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침대에서 잔다는 건  

한 침대에서 잔다는 건              img #1
뮤직비디오 LPG [사랑의 초인종]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섹스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함께 잠이 들겠다는 말이다. 상대의 코골이, 잠버릇, 단내 나는 입까지 끌어안겠다는 얘기다. 화장 지운 민낯을 보겠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당신의 모습은 볼만하리라. 눈곱이 끼고, 머리카락은 부스스하고, 침 흘린 자국마저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단내 나는 입에 키스하고 눈곱을 손으로 떼어 주며 떠 있는 까치집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이 함께 그와 또는 그녀와 잔다. 처음에 당신은 그의 팔베개 안에,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겠지만. 한참 깊은 잠 중에서는 당신들은 등을 돌리고 잘지도 모른다. 왜냐면, 깊은 잠 속에서 당신의 잠버릇은 여지없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갈기도 하고 눈을 뜨고 자기도 하며 배를 벅벅 긁거나 잠꼬대를 한다거나 잠결에 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섹스만을 하기 위한 잠자리에서와는 다르게 별도의 복잡한 절차와 교태와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집이 아닌 곳에서, 애인과 섹스를 할 때는 우리는 일단 그와 그녀와 어떤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랑한다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믿는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로 합의로 이루어진다.
 
몇 시에 호텔에 또는 여관에 들어가서 몇 시에 나선다는 그런 합의. 그곳에 가기 전에 상대방의 귀를 만진다든지 엉덩이를 만진다든지 "하고 싶어"라고 말을 한다든지 하는 서로의 확실히 약속된 언어적, 비언어적 합의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남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고 여자는 텔레비전을 켜며 콘돔을 준비하라고 말을 한다.
 
둘은 습관에 따라 먼저 목욕탕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그냥 침대에서 일부터 벌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가면 잠시 누워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여자는 눈썹이 지워지지 않았나 화장을 고칠 것이며 남자는 자신이 여자를 만족하게 했는지 다시 되씹어 볼 것이다.
 
그런 후 다시 한 번의 폭풍이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긴다거나 정력이 형편없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뒤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 씻고 그곳에 발을 디딜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여자는 화장하고, 머리를 빗으며 남자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을 것이다.
 
그러면 섹스 뒤의 느낌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런 최면에 걸렸다면 좋을 것이고. 여자가 집에 늦었다면 여자는 불안할 것이며 새벽께라면 남자는 더 머무르고 싶을 것이다. 가임기간이라면 둘 중의 하나는 불안할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기쁠지도 모른다. 불행하다면 둘 다 불안할 것이겠지만 그들은 항상 꾸민 모습으로 만나며 곱 낀 얼굴을 볼 수 없으며 단내 나는 입술에 키스할 수 없다.
 
남자는 여자의 화장 안 한 얼굴이 얼마나 큰 상상력이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며 여자는 남자가 얼마나 씻기 싫어하고 게으르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항상 잘 차려진 모습으로 만나며 섹스는 그들만의 합의된 축제이다.
 
그러므로 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한 침대에서 섹스할 수 있단 것과 다르다. "
 
-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내가 20대부터 좋아하는 글인데. 내가 여기서 편하게 끼지 못했던.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나의 SNS를 보다 문득 다시 한 번 짠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난 섹스가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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