나 마찬가지여서 물러날 수도, 내릴 수도 없다. 그녀는 내게 사과를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누가 죄랬어요! 일단 있는 애나 잘 보고....."

"누가 애를 보기 싫대? 곁에 있어 주고 싶어도 못 있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야! 니깟놈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술집은 냅두면 알아서 굴러가는 줄 알아? 다 관리가 필요하고 신경 제대로 안 쓰면 망해버리는 거라고! 그런 거 알기나 해? 아직 사회물도 안 먹어본 새끼가 어딜..."

"새끼? 이 여자가 진짜 말이면 단 줄 알아?"



덩달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내가 뭐라고 더 쏘아붙이려는 순간, 침대에 쓰러져 있는 유진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까지도 열이 펄펄 끓던 녀석이 이제는 완전히 축 늘어져서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유진아!"



선영이 나를 제치고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아이의 어깨를 붙들고 흔들어보았지만 감겨있는 유진의 눈은 떠지지 않았다. 숨소리도 거칠었다. 선영은 유진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는다.



"유진아, 유진아!"



난 황급히 겉옷을 벗어 유진을 덮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선영에게 외쳤다.



"그러고 있지 말고... 차 가지고 왔죠?"



내가 유진이를 안아 들고 일어서자 선영은 황급히 따라 나섰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밖으로 나가 차를 아파트 앞으로 댔다. 유진이를 안고 뒷자리에 올라탄다. 문을 닫자마자 미친 총알처럼 차가 튀어나갔다. 평**면 날 살려 달라고 하느님께 빌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좀 더 빨리 달리라고 마음 속으로 주문했다. 다행히도 병원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가까운 응급실로 데려가 수속을 밟았다.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느라 제정신을 못 차리는 선영을 대신해서 내가 녀석의 등록을 대신했다. 급박한 우리들의 마음과는 달리 의사나 간호사들은 꽤나 느긋해 보였다. 유진의 상태를 본 의사는 큰 병이 아니라 가벼운 탈수증세라고 설명했다. 의사 말대로 링겔을 맞고 좀 누워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다.



"언니...."

"그래, 유진아. 언니 여기있어."



한시도 유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던 선영이 유진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든다. 유진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선영에게 말했다.



"선생님.... 뭐라 그러지 마...."

"유진아..."

"내가 닦아 달라고 한 거야.... 응? 그러니까...."



녀석의 입술이 말라있어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눈 뜨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저런 소리라니, 녀석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애달팠다. 녀석의 발치에 서 있던 나는 일부러 인상을 쓰며 유진에게 다가가 가볍게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임마. 그러니까 내가 너보고 닦으라고 했잖아. 괜히 오해 사게...."



녀석은 기운 없는 얼굴에 애써 웃음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제 가슴 괜찮지 않았어요?"

"얌마!"



헛소리를 잘 하는 걸로 봐서 완전히 다 나은 것 같다. 그렇지만 병원 침대에 드러누워있는 녀석을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휴 소리만 내뱉고 돌아가기로 했다. 선영이 따라 나왔다. 그녀는 말없이 내 뒤를 따르다가 병실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조용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사과는 하지 않겠어요."



응급실 출구 복도에서 선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하아. 바라지도 않아요."



오가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고 말을 이었다.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깐 저도 말이 심했구요. 저는 사과하겠습니다."

".....원래 다 그런 거니까요."



어두운 병원 복도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 선영의 얼굴이 잘 보였다. 그녀의 눈가에 말라붙은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눈화장도 엉망이다. 이 여자는 대체 내 앞에서 몇 번이나 우는 걸까. 손수건이라도 있다면 건네주고 싶지만 요새는 손수건이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선영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날 올려다보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한석 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

"네? 무슨...."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부터 계속 생각해봐도 이 이야기만은 꼭 해야겠어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선영이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말한다.



"미안하지만.... 유진이 과외는 그만 둬 주세요."

"뭐라구요?"



