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칼, 그리고 얼음 - 10부

우다이 / 후세인 장남

쿠사이 / 후세인 차남

아이스 / 한국인

리브 / 미국 소녀

페기 / 리브의 친구

알리스 / 리브의 친구

루나 / 우다이의 여인

라다 / 주바이디의 정인

바스리 / 영화배우



너희들의 그 현란한 머리와 색색의 구슬 같은 눈을 보면 난 참을 수 없어. 그 금발의 머리를 잘라 내 침대를 장식하고 그 푸른 눈을 빼내 내 책상의 전구로 삼으며, 그 하얀 살갗을 도려내 내 일기장의 표지를 만들고 싶어. 아메리카? 뭐가 아메리카야. 유럽 놈의 이름이나 딴 웃기는 나라라구. 퍽킹 아메리카지. 이슬람의 가랑이 사이에 누워 이슬람의 정신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는 썩은 나라라구. 사막의 땅에서 대지의 영혼을 느껴본 적도 없는 나라가 너희들 아메리카야. 이리 와 가랑이를 벌리고 이슬람 앞에서 기어라구. 엉금엉금 바다거북이처럼........, - 우다이



제10부 1992. 늑대의 방탕



“누군가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쿠웨이트 합병은 미국의 개입으로 불발에 그치고 돌아온 것은 혹독한 경제제제조치와 세계의 비난일 뿐 이라크에게 남아 있는 것은 먼지뿐이었다.

먼저 책임론을 꺼낸 것은 국방장관이 아닌 바트당위원장인 알 아지드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부랴부랴 쿠웨이트에서 돌아온 알 아지드는 급히 비상내각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알 마지드지만 화살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했다. 후세인의 조카인 그로서도 숙청의 빌미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 뻔했다. 비록 우다이가 앞서 합병을 주장했지만 전쟁의 책임은 승패를 떠나 주바이디 국방장관이 져야하며 그는 마지드와 정치 생명을 같이 한 한 배를 탄 처지가 아닌가. 그렇지만 그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스란 놈은 정보책임자로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으니 할 말이 없었다. 압둘라 국왕의 은신처를 알아낸 아이스의 정보는 국방장관 휘하의 사막부대가 처리해야 할 것이었으나 끝내 실패로 끝났다. 특수훈련을 받은 사막부대는 그런 목적으로 막대한 경비를 들여 주바이디가 책임지고 맡아온 부대다. 이래저래 책임은 주바이디에게 넘어갈 것이다. “무슨 말씀을........”

주바이디는 붉어진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쿠사이를 쳐다본다. SSO(비밀경찰) 최고책임자인 쿠사이의 입에 정치생명이 달린 주바이디다. 비굴한 눈빛으로 쿠사이를 본 주바이디는 다시 알 마지드에게 시선을 돌리며

“동양병법에도 ‘일승일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소. 미국의 화력은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즉, 군수물자 부족에 있지 우리가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니오. 이란과의 전쟁 역시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화살을 돌린 주바이디는 다시 쿠사이를 본다.

이란과의 전쟁은 알 마지드가 거의 주도해온, 10년을 끌어 온 전쟁이었다. 쿠사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쿠르드족이나 반국가 단체, 시트일파와는 확실히 달랐다. 전사자만 해도 10만이 넘은 전쟁이다. 그런 전쟁을 종교적 명분으로 끌어온 사람이 바로 바트당위원장인 알 마지드다.

“오늘 이 자리는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쟎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했으나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내가 각하에게 잘 얘기하겠소. 그럼 됐죠?”

어린 쿠사이지만 단호하게 말을 마치자 어정쩡한 표정으로 다들 일어선다.

“잠깐, 주바이디 장관은 좀 남으시죠.”

“예?”

일으킨 몸을 다시 좌석에 붙이자 은밀한 목소리로 쿠사이는

“그 라다란 여자 아직도 만나고 그러나요? 왜 그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여자......”

“아, 그 여자 말입니까? 지금은 뜸한데요, 왜?”

