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와 첫 섹스  

9시 뉴스와 첫 섹스              img #1
영화 [브루스올마이티]

The First Time. 
어른이 되는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 
함께하는 이와 오랫동안 사랑하고 싶은 설레던 마음이 동반되는 아름다운 거사.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잊지 못할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들이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사귀고 있는 상대의 간절한 구걸에 적선하듯 첫경험을 희생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은 상대와 술을 핑계로 일을 치르는 경우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강간도 있다.

A는 첫 경험을 ‘9시 뉴스’로 기억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마음에 두고 있던 선배와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A는 그와 함께 간 여행에서 첫 섹스를 맞이한다. 한창 혈기 왕성하던 그 시절의 선배는 오랜 시간 공들인 A와 9시 뉴스를 틀어놓고 일을 치른다. 정확하게 9시 뉴스가 시작하던 시점에서 시작하여 앵커의 마지막 인사에 사정을 했다던 그 선배는 자신의 능숙한 테크닉과 오랜 러닝타임에 만족스러워 했지만, 그 경험이 처음이었던 A는 다음날 일어나 걷는 일조차 괴로워 병원신세를 지며 얼굴을 붉혀야 했다.

지금이야 1시간가량을 오롯하게 자신만을 위해 써주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그까짓 병원신세야 열 두 번도 더 지겠다며 핏대를 세우지만, (과연 1시간으로 병원을 갈 만큼이 될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A는 기껏 20살이었다. 삽입이 무언지, 애무가 무언지, 오르가즘이 무언지도 모르는, 이제 갓 성인이 된 어린애에게 1시간의 러닝타임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상대의 상태와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무자비한 피스톤질은 염증만 유발할 뿐 전혀 흥분도 사랑도 느낄 수 없다. 섹스가 끝난 뒤 이렇게 오래하는 남자 만나기 쉽지 않다던 어이없는 허세만이라도 참아줬다면, 당시의 기억이 어쩜 분홍빛이었을지도 모른다고 A는 말한다. 

그녀의 첫 섹스의 문제는 배려 없는 러닝타임만이 아니다.

처음 처녀막이 터지는 순간, 여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마음과 ‘이제 더 이상 처녀가 아니라는 죄책감’ 등 첫 섹스를 치르고 난 여자는 기쁨과 두려움을 함께 느낀다. 낯선 행위에 대한 따뜻한 보상이 없다면, 그대로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A가 원했던 섹스 후의 선배의 행동은 따뜻하게 눈을 맞추고 그대로 꼭 안아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오랜 피스톤질에 만족한 나머지, 상대의 질이 헐든지 말든지 복잡한 마음인지 어떤지는 상관없이 어이없는 허세로 모든 게 두려웠던 A에게 실망만을 주었다. 본인은 만족했으니 너의 첫 섹스에 대한 감상 따위는 나는 모른다는 남자들과 잔 여자들만큼 연민이 가는 여자들도 없다. 

‘여자이니 배려해라’ 가 아니다.

첫 경험은 남자에게도 중요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와 처음 섹스를 한다면, 실수하면 어쩌나, 그 동안 보아왔던 영화 주인공들처럼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긴장감 따위에 쉽게 러닝타임이 끝났다 해도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민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자들 못지않게 남자들에게도 첫 섹스는 중요하다. 그들의 그 중요하고 소중한 기억을 무너뜨리는 것 역시 무언의 폭력이 아니겠는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나… 처음이야…”라고 말했으면서 누구보다 능숙하다면 그건 처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섹스는 동의 하에 이뤄지는 사랑의 행위다.

(물론 사랑을 배제한 단순한 욕정의 분출의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위한 행위로 모두가 행복함에 섹스를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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