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 15부

바이러스

박봉구 이춘식 김유석

박봉근 중령(43) / 반일균 / 이태극

길기복 형사 외



제 15부 비밀



“당신이 나를 불렀나? 희미한 흔적, 희미한 음성의 주인공이 바로 당신이었군. 왜? 어떻게 해서 나를 이곳으로 부를 수 있었을까?”

뇌 속에 칩을 집어놓은 로봇처럼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신을 찾았었다.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래서 누군지도 몰랐지만 신경망을 타고 온 전화처럼 그것은 그렇게 자기를 이끌었다. 좆이 꼴릴 때나 항문이나 보지에 박아 넣을 때는 마치 뒤에서 잡아챈 듯 강도가 셌다.

“대답을 못한다면 이 여자는 갈가리 찢겨 걸레가 되고 말거야. 어떻게 나를 당신이 부를 수 있지, 말해”

여자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파리하다. 입가에는 붉은 피가 한 줄 흐른다. 양실장이다. 이 석현 박사의 탐닉에 육체가 흐물흐물 무너지고 있었다. 늙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섹스에 대한 탐닉이 집요했다. 하루라도 자기가 없으면 불안해한 이 박사는 점점 현실과 괴리되어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서 끌어안고 지내다시피 했다. 이 남자가 들어서기 전에도 그랬다. 자신을 엎드리게 하고 뒤로 올라타 용두질을 쳐댔다. 허리를 부여잡은 손을 뒤로 끌어당기며 하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철퍽 철퍽’ 소리는 허우적거린 신음을 지웠다. ‘하악, 하악’ 가픈 숨을 몰아쉬며 땀에 젖은 얼굴을 들 때 낮선 물체가 보였다.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섹스를 하기 좋아한 이 박사는 이 날도 역시 등을 훤하게 밝혔었다. 밝은 불빛에 드러난 물체는 지금 자신의 젖꼭지를 쥐고 있는 이 남자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이 남자는 이 박사가 무릎 꿇어 엎드려 삽입을 한 그대로 낚아챘다. 그때 바닥에 나뒹군 양 실장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발가벗은 몸으로 엉거주춤 무릎걸음으로 서있던 이 박사는 그때까지도 양 실장의 분비물로 반질거린 성기를 까닥대고 있었다. 아직도 들어갈 구멍을 찾고 있는 기세다. 아니면 놀라 얼어붙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년의 젖꼭지는 비틀기에 딱 좋은 크기군. 어렸을 때 높이 매달린 버찌를 따기 위해 뛰어놀라 낚아채곤 했지. 오늘 그렇게 해볼까? 버찌가 뭉개져 손에 피가 묻은 것처럼 빨갛게 물들곤 했는데 지금 그렇게 하지.”

“아.............악!”

비명소리다. 입을 조금 벌린 여자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손가락은 이미 진한 살색의 유두를 반이나 비틀고 있었다. 더 비틀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양 실장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남자의 손길을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중력에 탁구공이 찌부러지다 터진 것처럼 남자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은 남자는 의자에 앉는 자세 그대로 들어올려 무릎에 앉혔다. 두 다리를 벌려 가랑이를 다 보여주고 있었다. 발가벗은 몸에 땀이 흐른 그녀는 농염한 육체를 자랑하며 남자를 유혹하는 창녀가 돼있었다. 수줍다거나 부끄러운 생각은 없었다. 머리 속은 텅 빈 상자다. 다만 젖꼭지를 비틀고 있는 이 아픔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뒤로 껴안은 남자가 다시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비명. 고통. 눈물. 양 실장은 몸을 떨면서 이 박사를 쳐다봤다.

"으.............“

“아프지. 미치도록 아플 거야. 머리가 핑 돌게 아플 걸. 이 몰랑몰랑한 게 똑, 떨어지면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피가 먼저 흐를 거야, 그리고 버찌를 먹듯 오물오물 씹어 먹어주지”

“아.............악!”