선영은 눈가를 닦아내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지난번 같이 억지를 부리는게 아니에요. 아까 유진이가 깨어나자마자 한 말이 뭔지 들었죠? 바로 한석 씨를 염려하는 거였어요."

"그게 과외를 계속 하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

"상관있어요."



선영의 눈빛은 결연했다.



"사실 유진이는 성격 탓이기도 하고... 주변 환경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튼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성격으로 자라 왔어요. 그런 그 아이가 성인 남자에게 자신의 곁을 허락한다는 게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어요. 유진이는 당신에게 너무 빠져들었어요. 당신을 염려하고 있고... 당신을 너무 생각하고 있다구요."



아니라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여태 유진이가 내게 보여준 모습에서 어렴풋이 그 기분을 느껴온 게 사실이다. 솔직히 어제 현관 앞에서의 대화도 그렇고 오늘 집에서의 행동도 그렇고.... 보통 평범한 여고생이 할만한 행동들은 결코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게 인위적으로 막는다거나 억지로 끊는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건, 그래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유진이는 처한 상황이 조금 특수해요. 아버지도 없고.... 다른 형제도 없죠. 당신에게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건 걷잡을 수 없을 거에요. 벌써부터 조금씩 그러고 있기도 하구요."



내가 아무런 대답을 못 하고 있기에 선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 이건 우리들의 잘못이긴 한데 ...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 일반적인 상황보다는 더 육체적인 것만 보고 자란 아이라서 아주 조금의 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그대로 돌이킬 수 없을 지도 몰라요. 전 그게 두려워요."



선영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죄책감이 들었다. 어린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 건 어른의 몫이다. 거기에 놀아나면 되는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그 다음 순간, 선영이 비통한 목소리로 내어놓는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난, 유진이가 유미 언니처럼.... 아니, 나처럼 되는 걸 원치 않아요."



그녀는 전에도 이미 한 번 나에게 유진의 과외를 그만두라고 종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억지명령에 가까웠지만 지금의 이야기는 명령도 아니고 권유도 아니었다.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그 떨리는 목소리에 담아낸 부탁은 나로 하여금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잘 생각해보고...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유진이랑 언니에게는 제가 말해둘 테니까요."



선영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고개 숙여 내게 인사하고 곧바로 뒤로 돌아 들어가버렸다. 병원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한참 만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계속 생각을 거듭했다.



유진과 선영, 선영과 유미, 유미와 유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삼인방이었다. 늘 틱틱거리기만 하지만 은근히 나에게 마음을 주었던 유진이와 유진에 대한 애정만으로 모든 이를 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선영. 다 큰 딸을 둔 엄마가 맞나 싶은 유미...



그렇지만 그 중에서 선영의 말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유진이가 내게 보여준 행동들은 결코 범상치 않았으니까. 만약 이대로 과외를 계속 한다면 언젠가는 선영이 우려하는대로 나에게 너무 빠진 유진이가 문제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런 우려가 든다.



아주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 내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래. 유진이가 싫진 않다. 열 여자 마다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어린 여자라면 남자들 누구나 환장한다고 유진이가 그랬듯이..... 내심 아까의 상황에서 선영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선영의 표현대로, 자지 달린 놈들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렇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그 녀석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다. 그 후폭풍이 가져올 모든 것들이 감당하기 힘들다.



병원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결코 가까운 게 아니었다. 꽤나 오래 걸어야 했고 그 긴 시간 동안 내내 생각한 끝에 결심했다. 마음 속에서 결정을 내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한 번 결정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집에 돌아오니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얼른 받아든다.



"여보세요?"

"석이 집에 들어왔냐? 니 에미 지금 버스 탄다."



엄마였다. 주변이 시끄러운 걸로 보아 바깥인 모양이다.



"여태까지 리사 씨랑 있었던 거야?"

"호호호. 그려. 리사 요것이 어찌나 잘 해주는지 몰르겄다. 저녁까지 아주 잘 얻어먹고 내려간다."

