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건 섹스에선 반드시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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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사이의 여러가지 일들과 관계스토리가 나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글감이 된다. 근데 이게 단점이 되는 부분이 뭐냐하면 가끔 글이 상당히 즉흥적이고 다중적인 면을 보인다는 것. 내가 적은 글인데도 스스로 못 지키는 일이 허다하다. 근데 무슨 글을 그리 질보다 양으로 때우냐고? 이렇게 적어놓는 게 본업에도 도움이 되니까, 라고 만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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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20대 초반의 섹스 파트너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작 나도 첫 섹스의 경험은 24~25살이었고, 뭔가 지금처럼 달리게 된 것은 기껏해야 20대 중후반부터였으니까,
 
그럼 그전엔 뭘 했는가? 하면... 연애를 했다. 총 9명의 여성과 연애를 했고, 그 중 섹스를 한 여성은 단 두 명.... 참 플라토닉하게 했지, 라기보단 기간이 짧은 것도 있었고, 믿기진 않겠지만 그때 나는 스킨십에 대한 끝도 없는 두려움에 질려 있던 순수 소년이었다.
 
근데 서른 중반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때 그 사람이 생각이 나고, 함께 걸었던 길, 첫 키스의 기억이 하나의 오류없이 머릿속에 새겨져 있는 것은... 그만큼 그 만남이 내 삶에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는 걸 드러내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야기하는 거다,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는 연애에 집중하라고. 그 달콤함과 쓰라림을 모두 가지고 있는 청춘의 열매를 맛보지 못하고 어떻게 화려한 섹스를 데코레이팅 할 수 있을까.
 
추억해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또한 영화나 드라마에서와 같은 사랑을 했다. 차마 닭살스러워서 여기 적지는 못해도. 지하철 안에서 MD를 들으며 이승환의 '세가지 소원'을 함께 듣다가
 
마지막으로 빌어요
지금 잡은 두 손 놓지 않을게요
먼 훗날 우리 눈 감게 되는날
꼭 한날 한시 되기를

이때 손을 꼭 맞잡고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고, 그녀가 졸업한 집 근처 초등학교 교정에 앉아서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키스해도 돼?" 라고 묻기도 했다.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주고는 버스정류장까지 혼자서 보내는게 못내 아쉬워서 그녀가 다시금 따라나섰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일부러 한 두대 놓치고는 다시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했다. 강의실에서 모든 학생이 보는 가운데 택배직원처럼 모자를 쓰고 다가가 꽃다발을 전해주기도 했고, 콘서트장에서 대형화면에 문자를 보내서 [xx아,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라고 적힌 걸 보면서 서로 즐거워하기도 했다.
 
좋아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말 입에서 떨어지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며 쉴새없이 긴장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고 온갖 멋이라는 멋은 다 낸 첫 데이트,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지하철역을 몇개만 지나치면 네가 서있을 거라는 것을 기대하며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나날들, 그런 따스하고 소중한 연애의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더욱 여성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들과의 섹스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즐거움에 빠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칼럼에 내가 지금까지 적고 또 앞으로도 적게 될 구차한 여러가지 스킬들, 다 알고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것의 본질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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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목적은 행복이다. 나, 그리고 나와 섹스하는 그녀가 행복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의 시작은 사랑이다.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또는 사랑을 받기만 했던 사람이 즐겁게 서로를 위한 섹스를 할 수는 없다. 가장 열정적으로 서로에게 탐닉하고 그 순간순간마다 Fall in love 할 수 있는 사람이 섹스를 잘 하는 사람인것이다.
 
그런데 그럴려면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기억에 가슴 아프고 눈물짓고 그리워함을 당당하게 새겨놓고 열정을 담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깊이 사랑에 빠져보지 못하고 어떻게 그 이상의 섹스를 논할 수가 있을까.
 
이것이 내가 20대 초반에는 섹스파트너를 만드는 것보다 사랑에 빠져 달라고 당연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많이 사랑하고 아파하길 바란다. 살면서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소중해 미칠 지경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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