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 프롤로그

새디, 마조, 돔, 섭, 스팽커, 스팽키, 스위치, 마스터, 슬레이브



성향을 설명하는 많은 단어들.



저 용어들마다 각각의 정통성과 의미가 있다며 열변을 토하던 20대의 중후반 시절도 물론 있었다.



아직 어리다면 어리다고 믿고 싶은 나이 33



에셈을 알게된 지 13년.



의욕만 앞선 체 흐지부지 나 에세머에요 라고 소개하고 다녔던 20대 초반



하드하면 하드해질수록 에셈인거야 라며 짐승의 길을 강요한 20대 중반.

나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건 에셈이 아니다며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던 20대 후반



이제 그냥 즐거우면 되는거지 성향 가르는 용어가 무슨 상관이냐

에셈이 뭔지 어떤건지 다 각자만의 길과 생각이 있는거고

당사자 2명이 마음이 맞으면 연디든 플파든 디엣이든 주종이든 그게 다 에셈인거다.

니가 봤을 때 내가 니 생각과 다르면 그냥 날 변바라 불러라.

라고 말하며 모든걸 놓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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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앞에 있는 그녀는 지금 나에게 자신의 마스터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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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 역시 그녀에게 슬레이브가 되어라고 강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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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건 어느 채팅방이었다.



흔히 보는 야설처럼 내 주위의 누군가가 성향을 숨기고 살다가 내게 적발되어 조교를 당하는 일.

길을 가다 혼자 발정 나서 자위를 하거나 노출을 하는 상황이 내게 적발되어 조교를 당하는 일.

처음 보게 된 순간 말 몇 마디를 나누고 너 시발년 발정난 암캐새끼 나한테 조교받아 라고 명령해서 조교를 당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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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일 나에게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나는 강태공마냥 채팅방을 만들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 기웃기웃 거리며 쪽지도 뿌려가면서 연락이 오면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호감이 생겨 한번 만나보죠 라는 이야기를 건넸다가 거절당하기도 하고, 또 만남까지 이어진다 해도 막상 만나니 서로 실망해서 인연이 끊어진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보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간간히 일플을 하며 욕불을 진정시키고

그렇게 그렇게 나만의 짝을 찾아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날 역시 그렇게 방을 만들고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건넨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이 나의 화면에 보였고, 그녀와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지금 이순간 대화를 잘 해나간다 하더라도 그게 인연으로 계속 이어져 친분이 쌓여나갈지 혹은 몇 시간의 짧은 대화로 이 인연이 끝이 날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항상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언변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짧은 시간 안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좋지는 않다.



그래도 다행히 나의 어색하고 어눌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나와 코드가 잘 맞아서 이야기가 이어지고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물론 있었는데, 그녀 역시 다행스럽게도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쪽이었다.



우린 처음 만난 그 날 오랜 시간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처음 대화를 시작한 날의 다음날 만나게 되었다.



안 될 놈은 안 된다고 한번 인연이 안 닿으려면 죽어라고 인연이 안 닿는게 인연이고,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에셈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와 코드가 맞는 근방인을 만난다는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일플이 목적이 아닌 인연을 만나기 위한 약속은 오랜만이라 나도 조금은 설레였고, 어떤 사람일까(물론 사진은 봤지만) 또 기대가 되었다.



약속된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보니 카톡이 왔다.



“저 도착했는데 어디세요?”



“2층에 있어요. 음 체크무늬 남방입고 있으니 아마 금방 알아보실 거에요”



답변을 보내고 잠시 후 계단으로 어느 여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고,

잠시 2층을 두리번 거린 그녀는 나를 보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작은 키에 아담한 체구.

자기는 살이 많다고 했지만 남자인 내가 봤을 땐 그냥 날씬해보이는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ㅇㅇ님이시죠?”



그녀가 내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으세요. 뭐 좋아하는 줄 몰라서 아직 음료 주문 안했는데 뭐 드실래요?”



“아무꺼나요”



초면의 부끄러움 때문인가 그녀는 아무꺼나를 말했고 나는 내려가 아이스 카페라떼 2잔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거여서 그냥 똑같은거 주문했어요”

“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셨고, 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나 역시 약간의 입만을 축인 뒤 그녀를 내 눈 속에 하나하나 담기 시작했다.



마른 체형.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 작은 손 그리고 봉긋 솟아있는 작은 가슴.



27이라고 말한 자신의 나이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동안. 하얀 피부.



번화가를 지나가는 수 많은 여자들 중 도드라지게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눈에는 예뻐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녀 역시 내 얼굴부터 조곤조곤 눈으로 나를 살펴보았고, 내 왼쪽 손에 머물렀을 때 움직임이 멈추고 입을 열었다.



“반지 끼고 오셨네요?”



“네 이미 말했었잖아요. 기혼이라고. 굳이 말을 했는데 숨길 필요도 없고, 매일같이 끼고 다니는걸 억지로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님에 대한 배려가 없다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오히려 알고 있는걸 숨기는 게 더 배려하지 않는 거 같아서요”



“네 뭐 이미 알고 있는데 상관은 없어요”



짧은 질문에 대한 긴 대답.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하면서 나는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답니다. 라는 걸 보여주는 나만의 방식.



“사진보다 훨씬 괜찮아보이는 거 같아요”



“햐 과찬의 말씀을. 뭐 사실은 나도 내가 찍은 사진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잇긴 하죠. 셀카 어려워 어려워”



난 그녀의 말에 웃으며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했고,



“오히려 ㅇㅇ 님이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신데? 어떻게 햐…정말 예쁘네요”



마음에서 우러나온 칭찬을 그녀에게 해주고, 그녀의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내 눈앞에 있는 그녀는 정말 예뻣고,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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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돌아왔습니다.!



꾸준히 재미있는 연재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소서!!!!!!!!!!!!



추천과 댓글과 쪽지는 힘이 납니다 ㅎ



이 글은 100% 픽션입니다.



아 물론 "나"라는 주인공에는 제가 상당부분(?) 반영되 있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 ㅇㅇ 을 지어주세요!



살짝 카페 주소도 오랜만에 공개하고 갑니다.



http://cafe.sorach.info/b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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