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뿐인 여왕님이야기  

- Prol.
껍질뿐인 여왕님이야기              img #1
트위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넷카마(Network Okama)’라는 단어에 흔히 접할 수 있다. 네트워크상에서 본인의 성별을 숨긴 채, 여자 행세를 하며 익명성을 방패 삼는 이들은 이제 그리 희귀한 모습이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네티즌들이라면 인터넷에서 상대방의 성별을 혼동하여 얼굴을 붉힌 사례를 한 번 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이고, 어떻게 판별할 것이며, 무슨 수로 대응해야 할까?

- 1. 넷카마란?
껍질뿐인 여왕님이야기              img #2
검은 도마뱀, 미와 아키히로

우선 넷카마의 정의부터 똑바로 해보자. 

넷카마란, 네트워크(Network)와 오카마(おかま)의 합성어로 여기서 오카마는 여장남자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에서 여자행세를 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단 여장남자와 오카마라는 단어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단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있다면 바로 내외양의 차이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여장남자(女裝男子)와 오카마(おかま)는 사뭇 다르게 취급된다. 주로 겉모습만 여자로 꾸민 것을 여장남자로 칭한다면, 오카마는 행동이나 성격까지 여성화한 것을 말한다. 즉 여장남자라는 단어에는 오직 ‘겉모습’이 여성스러운가에 대한 고려만이 포함되어 있을 뿐,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이 여성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아놓지 않는다.
반면 오카마는 성격이나 행동을 비롯한 인격적인 부분까지 여성화된 것에 방점을 둔다. 겉모습이 여성스럽지 못한 여장남자는 존재할 수 없어도, 겉모습이 여성스럽지 못한 오카마는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카마는 외면보다 내면의 여성성에 좀 더 중심을 두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성에는 대체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다’라는 기재가 덧칠되기 마련인 까닭에 대다수의 오카마는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곤 한다.

대표적인 일본의 오카마 연예인인 미와 아키히로는 1965년에 스스로가 여성성을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바 있다. <요이토마케의 노래>라는 곡을 계기로 커밍아웃했는데, 이 노래에는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시절이 시절이었던 만큼, 살해 협박까지 받았으나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지금의 그녀는 일본 가요계의 역사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현대에 들어와 단순한 장난으로 여겨질 수 있는 여장남자와 달리 오카마라는 단어는 좀 더 무거운 성정체성과 묵직한 자아를 포괄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넷카마라는 단어는 제법 잘못된 단어선택이 아닐까하는 물음 또한 품어볼 수 있겠다.

- 2. 여답돼

 
껍질뿐인 여왕님이야기              img #3
트위터

위에서 언급한 성정체성 차원에서의 오카마와 달리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넷카마에겐 그러한 무게감이 없다. 기본적으로 그들의 여성화는 성정체성이 아닌, 이권을 위한 꾸밈에서 비롯된 것이며 딱히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지도 않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한 가지 튀어나온다. 바로 ‘이권’이다.

‘여자에게만 답글다는 돼지’의 준말. 최근에는 거의 '돼'를 빼고 '여답'으로 줄여서도 많이 쓰며, 그런 여답 행위를 하는 것을 '여답질'이라고 한다. 의미도 확장되어 온라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여자들에게 추근덕대거나 밝힐 때에도 여답이라고 부른다. 웹 커뮤니티나 온라인 게임 등에서 여성 회원이 있다면, 그녀들에게만 과다한 친절, 관심, 호의 등을 보이면서 은글슬쩍 껄떡대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리그베다위키, 여답돼 항목

성차별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상당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젊은 층의 성비 자체가 남초로 기울어있으며, 특히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은 압도적인 성비의 남초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19세까지의 성비는 113.3, 20세에서 24세까지는 113.7, 25세에서 29세까지는 103.8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네티즌이 등장하게 되면, 딱히 그녀가 원하지 않더라도 어마어마한 환대와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마련이다.

