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하늘이 - 단편7장

[7] 지금 인생의 기둥을 세우세요







산에 갔다가 온 후로 하늘이는 공부에 더더욱 열심인 모습이었다.

내 눈에 비친 하늘이의 모습은 점점 더 공부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제 하늘이가 나에게 질문하는 수학은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이것은 하늘이는 이제 개념 공부와 기본 적인 문제들은 스스로 해결한다는 뜻인 것 같았다.







하늘 : 나한테는 해도 해도 모르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나 : 문제가 어렵다는 말이겠지?

네가 모르겠다는 문제들을 잘 생각해 보세요.



하늘 : 그니까 .....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엄청 어려워~!!

그 단원에서 배우는 개념들은 정리해보면 어려운 것 같지가 않은데 ....





나 : 어려운 이유를 잘 생각해보세요.

아마도 다른 단원들과 얽히기 때문일거야.

예를 들면 중학교때 배운 것들은 거의 다 까먹었쟈나?

아니면 도형에 관한 것들과 관련이 되어있다든지.





하늘 : 맞아. .... 거의 다가 그래.

그럼 .... 과거에 공부를 소홀하게 한 댓가라는 거야?



나 : 아니지. .... 시간이 지나서 잊어먹는 것은 당연하지 않아?



하늘 : 그럼 계속 반복을 하라는 거야?

허구헌날 복습한다고 옛날에 배운 것들을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



나 :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나오면 그 때마다 필요한 것들 만이라도 .....







하늘 : 그럼 ... 너는 시간이 지나면 나를 잊어먹을 꺼야?



나 : 왜 또 얘기를 그 쪽으로?

나는 잘 잊어먹는 편이 아니지만 너는 쫌 심할 것 같은데?







하늘 : 나는 너무도 멋진 자기 어머님을 생각하면

자기를 잊지 못할 것 같아~



나 : 그럼 수학도 멋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덜 잊어먹지 않을까?



하늘 : 웩~!!! ....... 역시 외계인답다~











수학 문제들 중에는 <개념확인> 형의 문제가 있다.

이것은 그 단원에서 취급하는 기본적인 개념을 묻는 문제이다.

이것은 공무하면 맞고 안하면 틀리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 하늘이는 기본 개념을 다른 사람들이 해 주는 설명에

의해서만 이해를 해왔다.

이런 것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러니까 반복을 했어야만 했는데 하늘이는 반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본인 스스로 개념을 확실히 알도록 정리하고 자기 힘으로 부족하면

나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공부한 개념들은 하늘이의 기억에도 오래 가고 또 그런 문제를 접하게

되면 바로바로 생각아 난다.

문제를 읽는 순간에 개념이 바로바로 떠오르므로 문제도 훨씬 빠르게 이해한다.

그러면 문제를 풀어내는 속도도 빨라서 시간도 절약된다.

이럴 때에는 계산에서 실수하지 않고 정확하게만 하면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개념활용>형의 문제들이 있다.

알고 있는 기본 개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 문제들이 다른 단원의 내용들과 얽히게 되면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수학 문제들 중에는 또 <단원 융합형> 문제라는 것들이 있다.

이것은 문제 하나에 여러 단원의 내용들이 복잡하게 섰여서 얽힌 문제들이다.

그런 문제는 세부적인 내용들을 모르고 있으면 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하늘이는 <개념확인>형의 문제들도 표현 방법이 바뀌면 당황한다.

하늘이는 또 <개념활용> 형의 문제나 <단원 융합형>의 문제들 때문에 고민스러워한다.

지난 날에 공부했던 것들이 하늘이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이네 학교의 시험에서는 <개념확인> 형의 기본 문제는 약 30 % 정도에 해당한다.

그리고 <개념활용>형이나 <단원 융합형>의 문제들이 나머지 70 % 정도이다.











주말이면 은수와 연희도 하늘이랑 같이 공부한다면서 도서관에 왔다.