정말 남자는 버찌를 따듯 더 세게 비틀기 시작했다. 가슴 한 가운데, 오붓하게 솟은 탐스런 두 유방은 오르가즘 대신 칼로 쑤신 아픔을 온 몸에 주었다. 고통은 땀으로 흘렀다. 목덜미와 어께에서 흐른 땀은 아랫배를 타고 다리를 적셨다.

“땀내음이 좋은 년이 바로 너였군. 보지에 말뚝을 박고 헉헉거릴 때가 좋았지? 저 자식 게 어땠어, 좋았어? 이 내음을 맡으며 할딱거리니까 좋던?”

귓볼을 이로 물다 혀를 내밀었다. 귓구멍을 채운 미끈거린 혀는 깊숙이 파고들었다. 뱀이 요동을 치며 귓구멍을 뚫고 들어온 듯 하다. 멍한 느낌. 이젠 유두의 아픔보다 귓구멍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이 더 크다. 입을 다물 새도 없다. 그냥 벌어진 입은 신음만 연속으로 흘릴 뿐이다.

그때 이 박사가 입을 열었다.

“네가 바로 너였구나. 그 때 그 아이가 너였어. 하하하.”

웃음. 반가운 웃음은 아니다. 뒤로 길게 끈 웃음은 허전한 느낌이다.

“아무튼 만나서 반갑네. 난 너를 만든 그렇지, 너를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겠군. 너에게는 나의 피가 흐르고 있진 않지만 나의 신경세포들이 네 몸을 흐르고 있을 거야. 그래서 네가 어디에 있던 나하고 떨어질 수 없지. 이렇게 만나게 되고 말이야”

“그리고.........”

봉구의 혀는 여자의 귓구멍을 뚫어지게 핥은 후였다. 붉게 물든 귓볼엔 잇자국이 나 있다. 잘근잘근 씹은 탓이다. 비틀린 젖꼭지 역시 빨갛게 물들었다. 한바퀴를 돌려진 젖꼭지는 모양이 뒤틀려 있다. 이젠 두 손으로 유방을 쥐고 있다. 얼마나 꽉 쥐었는지 통통한 살이 손가락 사이로 비집어 나왔다. 하얀 유방이다. 땀으로 흥건한 가슴이 펄떡펄떡 뛰고 있다. 유두를 비틀 때는 날카로운 바늘이 쑤신 듯 했는데 지금은 굵은 막대기가 후려친 아픔이다.

“아.........., 흐으으윽!”

이번에는 가늘고 무겁다. 자기 몸이 이렇게 약하다는 걸 처음 안 그녀다. 유방을 쥐어짜는 아픔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게 했다. 몸서리치는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나를 만들었다고? 무슨 말이야. 네가 누군데 나를 만들어. 넌 누구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 말하지 않으면 다신 이 여자를 맛보지 못할 걸. 이 년의 구멍은 찢어지고 똥구멍까지 하수도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흐흐흐”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자 양 실장은 머리를 천장으로 젖히고 숨을 헐떡거린다. 너무 아프다. 제발, 빌고 빌지만 두 유방은 짓뭉개진 토마토가 될 참이다. 다행히 유방에서 손이 물러났다. 그래도 제 모습을 빨리 찾지 못한다. 빨갛고 하얗게 줄이 선 유방은 겁에 질린 모습으로 가슴에서 덜렁거린다.

“이번에는 이 허리를 잘라줄까? 가느다란 허리를 잘라 두 개로 접은 채 내다 버릴까, 응?”

또 여자는 긴 신음이다. 억센 남자의 두 손이 허리를 잡았다. 양쪽으로 잡아 힘을 주자 반이나 줄어든다. 아랫배가 부풀어 오르고 허벅지가 바들바들 떤다. 숨이 막히는 고통이 엄습하자 눈을 부릅뜬 양 실장이다. 또 비명.