굳은 얼굴이 호기심으로 바뀐 주바이디다. 혹시 이 자식이........,

“아, 그런 표정 지을 것 없습니다. 별 것 아니고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말끝을 흐리지만 노회한 주바이디는 얼른 알아차리고

“좋습니다. 오늘 당장 제가 주선해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보낼까요? 아니면”



쿠사이는 처음 라다라 불린 그 여자를 봤을 때 짜릿한 느낌이 정수리에서 시작, 아랫도리까지 울려 퍼졌다. 중년으로 접어든 그 여자는 나이가 서른 후반 아니면 중반으로 보였다. 까무잡잡한 살결에 검은 눈을 가진 그 여자는 자신을 풍덩,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아니 그 보다도 어머니의 풍요한 젖가슴을 느끼게 해주었다. 쿠사이는 항상 어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형인 우다이에게 머물고 있을 뿐 자신에게는 차가웠었단 기억이 떠올랐던 것도 그 여자 때문인지도 몰랐다. 향기 좋은 모유를 빨고 싶고 그 품에 안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리로 보내주시겠소? 내 별장입니다. 대신 장관의 책임은 어떻게든 무마시키겠소. 이게 모두 우다이사장 때문이지 장관 탓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형인 우다이를 은연 중 사장으로 깎아내린 쿠사이다. 이번 책임은 반드시 우다이에게 돌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주바이디는 읽고 가슴을 쓸었다. 라다만이 아니라 모든 여자를, 하물며 자신의 두 딸까지 바치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었다. 큰 딸은 이미 출가했지만 쿠사이라면 무엇이 문제랴. 내무성 서기관인 사위보다 쿠사이가 몇 줄 더 위가 아닌가. 주바이디는 내가 마음이 급하긴 급하군, 하는 쓴웃음을 지며 물러났다.



“아니 여긴 웬 일 입니까? 갑작스럽게 찾아오다니.......”

“내가 온다고 말 안했던가? 놀라긴”

아이스는 갑작스런 알렉스의 방문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중을 했지만 궁금증을 가시지 못했다. 쿠웨이트를 급하게 떠나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아이스는 쿠웨이트로 가기 전 일했던 하키미야(시민감찰대)가 아니라 SSO(비밀사령부) 본부에 대기 중이었다. 그들의 견제가 여전한 탓이다.

미국의 개입을 사전에 알려주며 언제간 찾아 볼 거, 라고 했지만 이렇게 막상 자신 앞에 서 있는 그가 믿기지 않았다. 미국은 지금 적성국가다. 그런 미국인, 더구나 정보기관요원인 그가 바그다드 심장부에 나타나다니. 미쳤군, 아이스는 의자를 권하며 그 앞에 마주 앉았다.

“지금 우리는 쿠웨이트만이 아니라 이곳까지 접수하려고 하오. 아이콘(미보수주의 집단) 계획에 의하면 조만간 이라크를 쓸어버리려 하고 있소. 애꿎은 인명들이 사라지는 거지. 그러나 그 전”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스의 차가운 표정을 훑으며

“그 전에 자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네.”

무슨 일, 이마를 찌푸리며 얼굴을 젖힌 아이스에게

“후세인을 제거해야겠는 데............., 적임자가 바로 자네야”

“네? 어떻게”

“이미 예견된 일이 아닌가. 자네를 한국에서 구해주고 이리로 보낸 것이 누군가. 바로 우리 아메리카가 아닌가. 그럼 보답을 해야 되겠지. 인지상정이라고 주는 게 있으면 받아야 되는 것도 있는 거 아닌가.”

아이스는 ‘이레이져’ 단어에 생각이 깊어졌다. 처음 이곳에 오기 전의 후세인과 지금의 후세인과는 너무나 달랐다. 민족주의자인 그를 내심 존경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그나마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 사람은 후세인이었다. 누가 뭐라 하던 아이스의 믿음이었고 자신도 그런 민족주의 감성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었다.

“대신 성공하면 자네는 미국의 영웅이고 이라크의 은인이 되는 거네. 이 나라를 움직이는 키맨이 되는 거지. 어떤가?”