그런데 걔네들은 도서관에 오면 먼저 잠부터 잔다.

나는 그러는 걔네들을 보면서 하늘이가 처음 도서관에 오던 날 오전 내내

잠을 잤던 그 때가 생각이 났다.







하늘 : 어제 또 영화보러 갔었어?



은수 : 끄덕그덕~



하늘 : 완전 좋겠다~ ......

이러다가 너네들은 나중에는 볼 영화가 없겠네~



연희 : 그런 걱정을 왜 해? ..... 영화는 봐도 봐도 또 나오거등~!!







하늘이는 은수와 연희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하늘이는 나에게 영화보러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하늘이에게 엄청 고마웠다.



주말이면 내가 하려고 생각해놓은 일들이 많은데

만일 극장에 가면 어처구니 없게도 그날은 물론 그 다음 날에

저렇게 잠을 자게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하늘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나는 하늘이가 걱정스러웠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적이 올라가는 것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더 하든 덜하든 성적이란 항상 오르락 내리락을 할 뿐인데 ....

그러나 공부를 아예 등한시하게 되면 그 때의 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늘이가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만일 기대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때에 하늘이는 얼마나 큰 실망을 할까?





나는 이번 주말에 하늘이와 함께 공부 말고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에는 내가 하늘이에게 도서관에서 일찍 나가자고 했다.

하늘이에게 영화구경은 아니더라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늘이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하늘이 : 웬일이래?



나 : 사귀는 사람들은 일요일에는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쟈나?



하늘이 : 우리 .... 시험 끝나고 하면 안될까?

내가 지금 시험 때문에 부담이 되거든~



나 : 잠시 바깥 바람을 좀 쏘이고 그 다음에 계속하자.

그러면 더 잘 될지도 모르쟈나?









나는 하늘이에게 조르다시피하여 우리는 5시가 넘어서 도서관을 나올 수 있었다.









나 : 저녁식사하러 조금 일찍 나간다고 생각하자.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시청역에서 내려서 2번 출구로 올라가서는

덕수궁 앞을 자나쳐서 계속 걸어서 내려갔다.

그리고 우리는 덕수궁 돌담길로 접어들었다.



일요일 늦은 오후였는데도 사람들은 없었고 길은 조용하기만 했다.

가끔식 부는 바람에 나무들이 소리를 냈다.



이 가을도 10월 말에는 거의 절정인 것 같고, 11월이 되면 겨울맞이가

시작될 것 같았다.







나 : 좋지?

고궁에, 돌담에, 가을 단풍에, 낙엽에 .....



하늘 : 맞아~ ..... 그런데 이 길은 데이트코스 아냐?



나 : 글쎄~ .....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여기를 걷는 다던데 ?



하늘 : 너는 나 사랑해?



나 : 음 ....... 새삼스럽게 왜 그걸 묻는 거지 ?



하늘 : 하여간에 연구대상이야~!

사랑하면 한다, 사랑 안하면 안한다 딱부러지게 말하면 되겠구만~



나 : 이 해가 저물기 전에

나는 하늘이랑 같이 해보고 싶은 것들이 몇가지가 있었어.



하늘 : 그게 뭐지?



나 : 키스 ~!!!







나는 기습적으로 하늘이 입술에 키스했다.

하늘이가 매우 당황스러워했지만 우리는 마주보고 깔깔대고 웃었다.







하늘 : 이 분 완전 변태아냐? .... 호호호~



나 : 그래서 싫었어?



하늘 : 싫지만은 않았는데~ ... 호호~





나 : 방금은 농담이었고 .....

나는 하늘이가 자신있게 공부하는 것을 보고 싶었고,

또 그것을 위해서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돕고싶었어.

또 이렇게 ...... 나는 하늘이랑 조용히 생각하면서 걷고 싶었고 ....





하늘 :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걷는데?



나 : 나야 ... 뭐 .....

이렇게 길에 깔린 낙엽을 밟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





하늘 : 야아~ .... 무슨 생각을 한다는 거야?