“그만하게. 그 여자는 아무 것도 몰라. 여자는 놔두게. 그 여자를 갈가리 찢어 죽인다고 네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어. 넌 이미 내가 만든 완성품이야. 훌륭하게 성장한 실험물이란 말이네.”

“실험? 실험이라. 어떤 실험이었어?”

여자의 허리를 풀어준 봉구는 하체를 들어 올려 거대한 좆대 위에 얹혔다. 분비물로 질퍽한 보지구멍은 쉬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 박사와는 너무 달랐다. 반 이상 들어가자 아랫도리의 뜨거운 아픔이 온 몸을 태웠다. 생살을 헤집으며 마구 파고들었다. 발끝을 말며 비명을 내지른 그녀다. 땀이 폭포처럼 흘렀다. 그래도 몸을 피하거나 손으로 막지도 못하는 그녀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어때? 기분이 좋지? 붕 떠오른 느낌이지?”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는 남자다. 그때마다 텅, 텅 하는 소리다. 둔부가 남자의 허벅지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다. 바람으로 속을 채운 튜브가 된 그녀는 배가 부풀고 남은 바람이 빠져나온 듯 끅, 하며 숨을 내뿜는다. 아랫도리가 얼얼하다.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젠 어떤 새끼도 이 구멍을 탐내지 못할 걸. 왜냐고? 너무 커져 헐렁헐렁 할 텐데 어떤 자식이 좋아하겠어. 앞으론 야구방망이 같은 걸로 즐기라고. 알았어?”

무슨 뜻인지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는 양 실장은 유방을 주무른 고통보다는 덜 하단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대답이 늦어지는군. 그렇다면 이번에는 더 아래 구멍을 찢어줄까?”

“잠깐. 멈추게. 사실을 말하겠네.”

“그래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는군. 빨리 말 해. 듣는 동안 난 이년을 좀 데리고 놀 테니까”

다시 엉덩이를 들고 빨간 피가 엉긴 좆을 항문에 문질렀다. 한참을 문지른 다음 천천히 여자의 몸을 내렸다. 커지는 두 눈. 두 주먹을 쥐며 눈물을 흘린 여자다. 이 박사도 여러 번 항문을 원했고 그때마다 피했지만 최근에는 몸을 붙잡고서 강제로 삽입을 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더럽고 불결한 느낌을 가진 그녀다.

“이런 뻑뻑한 느낌을 난 좋아하거든. 근데 자주 했나 보지? 아주 잘 들어가네. 창자까지 톡톡 건드려줄 테니 니 년도 엉덩이를 살살 돌리며 즐기라고. 아예 큰 길을 내주지. 쌍년”

숨을 거칠게 쉰 봉구는 하체를 들어올리며 엉덩이를 파고들었다. 들었다 놨다 할 때마다 양 실장은 두 눈을 부릅떴다. 경악이다. 몸을 반토막내고 말겠다는 남자의 행동은 그녀를 공포로 몰고 갔다. 봉구의 하체에 걸친 그녀의 몸은 인형이 되어 오르내릴락 했다. ‘끄르륵’ 물에 잠긴 소리를 낸 양 실장은 이를 악물었다.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만 멈춰. 사실을 말해주겠네”

봉구는 늙은 박사란 남자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분노로 꿈틀거렸다. 분노는 하체로 쏠리며 여자의 뒷구멍을 부풀리게 했다. 죽어가는 신음을 끊이지 않던 여자는 그때마다 가슴을 할딱거렸다.

“그렇다면 지금 내 몸엔 그딴 것들이 돌아다닌다는 거야. 뭐야? 믿을 수 없는 말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 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봉구는 믿기지 않았다. 반 일균 목사의 말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타락천사의 부활이라고 했었는데, 주시자 뭐라며 별 좆같은 말을 해댔는데 나에게 흐르고 있는 이 피와 살과 신경들이 모두 유전자 조작으로 생긴 거라고. 뭐? 내 몸에 동물의 디 뭐가 있다고? 이런 좆같은 일이 있나. 봉구는 여자의 항문을 완전히 꿰뚫어 좆 끝에 뭔가 몰랑한 게 닿자 다시 한번 힘으로 밀어붙였다. ‘케엑’ 동물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동물? 내가 이런 비참한 비명이나 질러대는 동물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다른 둘은 뭐야? 세 아이에게 주입을 했다고 했는데 나를 빼고 다른 둘은 누구지?”