아이스는 대답을 미룬 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만 하고 알렉스를 보냈다.

그와 만난지 까마득했지만 아직까지 그 때 일을 기억하며 대가를 기다리는 저들이 한편으론 무서웠다. 그러나 알렉스의 마지막 말이 강하게 마음을 끌었다.

“앞으로 이라크의 모든 치안은 자네가 맡게 될 거야. 그런데 그 바늘은 잘 있나?”

아이스는 품에서 바늘첩을 꺼내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펼치고 흰 빛을 발하는 긴 바늘을 뽑아 들었다. 붉은 꽃을 피우기 전 몽우리 진 벚꽃의 하얀 입술처럼 아름다운 자태다.



뇌를 울리는 비명소리가 그립군.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눈을 찢어져라 크게 뜨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학학, 대는 먹이들. 마른 입술에 침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는 개들. 그래 그것들은 개나 다름없지. 울부짖으며 알라의 자비를 애걸복걸하는 그년들. 바늘의 꽃을 따라 흐르던 선명한 핏줄기들. 아름다운 몸에 눈부시게 피어나던 새 생명들. 하체가 뻐근해지도록 팽창할 때의 그 기분은 천상의 복사꽃길을 걸어가는 것 같지. 달싹거린 입에 뿌리를 박으면 허겁지겁, 마치 그년들의 성인식 때 그년들이 포도주를 받아마시듯 할짝거렸지. 우다이란 놈. 이제 버릴 때가 다가온 건가. 바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아이스는 바늘을 들어 눈 가까이대고 한참을 바라본다. 투명한 자태를 뽐내는 바늘이 바르르, 떨고 있다. 바늘첩에 가지런히 두고 둥글게 만 다음 품에 다시 넣은 아이스는 쿠웨이트의 기억을 즐겁게 떠올렸다.

쟈드의 풍만한 육체도 좋았지만 그 두 년들을 끝없는 고통을 주며 처리한 기억이었다. 쟈드 중위와 이름이 떠오르지 않은 여자, 그 두 년들은 아이스에게 고통의 기쁨을 주며 지금쯤은 쿠웨이트 사막에 누워 전갈에 몸을 뜯겨가며 죽어 있을 것이다. 풍만한 몸의 기름은 사막의 모래를 타고 흘러 석유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쓰레기들을 시립수영장에 채워 수장시킨 바로 그 다음날, 미국은 유조선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부터 봉쇄하며 압박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해협이 봉쇄되면 당장 석유를 팔 수 없고 결국 돈이 없어 전쟁을 치루기 어렵다는 걸 미군은 알고 있었다. 사막의 폭풍(미 대 이라크 군사작전명)이 불기도 전에 경제제제조치를 취한 것이다.

아이스는 스무 명의 미국소녀들을 히잡을 입혀 마치 성지순례 가는 이슬람교도로 위장시키고 2과장을 시켜 이라크로 보냈다. 우다이에게 보낸 우정의 선물이다. 양키에게 깃발을 꼽고 싶다는 그 놈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제물이었다.

다음은 문화감시청의 잔재를 청소해야할 차례였다. 사람의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해도 그 말은 언젠가 거짓이 되는 것이다. 사자와 쥐의 우화는 우화일 뿐이다. 지금은 살아나도 언젠가는 기억의 창고를 열어 다 불어버릴 것이다.

쟈드와 에미드 중위 역시 믿을 수 없는 여자들, 아이스는 쿠웨이트 박물관에서 감시청의 잔재를 모두 치우고 두 여자를 따로 불렀다.

처음 쟈드의 눈빛은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했다. 아랫배 가득 이 남자의 정액이 뛰놀고 있는 것 같았다. 허벅지와 종아리, 매끈한 허리를 쓰다듬으며 따스한 입술로 물을 뿌린 남자다.

“아니, 청장님. 왜 이런....,”

쟈드는 그 큰 눈을 굴리며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아이스가 권한 한 잔의 은은한 커피 향기에 취해있다는 착각은 태풍처럼 사라지고 기다란 기구에 묶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어? 왜 여기 있지?”

