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선을 넘은 것은 누나 쪽이었다 - 프롤로그

윤리∙도덕이란, 말하자면 사람에게 한정된 공통의 기준선이다. 사람들이 서로 기준선을 정해둔 뒤 그 뒤에 서 있다가 누군가 기준선을 넘었을 때, ‘처벌을 가한다’ 또는 ‘처벌을 받는다’라는 의식을 약속해 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준선의 뒤에 서있다. 윤리의식이 투철한 사람일수록 기준선과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며, 기준선을 넘기가 힘들다. 반대로, 윤리의식이 희박한 사람일수록 기준선과 가까운 곳에 서있으며 그만큼 기준선을 넘기가 쉽다.



사람들은 살면서 몇 번 정도 이 기준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 기준선을 넘은 뒤에는 다시 기준선 뒤로 돌아오는데, 사람들은 이때 기준선을 넘은 것에 대한(윤리를 배반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기준선을 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할수록 기준선과 자신과의 거리는 가까워지며, 점점 기준선을 넘는 것이 쉬워진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다. 처음 가벼운 것을 훔칠 때, 그 사람은 기준선을 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기준선을 넘었다 돌아온 뒤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반복할수록 도둑질에 저항감을 느끼지 않으며, 종래에는 가벼운 도둑질에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미 기준선을 넘어선지 오래인 것이다. 물론 그 도둑은 결국 크고 무거운 도둑질에 손을 대다가 패가망신하겠지만.



강도, 살인, 방화, 강간, 윤간, 근친, 납치, 감금, 간음, 스토킹, 시체유기, 사기 등. 기준선의 개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범죄의 개수만큼, 또는 윤리배반적인 행위의 개수만큼 존재한다. 살인과 같은 무거운 범죄일수록 기준선은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멀리 떨어져있는 기준선일수록 넘었을 때의 반동이 크다.



우리가 살인마라 부르는 사람은 살인에 대한 윤리의 기준선과의 거리가 무척 가깝거나, 언제나 기준선을 넘은 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기준선을 설정한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 간의 분쟁을 방지하고, 분쟁이 생길 경우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뭐, 헛소린 집어치우고.



나의 경우 윤리의식이 희박한 쪽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근친에 관한 기준선은 이미 넘은지 오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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