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주세요  

만져주세요              img #1
 
영화 [pain gain]


스킨쉽은 가장 근원적인 애정표현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스킨쉽을 통해 친근감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개나 말처럼 사람에게 순종적인 동물들과 스킨쉽을 통해 친근감을 교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 갓난 아기 때는 스킨쉽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서 스킨쉽을 자주 하는 사람의 품에서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안감을 느끼고 울어 버립니다. 개의 경우도 자주 보고 만져주는 사람에게는 꼬리를 흔들며 반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경계를 하여 짖어대곤 합니다.

한국 사람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스킨쉽을 나누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직 유교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스킨쉽을 나누는 것이 아직 어색한 탓에 남녀간의 진한 스킨쉽을 하는 것도, 남들의 스킨쉽을 보는 것도 불편해 합니다. 결국, 남들의 시선이 의식되는 장소에서는 손잡고 팔짱끼는 것 정도 밖에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남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남녀간의 스킨쉽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일상에서의 스킨쉽 부재를 불러오게 됩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스킨쉽을 나눌 기회도 따라서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연애할 때는 도파민 같은 강한 호르몬 작용에 의해서 불편한 인식을 극복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사랑 호르몬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불편한 인식을 극복할 수 없게 됩니다. 심지어, 자녀들 앞에서 부부 간에 스킨쉽을 나누는 것조차도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스킨쉽이 점점 줄어들다가 종국에는 섹스를 하기 직전을 제외하고는 전혀 스킨쉽을 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부부 간의 스킨쉽 부재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스킨쉽의 부재는 섹스의 부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 기혼자의 약 40% 정도가 섹스리스(Sexless) 부부라고 합니다. 50% 정도의 부부가 침대를 따로 쓰는 나라이니 이해가 갈 듯도 합니다. 한국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30% 정도가 섹스리스이고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에 섹스리스 부부가 많은 것은 일 중독 사회인 탓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부부간에 스킨쉽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섹스리스가 되면 섹스만 부족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관심도 부족해지고, 필연적으로 애정의 부족으로 이어지게 되어 파경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스킨쉽은 사랑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생물학적 메카니즘입니다. 약 6 초 정도의 스킨쉽을 하면 우리 몸에서는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분비 스위치가 켜진다고 합니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남녀 사이에 애착(attachment)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애착관계가 상대방과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냅니다. 높은 애착관계를 통한 섹스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켜서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또한, 세로토닌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뇌는 상대방의 단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사랑에 눈멀게 된다고 합니다.

스킨쉽도 일종의 습관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자주 반복해서 스킨쉽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일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이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남들의 불편한 시선도 조금씩 무뎌질 것입니다. 그렇게 스킨쉽을 통해서 사랑의 유효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면, 무뚝뚝한 우리를 변화시킬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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