뒤늦게 깨어난 에미드 역시 놀란 눈이 되어 쟈드와 그를 번갈아 봤다. 몸에는 실 한 오라기 하나 걸쳐 있지 않은, 발가숭이다. 속옷까지 벗겨진 알몸으로 기구에 눕혀져 있는 것이다. 얼굴을 들려한 쟈드는 목에 무언가 걸려 킥!, 소리를 내며 머리를 내려놓았다. 미국 아이들에게 했던 그 목걸이다. 길 책상은 철제로 되어 차가운 금속이 몸을 떨게 만들었다. 목 만이 아니라 가슴과 허리와 허벅지와 발목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게 고정시켜 놓아 마치 책상과 일체가 된 듯했다.

에미드 역시 마찬가지로 쟈드와 조금 떨어진 기구에 묶여 있었다. 누워있는 자세가 아니라 엎드린 자세다.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고 두 발이 찢어질 정도로 벌려진 채 눈에 공포를 담고 있다.

“왜 여기 있냐구? 그건 내가 이곳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지. 너희들을 데리고 함께 귀국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 유감이야. 너희들에게 마지막 황홀한 선물을 주고 싶어 이곳으로 데리고 왔지. 쟈드”

아이스는 짧은 머리에 드러난 그녀의 귀밑 뽀얀 살을 보며 입맞춤을 했다. 태양에 잘 익은 과일 향기가 코를 채웠다.



이 여자는 항상 이런 향기를 주었지, 머릿결에서 풍기는 비누냄새보다 가슴의 우유냄새가 더 좋은 여자지. 이 젖꼭지를 빨 때마다 살갗을 잔잔하게 떠는 몸은 휴일 아침의 설렘 같았어. 샘에 고인 물도 맑고 깨끗한 티그리스 강처럼 영원한 생명을 줄 것 같았지. 흠, 이 살의 향기.



입맞춤을 길게 한 그의 입술이 젖가슴을 지나 배꼽, 음모에 쌓인 하체에 이르자 쟈드는 자신도 모르게 으음! 긴 신음을 내며 허리를 비틀었다. 팔을 뻗어 그를 안으려 하지만 팔까지 기구 아래로 내려져 묶여 있었다. 쟈드 역시 두 발은 활짝 벌어져 그곳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분홍빛을 띈 꽃순 이었다. 남자는 아이스가 처음이었다. 첫 날 처녀를 바친 쟈드는 이 남자가 너무 좋았고 어떤 일이든 명령을 따랐던 것이다. 그의 이빨이 유두를 깨물더라도 아픔보다는 진저리치는 흥분을 느꼈고 쿠웨이트 년들을 후려칠 때도 그의 미소가 좋아 있는 힘껏 휘둘렀던 것이다.

“청장님......”

“아니 이제는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 난 청장이 아니라 그냥 아이스야”

그리곤 이후 입을 다물고 바늘을 꺼내 에미드의 엎어진 엉덩이로 다가가 큼지막한 두 살을 벌리고 집게 같은 것으로 고정시켰다. 양끝이 에미드의 엉덩이를 물고 크게 벌어진 집게는 가운데 구멍과 그 아래 길게 늘어진 구멍을 잘 보이게 했다.

겁에 질린 에미드는 그때서야 울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제발, 제발, 하는 애원을 했지만 바늘은 아랑곳없이 주름을 뚫었다. 엉덩이의 두툼한 살이 파도처럼 떨더니 소름이 피어났다. ‘으, 으’ 에미드는 차가운 바늘이 항문의 주름을 꿰며 파고들자 몸서리를 치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허리와 허벅지를 얽맨 끈은 에미드의 살을 붉게 물들이고 연한 피부는 부르텄다.