혹시 하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태어난 땅은 달랐지만 병원은 같았다. 공교롭게도 함께 있던 병원에서 셋이 똑같이 이 늙은이의 실험이 된 것이다.

“그들 둘 역시 어디선가 짐승 아니 괴물이 되어 날뛰고 있을 테지. 세상은 어둠에 덮여야 그래서 태양이 없는 이 땅에서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가야 제 격이겠지. 하하하”

이 박사는 차라리 잘 됐다는 얼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그에게는 이제 남아 있는 게 없다. 훌륭한 완성품을 눈앞에 본 이 박사는 오히려 행복한 마음이다.

“늙은이가 미쳤군. 그건 그렇고 그 미완성이란 바이러스는 어디 있어? 내 꺼가 마지막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한 그 것”

“서두르지 말게. 쉽게 그것을 만들 수는 없다네. 여자나 빨리 놓아주게. 그러단 죽어”

“지금 난 피가 필요 해. 붉은 피를 뒤집어쓰며 춤을 추고 싶어 미치겠거든. 이런 예쁜 여자의 피는 더 잘 어울릴 거야. 흐흐흐”

여자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나부라져 있다. 두 팔과 두 다리를 벌린 자세로 얼굴은 옆으로 누인 채 가냘픈 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바닥, 하체가 놓인 바닥엔 선혈이 가느다랗게 보인다.

“다음엔 너를 죽여줄까? 늙은이는 죽이고 싶지 않지만 그것을 내놓지 앓으면 어쩔 수 없이 당신과 이 여자의 피로 방을 채워야겠지”

이 석현 박사는 발가벗은 몸을 가리거나 하는 것 없이 봉구를 데리고 거실 옆에 있는 큰 방으로 갔다. 그 방은 연구실 아니 작은 실험실로 보였다. 가정집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플라스틱 관들이 이어지고 비커나 바실리코프 따위가 어지럽게 자리하고 있다.

“먼저 자네의 혈액을 채취해야겠네. 내가 예전에 만들어낸 것은 자네의 지금정도뿐이지만 자네의 것만 추가하면 훨씬 더 강해지지. 10 몇 년의 잠복기가 필요 없이 그냥 흡수하면 그 자리에서 괴물이 될 걸세. 어때?”

이 박사는 다시 예전의 그 연구원 시절로 돌아간 듯 표정이 밝아졌다. 일차 실험은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2차 실험이다. 이번 실험은 정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믿었다. 남성유전자를 가진 그 누구나 마시거나 호흡 만해도 길길이 날뛰며 여성유전자를 공격할 것이다. 결국 세상은 종말로 다가가고 인간의 씨는 말라버릴 거다.

“정말인가?”

“그렇다니까. 같이 그 결과를 지켜보면 재밌지 않겠나. 하하하”

“나보다 더 미치광이가 바로 당신이로군.”

한때 봉구는 자신을 미친놈으로 간주했었다. 비만 오면 머리에 꽃을 꽂고 거리를 떠돌던 미친 여자처럼 자신도 여성을 느끼는 순간 미칠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성욕을 느꼈다.

“좋아. 해. 자”

팔을 내민 봉구. 주사기에 가득한 붉은 피. 분석기에 넣고 모니터를 보고 있는 늙은이를 봉구는 지켜봤다. 자기의 붉은 피가 윙 소리를 내며 흩어지자 붉은색은 사라지고 하얀색만 남았다. 원래 피가 저렇게 하얗었나? 하긴 핏줄을 보면 파라니까 꼭 붉을 필요는 없겠지.

