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1 ... - 1부 8장

8. 빗장



다에꼬의 몸에서 여자 냄새가 났다. 마사오를 기다리면서 엷게 화장

을 했던 것이다. 열일곱 살 난 처녀의 화장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몸짓에는 여성스러움이 흠뻑 배어 있었다. 마사오는 성급하게 판단을

내렸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다에꼬도 역시 원하고 있다고.

거실을 지나자마자 마사오는 다에꼬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요구했

다. 다에꼬도 마사오를 뜨겁게 맞았다. 처음부터 성급한 키스가 이루

어졌고 마사오의 손이 차츰 그녀의 가슴으로 뻗어갔다.

"기다려". 다에꼬가 말했다.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어. 함께 먹어. 저녁때까지 있어 줄 거지?"

"응."

"책을 보든지 해."

서둘 필요는 없었다. 고분고분하게 마사오는 팔을 풀었고, 다에꼬

가 부엌으로 가자 다다미 위에 책상 다리를 하고 앉았다. "다음에."

다에꼬의 말이 또 생각났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날에 마사오를 부른

데는 심상치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다에꼬가 어디까지

마사오에게 허락할지 는 의문이었다. 이전보다 조금 깊어지는 정도일

까? "어쨌든 저번만큼가지 도달하는 게 우선이야. 그 뒤는 다에꼬의

뜻에 맡기고, 결코 억지로 요구해서는 안돼."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다에꼬의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마사오의

청이었다. 어쩐지 거실은 불안했다. 둘만 있게 된 다에꼬의 방은 은밀

하게 밀폐되어 있는 동굴 같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포옹하며 키

스하기 시작했다. 다에꼬는 전혀 경계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집 안에

두 사람 외엔 아무도 없고 마사오를 신뢰하고 있는 때문일까, 아니면

마사오와 같은 바람을 그녀도 갖고 있는 것일까. 마사오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지난번에 그녀의 비경에 손이 닿았었으니까 오늘은

허락을 받지 않고 손을 뻗어도 될지 모른다. 새삼스럽게 허락을 받으

려고 하면 오히려 다에꼬는 수줍어서 머리를 가로저을지도 몰라." 마

사오는 다에꼬의 귀에 속삭였다.

"만져도 돼?"

다에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마사오의 품안에 가만히 안겨 있을 뿐

이었다. 마사오가 어디를 만지고 싶다는 것인지 그건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었다. 마사오는 다에꼬를 거세게 끌어 안으며 다시 한번 속삭였다.

"반져도 돼 ?"

다에꼬는 사이를 두고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갑자기 마사오 가슴의

고동이 빨라졌고 반사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다에꼬는 마사오의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마사오는 한 손으로 다에꼬를 껴안은 채 상체를 기

울여 다에꼬를 다다미 위에 눕혔다.

마사오의 손은 곧장 다에꼬의 팬티 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갔고 동시

에 비경에 닿았다. 다다미 위에 누워 있었으므로 지난번보다 훨씬 부

드럽게 나아갈 수 있었다. 마사오의 손은 기쁨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에꼬의 희생이 전제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마사오는 다에꼬

의 기분을 확인하고 싶었다. "좋아?" 다에꼬는 끄덕였다. 다행이었

다. 더구나 다에꼬는 마사오의 손을 환영하고 있었다. 결코 마사오의

일방적인 쾌락은 아니었다. 그러자 이번엔 어떻게 하면 다에꼬가 더

기뻐할까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건 다에꼬를 위해서였다. 마사오

는 손가락을 비경의 위로 옮겼다. 음습한 계곡 상류의 작은 싹이 손가

락 끝에 느껴졌다. "혹시 이것이...." 마사오는 그것을 살짝 눌러 보

았다. 그러자 다에꼬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도

망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마사오는 멈췄다.

"싫어?"

다에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사오는 다시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 그만해."

괴로와하면서 다에꼬가 호소했다.

"싫어?"

"아니, 그렇지만 아파."

마사오는 다른 곳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그곳은 더욱 따뜻했다.손

가락이 계곡의 물기에 미끄러져서 빠진 듯했다. 두 개의 꽃잎이 느껴

졌다. "여기는 전에도 와 본 곳이다. 지금은 그걸 재확인하고 있을 뿐

이야." 지난번에는 마사오가 바로 여기가지 왔을 때 다에꼬의 손을 요

구했었고 다에꼬는 "다음에"라고 말했었다. 어쩌면지금 다에꼬는 마

사오의 그때와 같은 요구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사오는 다에

꼬에게 속삭였다.

"다에꼬도 해 볼래?"