또 하나의 바늘이 항문 바로 아래 구 갈래로 갈라진 살집을 파고들었다. 한 손으로 늘어진 살집을 잡아 쫙 벌린 아이스는 그 안의 또 다른 연분홍 살에 긴 바늘을 꽂았다. 1센티, 2센티 정도 들어가 멈춘 바늘은 그 자리에서 꼬리를 떨었다. 두 개의 바늘을 꽂은 아이스는 침착하게 서두르지 않으며 세 번째 바늘을 꺼내들고 에미드의 살찐 종아리를 문지르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아!’ 불에 덴 아픔이 아랫도리를 쑤시자 에미드는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항문의 아픔보다 더 컸다. 거기 살은 너무 부드럽고 민감한 신경이 모여 있어서인지 바늘의 고통을 참을 수 없었다. 쟈드는 그런 에미드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이 남자가 즐겨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바로 이렇게 귀를 채운 비명소리가 너무 좋다는 남자가 아니던가. 다음엔 자기 차례다. 에미드의 저 고통이 끝나면 다음엔........., 쟈드는 눈을 감아버렸다.

통통하고 말끔한 종아리를 지난 바늘은 한 줌 잡히는 발목에 머물다 발목 옆 부드러운 살을 파들었다. 피가 스며든 바늘은 붉은 칸나를 피우기 시작했다. 다른 발목에도 바늘을 끼운 아이스는

“이 바늘은 보통 바늘이 아니야. 귀에 이 가느다란 줄을 꿰고 여기에 연결을 하면 바늘은 춤을 추기 시작할거야. 에미드라고 했나? 너의 그 솜털 보송한 입으로 황홀한 노래를 불러주길 바래”

노래는 그녀의 입에서 막힌 물이 흘러나오듯 술술 풀려나왔다. 처음엔 잔잔한 노래가, 갈수록 톤이 높아지며 발버둥치는 소프라노가 되었다.

바늘의 쑤신 아픔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바늘을 타고 흘러들어온 찌릿한 그 무엇은 머리 속을 헤집고 몸을 뒤틀게 만들었다. ‘지지지......’ 네온사인이 방전될 때처럼 푸른빛을 내며 음침한 소리가 기구에서 들려오는 순간 온 몸이 튕겨 올랐다. 처음 땅이 흔들리는 듯 휘청거린 곳은 항문이었다. 성냥을 그어 불을 피운 줄 알았다. 뜨거운 불길은 곧 항문을 파고들어 직장과 큰창자, 작은창자를 태우며 심장을 태웠다. 불길이 잦아들 쯤 다시 다리를 바둥거렸다. 발목뿐만 아니라 두 발을 용광로에 담아 태워버리고 있는 아픔이었다. 참을 수 없는 에미드는 얼굴을 세운 채 비명을 내질렀다. 다리를 비틀며 그 불길을 떨꾸려 하지만 혀를 날름거리며 하얗고 통통한 발을 붉은 불길로 태우고 있었다. 그런 뜨거움은 다리를 지나 아랫도리, 계곡에서 피어올랐다. 처음엔 짜르르, 하던 불길이 질을 뚫고 자궁을 태우고 재가 된 내장을 지나 가슴을 태웠다. 머리 속은 작열한 태양을 바라보듯 하얗게 바랬다. 그 간극은 점점 더 짧아지다가 마침내 한꺼번에 타올랐다.

‘으으.......그그그.............’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쟈드는 멍한 눈으로 에미드의 뒤틀린 몸을 보고만 있었다. 인조섬유가 타는 냄새가 났다. 비위 상한 냄새는 에미드 쪽에서 풍겨져 나왔다. 땀에 절어 파딱, 거리는 에미드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도살장의 소나 돼지였다. 그 예쁘던 얼굴도 마구 구겨진 휴지였다. 눈을 부릅뜨고 침을 질질, 흘린 에미드는 이미 예전의 그 귀엽고 포동포동한 숙녀가 아니었다. 발가벗긴 채 도마 위에 던져진 한 마리 닭이었다.

“쟈드. 넌 언제나 사랑스러운 여자였어. 너의 포근한 가슴과 매끄러운 살갗, 가죽의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는 너의 발과 종아리까지............,”

아이스는 쟈드와의 짧은 추억을 나누기라도 하듯 젖가슴과 배를 어루만지며 허벅지에 긴 입맞춤을 했다. 큰 눈망울을 굴리며 쳐다보는 쟈드. 그녀 이마에 다시 뜨거운 입맞춤을 주며 숨으로 오르락내리락 한 배 위로 올랐다.