"나중에 내가 리사 씨에게 다 갚아야 될 일이야. 공짜 아냐. 엄마."

"뭐든간에, 이 녀석아. 암튼 잘해 줘. 우리 리사한테."

"........어떻게 우리 리사가 되는 겁니까 싶습니다만...알았어요.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그려. 알긋다. 예린아. 이거 어떻게 끄는 거냐? 그냥 닫으면 돼?"

"제가 끄겠습니다."



휴대전화인 모양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전화가 끊어졌다. 어제만 해도 아들내미 방에 여자 들어와 있다고 못마땅해하더니 단 하루 사이에 "우리" 리사가 되어버렸다. 낯 두꺼운 우리 엄마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그런 엄마의 비위를 완벽하게 맞추고 수행해낸 리사가 대단한 건지 궁금하다. 전화를 끊고 옷을 벗으려는데 다시 전화가 울린다.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누구랑 이렇게 길게 통화해요?"



유진이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다짜고짜 따지고 드는 걸 봐서 이제 다 나은 모양이었다. 목소리도 아까보다 훨씬 괜찮았다.



"우리 엄마였어. 길게도 안 했는데, 뭘. 그나저나 넌 이제 괜찮아?"

"네. 언니가 퇴원 수속하고 있어요. 저녁은 지금 먹으러 가요."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공중전화인 모양이다.



"그래. 몸조리 잘 하구 푹 쉬어. 내일은 학교 가야지."

"아저씨는요?"

"나?"

"예. 학교 안 가요?"

"대학생은 토요일에 수업 없어."

"그러시구나..."



기운 없는 목소리는 아닌데 어쩐지 무언가 망설이는 태도다.



"겨우 그 이야기 하려고 전화한거야?"

"아니요."

"그러면?"



녀석은 한참동안이나 미적거렸다.



"과외.... 그만 하신다면서요?"



결국 이 이야기가 나오는 구나. 나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응. 그래."

"어떻게 나한테 상의 한 마디 안 하고 그만둘 수 있죠? 그만 둔다는 거 당장 취소해요."

"아깐 네가 아파서 누워있었으니까... 이야기 못 했어. 미안."

"지금은 괜찮다구요. 일어나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러니까...."

"유진아."



녀석의 목소리는 필요 이상으로 격앙되어 있었다.



"내가 과외를 받고 싶다구요! 내가 과외를 받고 싶다는데 왜 어른들이 멋대로 결정하는 거죠?"

"내가 다른 사람으로 소개해줄게."

"다른 사람은 필요없어요! 난! 나는.....!"



유진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묻어 났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내 마음에 있는 얇은 벽을 때리는 것처럼 쿵쿵 울린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짓일까.



".......난 아저씨가 필요한데.... 왜......"



울음소리 때문에 유진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한참 말도 못 하고 울먹이는 유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미안해. 유진아.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 동전이 다 되었거나 녀석이 끊어버린 모양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하다. 이렇게 굳이 모진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마음과 선영의 말대로 빨리 떨쳐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이대로 계속 두었으면 유진이는 아마도 내게 더 의지했을 것이고 내 성격상 그걸 또 우유부단하게 거절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받아들이다가 결국은 서로 불행해졌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너무 어렸고 나에겐 너무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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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아, 안녕.

우리 다음 세상에서... 아니, 다음 루트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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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님, "마레기를 명희에게 붙이면 모두 해결"이라는 솔로몬 뺨치는 댓글 보고 감탄했습니다.



그나저나 명희 배드엔딩이 꽤나 강렬했던 모양이군요. 나름 노말 엔딩도 있는 녀석인데 마레기 주긴 좀 아깝지 않나요.... 한 번 추천 받아보겠습니다. "마레기를 명희에게"라는 이벤트에 공감하는 분은 댓글에 "고마워, 다행이야."라고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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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시길 기원하며 저는 다음 편 퇴고 중입니다. 금방 다시 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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