한참을 이리저리 옮기며 섞고 나누던 늙은이가 마침내 검은 철제금고를 열었다. 거기엔 투명한 프라그가 하나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무색의 공간으로 보일 뿐이다.

“이제 다 됐네. 여기에 이걸 섞으면 M프로젝트는 끝나네. 20여년을 기다린 프로젝트의 긴 여정이 끝나는 거지. 다만 이것은 절대 가져가면 안 되네. 실험이란 것은 일단 과정을 지켜보고 그 결과를 확인해야 성공이라고 하는 거기 때문이지. 알겠나?”

“웃기지마 늙은이. 그것은 내 맘이야. 당신 같은 노인네는 쉽게 죽일 수 있으니까. 후후후”

몇 번의 작업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 집은 인간왕래가 끊긴지 오래 되었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죽어 있는 이 박사의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강 박사였다. 모처럼 찾아간 강 박사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문을 연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참혹한 모습은 이 박사와 함께 지낸 그 여자가 더 했다. 유방은 마치 짐승이 뜯어먹은 것처럼 헤졌으며, 허벅지 역시 움푹 팼다. 이빨로 물어뜯어 생긴 자국임에 틀림없었다. 급히 경찰에 신고를 한 강 박사는 연구실에서 피 묻은 글씨를 찾았다. M이란 글자가 무얼 뜻하는 건지 얼른 눈치를 챈 그다. 드디어 일은 터졌구나,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몸을 떨었다.



미경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았다. 지난 주말 회식이 끝나고 사장인 춘식의 몸을 받아들인 그녀는 마음이 적금이라도 탄 듯 뿌듯했다. 학교는 졸업을 했고 적당한 직장은 찾지 못해 미래가 막연한 그녀에게 지금 프리지아의 일은 너무 좋기만 했다. 많은 보수에 분위기도 좋은 프리지아였는데 사장은 또 많은 보너스를 주겠다며 아주 예쁜 구두를 하나 디자인해 달랬다. 솔직히 한번도 해본 적은 없었지만 디자인 분야에선 꽤나 센스 있는 그녀다. 어떤 걸로? 하자 사장은 가장 기본인 펌프스화로 해달라고 했다. 크기는 미경의 발에 딱 맞으면 될 거고, 단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제발 빼달라고 했다. 고급 제화를 주로 만든 회사, 그러니까 프리지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들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멋진 구두가 되지 않겠느냐는 사장의 말이었다. 프리지아의 공간은 오늘도 역시 달콤한 프리지아 향으로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매장에 벌써 나와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자 고개를 까닥하며

“사장님은?”

“안에 계세요. 오늘은 일찍 나오셨던데요. 근데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요? 과장님”

미경은 정식 직함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들 불렀다. 직원이래야 자기 혼자다.

“좋은 일은 뭐. 근데 정아는?”

“사장님실에 있는데요. 아침부터 찾더니 부르던데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고요”

“그래?”

고개를 갸우뚱 한 미경은 비품실로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샌들로 바꿔 신었다. 이 샌들은 신제품으로 춘식이 선물한 거다. 발가락을 모은 밴드에 금 구슬이 큼지막하게 박힌 이 샌들은 가격이 엄청나다고 했다. 자기에게 잘 어울린다고 직접 신겨주던 샌들이다. 미경은 샌들을 신은 발을 이리저리 옮기며 자기 발이 정말 예쁜 가 봤다.



그날 밤 사장은 침대에 누운 자기의 발을 쥐며 장난치듯 조몰락거렸다. 숨을 씩씩거린 사장이 미경의 몸 안에 질퍽한 사정을 끝내고 나서다. 사장의 성기는 미경이 같은 처녀의 몸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컸다. 흥분으로 질이 최대한 벌어지더라도 끝까지 삽입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녀였다. 찡그린 얼굴을 귀엽다는 듯 바라본 사장은 마지막 힘을 뿌리며 그녀의 몸을 눌렀다. 답답한 느낌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세상을 가진 듯 설렘이 더 큰 미경은 아랫도리의 아픔 정도는 견디어냈다.