에미드의 고음의 비명은 이제 자지러졌다. 살을 태우며 목을 꺽은 에미드는 충격으로 죽어갈 것이다. 철제기구엔 물이 뿌려져 있어 온 몸이 끓는 기름통에 던져져 있는 것과 같으니 그 충격은 너무나 커 지금쯤 숨을 끓었는지도 모르겠다.

쟈드의 몸은 푹신한 탄력으로 아이스를 받아들였다. 빳빳한 성기를 꺼내 쟈드의 몸을 뚫었다. 뜨거운 물기가 그의 몸을 덮쳤다.



여행이라도 떠났으면 했던 맑은 목소리도 이젠 추억의 저 편이던가. 쟈드. 그녀의 살가운 목소리가 그립군.

바늘을 집어넣으며 아이스는 SSO로 갈까 하다가 생각이라도 난 듯 숙소를 나섰다. 쿠웨이트에서 귀국 후 일정한 직책이 없는 그로선 우다이가 그나마 위안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인 바그다드는 마르고 차가운 바람이 가득했다. 거리 어디고 스산한 기운이 넘쳐났다. 쿠웨이트의 패배 이후 바그다드는 긴 침묵에 빠져든 것처럼 흐느적거렸다. 후세인 역시 대중에 자주 나타나지도 않았고 바그다드 방송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태풍이 오기 전 정적의 그 순간이었다.

알렉스의 말대로 미국이 이곳을 곧 공격할 것이란 걸 다들 알고 있는 것일까. 거리의 인파도 보이지 않았다. 노새에 물건을 싣고 잡화를 파는 노점성도 보이지 않았다.

낡은 차를 몰아 티그리스 강을 끼고 돌자 한적한 곳에 하얀 담이 있는 우다이 저택이 나타났다. 아이스는 몇 차례 와본 곳이지만 올 때마다 너무 을씨년스러웠다. 저택 주위로는 민가는 물론이고 공공건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집안은 밖과는 달리 화려의 극이다. 온실과 욕실을 갖춘 정원과 선텐을 즐기는 유리방이 있고 1층과 2층은 수십 개의 침실이 있어 대규모 외교 사절단이 묶어가도 될 정도다.

아이스를 먼저 반긴 사람은 무스타파였다. 우당이의 개인 경호원이며 기사며 저탹을 돌보는 집사 역할까지 하고 있는, 페다인 전사 출신이다.



“어서 오십시오. 서령관께서는 아직”

“사령관? 쿠사이께서 이곳에 계신가?”

“아니, 우다이님이.........”

그는 우다이를 아직도 사령관이라고 불렀다. 키르쿡에서 보여준 우다이의 용맹성에 매료가 된I 무스타파는 그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기세였다.

“이렇게 서 있어야 되나?”

“아, 죄송합니다. 이리 오시죠”

무스타파는 1층 별관으로 아이스를 안내했다.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가 넘었는데 아직까지 잠자리에 있다는 게 마땅찮았지만 그로선 별수 없었다.

아이스는 알렉스의 말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선택은 내가 하지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후세인의 죽음과 나의 세계, 아니면 이 민족이 아라비아를 지배하고 그 이후 나만의 세계에서 꿈을 꾸는 생활.

아이스의 생각을 깨뜨린 사람은 루나였다. 찻잔을 든 루나는 아이스 앞에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 차를 건넸다. 진한 커피 향이 여자를 닮았다. 검은 커피와 같은 가무잡잡한 피부의 루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그 이는 곧 일어날 것이에요.”

하얀 이와는 달리 무거운 얼굴이다.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져 있다. 그래도 아름다움은 숨길 수 없는 건가 갸름한 뺨의 선이 매력적인 여자다. 다리를 모아 앉는 루나의 몸매는 잘 빠진 아라비아 인형 같았다. 허벅지가 훤히 비친 짧은 치마 사이로 가지런한 두 다리가 매혹적이다.