다에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무서워."

"무서울 건 없어."

드디어 다에꼬의 한 손이 마사오의 등에서 떨어져 몸 앞으로 왔다.

그녀의 손은 마사오가 이끄는 대로 용기를 한껏 내어 움직이고 있었으

나 손길에는 주저함이 역력했다. 여러 번을 망설이던 끝에 다에꼬의

손이 드디어 마사오에게 닿았다. 손바닥이 바지 위에 머문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따뜻한 계곡에 이별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다에꼬의손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어색해 하는 다에꼬의 손에 자신

감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다에꼬의 손놀림이 조금 전보다 훨씬 부드러

워졌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더 세게..."

다에꼬는 마사오의 말을 따랐다.

"더?"

"그래, 더 세게."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비밀스런 대화였다. 두 사람만의 그런 대화는 둘 사이가 비밀스럽고

깊은 관계로 들어갔다는 것을 더욱 짙게 느끼게 했다. 마사오가 물었다.

"어때?"

"......"

"조금 더 움직여 봐."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그렇게 말하고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다에꼬

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지금의 행동이 관능의 유희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고, 또한 다에꼬의 손놀림을 재촉하는 것이기도했다.

그러나 다에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다에꼬 스스로가 마사오

를 탐험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ㅇ낳다고 판단한 마사오는 자기 자신이

다에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주저할 것이

없었다.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마지막 확인을 받았다.

"다에꼬, 너 날 좋아하지 않는구나?"

불량스러운 말투였다. 마사오는 곧 뒷말을 이었다.

"좋아하긴 하는데 무서워서 그러지?"

다에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안심이었다. 이제 모든 건 확인됨 셈

이었고 남은 건 마사오의 남자다움을 발휘하는 것뿐이었다.

"괜찮아. 무서운게 아니야. 난 다에꼬를 원해. 다에꼬도 날 원하고, 맞지?"

말을 마치자마자 마사오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먼저 비경을 둘러싸

고 있는 얇고 부드러운 벽부터 없애야 했다. 마사오가 거칠게 달려들

어 다에꼬의 팬티를 벗기려 하지 다에꼬는 저항했다. 그러나 그 저항

은 약했다. 오히려 다에꼬의 허리놀림은 마사오를 거드는 편이었다.

"부그러워."

"우리뿐인 걸."

마사오는 반듯하게 누워 있는 다에꼬 곁에 엎드렸다. 마사오의 몸에

서 떨어진 다에꼬의 손이 하얗게 드러난 자신의 아랫배를 가렸다. 두

다리는 굳게 닫힌 채로였다.

"마사오, 제발. 왠지 내키지를 않아."

"그냥 보기만 할께."

짧은 시간이 아주 길게 흘렀다. 이윽고 다에꼬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나와 헤어지지 않을 거지?"

"물론."

그때 마사오는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머리 한구석에 다에꼬가 자기

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스쳐갔던 것이다. 부부는 남자보다도 여자

의 나이가 아래여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헤어지지 안는다는 건

결혼을 뜻하는 게 아닌가?

"마사오, 키스해 줘."

다에꼬는 응석을 부리듯 마사오를 졸랐다. 마사오가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자 다에꼬는 눈을 감고 격정적으로 마사오의 입술을 빨았다. 자

신을 벗기 위함이었다. 마사오의 요구에 따르려고 애쓰는 것이 역력했다.

천천히 팔을 푼 마사오는 다에꼬의아래로 내려갔다. 다에꼬의 굳데

감겨 있던 다리가 스르르 풀렸다. 구릉을 가리고 있던 손도 간단히 벗

겼다. 그러자 한 포기의 어린 풀이 분홍객 꽃잎과 어울려 마사오의 눈

에 들어왔다. 마사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다에꼬의 양다

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두 손을 다에꼬의 소중

한 곳으로 가져갔다.

양쪽 문이 닫혀 있는 사이로 가느다란 세로선의 틈바구니가 보였다.

마사오는 양손으로 그 문을 열었다. 작은 연못에 물이 넘쳐흐로고 수

면은 잔잔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정원 안에서 선명한

산호색 꽃 한송이가 숨쉬는 것을 발견했다.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러

자 연못의 수면이 다시 흔들렸고 다에꼬가 흠찌ㅅ 놀라는 기색이 있었

다. 마사오는 다에꼬를 올려다보았다. 다에꼬의 입술이 오므라들어

있었다. 마사오의 입술을 요구할 때의 그것이었다.

"다에꼬의 정원은 날 요구하고 있어. 그것이 남자와 여자인 거야."