“간지러워요. 사장님은 진짜 제 발을 좋아하시나 봐요. 아까도 만지고 그러더니”

“응, 난 이렇게 예쁜 발을 보면 미치도록 좋아하고 그래. 그래서 신발가게를 하는 지도 모르지만. 이 발에서 풍기는 향기 역시 사람이 살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거든. 죽어 있는 사람은 걸을 수 없고 그래서 향기 역시 없는 거지. 이 발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 네 발로 기어다니는 짐승이겠지. 이번엔 돌아누우면 어때?”

미경은 누워있는 자세를 굴러 엎드렸다. 스물둘의 엉덩이는 펑퍼짐하지 않는, 찰떡이 뭉쳐진 것 같은 불룩한 동산을 만들었다. 분홍빛 궁둥이는 여직 샤워 물기가 남아있다. 물방울이 떨어지면 동글동글 맺히며 구를 것 같다. 두 갈래의 틈은 검은 털로 막혀있다. 윤기 흐른 음모부터 발까지 매끄럽게 뻗어 있는 다리를 쓰다듬은 춘식은 곧 얼굴을 침대에 기댄 두 발바닥에 묻었다. 쭈글쭈글한 발바닥이나 여기 정기 괭이 박힌 발바닥은 싫어하는 그다. 미경의 두 발바닥은 마침 맞는 길이와 볼이다. 정렬이 잘 된 발금이 바람에 날린 모래사장처럼 아늑하게 전설을 들려주었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신 춘식은 내음 하나 놓치지 않으며 후각신경에 보냈다. 잘 익은 단술, 부드러운 사슴의 가죽, 짚더미에 누울 때의 가을 향기. 이 여자는 청순한 향기를 가지고 있군, 풀밭을 거닐고 난 후 토끼풀 물이 든 맨발을 가지고 있는 여자야. 아, 좋은 느낌. 춘식은 시각신경을 끊었다. 혀를 내밀어 미각신경에 모든 것을 맡겼다. 혀끝에 느껴진 조금은 딱딱한 살결. 서서히 핥기 시작했다. 촉촉한 수분이 남아 있는 발바닥이다. 오목한 발 중앙을 혀로 원을 그리며 그었다.

“호호호, 간지로 워요. 그만해요, 사장님”

얼굴이 누르고 있는 발을 빼내려한 미경이다. 비음 섞인 목소리로 미경은 엎드린 채,

“자꾸 만지니까 묘한 기분이 들잖아요. 느낌이 이상해요. 흥분될 것 같아요.”

파닥거린 발가락 사이를 춘식의 혀는 더듬었다. 새끼발가락을 깨문 채 발가락 바로 아래 고운 주름살을 입술로 핥았다. 뒤꿈치의 팽팽한 탄력 대신 발가락 바로 아래 살은 물렁거렸다. 엄지발가락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은 느낌으로 춘식은 미경의 두 발을 음미하자 다시 그 무언가가 내부 깊숙이 솟아올랐다. 저번 얼마 전 매장에서 솟구친 충동처럼 갑자기 머리가 반짝했다. 피로 물든 여자의 발이 섬광 속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파들파들 떨던 어느 유부녀의 통통한 발이 이어졌다. 호흡이 거칠어진 그는 이를 벌렸다. 날카롭게 날이 선 어금니와 앞니다. 코에 스친 호르몬내음. 발기한 아랫도리는 주체할 수 없이 커졌다. 무언가 깨물고 싶은 충동은 곧 미경의 발그스름한 발뒤꿈치를 물었다.

“악, 아파요. 그러지 말아요, 사장님”

아무리 감각이 둔한 뒤꿈치라도 세게 깨물자 뜨거운 아픔이 몰려들었다. 미경은 몸을 바로하며 발을 빼내려 했다. 눈에 보인 사장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 모습이다. 뒤꿈치를 깨물던 입은 침을 흘리고 있었다. 전혀 낮선 모습에 미경은 당혹스러웠다.

