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색 - 4부

검은 색



그녀는 4층 여성의류 코너에서 집에서 입을 옷 몇벌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곳의 반대편 매장에서



100 벌이 넘는 옷들을 하나하나 전부 다 보고 있었다.



"음.... 옷은 다 좋은데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옷 하나에도 뭔놈의 색깔이 이렇게 많은지.."



그녀는 여기저기 보다가 붉은색 블라우스를 보았고 눈에 튀는 밝은 색에 눈이 꽂혔다.



"....."



그녀는 옷을 들고서 잠시 고민을 했고 그녀는 점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 이거 입어봐도 돼죠? 탈의실 어디있나요?"



"물론입니다. 손님. 탈의실 여기 있습니다."



"네 그럼..."



그녀는 블라우스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고 1분 뒤 그것을 갈아입고 나와 거울 앞에 섰다.



"어머! 잘 어울리세요 손님"



"흠... 맘에 들긴 하네"



점원은 직업병이 몸에 배었는지 언제나 해대는 상투적 칭찬을 해댔고 그녀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자기평가를 했다.



"저 그런데 이거 더.. 큰 사이즈 없나요? 가슴이 좀 끼네요"



"아.... 그게 큰 사이즈가... 어디 보자..."



점원은 그녀의 말을 듣자 옷가지들을 헤쳐보며 똑같은 옷을 찾았고 몇분뒤에 점원이 하는 말...



"아 죄송합니다 손님.. 그게 저희 매장에 한벌 밖에 없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거 얼마에요?"



"아... 특별 세일 해서 6만 4천원 입니다."



"그래요?.. 비싸네 옷도 끼고.."



이주희는 다시 탈의실에 들어갔다. 탈의실에 들어간 그녀를 보고 점원은 한숨을 쉬었고 이 여자가 또



얼마나 변덕을 부릴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점원의 눈에는 4층 매장 여기저기를 달리면서 땀을 흥건히 흘리고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그는 공포스런 인상을 쓰며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갑자기 그 점원을 홱 노려보았다.



"히익!"



그 여자는 놀라 기겁을 했고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는 척하며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그 남자는 다시 다른 곳으로 달려갔고



점원은 멀리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겨우 안도했다.



"무슨 일 있어요?"



"헉!"



이주희는 언제 나왔는지 한숨을 쉬고 있는 점원에게 물었고 점원은 정색하며 대답한다.



"아... 아닙니다. 또 입어보실 옷 있으세요?"



"음... 여기 블라우스요"



그녀는 점원에게 자신이 입어봤던 블라우스를 넘겼고 그녀는 옷들을 구경하다가 이번에는 노란 블라우스를 입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에 이미 박의식은 이주희를 지나친지 오래. 5층으로 올라가버렸고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른채 태평하게 옷들을 입어보고 있었다.







"헉헉... 정말 개좆같군..."



박의식은 5층까지 올라오면서 쉴새없이 뛴 터라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띄자마자 뛰지는 못했다. 그는 숨을 고루 쉬며 다시 여기저기 둘러보며



생각을 했다.



"늬미... 거기서 그 놈 (사고 피해자)하고 붙지를 말았어야 했어.. 씨바... 이젠 뭐 여기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에 흠뻑 젖은 그의 얼굴과 목을 닦았고 땀이 얼마나 났는지 그의 손수건은 다 젖어버려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개새... 이거 당분간 사우나 갈 일은 없겠어.."



그는 다시 손수건을 집어넣었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가만 생각해보자.. 여기서 몇가지 가능성을 추론하자면.....



1. 이주희는 처음부터 백화점 안에는 없었다.



2. 난 그녀와 같은 층에 있었지만 부주의로 그녀를 지나쳤다.



그리고....



3. 그녀는 여전히 5~7 층에 있다. (8층은 폐쇄라 그랬지...)"



그는 3가지 가능성을 추론하며 혼자서 중얼거렸고 결국 그는 다시 침묵한다.