사연을 잘 알고 있는 아이스는 말을 아끼며,

“요즘 사장님도 예전과는 다르지 않나요, 혹시”

“글쎄요......”

말끝을 흐린 루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누가 엿듣기라도 한 것처럼 흰자위를 드러내고 창을 보다가 우울한 얼굴로

“요즘엔 마약까지 하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무섭기도 하고요”

“마약을?”

아이스는 말을 멈추고 루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문득 그녀의 얼굴에서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녀는 쟈드와 닮아 보였다. 어딘가 분위기까지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혹시 동생이 있나요?”

“네, 있었는데 이번 전쟁 중에 죽었어요.”

“이름이........“

“하라 쟈드. 집에선 그냥 쟈드라고 불렀는데”



아이스는 순간 쟈드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팽창한 아랫배에서 뜨거운 물을 품고 그녀의 몸에서 내려섰을 때 쟈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검은 눈의 하얀 눈물. 눈꼬리를 흐르던 눈물은 뽀얀 귓가의 목을 타고 차가운 기구에 떨어졌었다.



사랑? 그녀의 사랑이 나였던가? 첫 남자란 말이 나였다는 말. 사막에 져가는 붉은 노을의 발악적인 사랑이 그녀에게 향했단 말인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바로 지난 여름, 쿠웨이트의 3층 창이었지.

아이스는 시원스런 루나의 눈을 보며 추억을 잘근잘근 씹으며 쟈드의 피가 배인 품안의 바늘을 더듬었다. 신음 소리도 없이 바늘을 가슴과 배꼽과 허벅지와 발가락에 받아들인 쟈드는 눈물만 쉼 없이 흘리며 의식을 잃어갔다. 그리고 모래 속에 아름다운 몸을 묻었다. 아이스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면 땅에 되돌려 준 것이리라.



“난 이 툭, 올라선 궁둥이가 좋아. 두 개의 사원이 서 있는 것 같은 이 궁둥이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 것 같아”

엉덩이가 치솟은 소녀는 페기다. 알몸으로 우다이 곁에 엎드린 페기는 히죽히죽 웃으며 우다이의 손길이 엉덩이에 스칠 때마다 끼르륵, 웃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꼬곤 했다. 표정은 근심 따위 하나 없는 멍한 얼굴이다.

우다이 왼쪽에 누운 리브 역시 배시시 웃음을 흘리며 털이 무성한 가슴을 긴 손가락으로 더듬고 있다. 우다이는 엎드린 자세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리브의 앙증맞은 가슴을 손바닥에 쓸어 담는다. 물컹한 유방이 손안에서 물풍선처럼 출렁거린다. 분홍빛 젖꼭지를 입에 물고 입술로 자근자근 물어대자 리브 역시 히죽, 웃음을 지며 다리를 벌린다. 벌린 다리 사이로 음모가 깨끗이 밀어진 둔덕이 입을 벌린다. 살색의 꽃잎이 펼쳐지며 우다이의 손을 잡아 가랑이로 가져가 강하게 비비기 시작한다. 음! 음! 신음을 흘리는 리브는 우람한 뿌리가 자신 속에 심겼으면 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하고 싶어? 뜨겁니? 이 귀여운 것들. 낄낄낄”

우다이도 입가를 찌그러뜨리며 웃음을 날린다.

“조금만 더 기다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어. 이번엔 니년의 애무다.”