내가 바로 네 옆에 있는데 걍 나를 보면 되지~!!!



나 : 허이구우~ ....

하늘씨 말고도 생각할 것이 꽤 되는데요? ㅋㅋㅋ





하늘 :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하셔도, 그거 다 공상이고 잡생각 아냐?

[나를 버러보면서] ... 걍 나 보면 훨씬 현실적일텐데 ....!!!? ㅋㅋㅋ



나 : [하늘이를 바라보면서] ... 끄덕끄덕~ ㅋㅋㅋ







나는 하늘이를 안고 하늘이도 또한 나를 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마주보고 서있었다.

하늘이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나는 하늘이의 뺨에 내 뺨을 마주 대었다.

하늘이의 뺨이 차다.

가을 바람이 하늘이의 뺨을 스쳐가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떨어지기가 싫은 듯이 이렇게 서로를 안고 서있었다.

이제 또 나의 가슴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하늘 : 나 ... 이번 기말 시험에서 결정하겠어.

이렇게 계속 공부를 해서 문과 아니면 이과를 갈지,

아니면 피아노를 계속해서 예체능으로 갈지 ......

이번 까지만 부탁해~!!





나 : 하늘아~ ... 언제든지 필요하기면 하면 손을 뻗어~

네가 손을 뻗으면 닿는 거기에 나는 항상 있어~





하늘 : 내가 마음이 심난하고 괴로울 때에는 너네 어머님 생각이 난다.



나 : 내가 마음이 심난하고 괴로울 때에는 나는 하늘이 생각이 나는데 ....



하늘 : 피이~ .... 네가 괴로운데 내가 도움이 된 적이 있기나 해?



나 : 아직은 없었으니까 <혹시 이번에는 ??> 해보는거지~ ㅋㅋㅋㅋ



하늘 : 미안해~



나 : 나도 하늘이한테 미안해~



하늘 :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데?



나 : 그건 그 사람들 얘기고~ ....

저기 사람들 온다~!! ...... 우리 이제 떨어지자~!!



하늘 : 싫어~



나 : 그럼 저 사람들이 우리를 불량청소년으로 생각할텐데?



하늘 : 할테면 하라지~!! ... 난 그런 것은 하나도 겁 안나요~

나 ... 오늘 ... 쫌 불량스러우면 안될까? ... .흐흐흐~







하늘이는 사람들이 지나가건 말건 내 뺨에 대고 있는 뺨을 떼지 않있다.

나는 지금 우리가 교복을 입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늘 : 공부도 하고싶고, 사랑도 하고싶고 ......



나 : 나는 공부는 하기 싫고 사랑만 하고 싶은데? ..ㅋㅋㅋ



하늘 : 뻥치시네~









드디어 우리는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나는 하늘이가 나에게 키스해주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그렇지만 하늘이에게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약간 서운했다.







나는 이제 고만 하늘이네 집으로 가서 공부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하늘이는 우리 엄마가 보고싶다면서 우리집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우리 엄마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집으로 갈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집에 갔을 때 어머님께서는 우리의 저녁식사를 준비하교 계셨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쉬고있었으나 하늘이는 우리 엄마에게로 갔다.

주방에서 두 사람이 하는 얘기를 나는 듣고 있었다.







우리엄마 : 하늘이 얼굴 표정을 보니까 공부하다가 온 것 같지는 않고 .....



하늘 : 쪽집게시네요~ ...... 정호랑 같이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왔어요.



우리엄마 : 어머머~!! ..... 그래요?? .... 역시 요새 애들은 빠르네 ..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그 길을 갔었는데 .....



하늘 : 정호가 저랑 같이 거기에 가보고 싶었나봐요.



우리엄마 : 하늘이는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하늘 : 전 원래 별로였는데 ....

막상 가보니까 기분이 달라지던데요?