"...... 혹시 모르니 5~7층 까지 다 뒤져보자"



그는 또 다시 4층에서 그랬던 거처럼 5층 매장에서도 마구 달렸다. 그에겐 참 재수없게도 5층에서 이주희가 그의 눈에 띌리가 없었다. 그가 매장



두개를 돌아볼 동안에도 이주희는 여전히 4층에 있었다. 그는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고 혹시나 했다.



"헉헉... 훈련병 나와바리 할 때도 이 짓만큼 멍청하진 않았을꺼야.. 젠장.."



그는 5층 전 매장을 돌고서 결국은 지쳤는지 음료수 자판기에서 스포츠 음료를 하나 뽑아 마신다.



"......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는 스포츠 음료를 단숨에 전부 다 들이킨 뒤 그의 정면에 있던 매장으로 다가간다. 그곳에 있던 여점원은 그가 다가오는 걸 보며 그의 인상에



겁을 먹은 듯한 눈치였고 그는 최대한 조용하게 점원에게 다가갔다.



"저 거시기... 말 좀 묻겠습니다."



"아... 아, 예!"



"혹시 어떤 여자분 못 보셨는지요? 키는 이만.. 허고.. 핑크색 상의에 하얀 치마를 입은 여자인데..."



그랬다. 그는 전층에서와는 달리 점원에게 이주희의 인상 착의를 물으며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모... 모르겠는데요.. 본적이 없어요"



물론 점원은 알리가 없었다.



"쳇...."



그는 혀를 차며 바로 5층의 다른 점원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역시 대답은 다 똑같았다. 그렇게... 그는 5층 명품 매장을 지나치고 결국 6층 가구



매장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이주희 또한 가장 중요한 핸드백을 사기 위해 5층으로 올라왔다.







"후아... 딴거 살꺼는 다 사고... 이제.. 나의 핸드백만 남았네~"



그녀의 손에는 두개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그녀는 5층에서 본격적으로 매장을 돌며 핸드백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장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오른쪽부터



가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악어 가죽 지갑... 실크 머플러.... 아! 핸드백 코너가 저기 있네!"



그녀는 핸드백 코너를 보고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점원은 들어오는 그녀를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핸드백 사러 오셨나요? 뭐 특별히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아.. 구치 체인 핸드백 이란거 있나요? 그 약간 연한 갈색의..."



"아... 잠시만요"



점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여기저기 핸드백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고 곧바로 그녀에게 연한 갈색의 핸드백을 하나 가져왔다.



"이거 말씀 하시는 건가요? 구치 체인-서클 펄스요?"



"아... 예 이거 맞아요, 여기 사은품 상품권 있는데.. 돼죠?"



"저한테 보여주세요... 아.. 네! 맞아요, 저희 백화점 사은품이로군요!"



"그럼 이걸로 계산할께요."



"예.. 잠시만요... 다... 해서 430,000 원 입니다, 손님"



"여기..."



그녀는 상품권에 추가로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어 점원에게 내주었고 점원은 계산을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영수증 드릴까요?"



"예, 물론이죠 이거... ARS 돼죠?"



"예, ARS 하시려면 여기 번호로 전화해주시고 그럼 직원이 어느정도 봐줄겁니다."



"고마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이주희는 마침내 자신이 그렇게 갖고싶어하던 핸드백을 사서 그런지 기분이 뿌듯했다.



그녀는 핸드백을 쇼핑백 안에 넣었고 그녀는 손목에 차여진 시계를 봤다.



"이제 슬슬 집에 가봐야 하겠는데... 음..."



그녀는 안내판에 쓰여진 층 안내도를 봤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안내판 위쪽에 쓰여진



한 정보였다



"7F .... 식사 음료 스낵 "



그녀는 손에 들려진 쇼핑 백들을 보며 생각했다.



"음..... 6층은 가구 매장이네... 별 볼일 없고... 음... 배고픈데 7층가서 뭣 좀 사먹어야 겠다."