“사장님, 왜 그래요. 어디 편찮으세요?”

“아냐, 괜찮아. 가끔 그럴 때가 있어. 미경인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질 테니까”

“책임요? 무슨.........”

결혼을 생각한 미경은 쑥스러운지 발을 모으며 이불을 끌어 몸을 가렸다. 아랫도리가 욱신거리며 쓰라렸다. 그의 큰 물건이 아직도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보면 별론데, 호호”

발을 들어 이리저리 돌리던 그녀는 어쨌든 책임을 지겠단 그의 말에 기분은 좋았다. 처녀막을 바쳤단 자질구레한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 다만 신뢰가 가고 자신을 사랑하는 듯한 그에게 마음이 기운 것이 중요할 뿐. 아주 멋진 구두를 디자인해서 칭찬도 받고 싶은 그녀다.

대충 매장을 정리한 그녀는 사장실을 두드렸다. 매일 아침 일과의 시작은 오늘의 업무를 상의하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똑, 똑’

“네, 들어와요”

항상 저음의 음성은 믿음이 간다. 바리톤의 목소리는 경망스럽지 않아 좋다. 시끄럽고 요란하게 흐른 시냇물보다 넓은 바다가 무겁게 움직이는 게 더 좋은 그녀다.

“저에요, 사장님”

“아, 들어와요. 미경씨.”

또 미경씨라고 부른다. 그날 밤엔 미경이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다 말고 정아가 눈에 띄자 그에게 눈으로 묻는다.

“아, 별거 아냐. 간단한 심부름을 부탁하려고. 전화를 몇 군데 할 곳이 있어서........ 내가 하기엔 그렇고. 정아는 이젠 나가 봐”

빨간 가죽이 시선을 끈 백오픈 구두다. 갈색의 통통한 발등과 갸름한 뒤꿈치가 예쁘다. 역시 빨간 밴드가 뒤꿈치를 고정시키고 있다. 깨끗한 뒤꿈치를 보이며 정아가 나가자 미경은

“제가 해도 될 텐데 꼭 저 애에게 시키실 필요 있어요? 사장님”

토라진 음성이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모습이다. 사실 춘식은 정아란 아이의 통통한 발을 볼 때마다 하체가 후끈거렸다. 마른 종아리를 싫어한 그는 정아처럼 오동통한 다리를 좋아했다. 오동통하지만 뚱뚱해보이지 않은 다리. 무릎이 똑 뛰어나오지 않으면서도 매끈하게 뻗은 다리, 복사뼈가 굵지 않으면서도 발목이 가냘파 보이지 않은 그런 다리를 좋아했다. 그런 다리를 보면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졌다. 정아를 불러서도 빨간 구두 속에 담긴 통통한 발은 어떤 야릇한 향기를 낼까? 그 내음을 맡고 싶어 가까이 앉혔다. 연한 화장품 내음과 샴푸향기가 아우러진 정아는 부끄럼에 얼굴을 붉혔다.

“그 날 내가 술김에 만졌었지? 한번 만져보고 싶었거든. 부드러운 살결하며 갈색의 발이 아주 강한 느낌을 주는데 정안, 모르지? 이 구두하고도 얼마나 잘 어울려. 정말이지 임자가 따로 없다니까.”

아마 노래방에서 그랬을 것이다. 마주 앉아 자신의 다리를 만지던 그날 사장님은 참 예쁘단 말을 몇 번이나 했었다는 기억이다. 오히려 정아는 너무 통통한 것이 싫었다. 발만 통통한 게 아니다. 발가락도 조금 굵고 볼도 조금 큰 편이었다. 그러나 투박하진 않았다.

“어디 한번 볼까? 괜찮아. 내가 좀 보는 건데.........”