우리엄마 : 그 길은 키스하는 길인데 ...... 혹시?? ... 호호~



하늘 : 에이 ..... 어머님, 저희는 불량학생이 아니거든요~ .... 호호호~



우리엄마 : 하늘이는 아닌데 ... 정호는 쪼끔~ .... 호호호~



하늘 : 맞아요. .... 정호가 저한테 갑자기 키스를 하긴 했어요.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괜찮았는데 이 말을 하는 하늘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늘이는 빨리 뭐라고 말을 하라는 듯이 나를 보면서 두 눈을 깜빡거렸다.







나: 저는 그냥 장난치느라고~



엄마 : 키스라는 것은 서로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요새 애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장난으로 하나?



하늘 : 어머니, 정호는 저에게 장난을 잘쳐요~ ,,, 호호호~



나 : 나는 그냥 ........



엄마 : 사랑한다면 서로를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 감정, 표현 뿐만은 아니죠.

상대방의 몸도 존중해야 해요.

<그냥> 아니면 <장난으로> 그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가볍게> 하는 것 보다는 <진지하게> 해야 하는 것 같은데 .....

서로에게 사랑과 믿음이 생기는 것을 <경솔하게> 표현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야.



하늘 : 예~ ...... 앞으로는 조심할께요~









그날 저녁에 하늘이가 우리집에서 공부하고 집에 갈 때 나는 하늘이네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러나 하늘이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하니 않았던 키스를 집으로 가는 길에 했다.







하늘 : 이거는 장난이 아니고 진심이야~!!!









밤에는 승호에게서 톡이 왔다.

한동안 조용했으므로 은수랑 잘 되고 있는 줄로만 알고있었는데 ...







[승호톡] : 너는 왜 하늘이랑 놀러는 안가고 계속 공부만 하냐?



[내톡] : 왜?



[승호톡] : 은수나 연희가 불만이야.

나나 덕형이가 걔네랑 같이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놀러만 다닌다면서,

우리한테 너랑 비교된대.



[내톡] : 하늘이에게는 아직 공부가 팔요한 것 같아서 ......

그치만 우리도 오늘 놀러 갔었는데?



[승호톡] : 아무튼 다음 주 주말에는 우리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이것은 완전 너 때문이야~



[내톡] : 차라리 잘 된 것 아냐?



[승호톡] : 그건 아니죠~

난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것이 더 좋거든~



[내톡] : 그럼 ... 어쨋든 주말에 도서관에서 보자~







승호 말대로 토요일 오후에 나는 덕형이랑 같이 도서관에 갔다.

승호는 학원에 갔다가 온다면서 우리보다 나중에 왔다.

물론 은수나 연희는 하늘이랑 같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미 꽤 오래 전에

온 것 같았다.





그런데 하늘이랑 나랑 휴게실에 갈 때면 연희도 따라서 나왔다.

그 전처럼 내가 하늘이에게 하는 설명을 따라서 듣고있었다.







하늘 : 너는 덕형이한테는 왜 물어보지 않니?



연희 : 더럽고 치사해서~ .....

은수도 승호한테는 공부하는 것을 물어보지 못하겠대.







그날 하늘이가 수학문제를 나랑 같이 풀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은수가 하늘이를 따라 나와서 같이 풀었다.







은수 : 너네 이렇게 둘이 공부하는 것 보니까 정말 부럽다.



하늘 : 너네도 같이 공부하면 안돼?



은수 : 그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하늘 : 외고에서도 수학을 많이 하지 않나?



은수 : 수학은 아니야~.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외고에 들어가려고 영어를 엄청 빡씨게 했지.

그런데 막상 외고에 들어가고 보니까 영어도 지겨워져서 하기 싫어지고 ......

결국 지금은 영어도 수학도 ...... 휴우~~



하늘 : 나도 정호에게 배워가면서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도 자존심은 있는데 .....







하늘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달리 은수의 표정은 많이 어두웠다.

연희에게는 저렇게 어두운 표정은 없었다.