마사오의입술이 부드러운 꽃입의 안쪽에 닿았고 맑은 샘물이 솟아나

오는 연못의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마사오, 아!"

다에꼬는 마사오의 머리를 잡아 끌어당겼다.

"이리로 올라와, 마사오."

다에꼬는 거의 울다시피했다. 서둘러 아랫도리를 벗은 마사오는 다

에꼬의 몸 위로 올라갔다. 다에꼰느 마사오의 등을 꼬옥 감싸안았다.

"다에꼬는 이제 마사오의 신부야."

그렇게 말하고는 입술을 찾았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손의

위치를 바꾸어 마사오와 보다 밀착되게 포옹하려고 애썼다. 마사오는

얼굴을 떼고 다에꼬의 내려감은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을 떠."

까만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다에꼬의 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이제 다에꼬는 마사오를 향해 감춘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다.

"날 믿어?"

다에꼬는 주저없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오 너도?"

"응. 믿어."

이번엔 마사오가 끄덕였다. 다에꼬의 눈을 더욱 그윽하게 내려다보며,

"괜찮겠어?" 목소리를 낮추었다. 다에꼬는 끄덕이는 대신에 천천

히 눈을 감았다. 분명하게 승낙한 것이었다. 마사오의 가슴은 한층 더

세차게 뜨기 시작했다. 호흡도 가빠졌다. "당황해선 안 돼. 다에꼬 자

신은 승낙했어도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있어. 부드럽고 차분하게

나아가야 한다구. 비참한 마음이 들게 해선 안 돼."

마사오는 주의깊게 움직였다.다에꼬는 소극적이었지ㅣ만 마사오에게

협력했다. 이제는 모든 걸 각오한 것 같았다. 방은 밝았다. 유리창 너

머 창 밖엔 오후의 태양이 비치고 있었다. 그 밝은 빛이 어쩐지 다에

꼬를 슬프게 하는 것만 같았다. 잔인한 빛이었다.

첫번째 시도에 다에꼬는 마사오 밑에서 낮게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

다. 피하려는 의도였다. 마사오는 다에꼬를 탓하ㄱ보다도 자신의초

조함을 부끄러워했다. 몇 번의 시행 착오가 계속되었다. 다에꼬는 호

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마사오의 몸놀림에 따라가기는 하면서도 본능

적으로 문을 열지 않았다.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아직 이르다는 하늘의 암시일까?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게 현명한 것

이 아닐까? 그렇지만 마사오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 다에꼬는 힘겹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어 위로 빠져 버렸다. 몇번째인가 마사오의

몸이 다에꼬의 비경에서 벗어났을 때 마사오는 폭발할 듯했다. 마사오

는 움직임을 멈추고 자제하며 다에꼬를 껴안았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

았다. 간신히 참고 호흡을 고르게 했다.

"왜 그래?"

다에꼬는 의아해 했다. 마사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

던 것이다. 마사오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고 나서 겨우 입을

떼었다.

"안 되겠어."

"왜?"

"지금 이대로 다에꼬 안에 들어가면 끝나 버릴 것 같애."

마사오의 말대로라면 육체적인 일체감에 따른 충족을 맛볼 수 없다.

더구나 다에꼬는 처녀를 잃었다는 슬픔과 임신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되

것이다.

마사오는 아랫배로 다에꼬의 화원을 누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육체

는 이제 막 불붙으려는 참이었고, 마사오느 ㄴ조금만 자극을 줘도 폭발

할 게 틀림없었다. 다에꼬도 마사오가 지금은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는 걸 알고 상당히 여유를 되찾는 듯했다. 손이 마사오의 등을 어루만

졌다.

"나 때문이야?"

"아니. 내가 처음이라서 너무 흥분했어."

"어떻게 하지?"

"......."

유치한 질문이었다. 마사오가 처한 상황을 아직 다에꼬는 모르는 것

같았다. 마사오는 수치를 느끼면서 부드럽게 다에꼬를 껴안았다. 다

에꼬는 마사오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거듭 졸랐다.

"난 마사오의 여자가 되고 싶어."

"아기가 생길지도 몰라."

"괜찮을 거야. 알아봤어."

"정말?"

"응."

"날 좀 더 가라앉혀야겠어. 실패하면 곤란하니까."

다에꼬는 그 "실패"의 의미도 몰랐다.

"그러면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어."

다에꼬의 목소리에는 역시 안도의 빛이 있었다. 또 마사오의 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겁지 않아?"

"이상하지 ? 조금도 무겁지 않아."

마사오는 눈을 감았다. 다에꼬의 꽃잎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촉감이 마사오를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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