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Time, 첫 경험은 첫 실수다  

The First Time, 첫 경험은 첫 실수다              img #1
 
요즘 난 변했다. 변한 것 같다. 섹스 한 번 한 번의 의미와 소중함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 심심한 찰나에 가벼워 보이는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하나 골랐다. .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이곳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두려우면서 기대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고등학생이다. 그들은 모두 섹스에 있어서만큼은 '의미와 소중함'에 대해 엄격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리고 드디어 그 둘은 생에 첫 섹스를 순식간에 치르게 된다. 결과는? 뭔가 찝찝하고 느낌이 썩 좋지도 않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딸려오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순간에 휩쓸려 실수를 저질렀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섹스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첫 경험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과 같다. 그동안의 나의 모든 '정상적인' 모습들과는 다른 별개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첫 경험이 주는 육체적 고통과 한 번도 체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섹스에 대한 기나 긴 방어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의미 있는 사람과 의미 있는 첫 섹스를 위해 아껴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정작 그녀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고통이나 무지가 아니다. 새로운 세계로 한 발짝 들어가게 되는 그것이 첫 경험의 가장 큰 의미이다. '평소의 나'와 '섹스를 하는 나'를 구분할 줄 알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 섹스를 하는 나 혹은 섹스를 하기 시작한 나는 이제 새로운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첫 경험 뒤에는 어김없이 나의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시간이 찾아온다. 

첫 경험에 대해 두려워하는 소녀이기에는 모든 게 너무 많이 변했지만 요즘의 난 다시 나의 첫 경험 전으로 돌아가곤 한다. 머리로만 알던 내 세상의 변화에 대해 좀 더 인지하고 시작했더라면. 좀 더 소중히 내 첫 경험을 대우 해 줬더라면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걸 알고 시작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생각한 대로, 의도한 대로 의미 있고 소중하고 낭만적이게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첫 경험은 결국 누구에게나 혼란스럽고 엉망이며 어색하고 찝찝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모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처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좀 더 의미 있는 사람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첫 경험은 첫 경험일 뿐 너무 큰 의미를 가지게 되면 오히려 짐이 되고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은 나한테 첫 경험이니까 더 소중해" 전형적인 한국 여자의 모습이다. 이런 식의 의미부여는 나중에 질척거리고 부담스러운 관계로 이어질 뿐이다. 영화에서처럼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을 그 때 겪었을 뿐이다. 언젠가는 해치워야 할 일을 해치워 냈을 뿐이다. 여전히 의미 있는 사람과의 첫 경험은 맞는 일이고 멋진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의미 부여는 필요가 없다.

첫 경험의 의미는 위에서 말했듯이 바로 자기 자신의 변화에 있다. 의미 부여는 바로 내 안에서 필요한 것이다. 나의 새로운 모습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인정과 기대 같은 것들 말이다. 나의 첫 경험을 떠올려 보면 나는 꽤 능숙하게 그것을 구분해 내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상상했던 것처럼 로맨틱하거나 환상적이진 않았지만 내 안에서 적절한 변화가 이루어졌던 걸 보면 나의 첫 경험도 적절했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은 실패작에 가까운 그들의 첫 경험을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는다. 대신 섹스에 대해 계속해서 대화하고 노력하자고 말한다. 우리들의 첫 경험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극복하고 연습해 나가야 할 귀여운 첫 실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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