셋 중에서는 하늘이가 가장 밝고 명랑하고 자신있어하는 것 같았다.





저녁먹고 나서 도서관으로 돌아갈 때에 여자애들이 앞서서 가고있었고

나는 승호와 덕형이와 함께 그녀들을 뒤따라서 걷고있었다.



그 때 이 두 머시마들이 나에게 압력을 넣었다.

내일 일요일에는 오전에 조금만 공부하고 점심 먹고 나서 오후에는 다 같이

놀러가자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무슨 죄를 짓기라도 한 듯이 날더러 앞장서서 추진하라는 말을 했다.







나 : 그런데 ....... 오후에 놀러 가면 어디로 간대 ?



승호 : 걍 시내에 나가서 어슬렁거리다가 영화보고 저녁먹고 찢어지자.



덕형 : 맞아~ ... 쟤네들이랑 PC 방에 갈 수도 없고~



승호 : PC 방에는 정호부터 안되쟈나~ ... ㅋㅋ







그래서 다음날 점심식사 후에 내가 선동을 하는 척을 하면서 시내로

놀러가자는 말을 꺼냈다.

승호나 덕형이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연기를 했지만 여학생 세명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면서







은수 : 지금 시험이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



연희 : 가더라도 시험 끝나고 가자~!!



하늘 : 지들이 공부 쫌 한다고 우리를 무시하는거 아냐?







남자들의 계획이 아예 묵살되는 바람에 두 남자애들은 실망이 큰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부도 듣지 않게 하늘이가 나에게 소근거렸다.







하늘 : 자기 생각이 아니지? ... ㅋㅋ



나 : 왜?



하늘 : 너무 표나게 그러니까 더 어색하던데? ...ㅋㅋㅋ







저녁때가 되자 덕형이와 승호는 머리가 지끈거린다면서 일찌감치 가버렸다.

연희나 은수는 불만으로 입이 나와있는 상태였고 그들을 보는 하늘이는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나는 승호와 덕형이를 배웅하고 휴게실로 가서 음료수를 마시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은수가 화장실에 갔다오는 길이라면서 나에게로 왔다.



이런 저런 말을 하던 은수가 집에서 공부하다가 막히면 나에게 물어보겠다면서

나에게서 내 전화번호를 받아갔다.

남아있던 우리는 저녁 9시까지 공부하고나서 헤어졌다.

하늘이도 이틀간 무리했더니 피곤하다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서 집에 왔다.





밤에는 은수가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얘기는 없고 다자고짜로 ....





[은수톡] : 하늘이랑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내톡] : 수학? .... 이제 막 시험 범위 처음부터 시작했는데 ... 왜?



[은수톡] : 아휴~ ..... 그거 말고~ ... 키스는 했니?



[내톡] : 흠 ...... 왜 그거를 궁금해 하실까?



[은수톡] : 하늘이가 말을 안하니까 ... 얄밉쟈나~!!



[내톡] : 하늘이가 말 안하는 거를 내가 어떻게 말해?









은수는 궁금해하는 듯이 물었지만 나는 은수가 원하는 것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밤이 되면 은수는 나에게 카톡을 자주 보내왔다.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만나지만 주중에는 만나지 못해서 그러는 걸까?





목요일 저녁 때 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은수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은수 : 나 지금 너네학교 정문 앞에 분식집에 와있는데 잠시 와줄래?







나는 은수가 무엇때문에 저러는걸까를 생각하면서 약간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저녁으로 먹자면서 튀김, 떡볶이 등등을 먹었다.







나 : 승호는 안와?



은수 : 나를 보고서는 왜 승호를 찾아? .... 실망이다~

그런데 하늘이랑도 여기서 이렇게 너랑 같이 먹어본 적 있니?



나 : 아니~ ... 아직 하늘이는 ...