넷카마의 등장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위에서 인용한 ‘여답돼’들은 단순히 친절과 호의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지원, 유무형의 선물까지 준비하고서 여성 네티즌들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것이 단순히 게임 아이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명 별풍선을 필두로 하여 실질적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전자 화폐를 선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넷카마들은 이러한 소소한 ‘이권’을 노리고서 스스로를 여성으로 꾸미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남녀갈등을 조장하려는 악질적인 의도의 넷카마들이나, 실제로 성정체성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넷카마들도 존재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 다뤄볼 녀석들은 이권을 목적으로 한 넷카마들이다.

- 3. 어떻게 할까?

 
껍질뿐인 여왕님이야기              img #4
팝뉴스

사실 이권을 노리고 접근한 넷카마들이야말로 사람의 얕은 감정을 가지고 놀며 부당이익을 취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악질이다. 물론 앞뒤 안 가리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인 추종을 일삼은 여답돼들을 변호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넷카마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리고 싶다. 단 이러한 촌극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이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성비 구조와 지나치게 마초적인 사회상에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답돼들도 이제 자신들의 호구 같은 지갑을 노리고 접근하는 넷카마들이 활개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넷카마 구별법’ 따위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평범하게 네트워크를 즐기는 네티즌들 또한 상대방의 거짓말에 놀아나는 것이 썩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넷카마 구별법’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활동하는 넷카마들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을 구별하려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그것을 수월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 세상에 사기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합리적인 의심만을 거듭할 뿐, 확정짓기는 대단히 어렵다.
또한 상대방이 정말로 여성이었을 경우에는 크나 큰 무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마음에 걸린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여성들이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는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도 적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LOL을 필두로 하여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 동물농장이나 퍼피레드 같은 게임의 경우에는 오히려 여성 인구가 더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대방이 실제로 여성인지, 아니면 겉만 꾸민 넷카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한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성별에 구애되지 마라’라고 답변을 내리고 있다. 사실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서 태도를 크게 달리 하는 것부터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단어 선택에 있어서 좀 더 큰 주의를 기울이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으나, 상대방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금품을 갖다 바치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사실상 이런 ‘여답돼’들로 말미암아 넷카마라는 비정상적인 이슈가 탄생한 것이다.

애초부터 성별을 불문하고 오직 상대방의 인격만으로 가치판단을 하여 네트워크 관계를 만들어간다면 다른 사람들이 굳이 자신의 성별을 속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덧붙여 적어도 자신에게 만큼은 넷카마라는 이슈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성별보다는 상대방의 인격이 좋아서 관계를 만들어간 것이니, 딱히 성별이 무엇이라 하여도 별 다른 상관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일말의 배신감 정도는 얻게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을 털어놓을 정도로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니, 이건 또 다른 가치를 취하게 된 셈이다.

- Epil.

 
껍질뿐인 여왕님이야기              img #5
도쿄MX, 소드 아트 온라인
 
사실 여성이랍시고 꼬리를 쳐대는 여답돼들과 또 그것을 물 먹이려는 넷카마들 사이의 전쟁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유쾌한 촌극이기도 하다. 남아선호사상과 낙태에서 비롯된 단군 이래 최악의 성비 불균형,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적 개방성, 위선과 이면성으로 무장한 기득권층의 금전만능주의질서 등이 한 데 뒤얽힌 결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의식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넷카마들의 소박한 사기극이 사라질 날은 요원하기만 하다.


참고 자료 :

일본어 위키피디아, <美輪明宏>
 : http://ja.wikipedia.org/wiki/%E7%BE%8E%E8%BC%AA%E6%98%8E%E5%AE%8F
엔하위키 미러, <여답돼>
 : http://mirror.enha.kr/wiki/%EC%97%AC%EB%8B%B5%EB%8F%BC
팝뉴스, <40대 남자, 온라인서 19살 여대생 행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105&aid=0000015834
인기 지식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