그리고.. 그녀는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박의식은 더 이상 실수를 하기 싫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6층을 천천히 돌아봤다. 그는 만나는 점원마다 이주희의



패션과 인상착의를 설명해주며 그녀의 행방을 물었고 역시나 그들의 대답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는 10개가 넘는 매장을 그렇게 이 잡듯이 뒤지며 결국은 다 돌아버렸고 그는 허탈하고 짜증을 낸채 7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반대편에서



욕지거리를 해대고 있었다.



"이런 개새... 또 삽질이야.. 이거 진짜로 아예 안 온거 아냐?"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있었고 그때 그는 갑자기 자기 핸드폰이 울리는걸 느꼈다.



"김씨.. 그 고자새끼 인가?"



그는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내어 수화기를 입에 댔다.



"아... 김씨, 무슨 일이야..? 아 몰라... 일이 틀어진거 같네.. 씨발"



그는 전화를 하면서 무의식에 여기저기 돌아보았고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에게 궁시렁대고 있었다.



"아 몰라 씨바.. 이제 7층 남았어. 도대체 어디 간 거야, 그 걸레같...."



그때였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둘러보다가 6층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핑크색 상의에 하얀 치마를 입은



여인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랬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이주희 였던 것이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어디선가 그녀를 지나쳤다는 것을..



그는 핸드폰을 얼굴에 댄채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고 급한 마음에 매우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 김씨... 내 쓰바 존나 미안한데.. 30 분 정도만 더 죽치고 있어봐.... 아무래도 물건을 찾은거 같애... 그럼!!"



뚝..



그는 핸드폰을 세차게 닫으며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곳에 닿았을때 이주희는 그곳에 없었지만...



그는 뻔할 정도로 확신할수 있었다.... 이주희는.. 바로 7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삽질이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허탕을 치다가 운 좋게 사냥감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빠른 걸음으로 7층으로 순식간에 올라갔고 그는 7층에 올라오자마자



여기저기 두리번 거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또 어디를 갔는지 이주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필 그날은 재수없게 백화점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나온



아줌마 부대가 여기저기서 몰려 다녔고 그덕에 박의식은 이주희의 모습을 온데 간데 찾아볼수 없었다. 한 20 명 돼는 주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커피나 아이스크림 혹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조잘 거렸고 그덕에 7층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이런 씹새... 또 어디를 간거야!"



그는 또 다시 분통에 저주를 퍼부으며 매장을 왼쪽부터 돌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에서 아줌마들이 수다를 떠는 덕에 그는 짜증이 치밀려왔다. 그는 계속해서 매장안을 달리며



중식,한식,일식,양식, 커피점에 아이스크림 점 까지 전부다 이 잡듯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서도 이주희의 모습을 찾아볼수는 없었다.



"에라 씨발... 도대체 그년은 뭐 유령인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본건가.... 잘못 본건가..."



그는 자신이 헛것을 봤다고 믿고 자기가 타고 올라왔던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멈췄다.



"망할... 씹새... 존나 지치네.."



그는 숨을 가쁘게 쉬었고 조용히 생각을 했다.



"씨바... 결국은 허탕인가, 개좆같이 쌩돈만 날렸네... 그냥 닥치고 가서 수금이나 해야겠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김씨한테 일진 좆됐다고 말하고 가봐야 겠군"



그는 번호를 꾹꾹 누르며 문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문자를 쓰다가 갑자기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에 있는 엘리베이터 하나가 열렸다 닫히기 시작한 것을 보았고



그는 그것을 보고는 바로 달려갔다.



"에라 씨발.. 저거 타고 이 망할 백화점에서 나가야지"



그는 문자를 쓰는 도중에 엘리베이터로 전력질주했고 그가 엘리베이터에 가까워 졌을때는 이미 문이 반이상 닫히고 있었다. 그는 성질이 나서 더 이상 시간 버리고 싶지 않아



버튼은 제쳐두고 무식하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손을 넣었고 엘리베이터는 2초 동안 닫히려고 하다가 다시 문이 열리고 말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그는 안을 볼수 있었고.... 그 안에는...



















확실히 핑크색 가디건에 하얀 치마를 입고 있던....놀란 듯한 얼굴의 이주희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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