은수 : 기집애~

그럼 오늘은 이 누나께서 와주셨으니까 돈은 네가 낼꺼지? .... 호호~







그런데 이렇게 은수랑 군것질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도 다음에는 하늘이네 학교 앞에 가서 하늘이랑 같이 군것질을 하고싶었다.

이렇게 군것질하는 것은 사실 맛 때문이라기보다는 재미로 하니까 ....



그렇지만 내가 수업이 끝나고 하늘이네 학교로 가면

하늘이는 이미 도서관에 가 있을 시간이다.







은수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나 : 은수랑 먹으니까 맛있다는 생각~



은수 : 그래? .... 그럼 이 누나께서 자주 와 줄까? ... 호호호~



나 : 다음에 올 때에는 하늘이도 데리고 같이 와주면 안될까?



은수 : 지이인짜아~!!!!!!









내 말에 은수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11월이 되자 수능 시험일이 다가왔다.

학교에서는 대대적인 낙서 지우기가 행해졌다.

잭상과 의자 그리고 벽 등 ..... 모든 낙서는 다 지워야 했다.

심지어는 벽시계까지도 떠어냈다.



수능 전날에는 오전 중에 책상과 의자를 모두 옮겨서 시험을 치루는

방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학교는 내일 이 곳에서 수증시험을 칠

학생들에게 개방된다.

즉 예비 소집일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우리는 쉬는 날이다.

그러나 <수능 추위> 하는 말이 생길 정도로 날씨는 갑작스럽게 추워졌다.







나는 수능 전날, 그러니까 예비 소집일에 일찍 끝났지만 하늘이네 학교는

오후 2시가 돼야 끝난다고 했다.

그래서하늘이를 놀래켜 줄 생각으로 나는 하늘이네 학교 앞으로 갔다.

역시 하나여고 앞에도 <토마토 분식>이 있었다.



나는 하나여고 앞에서 하늘이에게 <토마토 분식에서 기다릴테니까 오라>고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는 정문 건너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가 나오든가 아니면 카톡이 오든가.



얼마를 기다렸더니 여고생들이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이도 알았다는 답장을 보냈다.



나는 <토마토 분식>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렸다.

15분 쯤 있는데 하늘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서 나를 찾아내고 나에게로 왔다.







하늘 : 어인 일로 여기까지?



나 : 집 근처인데?



하늘 : 그래도 처음이라서 약간 당황스럽네~







하늘이랑 나랑 주인에게로 가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왔다.

하늘이를 알아본 몇몇 여자애들이 부럽다는 듯 야우를 쏟아냈다.



우리가 음싣을 먹고 있을 때 여자 애들 두명이 하늘이에게 같이 앉자고 졸랐다.

하늘이는 내 옆으로 건너오고 걔네들을 맞은 편 자리에 앉혔다.

걔네들은 나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하늘이랑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남학교 주변에 여학생이 오면 별 일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여학교 주변에 남학생이 오면 약간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내가 자리로 가면서 보니까 하늘이도 자리에 없다가 이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도 하늘이도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다.

내가 내 잔에 들어있는 콜라를 마시려고 잔을 들었다.

세 여학생은 갑자기 수다를 멈추고 조용히 나를 보았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잔을 입에 대는 그 순간에 하늘이는 내를 말리면서 잔을 뺏었다.

그 바람에 콜라가 출렁거리면서 식탁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내가 마시던 콜라가 아니었다.

얘네들이 내 잔에 있는 콜라는 모두 비우고 물과 식초 그리고 간장을 섞은 것이었다.





만일 이것을 내가 마시도록 하늘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우리 둘은 얼마 못가서 쫑난단다.

나는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멍청이이고 또 하늘이는 다른 생각을 먹고 있는

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하늘이가 말려서 내가 마시지 못하면 우리 둘은 찰떡궁합이라고 한단다.





걔네들 두명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면서 우리에게 한마디 했다.







여자애들 : 부러우면 지는거지만 ..... 존나 부럽네~









나는 하늘이에게 물었다.







나 : 너는 보지도 못했으면서 어떻게 눈치 챘어??