이상했다. 여름 더울 때면 남들 다 보는데도 샌들이나 슬리퍼스타일을 잘 신고 다니고도 발을 한번 보자고하면 뒤로 빼는 거다. 냄새가 난다는 핑계를 대지만 숨겨진 자기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예전 같으면 그냥 잡아서 강제로 벗겨내고 얼굴로 가져갔을 춘식이다. 얼마 전 그런 충동이 일어나 미경의 발을 깨물기도 했었다. 주저하다 빨간 구두를 벗은 정아다. 붉은 자국이 남아 있는 갈색의 발이 드러나자 춘식은 숨이 가파졌다. 연한 땀내음이 진한 가죽에 묻어났다. 티 하나 없이 맑은 발이다. 군살이 없어 마치 태어난 그 모습이다. 발가락 바로 위로 긴 줄은 구두에 눌린 것이리라. 약간 붉으스럼한 발가락과 옆선이 춘식의 마음을 출렁였다.

“향기도 좋아. 이 부드러운 발바닥하며 안으로 멋지게 패인 이 굴곡, 정아는 정말 아름다운 발을 가지고 있어. 축하 해”

얼굴이 괜히 빨개진 정아다. 오른발을 쥐며 코로 가져가자 빼내려했다. 혹시 역겨운 냄새라도 날까 해서다. 그런데 사장은 좋은 향기라며 얼굴로 가져가는 게 아닌가. 잘은 모르겠지만 사장이 칭찬을 하니 괜히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전화할 명단이라며 건네준 파일을 받을 때 과장이 들어온 것이다. 이미 소문은 어느 정도 나있었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빨간 구두를 고쳐 신고 얼른 일어난 그녀다.

“샌들이 예쁘군, 잘 어울려. 역시 내 판단이 맞지?”

말을 바꾼 춘식에 미경은 금박이 박힌 샌들을 딸깍거리며 가까이 다가와 앉는다. 앞으로 모은 미경의 두 다리가 짧은 유니폼 아래로 곱다. 유달리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다. 얼마나 투명한지 해가 비치면 하얗게 빛을 반사할 정도다. 푸른 빛 물에 넣으면 파란물이 들 것 같은 피부다. 혀로 스칠 때마다 발딱발딱 일어선 살갗의 감촉이 좋았다. 어디?

“싫어요. 어떻게 이런 데서”

“왜? 괜찮아. 구두 가게 주인이 발을 만진다는데 뭐가 이상해? 그런 미경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이리 내 봐”

내민 손에 왼발을 올린 그녀다. 맨발은 말랑말랑하다. 입맞춤을 한 그다. 발가락에 다음은 발바닥에 긴 입맞춤을 한 그는 맨발을 끌어 아랫도리로 가져간다.

“아이, 싫어요. 창피하게”

“뭐가 창피하다고 그래. 내가 책임져”

이미 넘어간 미경은 왼발이 바지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기만 했다. 딱딱한 물건이 발바닥에서 느껴졌다. 얼굴이 빨개진 그녀다. 소파에 앉는 자세로 발을 길게 뻗은 그녀는 발을 감아쥐며 굵직한 물건에 비비자 얼굴을 돌렸다. 오른 발까지 끌어다 두 발을 붙이고 그 사이로 거무튀튀한 살색의 물건을 끼었다. 두 발을 비비며 마찰을 시작했다.

정아는 파일을 보며 이름들을 떠올렸지만 자세히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 이곳 프리지아를 주로 찾는 단골들일 거란 생각은 했다. 파일 중간 중간 이름 중에 자기가 만난 고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편안한 음성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7월 17일 오후 2시에 프리지아를 방문해달라는 거며 다름 아니라 프리지아 판매 구두를 한번만 신고 사진촬영을 해주면 후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언뜻 보면 쉬운 일이었지만 쉽게 응답을 하지 않는 고객도 있었다. 돈 몇 푼에 구애받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래도 정아는 성의껏 전화로 꼭 방문해주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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