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휴 헤프너'는 아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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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급격한 산업 발전만큼이나 빠르게 성적으로 계몽된 나라다. 100년으로만 돌아가도 미국은 빅토리아 시대적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성에 관한 언급이 금기시 되었다. 하지만 젊은 ‘휴 헤프너’에게 그런 것들은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 그는 토끼 마크를 단 잡지를 만들어 불과 5년 만에 미국 사회에 채워진 정조대를 조각내버렸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플레이보이(PLAYBO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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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헤프너는 여성을 성적 대상이 아니라 성적인 존재로 바라보자고 말했다. 여성들 또한 성에 관한 많은 의문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성을 갈구하는 동물이라면서 말이다. 나는 이런 휴 헤프너의 사상과 의지, 그리고 그가 옆에 데리고 다니는 쭉빵걸이 좋았다. 하지만 여기 한글2002를 제외한 어느 곳에서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문밖을 나서면 나는 그저 섹시에 중독된 변태남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현대 사회의 부당함에 궐기를 든 자들이 나타났다. 바로 ‘섹드립’이라고 일컬어지는 야한 농담의 황제, 신동엽을 필두로 한 ‘마녀사냥’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특정 케이블 방송에서 방송되자, 사람들은 음지에서만 하던 얘기들은 방송을 통해서 당당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전조다. 그러나 아직도 섹스에 관한 얘기들은 음지, 혹은 그런 말들이 허락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2011년 <일요신문>이 지령 1000호 특집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 한국성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성의식 실태 국민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문화에 대한 건전성은 매우 건전함이 1.8%, 조금 건전함이 31.5%, 조금 건전하지 않음이 50.6%, 전혀 건전하지 않음 16.0%, 무응답이 0.1%로 나왔다. 이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는 한국 사회의 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건전하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말하고 있었다.(표본 만 19세 이상 성인 남자 490명 및 성인 여자 510명)

어쩌면 성이라는 것이 정말 나쁜 것일까? 잔학한 범죄자의 이름처럼, 말하면서 벌벌 떨어야 할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합당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나는 위정척사파의 후예들이 지금의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어떤 수작을 부린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나는 자꾸 한국의 휴 헤프너를 기다리게 된다. 한국의 성문학 작가이자 연세대 교수인 마광수 교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 누가 두려워서 그런 일을 시도조차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위대한 휴 헤프너도 미국 사회에 토끼 마크를 뿌리기까지 많은 여성 단체들과 종교 단체들의 압박과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도 해내지 않았던가. 불굴의 의지와 악바리 깡다구로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우리나라 사람들 중 누군가는 그 과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진실은 그것이 진실로 판명나기까지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조롱거리가 된다.
두 번째, 부정된다.
세 번째, 진실이 된다.
과연 언젠가 내가 카페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과 연예인에 대해서 얘기하듯 섹스에 관하여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나는 지금도 한국의 휴 헤프너를 기다린다. 물론 나 스스로도 후보자를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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