알리스는 침대에 앉았다 우다이가 손짓을 하자 한 발을 내밀며 그의 손에 얹는다. 앞뒤가 막혀 있는, 검정 가죽 구두가 신겨 있는 알리스의 발이 그의 손에 놓이자마자 구두를 얼굴에 비비며

“니년 다리는 정말 예술이야. 이렇게 잘 뻗은 다리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역시 미제가 좋긴 좋군. 안 그러냐, 이년아”

쌍말을 내갈겨도 알리스 역시 히죽히죽, 웃으며 발을 더 내밀 뿐이다. 우다이는 검정 구두를 천천히 벗기며 약간 불그스름한 하얀 발가락을 입에 물고 빤다. ‘쪽, 쪽’ 소리를 내며 빨고 핥은 우다이는 발 우물에 코를 박고 깊게 들이쉰다. ‘으음!’ 신음을 흘린 우다이는 손으로 가랑이를 만지작거린 리브의 얼굴을 아랫도리로 끌어당긴다. 기다렸다는 듯이 리브는 분홍 입술을 열어 뿌리를 삼킨다. ‘읍! 읍!’ 리브는 흥분을 참지 못한 교성을 지르며 우다이의 뿌리를 빨다가 음낭을 혀로 핥으며 두 손으로 항문 아래를 자극한다. ‘아, 아!!’ 우다이는 아리스의 나머지 발까지 잡아당겨 얼굴에 대고 문지르다 알리스를 끌어당기며 종아리 살을 물다가 허벅지살을 빨다 참을 수 없다는 듯 리브의 입에서 물건을 꺼내 알리스의 두 발을 모으곤 그 사이에 끼워 펌프질을 한다. 양 발을 잡힌 채 자신의 발에 물건을 끼우고 용두질을 하자 알리스는 두 손으로 자신의 유방을 잡고 애무한다. 알리스는 눈을 게슴츠레 감으며 입가로 침을 질질 흘린다. 약에 취한 것인가, 몸은 풀어진 물감처럼 흐느적거린다.



리브의 친구들은 바그다드에 도착하자마자 우다이란 남자를 주인처럼 모셔야 했다. 바그다드란 것도 나중에 루나란 여인에게 들었을 뿐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땅으로 보였다. 이곳엔 자신들 말고도 다른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들을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쳐다보며 낄낄, 댔다.

버스에 함께 실려 온 일행들은 반 이상 어디론가 따로 떼어지고 리브와 두 친구해서 일곱 명인가가 이 집으로 끌려 왔다.

두려운 눈빛의 그녀들을 따스한 물과 좋은 음식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게 했지만 주어진 옷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젖가슴과 아랫도리가 거의 드러난 옷은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맨발에 굽 높은 샌들을 신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걸을 때는 영락없는 창녀와 같았다. 사실 그녀들은 이미 몸을 이리저리 굴려야 될 처지였지만........,

바로크 스타일의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한 그녀들은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았다. 입과 손, 발. 젖가슴은 물론이거니와 아랫도리는 특히 정성을 다해 씻고 거기에 향유를 뿌렸다.

알리스는 이라크 여인이 시킨 대로 다리와 발을 과일즙에 담고 한참을 있어야 했다. 그 즙에서는 강한 사과향이 났다. 향기가 피부에 스며들어 속속들이 배일 때까지 그 즙에 담았다.

“이 향기는 주인님이 아주 좋아하시죠. 아가씨는 행운이에요. 잘 하면 이곳에서 편하게 지낼 거 에요”

이 말은 알리스만이 아니라 리브나 페기에게도 똑같이 한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리브와 페기, 알리스는 시도 때도 없이 그에게 시달렸다. 그 남자는 처음에는 따로따로 침실로 불렀다. 익숙한 영어를 구사한 남자는 친구들 중에서도 리브를 자주 불렀다. 이곳에 오기 전 쿠웨이트에서 한 달 이상 치욕스런 성교육을 받았던 리브는 남자가 자신의 몸을 올라타며 씩씩대는 것은 익숙했다. 다만 발가벗긴 채 침실 한 구석에 세워놓고 자신의 알몸을 보며 이죽대는 것은 굴욕이었다.



너희들의 그 현란한 머리와 색색의 구슬 같은 눈을 보면 난 참을 수 없어. 그 금발의 머리를 잘라 내 침대를 장식하고 그 푸른 눈을 빼내 내 책상의 전구로 삼으며, 그 하얀 살갗을 도려내 내 일기장의 표지를 만들고 싶어. 아메리카? 뭐가 아메리카야. 유럽 놈의 이름이나 딴 웃기는 나라라구. 퍽킹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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