하늘 : 쟤네들이 쫌 한가닥 하는 애들인데 우리 자리에 왜 왔겠어?

나랑 자기랑 골탕먹이려고 온 거쟈나? .......



나 : 흠 .....



하늘 : 이제 내게는 큰일이야.

학교 안에 소문이라는 소문은 다 퍼질텐데 ....



나 : 그래도 ..... 쫑난다는 소문은 아니쟈나?



하늘 : 이러면 이렇다고 저러면 저렇다고 나는 것이 소문이야?

뭔가 지네들이 말을 만들어서 붙이니까 문제지.



나 : 내가 괜히 왔네.....



하늘 : 아냐~!! .... 잘 왔어~!!!

기왕 이렇게 된 것 .....

자기 때문에 나도 한번 소문에 휩싸여 보자~!! ...... 호호~



나 : 소문에 휩싸이는 것이 부러웠냐?



하늘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







그 날의 군것질은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재미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 하늘이는 정말 소문에 휩쓸렸다고 한다.

그런데 소문이라고 해도 <토마토분식> 에서 나랑 뽀뽀하다가 들켰다는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소문에 휘말려들면 좋지 않은 경우도 생기는데, 하늘이의 이번 소문은

애교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나서 천만 다행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은수가 나에게 비아냥거리는 투로 톡을 보냈다.







[은수톡] : 너네 둘은 정말 딱하다~ ......

<토마토분식>은 일진들 아지트라서 우리 학교 애들도 함부로 가는 곳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

왜 하늘이가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까?













수능 시험일에 우리는 도서관은 가지 않고 하루를 쉬기로 했다.

그런데 오후 늦게 하늘이가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는 주방의 식탁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나중에 엄마가 퇴근하셔서 우리에게 저녁밥을 차려주셔서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엄마 : 이제 너희도 2년 남았구나~



나 & 하늘 : 예~!!



우리엄마 : 그러나 3학년이 되면 진학 준비하느라고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어요.

오히려 지금이 시간이 많을 때거든.

그러니까 지금 열심히 준비하세요.



나 & 하늘 : 예~





우리엄마 : 건물이나 다리에 보면 기둥이 있다.

이 기둥의 역할이 뭘까?





나 : 기둥들이 위에서 누르는 무게를 받쳐주기 대문에 건물이 서 있을 수가 있죠.







우리엄마 : 그런데 그 기둥들이 여러 개가 있으면

그 기둥들 때문에 공연히자리를 낭비하는 줄 알고

기둥 한 두개를 슬쩍 없애보세요.

그러면 당장에야 버티겠지만 어느 순간이 오면 건물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돼요.

기둥을 없애서 지금 당장에 경제적인 효과를 본다면 나중에는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갚을 수 없을 만큼 큰 피해가 와요.

건물이 무너지고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할테니까요.





하늘 : 저희도 <삼풍백화점 사건>이라는 것을 <안전교육>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나요.





우리엄마 : 지금 당장은 공부하는 것이 손해인 것 같고 놀러 다니는 애들이 부럽겠지?

나중에 일어날 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은 지금 미리 튼튼한 기둥 여러개를 세우는거야.

<기둥을 세우는 것>은 절대로 <자리를 낭비하는 것>이 아냐.

지금 바로 이 시기가 너희에게는 <인생의 기둥을 세우는 시기>야.

힘들고 어려워도 꾸욱 참고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수학, 역사, 음악, 문학, ..... 이런 튼튼한 여러 개의 기둥 위에 크고 아름다운 것들을

더 얹어서 <인생이라는 훌륭한 건물>을 지을 수 있어요.





하늘 : 역시 어머님은 오늘 또 감동을 ......



나 : 그러면 저희는 또 공부하러 가야하는데~ ..... 참나~





우리엄마 : 오늘은 선배들의 덕을 쫌 보세요.

지금 수능이 끝난 학생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쉬세요. ....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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